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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4화 (124/143)

125화 막간 (2)***

“전부 정상이십니다. CT도 문제없고…수치도 엄청 건강하시고. MRI도 찍어 보신다면야 상관은 없는데, 제가 보기엔 문제없을 거 같네요.”

의사의 말이었다.

어제부터 발생한 공감각적 현상 때문에 방문한 대형병원의 소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랬다. 병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

공감각이란 것이 개인의 특이한 형질로 취급된다고 하니, 그 말에 일리가 있었다.

“뭐래?”

“뭐래요?”

“괜찮답니다.”

앞을 가로막는 편집자와 매니저를 밀어내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

허나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알았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단 사실을.

그러나 굳이 그 사실을 입에 올리는 것도 분위기를 깨는 일.

크로스보우는 그녀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가 아직이었다.

“…반찬은요?”

“저 훑어보지 마세요.”

가는 길에 여느때와 같은 채은아의 성희롱이 있었지만 대충 넘겼다.

이젠 저런 말이 그녀 나름의 친근함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탓.

“반찬이 맛있으면…하루 종일이라도 가능. 쌉가능.”

“…선 넘으셨습니다.”

“선 넘어오면 다 내 껀 거 아시죠? 근데 선은 제가 넘었으니까….”

…’잘’은 취소하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오빠.”

“맞음. 대낮부터 룸 데려오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고급중식당의 프라이빗 룸.

양념에 파묻힌 갑각류 같은 것이 서빙되고, 크로스보우는 숨을 들이켰다.

사실 오늘 이렇게 나온 이유는 검진보단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모두 올오버의 운영자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뭐임. 올오버 운영자도 독대하고 그래요?”

“아. 일 얘기였구나…근데 할로윈-운동회 이벤트는 이미 끝났는데. 오빠.”

신예지의 말대로였다.

이벤트 마지막 날.

크로스보우가 없는 상태에서도, 오픈서버는 별다른 문제없이 닫혔던 것.

1등은 결국 마족 진영이었다. 다른 진영에서도 어떻게든 근접한 점수까지 따라붙었지만, 20만 점이라는 격차는 하루아침에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

결국, 이벤트는 크로스보우라는 방송인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는 걸로 끝을 맺었다.

그럴 만도 했다. 크로스보우가 보여 준 것이 정말로 규격 외의 규격 외였던 탓.

프로선수를 상대로 한 20대1을 넘어, 이젠 48인과의 정면승부에서 승리.

그 48인이 어디 보통 이들이던가.

최소 마스터 이상 계급들만 모아 놓은 고계급들. 각각 자신의 주력챔프만을 사용하면 프로선수도 심심찮게 이기며, 그 험난한 ‘승격임무’를 완수하고서야 얻을 수 있는 계급들인 것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단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만을 시종일관 보여 줬던 것.

특히 마지막의 각성씬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 연출은…생방송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악마 그 자체로만 보이는 시뻘건 눈동자와, 부러진 뿔. 그리고 공기를 웅웅 기묘하게 울리던 목소리까지.

‘…같은 사람 맞아?’

‘나 또…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태평스러운 표정으로 서빙된 메뉴를 보며 오오! 같은 소리나 내는 남자와는 영 다른 사람으로만 보인다.

신예지와 채은아의 감상이었다.

“아무튼…그래서 할 얘기가 뭐냐면.”

크로스보우의 눈이 똑바로 떠졌다.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대?”

“리얼. 크크. 크보님. 저는 준비가 됐어요. 3P는 아직 술이 필요하겠지만….”

“닥쳐요. 술에 절여 버리기 전에.”

…언젠가 모두가 알 일을 조금 일찍 말해 줄 뿐이다.

그런 생각에 내린 결정.

두 사람에게는 말을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

그에게 있어 그녀들은 이미 서로 은인의 관계나 다름없는 상태까지 왔으니, 신용은 충분할 터였다.

“하늘이 무너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말이 맞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

의아함을 가득 담은 갸웃거림과 얼빠진 표정이 동시에 지어졌다.

“들으세요. 차근차근 설명하겠습니다.”

***

같은 시각, 그리고 같은 공간.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이 홀로 앉아 있었다.

크로스보우가 있는 공간과 바로 맞닿아 있는 룸.

혼자 들어와 있음에도 누구도 그녀를 신경쓰지 않는다.

호록.

멋대로 가져온 차를 마셔대도, 마치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지나쳐가는 점원들.

“이 시점에서 말하기로 결정한 건가…흐음.”

소란스러운 가게 내부에서, 온전한 평화.

태연한 중얼거림만이 정적을 깬다.

“이걸 기쁘다고 해야 할지….”

또 무슨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두려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영 한심했던 탓이다.

“저게 진짜 아주 몸이고 마음이고 홀라당 다 주겠네.”

저렇게 노골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게 정말 자신이 맞는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못 꼬시고 있는 것도 어째 화가 난다. 안심이 되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고 할까.

…무릇 ‘나’란 무엇인가.

아. 때리고 싶다.

“….”

그녀는 고개를 털었다. 괜한 생각에 빠질 필욘 없어.

“…여러모로 이상한 회차야. 오리지날도 그렇고.”

그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부터, 오드맨에게도 연락이 닿지를 않는다. 정기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자격의 방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확인하기 위해 올오버에 접속해보면, 다들 로그아웃 상태로만 떠 있었던 것.

물론 그들에게 소홀히 한 것은 오리지날도 마찬가지였기에, 추궁할 사람은 없었지만.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제임스.’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전 회차에서 넘어온 제임스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임스는 기억만을 전승받은 존재. 과감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터다.

각 회차마다 개체의 성격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그래도 배신같은 걸 할 리는 없었던 것.

“…자결한 시체도 분명 확인했고.”

기억을 전달해주고 자결, 혹은 적을 찾아 동반자살. 어쩔 수 없었다. 회차를 넘은 그가 활동을 할수록 세계의 비틀림은 커진다.

그리고 그것이 커질수록, 종말은 더 수월히 세계를 파괴할 터.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

잠시 상념에 빠졌던 그녀는 자신의 뺨을 쳤다.

동료 두 명이 이상해진 상황. 언제고 이렇게 정신을 놔 버리는 회차는 꼭 한 번씩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유저명 크로스보우.

처음 관측된 희망.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전례도 없는 회차였던 것이다.

“부디 시도까지만이라도 무사히 갈 수 있길.”

‘채은아’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이제 곧, 시기가 다가온다. 멸망의 게임이 시작되는 전조가 나타날 시기.

그리고, 그에 대비할 이들을, 본격적으로 모을 시기.

당장 며칠 후부터 그녀는 정말로 바빠지기 시작하겠지.

지금까지처럼 새롭게 생겨난 변수-크로스보우의 옆에만 있지는 못하게 될 터였다.

직접 발로 뛰어야 할 테니.

“…제임스에게 슬슬 연락해야겠어.”

그녀는 중얼거리며 자리를 나섰다.

“….”

크로스보우의 시선이, 어느새 벽 너머의 그녀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크보 님?”

“오빠.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연관이 있는 인간이었군.

크로스보우는 가만히 고민했다.

***

[오늘 ㅈ본에 운석 떨어짐ㅋㅋㅋ.gif]

-머냐 저거

[호주 상공에 선명한 빛줄기.gif]

-ㄹㅇㅋㅋ

[또 떨어졌다…이번엔 부산.gif]

-그래서 철수를 구하면 되는거지?

온 커뮤니티가 크로스보우로 달궈져 있는 와중에, 중간중간 눈에 띄는 게시글들이 있었다.

묘한 뭔가가 떨어졌다는 얘기. 혹은 극지방이 아닌데 오로라가 펼쳐졌다는 글.

이런 일이 있구나…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글들.

“크보 님은 여전하네…운석 떨어져서 수능 연기나 돼라….”

이제 수능이 고작 1주 앞으로 다가온 수험생, 윤유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부해야 할 과목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운석이니 하는 것들이 신경 쓰일 리가 만무했던 것.

그랬다.

한때 반반무란 닉네임으로 고계급 유저로서 이름을 알렸던 여성유저. 올오버에서 사라진 그녀는 학생이라는 본분에 맞게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게임이나 하고, 아이들을 괜히 괴롭히기나 했던 과거와는 정반대로 뒤바뀐 모습.

별안간 모범생이 되어 버린 그녀에게 주변인이 놀라던 것도 벌써 수개월은 흐른 상태.

대체 무슨 계기가 있었냐면서 놀라던 선생들이 있었지만…그것은 그녀만의 비밀이었다.

‘…탐구가 빠듯해. 기초가 너무 없어서 다 외워야 하는데…그런다고 1등급이 나올지….’

그날도, 어울리지도 않는 안경을 쓰고 밤을 새우는 윤유지.

그러던 때였다.

“───?”

문득, 온몸의 솜털이 쭈뼛 곤두섰다.

평소에도 인기척에 예민한 편인 그녀에게 있어서, 올오버에서나 느껴보던 위기감.

드르륵─!!!

“뭐, 뭐야.”

화들짝 놀란 그녀는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꺼진 독서실.

분명, 아무도 없다.

“…인기척은 아니었는데.”

공부에 몰두하느라 기가 허해졌나.

그녀는 천천히 독서실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괜스레 친구 자리의 방석 따윌 들춰 보는 등의 행동이 대략 5분.

“아무것도 없잖아?”

냅다 불을 켠 그녀는 정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귀신이라도 느낀 걸까.

그때였다.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

심리의 허를 찔린 윤유지가 비명을 질렀다.

“꺄으악?!”

“흐익?!”

“…아. 수위 아저씨. 놀랐잖아요.”

“아니. 학생…무슨 소리가 나서 왔는디 깜짝 놀랐잖여.”

순찰 중이었던걸까. 넘어져 있는 경비원.

그녀는 툴툴대는 말과 달리, 예의 바르게 경비원을 일으켰다.

“벌써 3시여. 학생. 집에 안가?”

“…가야죠. 근데 아저씨. 방금 이상한 소리…음. 아무튼 이상하지 않았어요?”

“으응? 난 학생이 비명 지르는 거밖에 못 들었는디.”

이상한 일이었다.

등허리를 타고 오른 경종.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건 무슨 일이 일어날 때 그녀가 항상 느껴 왔던 위기감이다.

“…뭐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터벅터벅 독서실 안쪽으로 걸어들어간 경비원.

“창문을 열어 놨구만. 거 요즘 벌레는 없다지만…학생. 얼른 집…으잉?”

“…왜 그러세요?”

문득 창문 밖을 보곤 움찔, 하는 경비원.

윤유지는 그 모습에 그것이 자신의 촉을 뒤흔든 요소일거라고, 단숨에 확신하곤 잰걸음으로 다가갔다.

“저, 저게 뭐시여? 왜, 왜들 저런다냐?”

“아저씨. 왜 그러세요. 뭐길래 그러….”

말을 이으려던 윤유지.

그러나 그녀는, 창문 밖에 보이는 것들을 보고 말을 삼켰다.

정확히는,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개고양이들?”

컹!!컹컹!

동네에 있는 길고양이, 들개.

언뜻 보기에도 백 마리가 넘어보이는 개체들이 모두…어디론가 도망가고 있었다.

“지, 지진이라도 나려고 저러는겨?”

“…지진?”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컹컹컹!!!

불안한 짖음 소리를 배경음 삼아, 윤유지는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음을 자각했다.

멀리 보이는 가정집의 불들이, 하나둘씩 켜진다.1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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