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5화 (125/143)

126화 막간 (3)-“오늘 새벽, 서울시 중랑구에 돌연 이상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고양이와 개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입니다.”

-“이 사태는 장장 30분간 지속되었으며 새벽에 정체 모를 현상을 겪은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

-“기상청은 이것이 지진의 전조는 아니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조사에 착수하여야 한다며….”

오랜만에, 공중파 뉴스가 신이 났다.

어제 새벽 벌어진 묘한 사건. 그 탓이었다.

“와. 뭐야?”

“또 멸망함? 마야인들이 옳았다.”

“네. 다음 식인종.”

“어디 단체에서 소독약이라도 뿌려서 도망가는 거겠지.”

가상현실게임은 현실이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일의 경중을 떠나 현실 쪽이 약간이나마 더 이목을 모으는 경향이 있었다.

온갖 갈등에 찌든 세태와 다르게, 그저 신기할 뿐인 이슈. 개와 고양이가 소란을 피운 사건.

거기엔 정치색도 젠더이슈도 묻어 있지 않다. 여기저기 퍼날라지기에 안성맞춤이란 뜻.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

[ㅋㅋㅋ운석엔딩 가냐?]

-아ㅋㅋㅋ공룡이냐고ㅋㅋ

└킹룡ㅋㅋ공룡은 어쩔 수 없지

[통속의 뇌가 맞았다!!!]

-우린 실제로 인생을 조지고 있는게 아니다

└이제 과학자들이 슬슬 꺼내줄려고 하는듯 아ㅋㅋ

└걍 올오버에서 살면 안되냐…? 하…

[다같이 뒤지면 어디로 가냐?]

-저승 인구 과포화 아니냐? 근 100억명이 한꺼번에 뒤지면ㅋㅋ

└뒤지면 다 끝이지 저승이 어딧음ㅋㅋ우주먼지 되는거지

└게임의 신을 믿으십시오…크-멘…

└뭐래 미친놈인가봐

잠깐의 해프닝.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유쾌한 반응들만이 일관되게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잊혀질 것이다. 조금만 있으면, 관련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겠지.

“…시작되었군.”

─일단은, 그런 예상이 주류의견이었다.

물론,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이들이 있었지만.

“시작, 끝의 시작이다. 드디어 끝낼 수 있어. 이 모든 것들을.”

어느 가상공간.

“…하하! 벌써 이럴 시기가 되었나! 좋아. 아주 좋네! 오리지날!! 채은아!! 크로스보우─!!”

그리고 어딘가의 대저택.

한때는 의견을 함께했던 이들.

이젠 각자 다른 심상을 품고, 나아가려고 하는 자들.

─마지막 게임이군….

─사회를 무너뜨렸을 때, 우린 일어난다.

─-영원한 끝이, 도래하였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세상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흐아암.”

후비적.

다만 크로스보우.

그는 캡슐에서 부스스 눈을 떴다.

***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사과나무…그러니까, 한 판의 올오버를 즐기겠다.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시청자 여러분. 크로스보우입니다.”

이런저런 일에도, 크로스보우는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켰다.

-크하

-석하~

-돌아왔구나 크태식이

-일 저지르고 튀는 건 크보가 원탑임ㄹㅇㅋㅋ

48인과의 전투 후, 냅다 휴방을 때려 버렸던 크로스보우.

매번 있었던 패턴인 만큼 시청자들도 별 반응 없이 그를 반겨 주었다.

물론…평소 전투 시엔 항상 후원을 꺼 버리는 탓에, 이럴 때면 후원이 쏟아지곤 하는 게 문제였지만.

[‘큰사람크로스보우’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팬무?오팬무?오팬무?

“안 입었습니다.”

[‘퍄퍄퍄;’님이 1,000,000원 통 큰 후원!]

-오빠나죽어!!정신나갈거같애!!!

“사실 구라입니다. 색깔은 안 알려드립니다.”

오랜만에 받는 팬티색깔을 묻는 밈으로 시작된 방송.

언제나처럼 유쾌한 모습을 보여 주는 시청자들의 드립에, 크로스보우는 피식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스트리머 이상형 월드컵이요? 좋죠.”

“아. 매니저요? 멀쩡한 거 같은데 뇌가 썩었어요. 예쁘다구요? 예쁘긴 한데 좀 아저씨 같습니다.”

“콜라는 코가콜라죠. 팜시요? 네. 밴 해드렸습니다.”

“코딱지 왕건이 나오셨다구요? 저런. 그래서 집에 햇반을 구비해두셔야 하는데.”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미친

-ㅋㅋ아ㅋㅋ이게 크로스보우지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의 대부분이 크로스보우 팬들. 애정을 바탕으로 한 드립들만 가득했던 탓에, 툭툭 던지는 드립들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던 탓.

-그래서 오겜무?

-오겜무는ㅋㅋ올오버지 뭐

-퍼오어2 나왔는데 그거 하쉴ㅎ?

-우욱씹!!

-크보가 아무리 똥믈리에여도 그런 설사겜은 안해

“오늘은…글쎄요.”

어쩌면 언젠가는, 이런 식으로 웃고 떠들기 힘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보우는 오랜만에 게임을 쉬고 잡담이나 할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게임에 미쳐 사는 겜돌이라고는 드문 발상.

“사실, 지난번에 벌였던 48대1. 그거 이후로 조금 힘이 빠졌습니다.”

-고건 맞지

-이제 ㄹㅇ 부정할수없는 최강자임

-근래 행보도 미치긴했지ㅋㅋ슈미츠 박살내고, 이벤트에서 블래드 이기고, 프로포함 48인 상대로 이기고

-3줄이상ㄷㄷ 미쳤냐?

-채팅창 혼자 쓰냐? 뒤질라고

-오쪼라구여~

크로스보우는 채은아에게 슬쩍 '일해'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이제, 실력적인 면에서 더 보여드릴 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동의하실 거고.”

-고것도 맞지

-볼때마다 신박하긴해

-근데 예전같은 감동이 없는건 팩트지ㅇㅇ

-니들 다 누구야!!!석궁단인척하는 놈들!!!

“그래서…생각해 놓은 것들은 많습니다. 현실에서 진행할 것도 있고, 올오버에서 진행할 것도 있고. 다만 여러분들의 반응을 먼저 보고 정하려고 했는데….”

다들 이대로도 괜찮다곤 하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겠지. 게임을 안 하고 있음에도 시청자 수가 10만 명을 넘는 상황. 조금씩 터져 나오는 진솔한 반응에 크로스보우는 확신했던 것이다.

생각해둔 걸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올오버에서 ‘1인칭 보기’ 승인이 나왔죠. 그때 함께 하신 분들은 알고 계실 테지만요.”

-지금 들어와있는 놈들 중에 방송 레전드는 없음ㅋㅋ

-솔직히 좀 늦은감이 있지

-ㄹㅇㅋㅋ이상하게 실력파 스트리머들한텐 잘 승인 안해줌

-괜히 감각꼬일까봐 그런거 아님??

추측성 채팅들이 오가는 사이.

크로스보우는 시스템UI를 조작하여 ‘마이 룸’에 진입했다.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프라이빗한 공간. 다만 크로스보우의 마이룸은 그야말로 휑함 그 자체.

그간은 계속 격렬한 전투가 위주였기 때문에, 굳이 이 공간을 꾸며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초대 메세지가 전송되었습니다!]

[초대 메세지가 전송되었습니다!]

-???

-그래서 뭐할건데용

-ㄹㅇㅋ무냐고!

크로스보우는 빙긋, 웃었다.

“오늘의 컨텐츠는…바로.”

묘한 자세를 취했다. 손가락으로 화각을 가리키고, 눈을 크게 뜨는 모습.

“야. 너두 크로스보우 할 수 있어.”

-아ㅋㅋㅋ

-언제적 밈이냐고ㅋㅋ

-??저게 뭔데 틀딱들아

-??? : 나때는 말이여…

-웃는놈들 다 동년배

“1인칭 보기를 통한 전국민 올오버 실력업 프로젝트, 가짜 사나이…아니. 짭버로드 특집입니다.”

[유저명 ‘뿅맛사탕’님이 방에 입장합니다!]

[유저명 ‘단서라’님이 방에 입장합니다!]

빙그레, 웃었다.

“제자 키우기 특집이기도 하구요.”

-???

-무야 이거 그거냐?

- 제자키우는 최강자on

-클리셰 무냐고ㅋㅋㅋ

-ㄹㅇㅋㅋ이제 나중에 배신당할듯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아이돌~뿅맛~사탕…이 아니라! 그냥 뿅입니다!”

“…단서라…입니다. 반가워요…석궁단…님들….”

유저들의 실력을 끌어올려서, 전체적인 수준을 상향평준화 하는 것.

크로스보우 나름대로 생각해 낸 ‘멸망의 대처법’이었다.

누군가 또 강해져서 싸움을 걸어 주길 바라는, 아주 약간의 사심도 들어간.

***

사실, 크로스보우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느 계기에 의한 일이었다.

오늘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크로스보우가 다시 방송을 재개하기 전.

[알 수 없는 발신]

<오리지날. 통신 필요>

묘한 문자를 받았었다.

일전의 오드맨도 그렇고…대체 어디에서 자신의 번호가 유출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잠시.

그 문자가 올오버로 접속해달란 것임을 모를 리 없었던 크로스보우는, 두말없이 풀다이브를 감행했다.

[SYSTEM]환영합니다! 크로스보우님!

“…그래. 어서 와. 크로스보우. 혹시나 안 들어와 주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 다음부턴 한번 튕기도록 하지.”

“나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오리지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숨기지도 않는 걸까. 이젠 당당히 게임로비가 아닌, 일전의 회사 로비로 소환되었다.

“무슨 일이지?”

공간의 구현은 완벽하다.

크로스보우는 어느 고층건물의 1층으로만 보이는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건물이 주는 공간감. 바닥의 질감이 내는 발걸음 소리까지 모두 완벽.

회전문 바깥에 보이는 풍경마저 대단했다.

실내의 온도. 자연스럽게 공간을 울리는 약간의 소란. 보안요원들이 이쪽을 주시하는 시선까지.

가상현실에 구현된 회사.

아니, 이걸 가상현실이란 말로 표현해도 좋을까.

이 정도로 완벽하다면 그것은 실존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실존이란 무엇인가.

관측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

“저기. 정신 차려 줄래? 오늘은 그래도 나한테 감격스러운 날이니까.”

“…감격스러운 날?”

오리지날이 빙긋 웃었다.

“여기에 바로 와 준 걸 보면 결정한 거잖아? 내 편이 되겠다고.”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온 것뿐이다. 시청자가 많다고 해서 항상 바쁠 거란 것은 말도 안 되는 추측에 불과하다.

“얘기나 더 들어보려고 왔다.”

“…그래? 적어도 적이 되진 않겠지. 아무튼 여기에 서서 할 만한 얘기는 아니네. 장소를 옮기자.”

“잠깐.”

싱글벙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는 오리지날을 멈춰 세웠다. 의아한 눈초리로 돌아보는 모습. 예쁜 미녀의 형상을 뒤집어쓰고 있는 터라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굳이 거기까지 내려갈 필욘 없지 않나? 저기로 가자.”

“…저기? 아.”

크로스보우가 가리킨 곳은 건물의 1층에 마련되어 있는 카페였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모를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

“…그래.”

오리지날의 표정이 조금 굳었지만, 문제는 없다.

앞장 서 걷자 마지못해서 쫓아오는 오리지날.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을 힐끗 확인하며 생각했다.

‘…막진 않는다. 뭔가 꺼림칙한 짓이라도 해 놨을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군.’

단순한 노림수였다.

오리지날이 정말 백白인가에 대한 것을 알아보기 위한 노림수.

풍경구현이야 그래. 뭐 그럴 수 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납득하고 넘어갈 수준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떨까. 대화를 걸었을 때, 자연스러울까? 자연스럽다면 어떤 수로?

만약, 구태여 자연스러움을 연기한다면 알아보지 못할 크로스보우가 아니다.

적어도 구린 짓을 하는지에 여부는 확인할 수 있을 터.

‘겉보기엔 완벽하군. 현실처럼 에너지 한 톨 느껴지지 않는다. 동작도 모두 평범해.’

크로스보우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서 여상스레 손님을 응대하는 남자 점원, 자리에 앉아 통화하고 있는 남자. 작업하고 있는 남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 하품을 쩍 하는 남자….

남자…?

“…잠깐만.”

“…그, 그러니까 그냥 사장실로 가지.”

“뭐야. 왜 다 남자밖에 없어. 이게 그 기울어진 운동장이냐?”

“그러니까…음…이, 일단 사장실로 갈래?”

뭘 숨기려고. 어림도 없는 말이다.

크로스보우는 빙그레 웃으며 재빨리 카페 카운터로 향했다.

“아, 아앗…! 잠깐만….”

뒤에서 손을 내뻗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1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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