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8화 (128/143)

129화 대비 훈련 (2)잘 생각해 보면, 저 남자는 처음부터 그랬다.

발상의 전환. 모두가 안 된다는 것에 당연하다는 듯 도전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판을 깨버리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인간.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고작해야 하나의 돌발행동이 아닌가.

방법만 알았다면 누구든 가능했을 일이 아니냐, 고.

어찌 보면 맞는 말이었다.

화물트럭으로 바라케이트를 펼치는, 이번만의 일뿐만이 아니다.

일전, 드레이크에게 자동차로 돌진했던 것. 사당역에선 스프링쿨러를 가동시키고, 놋데 백화점에선 괴물을 보며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던 것.

그 모든 것이 아주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다만 대단한 것은.

매번 그 시도를 성공한다는 것.

끼긱, 끼이이익…!

“오. 방패 생겼다.”

-기물파손 현행범ㅋㅋㅋ

-화물차뚜따하는 크로스보우

-캡틴 코리아ㅋㅋ

이세린은 화물차의 문을 뜯어내는 크로스보우를 보며 생각했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인간이다.

아니, 뛰어난 인간이라고 표현해야 옳을까.

그가 이룩한 게임 내 업적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크로스보우를 그건 안된다며 비웃었던가.

지금에 와서야 보여 준 것이 많았던 탓에, 인정하는 사람들로만 채팅창이 가득했지만…크로스보우와 초창기부터 합방을 해 봤던 세린은 잘 알고 있었다.

뻘짓 좀 하지말라는 채팅으로 가득했던 채팅창을. 그에 신경 쓰는 자신의 시야를 은근히 가로막았던 일을.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저 멘탈.

……자신으로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었다.

[‘아니ㅋㅋㅅㅂ’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ㅅㅂㅋㅋ화물차 어케 세웠냐고!!!!

“아. 화물차 세운 거요. 간단합니다. 원래 존재하는 바리케이트를 반쯤만 내린 상태로 부딪히게 해서 충격량을 줄이고…실드 스킬을 한곳에 집중시키면….”

-간단(크로스보우 난이도)

-ㅈㄹ ㄴ

-뭔소리냐 이건또ㅋㅋㅅㅂ

-응애 나 애기청자 맘마조 맘마

그때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구독자가 몇 명이건, 시청자가 몇 명이 되건…저 남자가 기본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같다.

여전히, 망설이지 않는다. 휘둘리지 않는다.

그러던 때였다.

“역시 생각대로군요.”

문득, 크로스보우가 중얼거렸다.

“뭐…가…아, 어…?!”

그리고 단서라의 침음성.

세린도 상념을 멈추고는, 얼른 옆으로 쳐박혀있는 화물차에 기어올랐다.

그러자 확 높아지는 시야.

“…뭐가요…?”

뭘 본 거지. 분명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녀는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안 그래도 어두운 곳에서, 우글우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감염된 인간들만 보일 뿐.

‘…천천히?’

잠깐.

이세린은 그제야 든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면 어째서지?

이 게임 바로 이전, 잘 생각해 보면 전투를 한참 동안 거치고, 단서라가 모두 몰살시킨 시점에서 임무가 실패했다.

왜?

본래라면 임무 실패 메세지는 한참 전에 떠올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저게 이 맵의 실체군요.”

“…저걸, 어떻게 봤어요….”

그러니까, 뭐가 보인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할 때쯤 크로스보우가 손에서 불을 피어 올렸다.

기반 에너지를 높은 출력으로 급격히 소모시키는 것. 간단한 테크닉으로 이뤄지는 발화.

환하게 시야가 확보된다.

“…아.”

그제야 보였다.

기생체.

멀쩡한 인간과 같은 외양을 하고 있는 기생체.

그것의 몸 뒤쪽으로 뭔가가 분열되고 있었다.

그리고, 분열된 그것은 어디론가 달려나간다.

마치 벌레같은 양상이었다.

-헐

-존나소름;

-;;;저런 거였음?

-ㅅㅂ이런 기믹 어케 맨날 찾냐고!!

-균방전 스트리머 김크보

“저…아직 뭐가 뭔지.”

“정문을 제외한 다른 4곳으로 침입하는 놈들은 원래는 없던 놈들인 겁니다. 저길 보세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신나게 사라져 가는 기생체들.

“분열된 것도 기생체입니다. 본체랑 같은 성능을 지녔을지, 아니면 단순한 일회용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아마 저렇게 분열해서, 인근의 인간에게 붙어 버리는거죠.”

“그 말은….”

“원래 도플갱어 기생체 자체는 정문으로 온 놈들이 전부였을 겁니다. 저 짓거리를 제때 막아 내기만 한다면, 통로 하나만 틀어막는 걸로 승리한다는 거겠죠.”

오히려 이번엔 채팅창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열심히 방송을 보던 균방전 시청자들이, 모두 순간 생각에 빠져든 것이다.

반응으로 보건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인 모양.

-아니; 이걸;

-어케 알았나요 크보님?

-근데 어차피 초반엔 저거 다 캐치할 스펙이 없음

-그건 맞지 한번에 소각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고 해도 초반부터 그러긴 불가능함

-최소한 10킬 이상은 먹어야함

그리고 이내 내려진 결론.

게임 초반에 저걸 다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그런 결론 따위에 아랑곳할 크로스보우가 아니었다.

“하하. 과연 그럴까요?”

“….”

“이왕 보여드리는 김에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네요.”

단서라 오리지날 캐릭터.

크로스보우는 쌍검을 빙글빙글 돌렸다.

“아. 걱정 마세요. 물론 이게 끝은 아닙니다. 오늘 목표는 두 분을 알려 주는 거니까.”

통로 하나 이상은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을때까지는 꼭 시킬 겁니다.

오랜만에 보는 환한 웃음.

이세린은 그 모습에 또 한 번 상념에 빠져들고 만다.

***

이세린과 이하린.

아버지는 검사, 어머니는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난 자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들의 부모는 언제나 계층이동을 꿈꿔왔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제아무리 검사-의사라는 전문직 종사자라도, 진짜배기 상위층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

그런 연유로, 그들은 계층이동을 향한 염원을─자신들의 딸아이에게 투영하고 마는 실수를 저질렀다.

자연스럽게, 세린과 하린의 학창시절은 지옥과도 같이 변했다.

공부 말고 다른 선택지 따윈 없었다. 말을 꺼내기만 해도, 해당 직업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것들만을 들어야 했던 어린 시절.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독립해 버린 것이 그녀가 21살 때.

‘레이싱 걸’과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

세린과 하린 자매의 직업 선택은, 아마도 그런 부모를 향한 반항.

그러나 보란 듯 성공할거라 다짐했던 것과는 달리,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레이싱 걸이란 직업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앞길따윈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항의에 의해서.

억울했지만, 괜찮다.

본래 목표는 모델이 되는 것. 그러나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길을 바꾸기 위한 준비기간.

동생에게 일이 일어났다.

원인은 동료 스트리머의 폭행이었다. 잘하고 있던 하린이 무너져내렸다.

웃기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오히려 하린을 욕했다. 해당 스트리머들의 극성팬들이 한 짓.

제 동생의 상태가 자살 직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린은 진로를 포기했다.

또, 그저 입을 놀리기만 좋아하는 이들 탓이었다.

3년간의 노력 끝에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았지만….

깨달으니 어느새 이십대 중반을 넘어 버린 나이.

살아오면서, 그 어떤 것 하나 양립하지 못했다.

그녀는 태생부터 그런 인간이었다.

정면으로 반발하진 못하고, 대단한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도 못한다.

다만 모두가 그럴 거라 여겼다.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이들이, 아무 죄책감도 없을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리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이란 그런 것을.

그런데.

“크로스보우 펀치! 보통 펀치!!”

-ㅋㅋㅋㅋㅋ

-ㅋㅋㅋ펀치가 아니라 칼이잖아 미친놈앜ㅋㅋ

-ㅋㅋㅋ아ㅋㅋㅋ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당당히 맞서 장애물을 깨부수는 사람을 발견했다.

“회오리 감자로 만들어 주마. 딱대!”

-쌍검은 역시 회전이지

-휘링드 무냐고ㅋㅋ

-아 어지러 1인칭 배려안하냐

처음엔 그냥 신기한 사람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재능이 뛰어난 탓에, 만능감으로 인한 유쾌함이 묻어나오는 인간. 자기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천재형.

저런 사람이 가끔 있지.

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금새 바뀌고 말았다.

계기는 실제로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동생의 외형을 하고 있던 것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 그리고 작은 배려.

천재형 인간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것.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선 열등감이 피어났다.

…그러나 뉴욕.

열등감 따윈 그가, 공황이 온 하린을 대하는 모습에서 모조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동질감을 느끼는 듯한 눈빛. 침착한 목소리.

당황스러웠다.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고?

숙소에 도착해 크로스보우에 대해 낱낱히 찾아보았다.

“…드라이기를 틀고 잔다고?…배신?…증강현실 울렁증?”

이게 다 뭐야.

세린은 제 손이 떨리는 것도 모른 채 위키(자유 콘텐츠 백과사전)에 열중했다.

주르륵 나오는 것은 크로스보우가 방송에서 말하길 금지한 그의 에피소드들.

지금 기록으로만 봐도, 그가 과거 받았던 비난들은 도저히 인간 한 명이 받아내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

“…크로스보우.”

필시 괴로웠겠지. 잠을 자도 잔 거 같지가 않았을 거다. 매일 아침 끔찍한 두통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만이 끝없이 떨쳐내지지 못하는 주제에, 매일 방송에선 웃으려 노력했을 터다.

“…대체, 무슨.”

열등감을 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런 와중에도, 확실히 깨닫는 것은 자신의 마음.

남녀간의 사랑보단 존경과 경의에 가까운 그것.

그렇기에 언제고 표현하고 싶었다.

언젠가 단둘이 되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

그래. 단둘이 되면.

적어도 지금은 아니지.

상념을 마친 세린이 하하, 웃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SYSTEM]특수 시나리오가 발동합니다.

[SYSTEM]맵이 급격히 변화합니다.

───쩌적!!

금가는 소리가 들렸다.

돌연, 호텔 건물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려 하는 모습.

건물 벽이 마치 풍선껌이라도 되는 양 흐물흐물해진다.

“…뭐…?”

“뭐, 뭐예요!”

[SYSTEM]침입한 기생체가 호텔 내부에 통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SYSTEM]균열이 발발합니다.

[SYSTEM]달성 목표가 변경됩니다.

“아니. 벌써!?”

“기생체들 다른 곳 간 게 5분도 채 안됐는데?”

[SYSTEM]임무 : 게이트 클로져

[SYSTEM]서울 중심의 하인트 호텔에 결국 균열이 발생하였습니다. 주요 인물들이 숙박하고 있는 최고층을 지켜내십시오. 도움을 받아 게이트를 닫으십시오. 희생자를 구해 내십시오.

[SYSTEM]게이트 완전 개방까지 10분 남았습니다! 00 : 10 : 00

-???뭐임??

-머야 이거

-균방전이 바뀐다고?

-머야 균방전만 3년했는데 첨봄

어리둥절한 시청자들의 모습.

[SYSTEM]함께할 동료를 초대할 수 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닌, 단서라와 이세린 역시 마찬가지.

“무…엇…?”

“아니. 강의 방송에 무슨 일이죠?”

크로스보우는 홀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충 누구의 짓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오리지날.’

방송을 보고 있었나 보군.

이래서야 제자 키우기 컨텐츠는 망했다.

“…아마 이게 못 막았을 때 벌어질 시나리오인가 보네요.”

“네? 그게 뭔…!”

“…심상치 않음.”

그 말대로 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물거리는 벽쪽으로 빨려들어간다.

크로스보우의 공감각에, 그것은 불쾌한 색깔의 집합으로 이뤄진 형상.

“게이트가 진짜 열리는 건 광안대교 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와 근데 왜 열렸지?

-ㄹㅇㅋㅋ; 뭔가 조건 충족했나봄

-당장 생각나는거면 3인 이하, 기믹 깨닫는 거 정돈데

-아직도 뭐가 더 나온다고? 무쳤다ㄹㅇ

-균크리트를 풀발각이네

-이미 쌋음

크로스보우는 뒤에서 달려드는 기생체를 두 토막으로 바꾸며 중얼거렸다.

“…좋습니다. 일단은, 음…방제부터 바꿔야겠군요.”

대충 ‘균방전 역사상 처음 보는 루트’ 정도면 되겠지.

‘그나저나…오리지날 이 자식이.’

상의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지만 사전준비는 필요한 법인데.

“…일단, 아무래도 원군이 필요하겠군요.”

[SYSTEM]함께할 동료를 초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차분히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1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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