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9화 (129/143)

130화 대비 훈련 (3)***

아무때나 불러도 멤버로 참석할 수 있는 사람.

사전 약속 없이 그런 것이 가능한 이라고 한다면 몇 가지 직업에 한정된 이야기다.

게임하는 것이 직업이거나, 아예 직업이 없거나.

“볼모 씨는 아무래도 직업이 없는 쪽이죠.”

“어허! 그게 무슨 막말입니까! 모발이 없는 거보단 낫죠.”

“….”

-화난 타코야키

-빛나는 남자ㅋㅋ

-저게 ㄹㅇ 태양인이지

초대된 두 사람은 고계급이면서 발이 넣은 것으로 유명한 스트리머 ‘김볼모’. 그리고 이제는 리그 해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이응이여섯개’.

이응 쪽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는데, 크로스보우는 그들과 악수를 나눴다.

“크보 님이랑은 오랜만이네요.”

“일이 워낙 많았어야죠. 오랜만입니다.”

네이션스 컵 이후, 이런저런 일이 겹친 나머지 제대로 된 해후를 나누지 못했던 것.

다만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기생당한 인간들이 무표정으로, 그들의 행태를 바라본다.

에엥- 하는 싸이렌 소리가 어느새 인근까지 다가온 상태.

“가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크로스보우는 화물차 아래로 내려가서, 꾸욱 손을 댔다.

“우선은…같이 좀 밀어 주시죠.”

“네?”

그 말에 서로를 돌아보는 네 명. 이응이여섯개, 김볼모와 단서라, 그리고 이세린.

하지만 얼탄 것도 잠시였다.

크로스보우의 의도를 눈치챈 것이었다.

“아하.”

“제가 이래 봬도 왕년에 힘 좀 썼죠.”

길을 막고 있던 화물 트럭을 밀어서 감염된 인간들까지 밀어 버리려는 셈.

부피와 무게가 어마어마한 만큼,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꽤 괜찮은 방법.

단순한 전략이니만큼, 필요한 것은 타이밍을 잡아 줄 오더 정도.

크로스보우가 자연스레 오더에 나섰다.

“다행이군요. 근데 그냥 밀어선 안 됩니다. 폭발시키듯. 기반 에너지를 운용하면서.”

목소리의 울림이 묘하다.

“…! 넵!”

목소리 증폭? 육성과 팀보이스의 동시 송출?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4명의 스트리머들 중 단둘.

단서라와 김볼모. 두명의 고계급 플레이어만이 눈치챈 것.

‘…왜 듣기 좋지?…아.’

‘그때 그 테크닉…PTSD 올 거 같네.’

48인과의 전투. 크로스보우가 공감각을 깨우쳤던 때. 그때 보여 준 테크닉이다.

기본적으로 목소리에 기반 에너지를 싣는 것. 그때처럼 위압감을 주는 데에 목적이 있진 않았지만-

‘집중하자.’

‘진짜…현실감하곤.’

다른 생각을 차단시키는 데에는 그만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곤 놀라는 모습들.

하지만 마음을 정비할 시간따윈 없다. 한시라도 빨리 호텔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더 급한 상황.

“셋, 둘, 하나. 지금!”

“──으랴아아아아앗!!!”

“으아아아! 밀어서 잠금 해제!!”

그극, 그그그극…!

덜컹! 쿵!

트럭이 공중에 떴다.

제아무리 대형 화물 트럭이라 하더라도 이 자리엔 초인만 5명.

제대로 된 팀원의 숫자가 맞춰진 만큼, 화물 트럭이 구르기 시작한 것.

“흡!”

그리고 마무리.

절대방어 스킬을 활용한 크로스보우가 강하게 밀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기세를 타 구르기 시작한 트럭.

거대한 금속음. 이리저리 부딪히며 찌그러진다.

“와우….”

“땅이 울리는데요?”

그 광경에 스트리머들이 멍해진 것도 잠시. 크로스보우가 그들을 재촉했다.

“가죠.”

[SYSTEM]남은 시간 - 00 : 08 : 53

시간을 확인하자 여기까지만 1분이 넘게 걸린 수준.

앞으로 어떤 변수가 준비되어 있을지 모르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

“뛰어가겠습니다.”

“네, 넵!”

“우효옷! 가는 거냐고! 크보쟝!”

“허허허허….”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2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대단한 시청 수.

균열방어전.

그것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라면, 누구나 방송을 보고 있는 것.

[…크로스보우. 네 해답은 뭐지?]

가상 공간 속.

오리지날 역시 크로스보우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극.

제 감각에, 묘한 것이 잡힌 줄도 모를 만한 집중이었다.

***

“보고해!! 무슨 일이야!!”

양복의 남자가 무전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소리치고 있다.

온몸에 난 식은땀이 불쾌하게 달라붙는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보안 2팀 이진성이! 어떻게 된 거야. 보안 2팀!! 2팀!! 아무나 응답해!!”

──치직-.

무전기 소리.

-“…도망쳐. 도망쳐. 도망가세요!! 지금 당장. 괴물, 괴물…우욱…!”

아마 그게 유언이었다.

─콰직.

무전기 너머로 파육음이 들린다.

콰직.

까드드득.

-“끄아아아악!!”

어딜 어떻게 들어도 끔찍한 예상밖에 가지 않는 소리.

그로테스크한 비명소리가 마치 들으란 듯, 호텔 로비를 울린다.

“히이이이이….”

“지, 진정하세요! 손님 여러분!”

“무슨 일인지 전달해!! 이게 지금…!”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여러분. 차라리 안쪽에 있는 게…!”

가끔, 하나의 소리만으로도 인간은 큰 공포를 느낀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알 수 없는 생물에 대한 혐오감.

호텔의 로비는 그런 것들로 지배되고 있었다.

집단 패닉.

어디로든 도망치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현실은,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끼긱.

드드드득.

호텔 보안팀이 임시로 설치해둔 바리케이트.

물건들을 겹겹 쌓아올린 그 틈으로, 뭔가 몸을 밀어넣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씨, 씨발. 저거 뭐야!!”

거대하고 시커먼 바퀴벌레를 연상케 하는 것.

시민들에겐 알 도리가 없겠지만, 그 정체는 -’도플갱어 기생체’.

쌓아둔 테이블 따위를 비집고 들어오려 하는 모습이었다.

“어, 어떻게든 해 봐! 보안팀. 그래. 뭐든 해 봐! 그게 당신들 일이잖아!!”

어디선가 들려온 독촉에, 무전기를 들고 있던 남자가 삼단봉을 꺼내들었다.

입사하고 난 이후로, 사용할 일 따윈 없을 거라 생각했던 무기.

“이익…!”

마구 내리친다.

그러나 일반인이 휘두르는 공격 따위에 죽을 기생체가 아니다.

“키엑!!”

오히려 사납게 다리를 버둥대는 모습.

“뭐, 뭘 쳐다보고 있어! 다들 공격해!”

“예, 예!!”

건장한 남자가 넷씩 달라붙어도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화만 돋궈 버린 듯했다.

가가가각.

“…뭐야.”

“이게 무슨…소리…?”

기괴한 소리에 안색이 허옇게 질렸다.

“…저거, 설마.”

“─설마. 갉아먹고 있는 거야?”

정확한 눈썰미.

그 말대로, 기생체들이 바리케이트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 눈썰미가 좋은 보안팀의 남자라고 해도 결국에는 현대인.

“씨, 씨발!! 뭐야!”

“…선배님. 이거 느낌이 안 좋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테이블을 갉아먹는 시커먼 부정형의 괴물에 대한 내성은 당연히 존재치 않는다.

심리적으로건, 육체적으로건.

쾅!

바리케이트가 돌파당했다.

콰앙!

“히이이…!”

“도, 도망쳐요!”

“아니, 진정하세요. 오히려…!”

넓어진 틈으로, 기생체들이 하나둘 넘어온다.

그리고 유리문에 몸을 부딪히는 모습.

투명한 유리문이, 기생체와 시민을 분리해 주는 마지막 장벽.

일련의 사태가, 보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듯한 광경.

최소한 아무 일 없이 끝날 리는 없을 게 분명다는 감각.

“이게 뭐야….”

“영화 촬영이지? 영화 촬영이라고 말해!!!”

“꺄아아아악!!!”

콰아앙!!

쨍그랑-!!

“으아아아악!!”

“도망가아아아!!”

풀려난다.

마치 벌레를 잡았던 통의 뚜껑이 열린 것 같다.

사사삭하는 기괴한 소리가───

“꺄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이거 좀 떼어 주세…!!”

사람의 몸 위에서─

꾸물꾸물꾸물꾸물….

“으, 으아아아악!!”

“도망가! 씨발. 다들 도망가라고!!!”

꾸물꾸물….

“욱, 웩…으으으읍!!!”

그때였다.

쐐액-!!!

“키에엑!!”

검은색 물 같은 게, 확 튀어 올랐다.

기생당하려던 여자의 눈에 보인 것은.

검?

꼭 역사책에서나 보던 검.

그 인식과 함께, 그녀의 입을 파고 들던 기생체가, 철퍽 바닥에 떨어졌다.

“…일소하겠습니다. 김볼모 님. 부탁드립니다.”

“네.”

화륵.

불꽃이 피어오른다.

어떤 전조도 없이 공기가 달아올라선─열이 전달되어 온다.

크로스보우는 던졌던 검을 회수하곤 기생당하기 일보직전이던 여자를 안았다.

“꿈입니다.”

“…에?”

“전부 꿈이니까 한숨 주무세요.”

“……네.”

“키에엑!!”

-콰직!!

검은 물이 확, 튀었다.

***

“이상하네요.”

어느새 기생체는 대부분 정리한 상황.

김볼모는 제 오리지날 캐릭터 스킬, ‘초열 일소焦熱一掃’의 반동에 손목을 털며 이응의 말에 대꾸했다.

“어우. 힘드네요. 근데 이상하다뇨?”

“이번엔 기생체의 단계가 올라가질 않았습니다.”

갸우뚱거리는 김볼모과 달리, 단서라와 이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계? 아아. 그렇죠. 그러고보면 사당역에선….”

사당역 맵에선 플레이어가 서로 가까이 있을수록, 기생체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그 당시 크로스보우가 상대했던 것은 무려 ‘4단계 도플갱어 기생체’.

크로스보우가 스타킹을 뒤집어 썼던 임팩트 탓에 보통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을, 이응이 잘 짚어냈던 것.

“이번엔 다섯 명이나 모여 있는데 업그레이드가 되질 않네요.”

“…그러게요.”

“…확실히, 이상…하네요….”

-어우 전투 시원시원하다

-이게 고계급이지

-근데 방금 뭐라했음?

그리고 스트리머들의 고민에 시청자의 신경이 닿았을 때쯤.

“확실히…크보 님. 크보 님은 이상하지 않…? 크보 님?”

김볼모가 크로스보우에게 말을 걸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시즌 4의 최강자. 그것도 균방전의 대가다.

그라면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

그리고, 정답이었다.

“이상할 거 없습니다.”

쌍검을 빙글빙글 돌려 등에 장착한 크로스보우.

날카로운 눈동자엔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어…그 말씀은?”

“다른 곳에 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땐…플레이어가 모여서 4단계 기생체가 되는 게 아니었을 겁니다.”

-띠용?

-그럼 머임??ㄷㄷ

아마 원래 도플갱어 기생체의 힘이 4단계쯤인 거겠지.

게임인 만큼, 오리지날이 조금의 하향을 했던 거겠지.

이제는 알 수 있다.

크로스보우는 시커먼 시야 속에서, 더욱더 불쾌하게 보이는 곳을 바라보았다.

꿈틀.

“기생체들과…저쪽이랑 패스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마 저기가 균열이겠죠.”

“…기분, 나빠.”

“뭐가 느껴지긴 하네요.”

“…세린아. 느껴지니?”

“아뇨…이응 님은?”

“나도 전혀. 하하하.”

-소름돋네

-;;지금 1인칭 보기인 사람?

-먼가 추운데?

단서라와 김볼모, 그리고 몇몇 시청자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

감각이 남들보다 수 배는 예민한 크로스보우에겐 그 어느 때보다 불쾌한 감각이 전달되어 온다.

“서두르죠.”

올오버 플레이 처음으로, 균열이란 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기회다.

크로스보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5분 43초.

충분하다.1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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