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33화 (133/143)

134화 가상현실 (2)[풀다이브가 강제로 종료됩니다.]

[모듈 : 올오버가 종료됩니다.]

[캡슐의 모든 기능이 정지합니다.]

푸쉬익-.

“오빠? 오빠!”

“…크보 님?”

오래된 캡슐의 뚜껑이 열렸다. 바깥에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던 신예지와 채은아.

크로스보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앉았다.

손을 쥐락펴락하는 모습.

“…괜찮아?”

대답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걱정하는 목소리. 그러나 들리지 않았다.

돌연 중지된 방송 송출.

그리고 크로스보우보다 훨씬 일찍 튕겨져 버린 다른 방송인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 오해할 만한 상황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크로스보우 역시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멀쩡해졌군.’

온갖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리가 돌아왔다.

명확한 직관이 되돌아온다. 오리지날을 향하던 의심의 싹이 다시 시들었다.

애초에 채은아가 두 명인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정말 회귀자라는 것을 확신하지 않았던가.

“…방송은?”

“그냥 중지됐어. 시청자들이 난리나긴 했지만…한두 번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커뮤니티를 스윽 보여 주는 예지.

[아니 트리키 뷰 뭔 맨날터지냐?]

-중국산임? ㅈㄴ어이없네

└쉿! 그 말을 해선 안돼

└크보 1인칭 보기 하다가 현실로 튕기면 ㄹㅇ방방뛰다 땅 내려온 거 같음

└방..방? 네다틀

└캬,,,악~~

[??? : 익스~~프로젼~~!!]

-퍼펑

└시청자들 속터지는 소리

└멀쩡한 날이 없음ㄹㅇㅋㅋ

평소랑 같군.

크로스보우는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기기문제로 터졌다고 전달해 줄래? 다른 방송인들한텐 내가 직접 연락할 테니까.”

“알겠어.”

그들의 문답을 빤히 보고 있던 채은아.

그녀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괜찮은 거 맞아요?”

“…괜찮을 겁니다.”

“정말? 확인해 봐도 돼요?”

“뭘 어떻게 확인한다는 겁니까.”

“일단 제 머리채를 잡….”

“그럴 힘은 없군요.”

크로스보우는 대충 말을 받곤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기묘한 감각이었다.

마치 세상이, 균열 속의 세상이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감각.

오리지날을 향해 피어나는 본능적 거부감.

그것은 풀다이브를 해제하자마자 원상태로 돌아왔지만….

‘종말…이라.’

복잡하군.

크로스보우는 캡슐을 다시 바라보았다.

“오빠. 근데 이번에는 방폭에 큰 문제까진 없을 거 같아.”

“응?”

그때 예지가 말했다.

공지를 올리기 위해 들어간 커뮤니티에서, 뭔가 다른 것을 본 듯하다.

그녀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오빠. 이거 봐. 이거 혹시….”

[(속보)미국 캘리포니아에 괴생명체 출현]

[미국에 나타난 괴물…영화 촬영 아니야]

[첨단화 시대에 출현한 괴생명체. 그 정체는?]

뉴스 기사.

그녀가 스마트폰을 내밀고 있는 그 잠시 사이에도 급속도로 댓글이 불어난다.

“…뭐야. 저건 또.”

크로스보우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

“…빌어먹을.”

스펙테이터.

회귀한 채은아는 모자를 꾸욱 눌러쓰며 중얼거렸다.

드드드…

퍼엉!!

묘한 진동이 흐르는 방. 방주인에게끔 본의 아닌 단잠을 자게 만들고 들어앉은 곳.

구석에 놓인 노트북이 인터넷 반응을 마구 수집하고 있었다.

-아ㅋㅋ이건 또 머야

-환생괴물on

-으…모자이크 안된 사진 봤냐? 존나징그러

-응 안믿어~

“이래서야 막는 건 불가능하고….”

-“군은 여전히 긴급상태에 돌입해 있으며…전문가는 괴생명체의 정체에 대해….”

-범인 ‘그 나라’ 아님?

-(삭제된 댓글입니다.)

-ㄹㅇㅋㅋㄹㅇㅋㅋㄹㅇㅋㅋ

-아임그루트

“오리지날은 연락을 안 받고.”

회귀한 채은아는 머리를 벽에 쿵쿵 박으며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삐걱대며 돌아가고 있다.

온갖 연락수단을 모두 사용해봤지만 마찬가지.

“이거 좀 좆됐네.”

저 감염된 괴물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최소한 ‘멸망의 게임’ 두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고나 나타날 만한 괴물.

적어도 이 시점에 나올 만한 괴물이 아니었다. 심지어 저렇게 변해 버린 주제에 여전히 지능을 갖고 있다.

포위당하는 것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이동하려 한다.

여기에 현대화기에 내성을 지닌 특성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일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도저히 예측이 가질 않는다.

“이거고 저거고 똑같이 흘러가는 게 없어. 진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어쩐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그런 성격이었으니까.

“각성구를 써야 하나. 역시….”

각성구.

올오버에 등장하는 아이템의 이름.

다만 현실에 나타난 괴생명체를 보며 할 말은 분명 아닐 터인데.

어째 진지한 표정이었다.

‘혼자서는 버거울 거야.’

적어도 힘을 쓸 수 있는 인원이 한 명 정돈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이리저리 재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마음 같아선 혼자서 어떻게든 해내고 싶지만…상황이 여의치 않다.

“…자격의 방. 애들 잘 있으려나.”

조금 이르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자격의 방 멤버들은 예정된 강자들.

올오버로 단련된 만큼, 제 역할 정돈 해낼 수 있을 터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을 자격의 방 인원 중 한 명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회차는 벌써 시작인가.”

또 끝없는 싸움이다.

***

[system]기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20XX년. 7월.”

[system]135,122개의 기록이 있습니다.

“…최근 10개의 기록 검색. 키워드 ‘올오버’.”

[system]검색 중….

“아니. 아니야…아니야. 검색 중지.”

[system]검색이 중단되었습니다.

뭘 찾아봐야하지.

그녀는 습관적으로 제 과거를 들여다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모든 것은 실패한 기록이잖아.

여기에 이번 회차에 대한 단서는 없어.

“….”

손이, 떨린다.

싸늘한 가상 공간의 온도가 유독 피부에 달라붙는다.

지구의 극지방 지하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그녀의 신체가 담긴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낸 공간.

이곳은 온통 가짜지만, 그녀에겐 진짜인 곳이었다.

올오버의 시스템창만이 무기질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

오리지날은 무릎을 끌어안았다.

“혼자인가.”

언제나와 같네. 그녀는 생각했다.

매번 회귀할 시점이 될 때마다 느껴 왔던 지독한 고독감.

그것이 이번엔 조금 일찍 찾아왔을 뿐이라고.

“…그렇게 쉽게 믿어 줄 리가 없지.”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을 하지 않았던 것 역시 맞지 않은가.

갑자기 게임 스트리머한테, 세계가, 멸망할거니 도와달라니.

그녀 스스로가 봐도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린지…부정할 수가 없었다.

오리지날은 크로스보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미 정신체로서 이 게임과 동화되어 있는 그녀에게, 그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기록된 영상을 다시 되돌린다.

“…크로스보우.”

가짜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인 홀로그램이 그녀의 눈앞에 떠올랐다.

[애초에, 가상현실이란 뭐지?]

홀로그램 속 크로스보우가 물었다.

아주 간단한 질문.

그러나, 그 질문 속에 담긴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으니까.

[…그것도 몰라? 가상현실이란, BCI기술로 대변되는….]

[뇌-인터페이스 기술이라면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기술력으론 증강현실 정도가 한계라는 것도.]

[…기술이란 발전하는 거야. 크로스보우. 새삼스럽지만 다시 밝히지. 난 회귀자야. 미래의 기술 정돈 얼마든지….]

[거짓말이군.]

“…윽.”

공허한 아픔.

오리지날은 눈을 감은 채 홀로그램의 소리만을 들었다.

영상 속 크로스보우는 덤덤히 말하고 있었다. 마치, 아주 단순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듯한 말투로.

[너는 미래를 경험한 적이 없다. 오리지날. 네가 경험한 것은 길어야 5년 후까지야. 그것도, 종말로 엉망이 되는 세계에 대한 경험이지.]

[….]

[그게 아니라면 혹시 멸망의 기록은 거짓인가?]

[…아니, 아니야.]

그녀의 능력, ‘복제’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 복제.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복사해 내는 것.

설령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도,

플레이어가 제작하는 캐릭터에 탑재되는 모든 능력에 원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복제한다고 해서, 그것이 돌연 가상현실이 되진 않아. 실체를 복제하면 또 다른 실체를 갖고 있게 될 터. 가상으로 이뤄진 공간은 아니다.]

홀로그램 속 크로스보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랬다.

그가 짚고 있는 것은 어쩌면, 오리지날이 가장 말하기 꺼려하던 사실.

고작해야 능력의 정체가 까발려진 것 하나로 도달했다고 하기엔, 말도 안 되는 직관력.

아마 크로스보우 스스로 여러 동력動力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여기서 이렇게 한번 말해 보지. 오리지날.]

“…미안해. 크로스보우.”

오리지날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영상이 멈추는 일은 없다.

[…‘올오버’의 원본은 무엇이지?]

정적이 흘렀다.

홀로그램이건, 그걸 듣고 있는 현실의 오리지날이건.

“…나도, 이게 최선이었어.”

그녀는 자신의 중얼거림이 뇌를 웅웅 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어슴푸레 하며─

“…최선이었다고.”

매번 트라우마를 겪는 자신을 보는 것도, 햇살 한번 받아 보지 못하고 남극의 지하에 처박히는 신세도, 사소한 변수에 벌벌 떨어야 하는 마음도 끔찍하다.

언제나 멸망의 게임은 잔혹하게 자신의 팀을 무너뜨렸고, 죄책감은 쌓이고 쌓여 감정을 마모시켰다.

오리지날은 어느새 고개를 쳐박고 울고 있었다.

그냥 다 포기해 버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삐이이익!!!!

[기지 내 침입자 발생.]

시야가 온통 벌겋게 변한다.

“…누구…?”

[코드 : 레드]

[기지 내 침입자 발생.]

경고 메시지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그 시각 크로스보우.

그는 하릴없이 밥이나 퍼먹고 있었다.

방송도 터진 참이겠다. 다른 스트리머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오늘은 쉬려는 셈이었던 것.

[이세린 발신]

<별일은 없으신거죠? 고생하셨어요~>

<걱정하는 찹쌀떡 이모티콘>

[이응이여섯개 발신]

<뭘요 덕분에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아이튜브 소재가 생겨서 저는 오히려 고맙습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단서라 발신]

<다음에 또 하면 되죠.>

“볼모님은?”

“방송 중이시라 그냥 후원하고 왔지.”

“후원이 최고긴 해.”

크로스보우 잘못은 아니었던 터라 시청자들의 수긍 역시 빨랐다.

“그나저나 저거…큰일이지?”

“리얼 큰일인 듯.”

캘리포니아에서 날뛰는 괴물을 보고 한 말이었다.

식탁의 가운데에 태블릿을 놓고, 셋이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던 것.

“뭔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도와줘.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동안 사람들 다 죽겠다.”

크로스보우는 채은아의 말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을 하고 시청자를 모으면서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모습을 암묵적으로 기대받던 터라 말을 아꼈지만, 그의 생각 역시 비슷했던 것.

세상이 멸망하면 안 되지 않나? 싶지만, 저기까지 달려가서 도와줘야 할 느낌까진 받지 못하는 소시민적인 감각.

결국 사람이란, 자신과 제 주변의 신변이 더 중요한 법이다.

“겜돌이가 가서 할 건 없겠지. 군인들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

“그래도 크보 님이라면 뭔가 다를지도?”

“뭐가 달라요.”

은아의 말에 또다시 대충 대답한 크로스보우.

“제가 인정한 크보 님이라면 다르죠. 그렇게 커다란 걸로 격렬하게….”

“으, 은아야!”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저기서도 뭐.”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는 채은아의 모습에 크로스보우는 픽 웃고 말았다.

“그래도…정말 오긴 하나 보네요.”

“…그러게. 운석도 자꾸 떨어지고, 동물들도 도망가고…댐은 무너지려고 하고….”

“전혀 연관없지 않아?”

그래도 슬슬, 재난 시를 대비한 물품을 쟁여놓는 게 좋겠다.

오리지날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곤 생각하지만, 준비해 놓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크로스보우는 방송이 다시 흥하고 제대로 돈을 써 본 적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같이 외출 좀 하죠.”1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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