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38화 (138/143)

139화 이 몸 등장 (4)게임이 현실이 된다.

많은 게이머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일.

명백한 우스갯소리다.

일어날 리 없는 일. 즐거운 상상 정도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이야기.

게임처럼 현실이 변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세상은 조금 더 현실적인 이유가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사, 경제부터 세계를 강타하는 전염병까지.

느끼기에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들이 보통 세상을 바꿔 왔다.

그래서일까.

어제 낮. 난데없이 나타난 시야의 문구를 향한 반응은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상 태 창 킷따아아아아!!!!]

-엄마아빠 이제 효도할게요!!

└ㄹㅇㅋㅋㄹㅇㅋㅋㄹㅇㅋㅋ

└??조헌병 도졋냐?

[아니 닥치고 상태창이든 스테이터스든 병태창이든 아무거나 말해보라고]

-존나 못믿네 ㄹㅇㅋㅋ 지들도 봤을텐데

└본인 쳐자느라 못봣는데 뭘 봤다는 거임?

└오후 2시에 왜 자!!

└그때 아님 언제잠ㅋㅋ

└붕 태 창

[야 개념글 ㄹㅇ인데?; 나만 보이는거 아니지?](삭제된 게시글입니다.)

-뭐냐??

└오 뭔데 말해바 난 안보임

└각성능력? 그거랑 총합 랭크 같은 거 뜨는데?

└그니까 그게 뭐냐고ㅋㅋ

└마나 베이스에 능력치 총합 E랭크 야발년아ㅎ스킬은 일단 강화라고 되어있음

└ㅇㅎ 고맙다 병신아ㅋㅋ

└? 이런 씨발새끼가(삭제된 댓글입니다.)

[야 이거 스킬 진짜 써지는거냐?]

-썻더니 손발이 나오고 눈물이 벌벌떨림ㅠㅠ

└손발이 왜 나와 뭔 아수라임?

└ㄹㅇ근데 손 하나 생김 어떡하지

└해피타임 하러가

└오

└오는 ㅅㅂㅋㅋ

세상이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픽션에서나 나올 만한 일이 현실에 일어난 것이다.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불가사의한 현상.

그것은 곧, 거대한 트렌드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정체불명의 창에 섣불리 손대지 말라는 당부를….”

-“WHO가 환각증상을 모두가 공유했다는 사실에서, 이번 사태가 심각한 질병을….”

-“미 대통령은 ‘스테이터스’는 정치적인 것이라 발언해….”

동시에, 지도층에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슈였던 모양일까. 혹은 이번 사태도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을거라 믿는 탓일까.

뉴스는 연일 헛소리를 이어나갔다.

공중파와 커뮤니티의 반응이, 그야말로 대척점에 있는 모습.

[아ㅋㅋ혁명 마렵네]

-스탈린 뭐하냐고!! 빨리 뭐든 재분배하라고!

└대신 상태창을 드렷습니다

└테드창

[근데 스킬은 안써지고 힘만 빠지면 뭐냐?]

-존나 피곤해지고 힘 안들어감ㅠ

└스킬 코스트 부족해서 그런거 아님??

└일리있누

[근데 레벨업 어떻게 함?]

-설마 살인같은 건 아니겠지?

└살인이면 크붕이가 어쩌게ㅋㅋ

└너 죽일거임ㅎㅎ 내스킬 사실 해킹살해임

└ㄹㅇ?

└구라지병신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정부기관 등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수용이 느렸으니까.

심지어는 초자연적인 현상.

수용이 더욱 느릴 수밖에 없다.

다만, 대부분의 인류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존재했다.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의 의견과는 다르게.

[system]게임에서 패배했습니다.[system]세계의 문이 조금 열렸습니다.

향후 일어날 현실을 게임에 옮겨둔 거라는 사실을.

[system]남은 도전 횟수는 2번입니다.

“그러니까 조졌다 이 말이군.”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번 회차를 틀어막으면 돼. 어떻게든.”

다시 한국.

오리지날의 눈이 벌개져있었다.

“가능해. 크로스보우. 너라면…! 어떻게든 다음 회차로 가면…!”

“글쎄.”

멸망의 게임.

3번의 시도 중 1번이 소모되었다.

시도할 수 있는 ‘열쇠’는 적으로 돌아선 오드맨의 손에 있다.

다음 시도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한 달.

그러니까….

“한 달 안에 열쇠를 되찾아 오라는 거 아니야.”

“….”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팀 트롤까지 옮겨 오면 어쩌자는 거야.

크로스보우는 푸짐한 아군의 똥에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대비를 해 놓는 게 좋겠군.’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이 모든 것은 물론, 크로스보우가 미국에 나타난 괴생명체를 처치하고 난 후의 일이다.

***

다시 시간을 돌려 상태창이 나타난 날.

크로스보우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이웨이에서 사투를 끝마친 직후.

그는 회귀 버전의 은아와 함께 괴물의 사체를 살피고 있었다.

“이건…아무리 봐도 ‘그림자 찌꺼기’인데.”

“그림자 찌꺼기?”

“응. 도플갱어 기생체는 본 적 있지?”

게임에서 본 것도 본 적 있다고 해야 하나?

“기생체들 말고, 도플갱어라는 종족이 있어. 이건 그들이 의태하고 변이하면서 쌓아온 괴물인자야.”

“과연. 그게 거기서 나왔단 말은?”

“…도플갱어 놈들이 종말을 앞당기려는 거지. 그리고, 아마….”

오드맨이 배신했다.

관찰자로 오랜 기간 살아온 그녀의 결론이었다.

“…이번 오드맨의 성격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이건 곤란한데.”

같은 몸을 가지고 회귀를 거듭하는 오리지날과 채은아와는 다르게, 매 회귀때마다 기억만을 주입시키고 자결하도록 되어 있는 오드맨.

그래서일까. 그는 오리지날처럼 마모되진 않지만 가끔 돌발행동을….

“틀렸군. 오드맨인지 제임슨지 하는 그 작자는 매번 같은 인간이다.”

“…뭐? 크로스보우. 너 그 말은…?”

크로스보우는 채은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눈동자에, 채은아는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자기 자신을 죽이고….”

“그래.”

“…근데 내 니삭스 뒤집어쓰고 그런 표정 짓지 말아 줄래…? 진짜 변태같애….”

“천하의 채은아 입에서 변태라는 소리가 나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군.”

근데 왜 반말이지. 아니, 해도 상관은 없는데-

은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때였다.

투두두두-하는 소리가 상공을 울렸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거기 두 명.]

헬기다.

블랙호크.

크로스보우는 한눈에 그것이 군용헬기임을 알아보곤, 채은아를 잡아당겼다.

[귀관들의 영웅적 행동에 존경을 표한다. 그런데 정말 유감이지만 혹시 양손을 위로 올려 줄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해 봐. 여길 벗어나야 한다.”

“으음…가까이서 보니까 더 변태같네. 근데 어쩌지. 지금은 정수가 떨….”

채은아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하던 순간.

[system]‘단초’가 시작됩니다.

바로 그때였다.

“…이제 가능할 거 같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리고 우린 좆됐지. 개 같은 거.”

“악질쉑. 빨리 텔포나 쓰셈.”

“…으으.”

상태창의 등장과 함께, 약간의 힘을 회복한 스펙테이터.

그녀의 장거리 순간이동 주문이 빛을 뿌렸다.

“이건 챙겨야지.”

“…크로스, 보우….”

크로스보우는 목숨이 끊어져 가는 붉은 검신이 뱉어낸 것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 잠…!]

홀연히 나타나 미국의 참상을 막아 낸 복면 남자의 마지막 인사였다.

***

그리하여 오리지날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크로스보우가 챙겨온 것에 대한 설명과, 스펙테이터에게 지금까지의 보고를 듣자마자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해냈다.

“대책이 있나?”

“…내가 현실에 간섭하기 위해선, 크로스보우. 올오버의 가동을 모두 멈춰야 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건가? 굳이 올오버를 고집하는 이유는 뭐지?”

“…이, 이번 회차만 어떻게든 넘기면…!”

오리지날은 머리를 짚은 채 말했다.

육체와 떨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정신체도 두통을 느끼는 걸까.

“내게 다음 회차는 없어. 오리지날.”

크로스보우가 픽, 웃고는 말했다.

“너한테는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

그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그리고 오리지날이 그 말에 어떤 감정을 느낀 걸까.

그녀는 체념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이 지난 날 저질렀던 과오에 대한 고백을.

***

[혼란스러운 와중에 미국 정리됨.news]

-링크

-복면 쓴 남자랑 여자가 나타나서 상황 정리했대

└저거 크보아님?

└어케 잡았누?

[갤주(크로스보우) 미국에 소환되는 클립.킹리적갓심]

-[Tricky view clip]

-ㄹㅇ뭔가 수상하다…냄새가 난다

└좀 씻으셈

└나쁜말하지마

└근데 ㄹㅇ 좀 수상하긴 한게…크보님 상태창 선각성한 거 아님?

└우리보다 상태창 먼저 각성했다고?

└ㅇㅇ 생각해보면 일반인이 그런 퍼포먼스를 어케 보여줌

└뭔가 능력으로 게임한거임? 그럼?

└일리있누

[CMN 기자가 밝힌 정의의 스타킹맨ㅋㅋㅋ]

-이쉑이거ㅋㅋ사당역맵에서 스타킹 뒤집어 쓴 거랑 똑같은데???

└ㅋㅋㅋㅋ똥의호흡 ㅇㅈㄹ했던 거 생각해보면 ㄹㅇ크보아니냐?

└아ㅋㅋ크가놈 미국에서 뭐하냐고~ 방송 키라고!!!!

└“I CANT BREATHE”

“이거 큰일이네.”

커뮤니티, ‘크로스보우 갤러리’를 보던 프로게이머, 카운터.

그는 침음성을 삼키며 개념글을 둘러보고 있었다.

‘상태창으로 1등 먹으면 문제가 되냐 아니냐…크보놈은 뭐하는 거냐…역시 반응이 별로 좋지가 않네.’

크로스보우의 충성스러운 팬을 자처하는 그에게 있어, 크로스보우의 퍼포먼스가 지금 벌어진 현상-상태창에 기인한 것이라는 소리가 영 불편했던 것이다.

스테이터스가 눈에 보이고 단 하루.

세상은 생각보다 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건, 프로게이머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아무리 봐도 올오버 느낌인데?”

“나는 내가 디자인한 캐릭터 스킬이 나왔다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거 같다…일단 기반 에너지가 똑같아.”

프로게이머 숙소.

가상현실게임, 올오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

선수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내려진 결론은 이것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이건 올오버와 연관된 현상이라고.

“형. 블래드 형. 형은 어떻게 생각해?”

“뭐가.”

“이거. 크보형이 상태창 때문에 그렇게 잘했다는 말.”

“…뭐? 그런 말을 하는 머저리들이 있어?”

조금 귀가 팔랑거렸던 카운터와 달리, 오히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블래드.

“아니. 나도 크보형이 나쁜 짓을 했다는 건 아니고….”

“장담하건데 스테이터슨지 뭔지 그 형한테도 안 보였을 거야.”

“그래?”

카운터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 자존심 쎄던 정통 미드라이너는 어디로 가고, 남은 건 어째 열성 크로스보우팬이었던 것이다.

반면.

“하!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럼 그렇지! 나쁜 녀석! 날 그렇게 갖고 놀고…!”

이 방 안에서 유일한 여성 프로게이머, 슈미츠는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태클을 걸 구석이 너무나도 많아서 오히려 주변 사람을 포기하게끔 하는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다.

그래도 슈미츠도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모양인지, 자세히 보면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연락도 안 되는데.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세상이 크게 변하려는 때에, 정신적 지주라 해도 좋은 이의 연락두절.

카운터는 다시 한번 걱정을 입에 담았다.

그때였다.

지이잉-.

돌연, 카운터의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지잉-

띠링-

“음?”

“뭐야!”

거의 동시에 블래드와 슈미츠의 스마트폰도 울렸다.

그러나 카운터는 그 기막힌 타이밍에 대해 말할 새도 없이─말을 잊었다.

“…크보형!!!!”

[크보형 발신]

<혹시 오늘 부산갈 수 있어? 광안리 해수욕장.>

기다리던 크로스보우의 메시지였다.1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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