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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39화 (139/143)

140화 이 몸 등장 (5)크로스보우와 팀 TK의 관계는 생각보다 썩 괜찮은 것이었던 모양이었다.

대뜸 부산을 가자고 한 말에도, 팀의 프론트를 잠깐 거치는가 싶더니 바로 오케이가 난 것이다.

호출한 상대가 그 크로스보우니, 팀 차원의 홍보든 선수 발전이든 뭔가 얻어 올 거라 판단한 걸까.

‘방송인인 게 이럴 땐 편하단 말이지.’

크로스보우는 생각보다 단축시킨 시간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어쭙잖은 이름으로는 될 리가 없는, 크로스보우라는 다섯 글자 덕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당장 그 특별한 점에 기뻐할 시간은 없었다.

─언제 광안대교가 무너질지 몰라.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 사건이 바로 첫 스타트를 끊는다는 점이지.

‘균열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은 내년 여름부터 아니었던가?’

─…맞아. 본래라면, 말이지. 그런데 이미 앞당겨졌어. 이렇게 된 적은 처음이라….

그는 오리지날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돌연 멸망의 게임이 시도되었다. 그 탓에, 부산에서 일어날 대참사 역시 시기가 뒤틀렸다는 말.

‘하아.’

사람이 죽는다는데,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정말로 향후 종말 비스무리한 게 일어난다면─…

미리 그 실체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

드르륵-.

그렇게 TK의 전용차량. 크로스보우는 모자를 눌러쓴 채로 뒷문을 열어 제꼈다.

오랜만에 보는 면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TK의 간판이자, 크로스보우 이전 세대에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던 블래드.

어린 나이와 굉장한 노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팀의 탑라이너, 카운터.

그리고….

“왜, 왜! 뭐가…!”

“질리지도 않나….”

“지, 질리거든? 질리거든요?”

어처구니가 없어서인지 속마음이 말로 나와 버렸다. 크로스보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슈미츠를 바라보았다.

“그쪽은 안 불렀는데.”

“…!”

크로스보우가 요청한 것은 합을 맞춰본 이들 중에서도 실력이 출중한 블래드와 카운터. 슈미츠까지 요청한 적은 없었다.

“나, 나도 그냥 배웅 나온 거거든요? 같이 갈 생각은 없는데?!”

“?”

그러자 의아한 표정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는 카운터. 평상시에 그녀가 얼마나 크로스보우를 찾아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도저히 말도 안되는 변명이었다.

“야. 너 뭐라는 거야. 니가 먼저….”

“서, 설마 벌써 올 줄은 몰랐네! 그럼 난 갈 테니까 알아서들 하….”

‘드디어 미친 건가?’

크로스보우는 또다시 입으로 튀어나올 뻔한 마음을 삼켰다.

“형. 감독님이 따라가는 게 어떻냐고 했어요. 이래 봬도 프로게이머긴 한데…짐은 안 되지 않을까요?”

“그, 그래. 프론트! 팀 프론트에서 가라고 해서 온 거거든요?”

방금 막 만들어 낸 것 같은 변명은 관심 없다. 크로스보우는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좋아.”

오히려 썩 괜찮다.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관심 끌 요소가 필요했는데.”

‘금발 머리에 미형의 외국 여자’. 멀리서도 단번에 이목을 모을 만한 외모.

목적지와 크로스보우가 하려는 짓을 생각해 봤을 때, 이보다 괜찮은 조건은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어, 어?”

“같이 가죠. 필요할 거 같으니까.”

“….”

‘…내가 필요하다고?’

묘한 표정을 짓는 슈미츠.

크로스보우는 아랑곳 않고 차량의 문을 드르륵 닫아 버렸다.

부산까지 바쁘게 달리면 대략 3시간.

그는 미리 출발한 이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두 명의 채은아와 신예지까지.

같은 외모의 둘이 만났을 때, 서로를 향한 오묘한 표정은 처음 보는 이상한 것이었지만…신예지가 함께 출발했으니 잘 조율해 줄 것이다.

항상 크로스보우의 옆에서 방송을 돕던 그녀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믿을 만하다.

“후.”

차가 출발한다.

그제야 현실감이 차올랐다.

긴장되는군.

게임과는 다르다.

모든 것이.

“조금만 서둘러 주세요. 기사님”

그 말에 운전기사가 엄지를 척, 세워 보였다.

***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45분 걸렸다.

물론 시내구간은 포함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말도 안 되는 도착시간.

“우욱…웨에에엑….”

KTX나 가능한 시간대에 슈미츠가 신명나게 감탄했다.

대체 어떤 주행을 한 건지 슈미츠가 직접 몸으로 증명해 주는 모습에. 크로스보우는 다음엔 많이 서둘러 달라고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으…죽을 거 같아…이, 이게 K-드라이빙?”

신박한 헛소리.

“그렇다면 슈미츠 씨는 E-방출이겠군요.”

“방출? 우웁. 아. 전에 있던 팀에서? 무슨 소리야…요. 나는 내 말로 나온 건데.”

“아니. 볼 때마다 항상 뭔가를 체외로 방출하길래.”

“!!! 다, 당신…! 그게 무슨…우욱…!”

“오우. 히드라인가?”

놀리는 보람이 있는 반응.

크로스보우는 대충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다른 이들의 안색을 살폈다. 긴장을 조금 풀라는 뜻이었는데, 다들 경직된 것은 여전했다.

‘…괜찮겠지.’

그래도 예상보다 이른 도착.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할 터다.

“…그래서 형. 피곤해 보여서 못 물어봤는데 부산에는 왜 오자고 한 거야?”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크로스보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설명을 시작하려고 입을 열었다.

설명이 필요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일찍 온 줄 알았더니, 사실 제시간에 도착한 거였나.

그리고 돌연 침묵을 지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는 카운터와 슈미츠.

“형?”

“뭐야. 왜 먼 산이나 바라보고 있…?”

슈미츠의 말대로, 저 멀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크로스보우.

그 모습에서 뭔가 불안함을 느낀 것일까.

블래드가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곤─크로스보우의 시선을 따라갔다.

“…!!”

하늘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어?”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거.”

“설마. 말도 안 돼.”

균열이, 익숙한 다리 위의 상공에 형성되려는 모습.

“…광안대교?”

그 순간.

거리의 모두가 순간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 듯 보였다.

“정신 차리세요.”

균열방어전.

크로스보우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던 계기.

그것이 곧, 현실에 재현되려 하고 있었다.

“게임이 아닙니다.”

***

크로스보우는 들고 온 가방을 뒤져서, 나온 것을 하나씩 그들의 손에 들려 주었다.

“혀, 형…?”

“아, 아하…끝까지 벤다 티비 프로그램이야? 한국에서 한다는 소린 못 들어봤는데. 그런 거지?”

그들이 건네받은 것은 누가 봐도─ 도검소지 허가증이 필요할 거 같은 길이의 검.

크로스보우는 씨익 웃으며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카운터, 슈미츠. 이번엔 너희가 크로스보우다. 알겠지?”

“그게 뭔 소리…!”

해변가를 맡기겠단 말이었다.

마치, 균방전에서의 크로스보우처럼.

크로스보우는 씨익 웃으며 그들을 밀어 내리도록 했다.

드넓은 해변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에 감탄할 새도 없다.

이곳을 전부 커버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아연해질 뿐.

“자, 잠깐만!! 거짓말이지? 몰카지?”

“유감스럽게도 아니랍니다.”

슈미츠가 잠시 엉겼지만, 그녀의 투정을 받아 주고 있을 시간은 없다.

크로스보우는 문을 닫아 버리고 말했다.

“기사님. 다리로 가시죠. 저기 보이는 데로요.”

“하하. 좋죠. 제가 사실 부산 출신입니다.”

말투가 안 그래 보이는데-라고 말하려던 순간.

“제가 붓싼 넘버 쓰리입니다. 원이랑 투는 이미 뒈져 버렸거든요.”

어디선가 들어본 유머와 함께, 정신을 차리니 그들은 다리의 입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우우웅──.

“…그렇구나. 형님. 알 거 같네요.”

가만히 상황을 보던 블래드의 말이었다.

기묘한 울림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나팔소리처럼 들려온다.

알 수 없는 힘의 파동이 가슴께를 울렸다.

“균열방어전이…이런 거였구나.”

“앞으로 끔찍해질 거야. 잘은 모르지만.”

크로스보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무기를 점검했다.

상황은 게임 속에서보다 더 나쁘다.

챙겨온 날붙이는 고작해야 3개. 그중 두 개는 슈미츠와 카운터에게 줬다.

나머지 하나는 블래드에게 줘야겠지.

그렇게 되면 크로스보우에겐 맨손뿐.

‘좋지 않군.’

본래라면 먼저 출발했던 세 명의 여자와 합류하고-대비해두었던 무기를 얻었어야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가능한 것은 고작해야 메시지를 남기는 게 전부였다. 이 일대의 모든 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전화를 시도해도 신호음이 도통 가질 않았던 것이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게임 속에서도 힘들었던 일을 하라니.

누군가 들었다면 ‘그냥 죽으라는 소리 아니야?’ 정도의 말을 했겠지.

목숨을 거는 행위. 자살이나 다름없는 짓.

진성 겜돌이한테는 어울리지도 않는 짓이다.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피식 웃으며 주먹을 틀어쥐었다.

행동원리는 간단.

막지 못하면 결국 자신과 자신의 주변이 위험해진다는 것.

그것은 스트리머로서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흥미가 떨어져서 방송을 보지 않으면 모를까, 신변에 문제가 생겨서 이탈하게 되는 것은 그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웅─.

불길한 울림을 배경음 삼아 크로스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뒷전으로 제쳐 놓고─그를 움직이는 원동력.

‘후우.’

위기를 마주하고 나서야 제대로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무뎌졌던, 리스크를 짊어지는 감각이 온몸을 일깨우고 있었다.

크로스보우는 시야가 회색으로 변했다가-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몇 번이고 느끼며 미소 지었다.

“온다.”

“…네.”

드르륵-.

시스템 창도, 시청자들도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 하드 게이머로서의 크로스보우가 등장했다.

“저게 뭐야?”

“이, 일식인가?”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말들이, 옆에 있는 차량에서 들려왔다.

그 순간.

우웅─.

균열이 열렸다.

“────저쪽이다!! 달려!!!!!!!!”

쾅!

쿵!

어느새 복면을 뒤집어 쓴 크로스보우가, 정체 중인 차량들 위로 도약했다.

균열방어전 광안대교 맵.

그 첫 번째 희생자가 출현하는 이벤트.

먼저 상공에 펼쳐진 균열이 급격하게 하강하고-.

슈우우욱!!

하늘에서 괴물이 떨어진다.

그것이 어느 차량에 부딪히며, 내부의 운전자를 처참히 뭉개고 마는 사건.

단순히 게임 속에서 존재했던 NPC가 사망하는 사건임에도,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그것.

그것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크에에에엑!!!”

‘…멀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저 멀리 보이는 낙하.

다만 크로스보우.

“블래드! 방금 준 칼 좀 빌려 줄래?”

“여기요!”

뒤따라오는 블래드가 솜씨 좋게 던진 검을 공중에서, 휘릭 잡아들었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그 찰나.

극도의 집중 상태에 빠져든다.

“형!! 이대로면 늦을 거 같…!”

“흡!”

쐐애애애애애액──!!!!

투척.

순식간에 모여든 에너지.

그중에서도 붉은색 오러가 잔뜩 넘실대는 칼이─…

퍼억!!!

“크우에에엑!!”

낙하하던 오크의 미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무슨 힘이.”

그 광경. 그 순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다리에 존재하는 이들이 모두, 한 명의 인물을 떠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도 몇 번이나 커뮤니티를 떠도는 짤방.

유명한 장면이었다.

“…크로스보우?”

“뭐야. 이거.”

“광안대교…오크…이거. 이거!!!”

“…똑같은데?”

전방의 운전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창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는 모습.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엔, 복면을 쓴 남자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1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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