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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10화 (10/149)

위기는 기회로 (3)

아줌마도 김앤박을 들어는 봤는지, 낯빛이 완전 사색이 됐다.

박칠우는 진상 아줌마를 무거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사안을 보니까 심신미약으로 빠져나갈 생각인가 본데,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요. 내가 서울지검에 말해서 단단히 기소하라고 말해 놓을 거니까. 아직은 정의로운 검사님들이 천지 삐까리 거든. 변호사는 개인으로 찾아보는 게 좋을 거고. 로펌은 내가 나선 이상 아무도 안 맡을 테요. 아! 전관예우도 기대하지 마쇼. 안 통할 거요.”

“이, 이이익! 아저씨 수임료 얼마에요? 나 돈 많아요! 내가 두 배 줄 테니까 여기서 손 떼요! 아니, 내 변호 좀 맡아줘요!”

“허허, 비싼 몸인데 두 배를 주시겠다? 그럴 돈이나 있을지 모르겠고, 우리는 돈 많다고 아무나 변호 안 해. 대기업 회장님이라도 가려 받거든. 특히, 당신 같은 악질 범죄자들은 더더욱 안 받지.”

“뭐? 악질 범죄자?”

벌떡-!

열 받은 아주머니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지매!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앉아요! 수갑 채우기 전에.”

강 형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윽박질렀다.

아주머니는 수갑 얘기가 나오자, 부들부들거리며 다시 앉아야만 했다.

“집행유예는 바라지도 마쇼. 일반건조물 방화는 중범죄라 꽤 오래 살 거니까 맘 단단히 먹어야 할 거요. 허허, 방화죄는 구속수사도 가능하다는 것도 참고하고. 개인적인 범법 행위까지 도매로 넘어갈 거니까, 벌금도 많이 준비해 두시고.”

“으으윽! 내, 내가 당하고 있을 줄만 알아? 나 친한 기자 많아!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면, 김앤박이라도 욕 진탕 먹을 거야!”

“약자? 정직하게 장사하는 우리 안 사장님이 약자지, 불법으로 덩치만 불린 아줌마가 무슨 약자요? 백날 기자한테 부탁해보쇼. 기사 한 줄이라도 써주나. 오히려 좋다고, 불법 노점 까는 기사만 잔뜩 올라올 게 뻔하지. 반성하고 합의 보려는 노력이나 해야 겨우 감형될 건데, 저리 멍청해서야 쯧쯧.”

“이이익!!!”

아줌마는 분에 못 이겨 발을 동동 굴렀다. 공범인 아저씨도 엄청나게 불안한지 손톱을 입으로 물어뜯고 있었다.

“그럼, 강 형사님 철저한 수사 후에 검찰로 넘겨주십시오.”

“하하하, 걱정 붙들어 매십쇼! 저 형사 짬밥 12년 찹니다.”

강 형사가 자신의 가슴을 쿵쿵 때리며 장담했다.

이제, 법꾸라지도 사라졌겠다. 아주 신명 나게 조질 수 있다.

강 형사의 입가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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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정말 감사드립니다. 식사라도 만들어 대접하고 싶은데··· 포차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네요······.”

밖으로 나온 왕호는, 박칠우에게 뭐라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몰랐다.

“하, 자주 가던 단골 포차가 사라져서 제가 다 아쉽습니다. 허허, 피해보상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민사는 100% 이길 겁니다. 형사처벌도 아마 정상참작은 안 될 겁니다. 저런 사람들은 콩밥 맛 좀 봐야 정신을 차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은혜랄게 있나요? 승소하면 저도 수임료 받을 건데. 돈 받고 일하는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마십쇼. 다만, 법적 절차라는 게 있어 보상금 나오려면 꽤 걸릴 겁니다. 그동안 장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다행히 화재보험 들어놓은 게 있거든요. 장사 밑천은 아마 나올 거예요. 근데··· 제가 다시 포차를 시작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네요. 이번엔 칠우 아저씨같이 좋은 분을 만나게되서 어찌 해결됐지만, 다음에도 그러라는 법이 또 있나요······.”

“허허, 안 사장님은 아직 젊지 않습니까. 제가 누차 말하는 거지만, 안 사장님처럼 좋은 사장님에 미친 요리실력이면 어떤 식당을 하던 북적북적할 겁니다. 게다가 안사장님은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죠. 다음에는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 사장님을 도울 겁니다. 중요한 건 용기를 잃지 말라는 겁니다. 여기서 주저 앉게 되면, 저 범죄자들에게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세상에는 저런 악질들만 있는 게 아니라, 안 사장님처럼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항상 힘내십시오!”

“정말 고맙습니다! 아저씨께서 어떻게 이 분야의 최고가 되셨는지 알 것 같네요.”

감동이다.

왕호는 환하게 웃으며 양손으로 아저씨의 손을 꼭 쥐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좋게 해결돼서 다행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 않나.

“하하, 안 사장님 장사 다시 시작하시면 다시 연락 주십쇼! 근처면 기꺼이 단골 될 거고, 멀어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알려드릴 테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자주 연락드릴게요!”

꾸벅-

왕호는 고개를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보험금은 꽤 빨리 나왔다. 왕호의 과실이 아예 없는 것이 확실했기에, 보험회사도 딱히 딴지를 걸지 못했다. 경찰 측에서도 보험회사에 무척이나 협조를 잘 해주었다. 아마, 김앤박이 엮였기에 일 처리가 빠릿빠릿한 듯싶었다.

포차의 규모가 작았던 만큼, 보험금이 그리 많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보험을 들어놨던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이것도 다 정상적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정직하게 장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법 포차였으면, 보험도 못 들었다.

‘이 금액이면, 다시 포차 정도로 시작해야 되네······.’

왕호가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고 고민에 잠겼다.

예전 그 자리에 다시 포차를 차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면, 단골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예전처럼 기쁜 마음으로 요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람들을 의심하고, 불안에 떨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났다.

요리는 요리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면, 예전 같은 맛은 결코 나오지 않을 거다. 손님들에 대한 명백한 실례다.

게다가 한 번 불탄 포차에 사람들이 오려고 할까? 아무리 왕호의 잘못이 아니더라고, 편견의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한 번 화재가 발생한 식당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다.

차라리 자리를 옮겨?

SNS 입소문으로 크게 손님이 늘었다. 젊은이들이 많다는 마포 쪽에 포차를 차리면, 다시 흥할지도 모른다.

절레절레-

왕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질은 위치가 아닌 마음가짐의 극복에 달려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무척이나 심란해진다.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왕호는 상태창을 열었다.

꿈에 그리던 각성자가 됐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 때문일까? 상태창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안해진다.

[안왕호 Lv. 14]

[클래스 – 힐링 요리사]

[체력 : 760/760 마나 : 630/630]

[힘:19 민첩:23 지구력:22 지력:12 맷집:24 손재주:25 미식:10]

[보유 스킬 : 감정, 러닝, 초급 요리, 절대미각, 절대후각, 중급 썰기, 중급 으깨기, 중급 다지기]

처음 이 상태창을 확인했을 때보단, 확연히 발전한 수치다.

지금 왕호는 육체적인 스탯이 레벨에 비해 상당히 뛰어난 상태다. 매일매일 훈련을 빼먹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왕호에겐 요리가 훈련이나 마찬가지다. 유니크한 클래스 때문에,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레벨과 스탯이 오른다.

다른 클래스는 혼자서 성장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레이드를 뛰어야지만 경험치를 크게 얻어 성장한다.

어찌 보면, 위험한 곳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를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력은 그렇다 쳐도, 미식 스탯이 상당히 낮네······.’

미식 스탯은 절대미각에 영향을 준다. 힘이나 민첩보다는 미식 스탯이 왕호에겐 더 절실하다.

‘좋은 음식을 많이 접해봐야 하나?’

아무래도 이게 맞는 것 같다. 각성하고 나서, 매번 스스로 만든 음식만을 먹었다. 한 번쯤 외식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절대미각 스킬이 생겼으니, 새로운 맛을 경험할 가능성도 크다.

왕호의 얼굴이 그나마 조금 풀어졌다.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성장을 이룩해냈다. 뿌듯했다. 오히려 이 위기를, 한 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 이 험한 세상 긍정적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6주 전까지만 해도, 레벨 1이였는데 세삼스럽··· 어?!’

번쩍-!

순간, 왕호의 머릿속에서 한 줄기의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6주 전, 오리진에 처음 접속할 때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를 솎아낸 것이다.

종구?!

접속하기 직전에, 종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푸드트럭!”

짝-!

왕호가 손뼉을 내리치며 외쳤다.

그때는 포차를 하고 있어 당연히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푸드트럭으로 다시 창업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요리하기 위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보통은 한 가지 메뉴로만 판매한다.

먹는 공간도 따로 없다. 접이식 의자를 놓는다면 다섯 정도는 트럭 앞에서 먹을 순 있지만, 식당의 개념은 분명 아니다. 따라서, 주로 테이크 아웃 방식으로 영업한다.

전략은 단 한 가지. 박리다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 목만 잘 잡는다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 대신, 단골은 포기해야 한다.

왕호의 상황에는 얼추 알맞은 창업이다. 지금 가진 자금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종구가 딜러 매입가에 준다고 했으니, 확실히 이득이기도 하다.

어차피 계속해서 놀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포차를 차려 다시 요리하기가 몹시도 요원하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참혹했던 광경이 왕호를 괴롭힌다. 화마가 처참히 유린해버린 포차의 모습을 도저히 지워낼 수가 없다.

‘푸드트럭은 다르겠지······.’

푸드트럭으로 일단 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이 나오면 바로 상가로 들어간다. 이 그림이 왕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푸드트럭이라 다시 중고로 팔면, 포차와는 다르게 초기 투자금의 상당량을 보존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이 끔찍한 기억도 조금 잊혀지겠지······.

마음을 정한 왕호는 망설이지 않고, 종구의 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 딸깍-

-어, 왕호냐?

“종구야! 저번에 네가 말했던 그 푸드트럭. 혹시··· 팔렸어?”

6주가 훌쩍 지났으니, 이미 팔렸을 수도 있다. 왕호는 아직 팔리지 않았기를 내심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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