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붕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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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레이더다. 그녀의 코드네임은 ‘달빛여제’. 상당히 촌스럽지만 스스로 지은 닉네임은 아니다. 그녀가 휘두르는 쾌검이 마치 달빛을 머금은 듯이 수려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다희는 레벨으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거의 모든 레이더가 알고 있는 고 랭커 중 하나다. 게다가 Top 5 중에서는 최연소. 허나, 그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녀가 레이드에 뛰어든 지 고작 4년 만에 이 정도 레벨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악마의 재능!
사람들은 달빛여제를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유다희는 레이드 할 때는 항상 복면을 착용한 채 나선다. 눈매만 살짝 드러난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다.
추하게 생겼냐고?
정 반대다. 상당히 예쁘장한 이목구비다. 곱다. 솔직히 말하면, 고운 것을 넘어서 고혹적인 수준이다. 화장 없이 맨낯으로만 다녀도, 뭇 남정내들이 도베르만처럼 침을 질질 흘릴 정도다. 여고 시절 별명이 “존예보스”와 “얼굴천재”였으니 말 다했다. 만약 레이드를 복면 없이 뛰었다면, 유다희의 닉네임은 달빛여제가 아닌 달빛여신이 되었을 거다.
여자로 태어나서 예쁜 얼굴을 가졌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하지만 유다희는 자신의 지난 삶을 돌이켜 봤을 때, 이것이 과연 축복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못난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평범하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처음으로 계약한 길드는 유다희의 외적인 모습만 보고, 그녀에게 미친 듯이 구애를 날렸다. 결국 그 길드의 정성에 감복 해 계약을 하게됐지만, 도장을 찍고 나니 눈빛이 싹 변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완벽히 달랐다.
거의 노예계약이나 다름없었다. 그땐 세상을 너무 몰랐다. 앞에선 웃으며 뒤로는 음흉한 속내를 꽁꽁 숨기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구밀복검의 교훈을 몸소 체험해야 했다.
길드는 유다희의 외모를 앞세워, 그녀를 길드의 마스코트로 이용하려 했다. 매스컴을 이용한 대대적인 홍보를 기획했다. 유다희는 그것만은 한사코 거부했고, 결국 실력으로 길드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년 365일을 쉬지 않고 레이드만 뛰었다. 100억이 넘는 재화를 벌어다 주었지만 그녀에게 떨어진 것은 단, 5%도 되지 않았다.
소송을 걸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법이라는 정의의 철퇴로 싸우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적이었다. 오히려 그 철퇴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찍어 누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정의는 힘 있는 자들의 것이니까.
그렇게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서야 그녀는 길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나서는 레이드에 그리 목매달지 않는다.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여유라는 감정을 즐겼다.
오늘도 여유 있게 카페테라스에 앉아 콜드브루 라떼를 홀짝거린다. 입안으로 퍼지는 알싸한 커피 향이 그리 달갑진 않다. 유다희는 달콤한 것을 더 좋아한다.
츄르릅-
‘쓰다······.’
콜롬비아 로스팅 특유의 신맛과 함께 텁텁한 쓴맛이 강하게 올라온다. 하지만 곧이어 느껴지는 부드러운 우유가 그 쓴맛을 확 잡아준다.
이 텁텁한 걸 왜 마시는지 아직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래서 항상 라떼를 시킨다.
그럼에도 그녀가 매일 카페에 들르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다.
따르르릉-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어 다희야! 너 지금 양재에 있지?
“사람 붙였어요? ···못 느꼈는데?”
-너 맨날 이 시간에 카페 들르잖아.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다 아는 수가 있지. 어쨌든 지금 안 바쁘면 우리 좀 도와주라. 급하다.
“뭔데요?”
-지금 실버폭스 던전에서 커넥트가 발생했어. 네가 가서 상황 정리 좀 해주면 안 되겠냐?
“그건 테스크 포스가 할 일이잖아요.”
-아, 지금 상황이 좀 그렇다. 부탁할게.
“헐··· 완전 직무유기 아니에요?”
-보수는 내가 따로 챙겨줄게. 좀 도와줘.
“음··· 그럼 보수 받고, 레벨 300 이상 던전과 연결되어 있으면 출입증 끊어줘요. 독점 걸려도 들어갈 수 있게.”
-야··· 그건······.
“300이하로 나올 수도 있잖아요. 싫음 말구요.”
-알았어 알았어. 지금 빨리 가라 얘기하느라 벌써 30초 지났다.
유다희는 커피 절반을 남긴 채 실버폭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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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건?’
유다희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한 파티가 도망은커녕, 괴수와 맞서싸우고 있다.
아쉽게도 레벨 300 이상의 던전과 연결되진 않은 것 같다. 레벨 50의 셀타 오우거 던전과 연결됐다.
보통, 길드에 들어가면 보스몹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을 교육한다. 허나, 여긴 최하급 던전이고 이곳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던전을 처음 경험하는 초짜들이다. 초급 던전에 보스몹이 나왔다는 역사도 없을뿐더러, 던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어떻게든 길드의 눈에 들려고 아등바등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상황도 정보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 같았다. 누군가가 보스몹을 잡았고, 새로 튀어나온 몬스터 때문에 한 파티가 위험에 빠졌다.
바닥에는 벌써 한 놈이 다리가 반대로 꺾인 채 널브러져 있다.
바로 뛰어나가 초보 파티를 구하려 했으나··· 예상 밖의 상황에, 발걸음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뎅겅-
셀타 오우거의 발목이 잘려나갔다.
유다희의 입이 쩍 벌어진다.
‘말도 안 돼! 실버폭스를 사냥하던 초보 파티가 셀타 오우거를 썰었다고?’
정확히 말하면, 파티원 중 검객으로 보이는 한 명이 썰어버렸다. 그것도 단 두 번의 칼질만으로.
파티는 오우거의 발만 묶어놓을 생각이었는지, 막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쓸만하네.’
초보자들이 셀타 오우거를 따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다 같이 덤벼들어 한쪽 다리를 공략한 것이다.
유다희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두다다다-
“···세상에! 달빛여제의 실물을 보다니!”
달려오는 유다희를 보고 방패를 든 남자가 놀란다.
익숙한 반응이다. 만약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얼굴이 조금 빨개졌을 거다. 그녀는 관심이 집중되는 걸 그리 즐기진 않는다.
탓-!
유다희는 달려오는 속도를 살려 그대로 점프했다.
가볍게 뛰었지만 5m를 훌쩍 뛰어넘는다.
스르릉-
공중에 뜬 상태로 검을 뽑아든다.
그녀는 뽑는 힘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검을 움직였다.
쌔애액-!
검이 매서운 속도로 움직인다.
완벽한 발도술.
추악-!
그녀의 검이 오우거의 목을 통과했다.
이 모든 것이 공중에 체공한 그 짧은 시간에 끝났다.
눈으로 좇기도 힘든. 아니, 불가능한 속도.
만약 눈으로 좇을 만한 실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놀라는 것은 매한가지였을 거다. 그녀가 휘두른 검의 궤적은 마치 뱀장어가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최단 변위인 직선으로 움직였으니, 패러독스 그 자체다.
탓-
그녀는 사뿐히 착지했고, 착지하자마자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뭐라도 베었으면 칼날에 피가 묻어있어야 하지만, 아주 매끈매끈했다.
“뭐지?”
지켜보던 이들이 놀란다.
그들의 눈엔 단순히 점프해서 오우거를 지나친 것으로 보였다. 검을 뽑아낸 손은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다.
그 순간,
스르르륵-
오우거의 목이 몸과 분리돼, 미끄러져 내려온다.
“으헉!”
사람들이 놀란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놀라움이 더 컸다.
그렇게 중추신경계를 잃은 오우거는 더 이상 한 발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쿠웅-!
오우거는 그대로 즉사했고, 주위에 있던 왕호네 파티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그저, 턱을 쩍 늘어뜨린 채, 계속해서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은 그렇게 죽을 위기를 넘겨가면서 겨우 다리 하나를 잘랐는데, 단 한 방에 거대한 덩치가 넘어갔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유다희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우거의 다리를 잘라버린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상하게도,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를 질끈 묶은 남자였다.
유다희는 그 남자가 이 파티의 리더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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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호는 달빛여제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달빛여제는 얼굴에 콤플렉스라도 있는지, 복면을 착용한 채 대화를 나눴다. 왕호는 그녀의 얼굴에서 두 눈만 확인할 수 있었다.
눈매는 참 예뻤다.
‘안 불편하나?’
뭐 취향은 존중한다. 저것이 그녀의 패션철학이라면 인정해줘야 한다. 세상에는 민트초코에 홀릭 된 사람도 있고, 피스타치오나 녹차 아이스크림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그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약 맛이 난다며 인상을 팍 쓴다. 수십억 인구가 사는 곳인 만큼, 취향도 수만 가지다.
“이제 안전한 겁니까?”
왕호가 유다희에게 물었다. 지금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자신과 파티원들의 안전이다.
“셀타 오거는 B형 던전몹이죠. 다음 오우거는 적어도 한 시간 뒤에나 튀어나올 겁니다. 지금 튀어나와도 제가 있으니 안전합니다. 걱정 마세요.”
유다희가 걱정 말라는 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왕호는 살포시 휘어지는 그녀의 눈을 보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배려가 있는 사람이네.’
긴장이 확 풀어지니 몸이 조금 뻑적지근했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몸을 그렇게 놀렸으니 안 뻐근하고 배기나?
이제 안전하다.
그렇다면······.
왕호는 달빛여제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혹시··· 죽은 보스몹은 제가 가져도 됩니까?”
“여긴 공용 던전이고, 선생님께서 잡으셨으니 상관없습니다.”
‘앗싸!’
왕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뛰어나갔다.
그전에,
‘이건 다시 돌려줘야겠지.’
왕호는 자신이 쥐고 있는 검을 돌려주기 위해, 힐러에게 다가갔다.
힐러는 기절해있는 진상에게 응급처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는지 별다른 차도는 없었다. 간신히 숨만 붙어있다. 으스러진 다리를 보니, 살아난다 해도 정상적인 삶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저··· 힐러님?”
“아, 예. 사장님.”
힐러가 쭈구려있던 허리를 펴며 인사했다.
그는 왕호를 향해 엄지를 척! 날리며 말을 이었다.
“아깐 정말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셀타 오우거의 발목을 잘라버리다뇨.”
“검이 상당히 잘 들더라구요. 역시 비싼 거라 돈값 하나 봅니다. 이거 주인 깨어나면 돌려주십쇼.”
왕호는 힐러에게 검을 건넸다. 검도 검이었지만, 스킬과 높은 스탯의 영향이 더 컸다.
힐러는 왕호가 건네준 손잡이를 잡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깨어날 수 있을 지나 모르겠습니다. 하, 내 알바비······. 쩝.”
“근데··· 창모님에게 힐을 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그거야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사실, 원래 도망가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배려해주신 게 생각나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 인간 욕먹은 것도 시원하기도 했고요. 그냥 도망가면 발 뻗고 잘 수나 있겠습니까.”
왕호는 작은 친절을 베푼 것뿐이지만, 부메랑처럼 돌아온 그 친절은 배가 되어 날아왔다. 이런 보상을 의도하고 베푼 친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근데··· 괜찮겠습니까?”
왕호가 걱정스런 눈빛을 띠며 물었다.
진상의 성격상, 깨어나면 힐러에게 불이익이 갈 것만 같았다. 입고 있는 장비나, 말하는 본새를 보니 그 정도의 힘도 있는 것 같고.
“뭐, 달빛여제님께서 잘 결론지어주신다고 했으니 별일은 없겠죠. 돈이 많긴 한데, 테스크 포스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행이네요.”
왕호는 힐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고, 실버폭스의 사체로 다가갔다.
‘보스몹이니까 맛이 분명 다르겠지?’
효과 또한 분명 더 뛰어날 거다.
덥석-
왕호는 시체에 박힌 자신의 중식도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한 발로 시체를 밟고 힘차게 중식도를 뽑아 올렸다.
“끄응!”
뽁-!
강한 힘에 중식도가 결국 뽑혀 나왔다.
어찌나 쎄게 내리쳤던지, 이 하나가 큼지막하게 빠져있다.
“새로 사야겠네··· 이것도 다 돈인데······.”
왕호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다이소에서 싸게 주고 산 거라 크게 가슴이 아프거나 그러진 않는다. 선물 받은 고급 양식도는 트럭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만약 그 양식도의 이가 나갔으면 눈물 꽤나 쏟았을 거다.
“발골!”
왕호는 이 나간 중식도를 이용해 보스몹을 해체했다.
삭- 삭-
칼이 뼈 사이를 지나가고, 큼지막한 살덩이들이 만들어진다.
덩치가 두 배로 큰 녀석이라, 시간도 두 배로 오래 걸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역시나···
‘형편없네.’
피가 낭자하게 튀고, 살코기의 획득률은 아주 볼품없다. 뼈에 바로 붙어있는 특수부위는 얻어내지도 못했다.
‘진짜, 제대로 배워야겠다.’
다시 한번 필요성을 느꼈다.
이마에 박힌 코어석도 따로 떼어냈다. 이것도 돈이 꽤나 된다고 들었다.
왕호는 살코기와 코어석을 주섬주섬 챙기고는, 다시 달빛여제에게 다가갔다.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남았다.
“저기··· 달빛여제님?”
왕호가 조심스레 유다희를 불렀다. 닉네임이 여간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유다희는 다른 파티원들에게서 진술을 받아 적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상황을 종합해서 보고를 올리려는 듯싶었다.
“네? 또 뭐 궁금··· 흐업!”
뒤돌아선 유다희가 왕호의 몰골을 보고 기겁한다.
‘뭘 하고 온 거야?!’
앞치마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고, 손에 쥔 중식도에서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아, 제 꼴이 말이 아니죠? 살코기를 발라내느라······. 하하.”
왕호가 손에 묻은 피를 앞치마에 벅벅 닦으며, 멋쩍게 웃었다.
‘코어석 떼러 간 거 아니었어?’
유다희는 어리벙벙했다.
코어석은 상당히 값어치 있는 물질이다. 실버폭스 몸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하급 마나석과는 급이 다르다. 당연히 그 잿밥에 눈이 돌아간 줄 알았는데··· 웬 살코기?
물론, 왕호가 코어석을 챙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강창모에게 무척 값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뒤이어 이어지는 왕호의 질문에, 유다희는 얼이 더욱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제가 잘라낸 오우거 발, 가져가도 됩니까?”
“오우거 발이요? 마나석이 아니라?”
“달빛여제님께서 다 잡으셨는데, 마나석 달라고 하면 양심 가출이죠. 뭐, 주시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다리야 선생님께서 자르셨으니 제가 소유권을 주장할 순 없죠. 근데 발은 어디에 쓰시려고······.”
“사실 제가 요리사거든요. 족발 한번 삶아보려구요.”
왕호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었다.
“네에?!”
유다희의 동공이 벌어진다. 벌어진 동공은 마치 지진이 난 듯이 흔들린다.
너무나도 큰 상식의 파괴 때문에 발생한 생리현상이다.
‘뭐야, 이 남자? 수상해······.’
몬스터 살코기는 마기 때문에 식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넘쳐났으니까.
요리사가 중식도를 가지고 레이드를 뛴다? 방어구는 달랑 앞치마 하나? 깜짝 놀라 휘두른 중식도 한 방으로, 보스가 빈사상태에 빠졌다?
처음에는 당연히 제대로 된 검을 휘두른 줄 알았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들었을 때, 식칼이라고 말하진 않았으니까.
‘아니, 무슨 요리사가 오우거를 두 방에 잘라?’
오우거가 무슨 돼지 목살도 아니고······.
게다가 코어석 보다 보스몹의 살코기에 더 관심이 많다? 오우거의 마나석보다 족발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유다희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선생님 혹시··· 레이드 뛰는 목적이 뭐예요?”
“저요? 처음엔 살코기 얻으려고 왔죠. 뭐, 오늘 같은 경우는 마나석 투잡 뛰러 온 거지만요.”
왕호의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팔뚝에 소름이 다닥다닥 돋는다.
레이드의 목적이 살코기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너무할 정도로 수상해. 뒷조사를 좀 해봐야겠어.’
수상함과 동시에 호기심이 잔뜩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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