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37화 (37/149)

외모지상주의 (1)

“종구야! 아직 안 자지?”

-크크, 이거 푸드트럭 사장님 아니신가?

“차 괜찮더라. 겁나 잘 굴러간다. 기름값이 조금 많이 깨지긴 하지만, 그것 빼고는 다 맘에 든다. 에어컨도 아주 빵빵하고.”

종구의 목소리를 들으니 입가에 웃음이 절로 맺힌다. 예전에 같이 자취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기분이 좋다.

-내가 뭐랬냐. 완전 양품이라니까. 장사는 잘 돼가고?

“흥한다 흥해! 아주 이러다가 금방 졸부 되겠어. 너는 요새 일 어때?”

-내가 먼저 졸부 될 거 같은데? 이번에 법인 새로 차렸다. 나는 아무래도 요리보다 사업이 더 적성에 맞는 거 같애. 그나저나 웬일이냐? 바쁜 양반이.

“저번에 네가 마나석 엔진으로 바꾸고 싶으면 전화 달라고 했잖아.”

-벌써 바꾸게? 장사 오지게 잘 되나 보네.

“아니아니. 거기 혹시··· 마나석 냉장고도 만들어?”

-냉장고? 아, 냉장고 사려고?

“사는 건 아니고, 마나석 좋은 거 가지고 있거든. 제작 의뢰 좀 하려고.”

-거기 업계 1위라서 냉장고도 인챈트 할 거야 아마. 우리 법인이랑 계약되어 있어서, 거기 사장님하고 사이좋다. 소개시켜 줘?

“응. 부탁 좀 할게.”

-야, 맨날 부탁할 때만 전화하고 쪼까 서운하다? 뭐, 나도 바빠서 연락 못했으니까 할 말은 없다만. 크크크, 우리 안킹호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 대신··· 나도 부탁하나만 하자.

“부탁? 뭔데? 또 여소 해달라고? 나 이제 연락하는 애들 하나도 없어. 안 돼. 해줄 생각 없어. 돌아가.”

-야, 무슨 나를 색귀 들린 놈으로 보냐? 물론, 소개 시켜주면 기꺼이 받으마. 다음 달에 대학 동기 모임 있는데, 그때 참석 좀 해라. 너 매번 바빠서 빠졌잖아.

“동기 모임? 너도 그런 데 나가냐? 요리 관뒀잖아?”

-동기 중에 아직까지 요리계 붙어있는 애들 절반 밖에 안 된다. 그냥 동기니까 모이는 거지. 이번에 내가 모임 회장 맡았으니까, 와서 가오 좀 살려줘. 엉덩이 무거운 안왕호 데려왔다고 하면, 체면 오지게 살 거다 진짜.

동기 모임이라는 말에, 왕호의 눈썹이 아래로 살짝 내려갔다. 조금은 망설이지는 제안이다.

왕호는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 고개를 기울여 핸드폰을 귀와 어깨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따서, 살짝 홀짝였다.

크으-

“레스토랑 나와서 시간은 낼 수 있기야 한데, 거기 혹시 김성오랑··· 수지도 오냐?”

-수지는 매년 참석하니까 올 테고, 성오는··· 놀라지 마라. 각성자 됐다고 이번에 플라톤 호텔로 들어갔다더라. 거기 알지? 스타 셰프 양성소잖아. 평소에 모임 같은 거 잘 안 나오는데, 각성했으니까 100% 나온다고 본다. 그 새끼 성격 잘 알잖냐. 그나저나 아직도 성 붙여서 부르네. 많이 껄끄럽냐?

뜻밖의 소리에, 왕호의 얼굴이 팍! 구겨진다.

왼손으로 핸드폰을 고쳐 쥐고, 오른손으로 맥주캔을 단숨에 들이킨다.

꿀꺽꿀꺽꿀꺽-

“크으~ 내가 무슨 간디도 아니고, 안 껄끄러울 수가 있냐? 보나 마나 나와서 거드름 피울 거 눈에 선하네.”

-분위기는 내가 맞춰줄 테니까 한번 나와. 수지는··· 안 겹치게 최대한 자리 떨어뜨려놓을게. 성오 말고도 반가운 얼굴들 많으니까, 오랜만에 걔네들 보는 셈 치고 와. 광수도 못 본 지 오래됐잖아.

왕호는 한 10초가량 망설이더니, 분리수거함에 맥주캔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알았어. 나갈게. 그동안 친구 귀한 줄 모르고 너무 바삐 산 것 같다. 다음 달이랬지?”

-응. 정확한 날짜랑 장소 정해지면 문자로 쏴주마. 그럼, 업체는 언제 들를 거야?

“내일 당장 되냐? 오전 중으로 했음 좋겠는데··· 점심 장사 안 빼먹게.”

-당연히 되지. 그럼 주소 쏴 줄 테니까, 오픈하자마자 가봐. 전화는 미리 해둘게.

“고맙다 인마! 기회가 오면 진짜 여소 시켜줄게. 저번처럼 이상한 짓 해서 나 물 멕이지나 마라.”

-대학 때랑 지금이랑 같겠냐? 예전에 빌빌대던 내가 아니다. 그럼, 푹 자라!

뚝-!

왕호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덩실-

매트리스의 반동 때문에 몸이 살짝 튀어 올랐다.

‘내일 오전에 냉장고 의뢰하고, 대충 11시까지 던전 가면 점심부터 달릴 수 있겠지.’

왕호는 알람시계의 알람을 ON으로 돌리고는 그대로 스르륵 눈을 감았다.

*

“안녕하세요. 종구 소개받고 왔습니다.”

왕호는 마도구 업체가 오픈하는 9시에 맞춰, 가게를 찾았다.

“하하, 반갑습니다 사장님. 진대표님에게 연락받았습니다. 김 실장이라고 불러주십쇼!”

김 실장은 왕호를 향해 오른손을 쭉 뻗었다.

악수를 하자는 제스처.

덥석-

왕호는 웃으며 김 실장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마나석 냉장고 제작하고 싶으시다고요?”

“예. 보존 마법은 당연히 인챈트 해주실 테고, 가능하다면 공간 확장 마법도 걸었으면 싶네요.”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마나석 감정부터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양복을 멋들어지게 쫙 빼입은 김 실장은 건물 지하로 왕호를 안내했다.

저벅저벅-

국내 1위 업체답게 매장이 상당히 거대했는데, 지하에 작업실을 따로 두고 있었다.

지하실이라고 해서 퀴퀴할 줄 알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러 대의 대형 서큘레이터가 공기의 순환을 깔끔하게 도와주고 있었다. 바닥 또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음······.’

왕호는 지하실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엄청난 마나의 유동을 느껴야 했다. 아마, 업체에 고용된 인챈터들이 제작된 마도구에 마법을 인챈트 하면서 흘러나온 마나 같았다.

김 실장은 지하실 가장 앞쪽에 있는 상담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덜커덩-!

“들어오시죠.”

왕호는 김 실장을 따라 상담실에 들어갔고,

“어?!”

방 안에 있던 뜻밖의 인물에 놀라고 말았다.

“엇?! 사장님이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유다희였다.

지금은 복면과 마도구들을 잔뜩 두르고 있어, 달빛여제라고 부르는 게 더 맞겠다.

“아! 냉장고!”

갑자기 유다희가 손뼉을 짝! 마주치며 외쳤다.

“아, 예··· 냉장고 의뢰하러 왔습니다.”

“저도 여기 소개해드리려 했었는데! 업계 1위라서 오신 거예요? 흠··· 근데 김 실장님께서 데려오셨네요? 웬만하면 잘 움직이지 않는 분인데······.”

유다희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두 분이 아는 사이십니까? 하하, 이거 신경 더 써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실장은 놀랍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유다희는 뜻밖에 나타난 왕호가 반가운지, 반달웃음을 지으며 각종 팁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인챈트는 티파니 씨한테 해달라고 하세요. 여기선 그분이 제일 꼼꼼하거든요. 그리구 서비스도 많이 챙겨달라고 하세요. 한두 푼짜리도 아니니, 뭐 많이 챙겨주시겠죠. 김 실장님! 제 건 급하지 않으니 여기 사장님 것부터 제작해주세요. ···그럼, 상무님! 제 물건은 아까 말한 대로 진행하는 거예요!”

유다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상무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상무님이라 불린 남자도 김 실장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고는 자리를 비켜줬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죠. 그럼, 물건 한 번 볼까요?”

“예. 여깄습니다.”

자리에 앉은 왕호는, 가져왔던 코어석을 조심스레 올렸다.

김 실장은 고급 감정 스킬을 통해 코어석의 상품성을 파악했다.

“오호, 코어석이라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히 좋은 품질로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어석 품질도 좋고요. 이게 코어석을 뽑아낸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인챈트가 더 편하기도 합니다.”

“코어석 품질이 좋다면 어느 정도입니까? 제가 마도구 제작은 처음이라서요.”

“음··· 지인분이시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팔아도 3,500은 나올 겁니다. 물론, 저희한테 넘기시면 4,000에 챙겨드리고요.”

“헙!”

왕호의 얼굴에 뜨악! 이라는 글씨가 절로 올라왔다.

예상했던 가격의 무려 두 배란다. 그렇다면···

“그럼, 이 코어석으로 냉장고를 제작한다면 얼마 정도의···”

“아, 냉장고 가격 말씀이십니까? 음··· 그거야 인챈트 하는 사람에 따라서 좀 달라지는데, 달빛여제님께서 말씀하신 티파니 인챈터가 맡는다면 1억 정도의 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1억이요?! 하, 하하······.”

놀람을 넘어 이젠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1억.

재산이 수십, 수백억인 사람들에겐 그렇게 큰 가치는 아닐지 몰라도, 왕호에게는 꿈에 그리던 단위다.

밤마다 통장에 ‘0’ 8개가 찍히는 상상을 하면서 잠들곤 했다. 나도 언젠가는 억! 소리 나게 살아보자고······.

지치고 힘들 때면 ‘나에게 1억이 생기면 어떤 것부터 할까?’, ‘수중에 10억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라는 헛된 망상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비록, 현금은 아니지만 그런 1억이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생겼다.

꿀꺽-

마른침이 목젖을 타고 내려간다.

“인챈트 가격은 얼마입니까?”

“원래는 이천만 원쯤 받아야 하지만, 절반만 받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냉장고 받고 다시 팔면 5천만 원의 차익이 생기는데요?”

1억에 비하면 너무 저렴한 가격이다. 왕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저희 매장에서 판매했을 때의 정가가 대략 1억 정도라는 겁니다. 사장님께서 따로 파시면 7천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당연히 세금도 떼일 거고요. 그래도 되판다면 금전적으로는 이득이긴 합니다. 다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 잘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팔지는 않을 겁니다.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팔 생각 없다. 천만 원 벌자고 1억이나 되는 냉장고를 떨이해서 넘기고 싶진 않다. 게다가 파티원들과 이미 상의를 나누기도 했고.

“마침, 티파니 인챈터가 출근하기도 했고, 달빛여제님께서 사장님 먼저 해달라고 하셨으니 제일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원래는 주문 제작이라 1~2주는 소요되는 겁니다.”

“그럼 오늘 안에 가능하나요?”

“프레임이야 미리 준비해뒀으니,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네요.”

“와, 되게 빠르네요··· 그럼 한 시간 뒤에 찾으러 오면 되는 겁니까?”

“예. 옵션은 저희가 최대로 뽑아서 해드리겠습니다.”

“할···부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12개월로 끊을게요······.”

‘크흑!’

스윽- 띠디디딕-

왕호는 눈물을 머금고 리더기에 카드를 긁었다.

‘인챈터도 잘 나가면 억수로 많이 벌겠구나. 한 시간에 천만 원을 땡겨버리네······.’

매장 밖으로 나온 왕호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 주차된 트럭에 올라탔다.

한 시간의 여유가 있다. 며칠 걸릴 거라 생각했던 냉장고를 한 시간 뒤면 바로 얻을 수 있다.

‘그럼, 바로 장을 봐야지.’

유제품은 물론이고, 각종 요리에 필요한 것들은 죄다 사서 집어넣을 거다.

왕호가 트럭에 시동을 걸려는 순간,

덜컥-!

조수석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트럭에 탑승했다.

“사장님! 어디 가세요? 같이 가요!”

유다희다.

“억! 깜짝아!”

느닷없는 탑승객에 왕호가 화들짝 놀랐다. 너무 놀라서 머리를 트럭 천장에 쿵! 하고 찍었다.

놀랄 수밖에 없는 게, 유다희의 레벨이 워낙 높아 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후우- 후우-

왕호는 심호흡을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 죄송해요. 너무 뜬금없었죠?”

“예. 많이 뜬금없었습니다. 그나저나 방금 전 일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오늘 바로 냉장고 받기로 했네요.”

“원래 제가 소개시켜준다고 했잖아요. 정 고마우면 그 저번에 먹은··· 그거 혹시 남으셨나요?”

유다희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묻는다.

“에클레어요? 레이드 할 때 파티원들 다 나눠줬습니다. 다시 만들게 되면 하나 드릴게요.”

“정말이죠?”

유다희가 활짝 웃었다. 가짜 웃음이 아니라 진짜로 저렇게 활짝 웃는 것은 처음 봤다. 비록 복면 때문에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살짝 휘어지는 눈매만 봐도 아름다웠다.

“예. 근데 다희님은··· 일 없으십니까?”

“일은 예전에 많이 해놨어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

“한 시간 뒤에 냉장고 찾으러 오래서, 장 보러 갑니다.”

“끝나고 던전 가실 거예요? 저도 가는 길이니까 태워주실 수 있죠?”

“태워주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근데, 지금은 마트 갈 건데······.”

“까짓것 같이 가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출발!”

철컥-!

유다희는 잽싸게 안전벨트를 매고 왕호를 빤히 쳐다봤다.

“마트까지 따라올 거면 검이랑 복면은 벗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 상태로 따라오면 제가 장을 못 볼 것 같네요.”

달빛여제 팬들이 우르르 몰려들 게 불 보듯 뻔하다. 요새는 레이드 영상이 인터넷에 잔뜩 떠돌아다닌다. 아마 달빛여제 정도면 일반인들에게도 무척이나 유명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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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왕호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따로 들르는 시장이 있으나, 지금은 그냥 가까운 마트로 향했다.

한 시간의 여유밖에 없으니, 최대한 빨리 장을 보려는 셈이다. 그럼, 냉장고를 받고 바로 던전으로 향할 수 있다.

어느덧, 왕호의 카트는 각종 재료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이 레드혼 카우 고기에 곁들일 부재료들이었다.

왕호는 우유와 생크림, 그리고 계란 같은 유제품들을 마지막으로 카트에 올렸다.

“이건 왜 담으시는 거예요?”

유다희가 또 묻는다.

“이것도 각종 요리에 은근히 사용됩니다. 많이 사놓는 이유는, 기회가 되면 디저트를 만들어놓으려구요. 지금은 오븐이 없어서 조금은 힘들겠지만······.”

카트에 한가득 들어있는 재료들은 박스와 봉다리에 잘 담아서 트럭에 실었다. 유다희가 도와줘서 솔직히 편했다.

“고맙습니다.”

왕호는 유다희에게 감사를 표했다. 옆에서 재료를 담을 때마다 이것저것 묻는 바람에 조금은 귀찮았지만, 그래도 장 보는 데 도움이 됐다.

“뭘요. 그럼 이걸로 카풀 퉁 쳐요!”

“편도로 퉁 치겠습니다.”

둘은 다시 트럭을 몰고 마도구 업체로 향했다.

.

.

.

돌아오니 한 시간이 조금 넘어 있었고, 냉장고의 인챈트는 이미 완료되어있는 상황.

김 실장이 고급스럽게 장식된 냉장고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냉장고의 크기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았다. 딱 적당했다. 양문 냉장고였는데, 문 한 짝 당 사람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 것 같았다.

“보시다시피 문짝이 두 개 달려있죠? 왼쪽은 냉동실, 오른쪽은 냉장실입니다. 둘 다 보존 마법이 걸려 있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이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공간 확장도 인챈트 돼있나요?”

“물론입니다. 냉동실 5천 리터, 냉장실은 7만 리터로 확장했습니다.”

쩌억-

어마무시한 규모에 왕호의 턱관절이 쭉 내려갔다.

냉동실이 냉장실에 비해 턱없이 작은 이유는, 보존 마법 때문이다. 어차피 냉장실에 넣어도 내용물을 보존할 수 있으니, 얼음같이 정말로 차가운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것들만 집어넣으라는 설계다. 이러한 마도구를 많이 만들어 본 업체라, 확실히 실용적인 데이터베이스가 탄탄히 쌓여있었다.

‘7만 리터면··· 거의 냉동창고 수준인데?’

700리터짜리 가정용 냉장고의 10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내려갔던 턱관절이 씰룩대며 올라온다. 12개월 할부로 끊은 돈이 크게 아깝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가져가면 될까요?”

“예. 저희가 트럭에 설치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마치려는 순간, 유다희가 끼어들었다.

“실장님! 서비스는요? 그래도 이 정도 의뢰면 작은 거래는 아니잖아요?”

“아, 잊어버릴 뻔했군요. 혹시 따로 원하시는 서비스라도 있으십니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차원이라면 기꺼이 해드리겠습니다. 딱히 생각 없으시면 이번에 새로 나온···”

김 실장은 서비스 겸 신제품 프로모션을 위해 열심히 입을 놀렸다.

유다희는 왕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건들며 속삭였다.

“사장님. 오븐 없다고 하셨잖아요. 마나석 오븐 달라고 하세요.”

“네? 그걸 서비스로 줄까요?”

“제일 기본 제품이라도 주지 않을까요?”

왕호는 유다희의 조언대로 혹시나 하며 김 실장의 말을 끊었다.

“저기··· 실장님?”

“···예?”

“혹시, 마나석 오븐 챙겨주실 수 있을까요?”

“마나석 오븐이요? 흠··· 그것보다는 제가 방금 말씀드린···”

“저한테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다른 건 다 있는데, 오븐이 없거든요.”

“음······. 흐음······. 좋습니다! 그냥 고객도 아니시니까 서비스 넉넉히 챙겨드리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쇼!”

김 실장은 매장으로 후다닥 달려가더니···

곧이어 오븐 하나를 끙끙대며 들고 왔다.

“끄응!”

쿵-!

김 실장은 전시대 위에 오븐을 올리고는, 숨을 고르며 오븐 설명을 시작했다.

“헥헥··· 이거는 저희 매장에서 팔리는 가장 기본 모델입니다. 이월된 리퍼 상품이라 챙겨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기능은 온도 조절 밖에 없지만, 1도 단위로 정확히 올릴 수 있죠. 기본에 충실한 가장 오븐 다운 오븐입니다.”

어?

왕호가 눈을 부릅뜨며 오븐을 자세히 관찰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고··· 그 익숙한 기억은 금세 뇌리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다니엘 킴 레스토랑에 있던 오븐 중 하나다!“

왕호는 잘 쓰지 않는 오븐이라서 순간 긴가민가했다.

가장 기본 모델이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온도를 1도 단위로 올리는 것은 결코 핵심이 아니다. 온도를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25도 상온이었던 오븐의 온도가, 버튼 하나로 일순간에 500도로 올라간다. 예열 따위도 이젠 필요 없어진다.

왕호의 눈이 기대감으로 번쩍번쩍 빛나기 시작했다.

‘이 오븐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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