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46화 (46/149)

미운 오리 새끼 (3)

생긴 건 당장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으나··· 입만 열 면 분위기가 와장창! 깨진다.

말하는 개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한여름의 품에 안겨있었다. 음흉한 손이 못내 거슬렸지만, 여름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귀여운 강아지를 대하듯 볼따구를 비비고 있었다.

왕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강아지를 의심쩍게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봐. 너 강아지 아니지. 사실 인간 아니야?”

“인간? 나를 그런 음흉한 존재로 착각하는 건가?”

“지금 행동은 충분히 음흉해 보이는데?”

“크흐흠. 인간은 음흉한 존재라 그리 좋아하진 않으나, 나를 구해준 너와 이 예쁜 인간은 좋다!”

폴짝-

말을 마친 강아지는 한여름의 품에서 빠져나와 왕호에게 다가갔다.

“인간! 아까 먹은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흐려져 있던 내 정신을 똑바로 잡아줄 만큼! 혹시··· 또 있나?”

“하하, 강아지한테 맛있다는 말을 다 들어보네. 아쉽지만 네가 다 먹었다.”

비록 강아지의 말이지만, 맛있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

킁킁-

“거기 담겨있는 고기는 뭔가? 저기서도 맛있는 향이 느껴지는군.”

“이거? 이거 보르도 울프 고긴데? 먹고 싶어? 동족 먹는 거 아냐?”

“보르도 울프? 여기선 앙카 울프를 보르도 울프라고 부르나? 아까도 말했지만, 난 위대한 존재다! 그런 마물魔物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지. 맛만 있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앙카 울프? 넌 저 밖의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왕호를 비롯한 모든 파티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띠었다.

만약, 저 강아지가 몬스터 차원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정말 혁명적인 사건이다. 강아지의 말을 연구해서 차원의 비밀을 알아낼 수도 있는 아주 중대한 발견.

“음··· 저 늑대들은 앙카 늑대다. 근데··· 왜 앙카 늑대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 이름도 모르겠다. 기억이 끈이 조각조각 나 있다!”

강아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안타까워하는 표정만으로도 애처로운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생긴 것만으로도 저럴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름도 모를 정도라니······. 그럼 그 기억을 찾는 방법은 없는 거야?”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위대한 존재! 실력을 키운다면 분명 기억을 회복할 수 있을 거다!”

“그래? 행운을 빌게. 대신 어디 가서 사람말 하고 다니면 큰일 나겠다. 바로 잡혀갈 거야 아마.”

“잡혀가? 이 위대한 몸을 누가 잡아간단 말이야?!”

“누구긴 누구야. 인간이지. 네 말대로 음흉한 존재들이잖아. 잡아가서 널 모르모트로 삼을걸?”

“모르모트? 그게 뭔가?”

“실험용 쥐. 여기선 동물 실험이 지극히 당연한 거거든.”

“헉! 음흉한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아! 인간 너에게 음흉하다고 한 건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음흉하다는 뜻이다. 너는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착한 인간!”

“내 이름은 인간이 아니라 왕호야. 왕호.”

“왕호? 푸흣! 아주 웃긴 이름이다!”

“쬐끄만게 사람 이름 가지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이야. 넌 아직 이름 모르니까 간단히 부를 거나 하나 만들어야겠다.”

쓰담쓰담-

왕호는 강아지에게 꿀밤을 먹이려다, 너무 귀여운 눈망울 때문에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살짝 고민하던 왕호는,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임시로 사용할 거니까.

“덕구 어때? 비글이랑 잘 어울리는데.”

“덕구? 윽! ‘왕호’보다 더 이상하다!”

강아지의 인상이 팍! 구겨진다.

하지만 강아지와는 다르게, 여름이는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꺄아! 덕구 귀엽다. 덕구야~”

“그래? 이쁜이가 좋다면 나도 덕구 좋다!”

급격한 태세 변환.

꼬르륵-

덕구의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린다. 아까 먹은 것으로는 며칠 굶은 허기가 다 가시지 않았다.

“일단, 그 고기 줄 수 없겠나?”

덕구가 뒷다리를 굽혀 앉으며 왕호를 그윽히 올려다보았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만 같다.

입만 꾹 닫고 있으면 너무도 사랑스럽거늘···

“알았어. 대신 이거 줄 테니까,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말해줘. 천천히 먹으면서 말해. 체하니까.”

스윽-

왕호는 보르도 울프 고기가 담긴 접시를 덕구에게 내밀었다.

“고맙다! 생명의 은인! 내가 기억나는 대로 다 알려주겠다! 그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

솔직히 모든 것이 기억나진 않는다.

마기 때문에 이지理智가 흐릿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야! 위대한 존재 아니던가!’

공허에 잠겨있던 의식의 저편에서 이지를 되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앙카 울프? 어떤 미친놈이 나를 앙카 울프와 같이 넣었어?!’

아무리 네 발 달린 것이 비슷해도 그렇지. 착각할 게 따로 있다.

무슨 사족 보행에, 흰색 털만 갖고 있으면 다 앙카 울프인가?

덕구는 이성을 상실한 채로 보르도 울프와 같이 생활했다. 처음엔 그도 보르도 울프 무리에 속해있었다. 대장 늑대의 뒤를 쫄래쫄래 따르며 무리생활을 했다.

하지만, 백조가 오리 무리에 같이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하나? 애초에 다른 종족이기 때문에,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달이 벌어졌다.

크르릉-!

보르도 울프가 그를 공격한 것이다.

덕구는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존재이지만, 이지가 흐려진 상태로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덩치가 두 배로 작은 덕구는 늑대들의 합동 공격에 무자비하게 당하고야 말았다.

콰악- 푹-!

‘끄아악!’

결국 늑대의 거대한 송곳니가 덕구의 등을 찌르고 들어왔다.

울컥울컥-

덕구는 쓰러졌고, 등에서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늑대밥이 되기 일보 직전!

하지만···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 순간적으로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쪽 눈이 맑아지며, 상황이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덕구는 본능적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헤이스트haste.

속도가 빨라진 덕구는 젖 먹던 힘을 쥐어짜내 달렸다.

늑대가 쫓아왔다. 따돌리기 위해 계속해서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헥헥-

마침내 눈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따돌렸다.

‘위험해! 피를 많이 흘렸다. 늑대들은 피 냄새를 맡고 날 찾아낼 거야!’

덕구는 부들부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늑대의 배설물에 몸을 뒹굴었다. 이거라면 혈향을 충분히 감출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아우우우-!!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지척이다.

다급했던 덕구는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는 풀숲으로 빠르게 뛰어들어갔다.

‘됐다!’

풀숲은 자신의 머리 위를 다 덮고도 남을 길이였다.

혈향을 따라 풀숲 코앞까지 따라온 늑대들은, 갑자기 사라진 피 냄새에 당황했다.

컹컹-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늑대들은, 결국 추적을 포기하고 무리로 되돌아갔다.

‘살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 왔다.

이제 안전하다고 판단해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턱-!

두 발이 넝쿨에 걸려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급하게 들어온 나머지, 다리가 엉켜버린 것이다.

‘안돼!’

힘을 모두 소진해버린 터라, 간단한 덩굴조차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덕구는 당황했다.

생명력도 바닥이고 마나도 바닥이다. 게다가 이지가 다 돌아온 것조차 아니다. 몸속에 가득한 마기가 다시 정신을 앗아가려고 올라온다.

결국 철푸덕- 쓰러진 채로 기적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지났다.

눈꺼풀이 점점 감겨온다.

이틀이 지났다.

배가 너무 고프다.

사흘이 지났다.

아무래도 체온이 낮아진 것 같다. 너무 춥다.

나흘이 지났다.

올 때가 왔다. 연옥의 사자가 손짓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헛것이다.

체념하고 정신을 놓아버리려는 그때,

킁킁-

어디선가 코를 찌르는 고소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죽음이 지척이었지만, 몸의 반응은 놀라웠다.

끼이잉--

‘살려줘! 배가 너무 고파!’

절규할 힘도 없다. 마음속으로 애타게 부르짖었다.

저벅저벅-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기적이 찾아왔다.

*

“미운 오리 새끼네.”

덕구의 사투를 들은 왕호가 말했다.

우걱우걱- 쫩쫩-

“미운 오리 새끼? 그게 뭔가?”

“동화야. 백조가 오리 틈에 섞여 있다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쿠헬헬헬. 딱 맞는군. 암. 나 같은 위대한 존재가, 저런 마물들 사이에 끼어있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럼, 저 바깥에는 누군가가 여기로 몬스터를 집어 넣는다는 소리야? 널 보르도 울프로 착각해서 집어넣은 거고?”

“흠··· 확실치 않다. 기억이 없다! 근데··· 이거 참 맛나다! 너무 맛있다!

꿀꺽-!

헥헥-

그새 고기를 다 먹어버린 덕구가 혀를 길게 내밀며, 왕호를 바라본다.

더 먹고 싶다는 무언의 의사표시.

넘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하나. 게다가 예전에 키웠던 뽀삐생각까지 더해지니 어쩔 수가 없다.

쓰담쓰담-

“이따 트럭 가면 또 줄게. 그거 먹고 힘내서 꼭 고향으로 돌아가!”

“또 준다고? 고맙다 인간! 인간 요리 솜씨 최고다! 기가 막힌다! 매일매일 먹고 싶다!”

“이거 간 돼 있는 건데 입에 맞나 봐? 어째, 인간들 음식을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아, 마법 쓸 줄 안다고 했지? 실력은 어느 정도야?”

“이 위대한 몸은 당연히··· 어? 나도 잘 모르겠다. 헤이스트 마법까지는 쓸 수 있다!”

“그 위로는?”

“모른다!”

“못 쓴다는 소리네.”

덕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인정하기 싫다는 표정이다.

“그럼, 레벨 몇 정도 되지?”

“레벨? 레벨이 뭔가?”

“음··· 강함의 척도를 대충 수치로 나타낸 거야.”

왕호는 고개를 돌려 여름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법사이니 잘 알 거다.

“헤이스트까지면··· 대충 레벨 20 정도 되는 거 같은데요?”

“완전 약하네?”

왕호의 말에 덕구가 발끈한다.

“나 안 약하다! 난 강하다!”

“레벨 20이면 여기선 약한 편이야. 보르도 울프한테도 죽을 뻔했잖아. 근데 레벨 20인데 통역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거야?”

“트랜슬레이션translation 마법은 내가 쓴다기보다, 나한테 걸려 있는 마법이다! 왜 걸려있는지는 묻지 마라. 나도 모른다!”

“그래? 근데 통역 마법은 처음 들어 보는데, 나만 그런가? 아직까지 언어는 따로 배워야 하잖아? 통역사도 존재하고.”

강창모가 왕호의 말에 동조한다.

“맞습니다. 통역 마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마법입니다. 이거··· 진짜로 엄청난 발견인 것 같습니다.”

“그럼··· 더 위험하겠네······.”

왕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사실이 새어나갔다가는, 곧바로 정부에서 덕구를 데려갈 거다.

간식을 주고 잘 구슬려 정보를 얻어낸다?

그런 젠틀한 방법을 사용할 리가 없다. 어차피 덕구는 기억을 하지 못하니,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할 거다. 전기로 뇌를 자극하는 건 기본.

“안 되겠다. 그냥 지금 바로 네 차원으로 넘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여기가 아마 더 위험할 거야.”

“엇?! 그럼 고기는! 나 음식 더 준다고 하지 않았나?”

“고기 먹다 죽을 일 있어? 트럭에 사람 많이 몰리니까 큰일 날 수도 있어. 내가 육포 남은 거 다 챙겨줄 테니까 그거 가지고 넘어가라.”

“흐잉······.”

뾰로통해진 덕구의 뒤로, 강창모가 난색을 보이며 나섰다.

“···이곳으로 한 번 넘어온 이상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네? 몬스터는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몬스터도 넘어온 이상 돌아갈 수 없습니다. 지구의 차원과 맞닿아 있는 게이트는 양방통행이지만, 몬스터 차원의 게이트는 일방통행입니다. 이 게이트를 넘기 위해, UN에서 아직도 연구 중이죠.”

난감하다.

이렇게 되면 영락없이 갇혔다.

게이트의 비밀이 밝혀질 때까지 여기서 지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곳은 보르도 울프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 결국 지구로 나가야 하는데······.

덕구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인간! 널 따라다니겠다. 밥도 맛있고 하니 너무 기대가 된다!”

“아서라··· 내가 무슨 집사냐······.”

사실··· 쟤가 입만 열지 않았어도 키웠을 거다.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으니까.

근데 입만 열 면 소름이 다닥다닥 돋는다. 전혀 강아지스럽지 않다.

“내가 강해질 때까지만 날 거두어 주라. 날 버리지 마라 인간······.”

시무룩-

덕구가 귀와 꼬리를 맥없이 내리며 고개를 숙인다.

안쓰러움 그 자체.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달래줄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강아지를 한 번 키워본 왕호는 더더욱 뿌리치기 힘들었다.

이대로 덕구를 지구로 보내버린다?

마치 키우던 강아지를 유기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올 것 같았다.

“하, 팔자에도 없는 말하는 강아지 키우게 생겼네. 내 말 잘 들을 수 있어?”

“물론이다! 맛있는 밥만 꼬박꼬박 챙겨주라! 힘은 내가 알아서 기르겠다! 널 주인으로 삼겠다! 주인으로 삼으면 마음이 편하··· 으헉! 위대한 존재인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흠칫-

덕구가 말하다 말고 갑자기 놀라 자빠진다.

주인에게 마음을 쏟는 반려견의 모습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다.

“강아지 맞네! 진짜 주인으로 삼는 거지?”

“난 위대한 존재다! 주인은 조금 그러니··· 마스터라고 부르겠다!”

“그게 그거 아니야? 어쨌든, 내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하라는 것만 하는 거다?”

“알았다. 밥이나 챙겨 주라! 아까처럼 맛있는 걸루다가!”

“그럼, 일단 하지 말라는 거 알려줄게. 첫째, 다른 사람 앞에서 사람말 하지 않는다. 여기 파티원들끼리 있을 때는 맘껏 해도 돼. 둘째, 낯선 사람이 개껌 주면서 따라오라고 하면 따라가지 않는다.”

“안 따라가! 그 정도는 잘 안다!”

“좋아. 말 잘 듣네.”

왕호는 프라이팬을 다시 등에 걸치고는, 덕구를 안아 들었다.

쓰담쓰담-

털이 복슬복슬한 것이, 극세사 이불을 쓰다듬는 것 같았다.

히죽-

덕구도 기분이 좋은지, 눈매가 반달로 휘어졌다.

*

웅성웅성-

각성자들이 트럭 앞으로 모여든다.

“꺄아악! 너무 귀엽다 얘!”

“악! 내 심장! 심쿵했어!”

“와 미쳤다앙. 셀카 찍어서 올려야지!”

“사장님! 얘 사장님이 키우시는 거예요? 이름이 뭐예요?”

몰려든 사람의 대부분이 여자였다.

“덕구입니다.”

“어멋! 이름도 귀여워! 덕구야~”

흐뭇-

왕호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이렇게 써먹으니 이득이네.’

덕구는 왕호의 신신당부대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말을 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닫으니 정말로 귀여운 강아지가 따로 없다.

왕호는 그런 덕구를 사람들을 호객하는 데 사용했다.

-가서 사람들 좀 꼬셔올 수 있어?

-알겠다. 마스터!

물론, 이 음흉한 녀석은 여성들을 위주로··· 아니, 여성 각성자들에게만 다가가서 갖은 애교를 부렸다.

폴짝- 폴짝-

강아지가 안아달라는 듯이 점프하자, 대부분이 덕구를 안아 들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 진짜 푹신푹신하다!”

꾹꾹꾹꾹-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손을 빠르게 놀린다.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만개했다.

.

.

.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었고, 저녁을 마친 사람들은 거진 다 떠나갔다.

왕호는 장사를 마감하기 위해 남은 재료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있었다.

그즈음, 익숙한 남자가 트럭을 찾아왔다.

“싸장님~ 밥 쭈세효!”

뚜이였다.

“어? 뚜이님 여태까지 계셨어요? 저녁 안 드셨어요?”

“뚜이 배꼬픔미다! 밥 머거야 함미다!”

“오! 잘됐네요. 안 그래도 쌀국수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네이티브께서 맛 좀 봐주세요!”

“싸장님! 한쿡말 너므 빠라효~!”

“쌀국수 만들 거예요! 쌀국수 아시죠? 포!”

“쌀쿡쑤?! 퍼! 나 퍼! 조아함미다!”

베트남식 쌀국수 이야기가 나오자, 뚜이의 표정이 기대감으로 가득 찬다.

‘대화가 잘 안 통하네. 좋은 방법 찾아주고 싶은··· 어?!’

왕호의 뇌리에 전구 하나가 딱! 켜진다.

뚜이를 챙겨주던 남자의 말대로, 뚜이는 한국어가 무척 미숙했다. 대화만 잘 통한다면, 진득하게 대화를 나눠볼 수 있을 건데 말이다.

그리고··· 왕호의 머릿속에 좋은 방법 한 가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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