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48화 (48/149)

강해져야 하는 이유 (2)

[그룹 스킬 – 버프 부여]

[현재 “버프 부여” 카테고리에 총 4가지 스킬이 있습니다.]

[기본 버프 부여 – 숙련도 0%]

[요리를 완성하기 전, 기본 버프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부여 가능한 버프는, 체력회복속도 증가, 마나회복속도 증가, 회피율 상승, 체력회복, 마나회복, ···(중략), 최대체력 증가, 최대마나 증가입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기본 버프의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중첩 가능한 기본 버프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현재 중첩 가능한 기본 버프의 개수 : 2]

[버프의 효과는 숙련도와 요리 재료의 영향을 받습니다.]

[스탯 버프 부여 – 숙련도 0%]

[요리를 완성하기 전, 스탯 상승 버프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탯만 부여 가능합니다.]

[가능한 스탯은, 힘, 민첩, 지구력, 지력, 맷집, 손재주, 미식, 치유력입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중첩 가능한 스탯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현재 중첩 가능한 스탯의 개수 : 2]

[상승하는 총 스탯의 양은 숙련도와 요리 재료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성 버프 부여 – 숙련도 0%]

[요리를 완성하기 전, 특성 버프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성만 부여 가능합니다.]

[가능한 특성은 ‘불 친화력’입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중첩 가능한 특성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현재 중첩 가능한 특성의 개수 : 1]

[상승하는 특성 단계의 수준은 숙련도와 요리 재료의 영향을 받습니다.]

[힐링 버프 부여 – 숙련도 0%]

[요리를 완성하기 전, 힐링 버프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현재 얻어낸 힐링 스킬만 부여 가능합니다.]

[가능한 스킬은, ‘용기백배’, ‘구사일생’, ‘CHEER UP!’입니다.]

[힐링 버프는 1개만 부여할 수 있습니다.]

[“힐링 요리”가 아닌 요리에는, 부여가 제한됩니다.]

[부여 가능성은 숙련도와 요리 재료의 영향을 받습니다.]

[버프 스킬들의 중첩은 “요리 스킬”과 재료의 “마나 캐퍼서티capacity”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모든 버프의 효과를 이제 오리진을 통해 알려줄 수 있습니다.]

[오리진에 접속되어 있지 않으면 알릴 수 없습니다.]

[알림 설정은 ON/OFF 가능합니다.]

‘흡!’

눈앞이 어지럽다.

슈루룩-

너무도 많은 양의 정보가 올라온다. 다 읽기조차 벅찼다.

왕호는 일단 설명들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는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정보들을 선별했다.

‘그러니까 이제 버프를 내 입맛대로 정할 수 있다는 거지?’

마치 뷔페에 가서 원하는 요리만을 쏙쏙 뽑아먹는 것처럼, 버프를 골라낼 수 있다.

예쓰!

왕호는 허공에 어퍼컷 세레머니를 날리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동안 자동으로 부여되던 버프를 얼마나 컨트롤하고 싶었던가! 이제는 그것이 가능해졌다.

총 4개의 스킬이 생겨났지만, 다른 스킬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왕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힐링 버프 부여”.

세 개의 힐링 요리를 만들면서 세 가지의 스킬형 버프가 생겨났다. 그것을 이제 활용할 수 있다.

‘일단은 요리를 많이 만들면서 확인해봐야겠으나, 세 줄로 요약하자면···’

1. 요리를 완성하기 전, 버프를 선별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2. 여태까지 만들어 낸 스킬형 힐링 버프를 이용할 수 있다.

3. 요리 스킬과 재료에 따라, 버프의 효과와 중첩이 결정된다.

특히, 재료가 지닌 마나 캐퍼서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즉, 고 레벨 재료가 듬뿍 들어갈수록 효과가 커지고 중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힐링 버프가 용량을 가장 많이 차지하겠지.’

지금의 재료로는 부여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힐링 요리”가 아닌 요리에는, 부여가 제한됩니다.

이러한 안내 멘트가 분명하게 적혀있었으니까.

그래도 버프를 제어하게 됐다는 것이 뜻깊었다.

후루룹- 후루룹- 후루루룹-

왕호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뚜이는 계속해서 쌀국수의 국물을 수저로 떠먹고 있었다.

충격적인 눈동자를 띠며 계속해서 숟가락을 놀린다. 그릇과 입 사이를 왕복하는 손이 덜덜 떨린다. 마찬가지로 동공도 덜덜 떨린다.

벌써 17번째 숟가락을 왕복하고 있다. 다른 건더기는 아직 한술도 뜨지 않았다.

국물을 떠먹는 것에 얼마나 열중했던지, 왕호가 느닷없이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는 것도 몰랐다.

후루룹-

18번이나 국물을 떠먹고 나서야, 뚜이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주륵-

뚜이의 오른쪽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 하나가 또르르 흘러내렸다.

‘우리 집 손맛··· 어머니! 보고 싶다 내 새끼들! 우리 와이프! 내 동생들! 부모님!’

어렸을 때부터 매일 먹어온 고향의 향기가 그의 감성에 불을 지폈다.

살짝 한식의 느낌도 흘러나왔으나, 한국에서 절대 맛보지 못했던 정통 베트남 풍미였다. 오히려 한식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살짝 느껴지는 한국 느낌이 더 좋게 다가왔다.

뚜이는 젓가락을 들어, 쌀국수와 양파 절임, 그리고 울프 수육을 함께 집어 올렸다.

그리고,

호로로로록-

새하얀 면발을 거침없이 빨아올렸다.

매끈하게 올라온 쌀국수와 각종 고명이, 뚜이의 입을 가득 채운다.

우적우적-

맛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뚜이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맴돈다.

향수병으로 고생을 많이 한 터라, 더욱더 감정이 복받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크게 올라오는 하나의 감정이 존재했다.

불끈---!!!

힘Power.

힘이 솟아오른다. 육체적인 힘도 솟아오르고, 정신적인 힘도 솟아오른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토끼 같은 자식들의 응원이 고막을 관통하는 것만 같다.

꾸벅-

뚜이가 왕호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싸장님! 감사함미다!”

이번엔 덕구를 통해 말을 전달하지 않았다. 어눌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국어.

강렬하게 다가왔다.

왕호는 연신 고개를 꾸벅대는 뚜이를 멈춰 세웠다.

“저도 어머니가 외지에 계십니다. 그래도 두시간 정도 짬을 내면 충분히 보러 갈 수 있죠. 통화는 자주 합니다. 그래서 뚜이님이 얼마나 가족을 보고 싶어하는지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간접적으로 느꼈던 적은 한 번 있었죠. 예전에, 일했던 직장에 기러기 아빠가 한 분 계셨습니다.”

“기러기 아빠요? 그게 뭡니까?”

“가족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아빠입니다. 그 선배의 가족은 호주에 있었죠. 핸드폰에 딸 사진을 저장해놓고, 매일매일 쓰다듬더라구요.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랬겠습니까.”

“맞습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뚜이님의 상황이 잘 풀리신다면, 한국에 일하면서도 베트남으로 자주 갈 수 있을 겁니다. 도움 청할 곳 없으시면, 저한테라도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뚜이는 왕호에게 연거푸 감사 인사를 날리고, 남은 쌀국수를 탈탈 털어 넣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은 채.

그의 눈에서는 희망의 불씨가 활할 불타오르고 있었다.

*

“우와! 오빠 요리 먹으니까, 오리진에서 이제 알려줘요! ‘요리를 섭취해 지력이 11% 상승합니다! 이 버프는 6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와 대박!”

한여름이 쌀국수를 떠먹으며 감탄했다.

여름이의 말대로, 알림 기능이 추가됐다. 심지어 원하지 않을 때는 알람 기능을 꺼놓을 수도 있다.

그동안은 따로 버프의 알림이 뜨지 않아서, 먹는 사람의 느낌대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상태창을 열어보든지 하는 방법뿐이었다.

유다희처럼 고레벨인 경우, 먹자마자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금세 캐치했다. 하지만,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버프가 걸린 것도 몰랐다. 칠판에 효과를 적어놓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몰랐을 거다.

“어제부터 그렇게 됐어. 그리고···”

왕호는 파티원들에게 어제 있었던 변화를 간략하게 알려줬다. 이제 버프를 선별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는 것과, 알림 기능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뚜이와 있었던 일도 설명했다.

기쁜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 뚜이와 관련된 일도 알려주고 싶었다. 왕호가 느끼기에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니까.

그렇다고 자신이 “힐링 요리사”라는 것은 알리지 않았다.

처음엔··· 왕호도 오리진에 물어볼 만큼, 이 클래스의 특별함을 몰랐다. 허나, 계속해서 레이드를 뛰고 오리진을 돌아다니다 보니 깨달았다. 힐링 요리사라는 이 클래스는 무척이나 특별하다고. 아니, 특별함을 넘어 유니크하다고.

유니크하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 될 수 있다. 바꿔말하면, 단점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자신은 레이더라는 큰 사회 속에서 작디작은 ‘미생微生’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이러한 특이성이 널리 알려진다면, 누군가는 흑심을 품을 것이 분명하다. 잘못하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까지도 엮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것이 왕호가 ‘버프 만드는 검사’로 행동하는 이유다.

마검사라는 클래스도 있으니, 버프검사라는 클래스가 없을 이유가 없다.

“헐, 진짜 똥물에 튀겨 죽··· 아니, 악덕 길드네요. 한국인 망신은 다 시키고 있네요.”

김지원이 발끈했다. 전매특허인 거친 말을 쏟아내려다 겨우 참았다.

“달빛여제님 뒤통수 때린 것도 프레이 길드 아니에요? 거긴 왜 항상 나쁜 짓만 골라서 할까요?”

한여름의 표정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강창모가 나름 분석을 시도했다.

“아마, 나쁜 놈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 길드의 방향성이 좋지 않으니,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더 악화되지 않았을까? 근데 내가 볼 때는 곧 망할 길드 같은데······.”

“망해요?”

여름이가 강창모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길드 규모상으로는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이긴 한데··· 달빛여제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아. 달빛여제가 키우다시피 한 길드인데, 달빛여제 때문에 결국 발목 잡혔지. 소송 걸렸잖아. 게다가 각성협이 뒤를 밀어주고 있고. 이것 때문에 계약 조항도 법적으로 수정됐지. 오리진에서는 달빛여제가 이길 거라고 보고 있어.”

“소송 하나로 대형 길드가 무너질까요?”

“소송이 아니라, 이미지가 망가진 게 문제일걸? 그다음 대처도 너무 졸렬했어. 달빛여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더라고. 여론이 더 안좋아질 게 뻔했는데 말이야. 이걸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데, 글쎄······. 일단, 암묵적인 상도덕을 무시하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길드원을 모으고 있어. 나한테도 접근했었어. 순간 확! 끌리더라고.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으면 바로 계약했을 거야.”

“그렇게라도 길드원 늘면 회생할 수 있지 않나요?”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의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지. 얼마 전에 그 신발회사 도산한 거랑 일맥상통하잖아.”

“아~ SNS에 광고 엄청나게 하던 그 회사요? 물 빠지는 건 안 고치고, 탑모델까지 계약해서 광고하던데요.”

강창모와 한여름은 신나게 프레이 길드의 미래를 점치기 시작했다.

왕호도 그 대화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불법체류자 고용까지 터지면 진짜 휘청이겠네.’

악덕 기업이 무너지는 건 달가운 일이다. 악덕은 번영하면 안 되니까.

그리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한번 마주쳤던 얼굴이 왕호의 트럭으로 찾아왔다.

“트럭 사장님. 또 봅니다? 내가 경고했을 텐데, 우리 눈 밖에 나면 장사 힘들거라고.”

저번에 왕호를 영입하러 온 프레이 길드 매니저였다.

그때와는 다르게, 옆에 또 다른 남자가 하나 더 있었다.

뜬금없는 매니저의 시비에 왕호의 미간이 구겨졌다.

“갑자기 무슨 일이시죠?”

“무슨 일이긴. 당신이 우리 길드에 막심한 손해를 끼쳤으니 찾아왔지.”

“뭔 소립니까?”

“당신이 뚜이 부추겼지? 노동부에 신고하라고?”

“뚜이님이요? 사실을 이야기해줬을 뿐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맞네. 뚜이 그 새끼가 뭘 잘못 먹고 왔는지, 갑자기 짐 싸서 나가려 하더라고. 물어봐도 입을 꾹! 닫고만 있더라? 하, 새끼 좋게좋게 대해줬더니 어디서 배신을 하려고···”

매니저가 뱉은 말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빠직-!

왕호의 이마에 기다란 핏줄 하나가 튀어 올랐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가슴속에서 열불이 솟아오른다.

“뭐? 좋게 대해? 그래서 뚜이님 어떻게 했는데?!”

말이 곱게 나올 수가 없었다.

“하, 사장 양반 말이 갑자기 짧아지네? 뭘, 어떻게 해 말 안 듣는 놈한테는 몽둥이가 약이지···”

프레이 길드는 생각 이상으로···

멍청했다. 악랄한 것은 뒤로하더라도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힘으로 찍어 누르려 했다.

뚜이가 길드를 나선다? 당연히 신고하겠다는 얘기다. 갑자기 저러는 것을 보면 분명, 누군가가 귀띔을 해준 것이 분명했다. 뚜이를 잘 챙겨주던 길드원 중 하나?

아니다. 그놈들은 길드의 보복을 무시할 만큼의 깜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분명, 외부의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

길드는 뚜이를 쥐어패서 알아내려 했다.

뚜이는 불법 체류자다. 여권도 만료됐다. 폭행을 하더라도 절대 신고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힘으로 찍어누르면, 자연스레 마음도 고쳐먹을 거니 일거양득이다.

인간은 본래 보복을 당하면, 더 큰 보복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니까.

“이 새끼가 입을 꾹! 닫고 있더라고. 의리 한번 으리으리하더라? 하, 근데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갑자기 창문으로 뛰어내리더니 바로 경찰서로 튀어가더라고. 한 방 먹었지. 근데 우리가 누구야? 알아내지 못할 건 또 없지. 어제 분명 여기서 두 끼나 처먹고 갔더라? 사장 양반 같더라고. 한 번 떠봤는데, 역시나였네.”

왕호는 매니저의 당당한 어투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와··· 진짜 상상 이상으로 악질들이네. 아니, 악질인 걸로도 모자라 다들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건가? 악랄한 짓도 적당히 해야 안 들키지, 그렇게 막 나가면 결과 뻔하지 않습니까? 여기가 무슨 봉건시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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