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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53화 (53/149)

< 요리만 잘하는? 요리도 잘하는!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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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호는 트럭 냉장고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잔뜩 가지고 올라왔다.

마기를 제거한 보드로 울프의 등뼈 고기와 양념으로 쓸 다대기, 그리고 도장에 없는 채소들을 가지고 왔다.

뼈가 들어가기 때문에 냄비가 조금 커야 한다. 왕호는 가장 커 보이는 냄비를 가져다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콸콸콸-

여기에 물을 한가득 붓고,

타다닥-

가스불을 켰다.

부글부글-

물이 팔팔팔 끓자, 등뼈를 집어넣었다. 등뼈는 무게 때문인지 스르륵 가라앉았다.

여기에 된장을 베이스로 해서 국물을 뽑아낼 거다.

왕호는 숟가락으로 된장을 한 움큼 펐다.

넣긴 넣되, 그대로 물에 투하하지 않았다.

벅벅-

채를 가져와, 풀어서 넣었다. 꾸덕꾸덕한 된장이라 잘 풀어서 넣어야 한다.

여기에 이제 채소 육수를 가미해야 한다.

왕호는 한약방에서 쓸법한, 천 주머니를 꺼내 각종 채소를 담기 시작했다.

푸릇푸릇하게 익은 고추와 함께, 양파, 대파, 마늘을 넣고, 향을 돋울 생강, 고추씨, 파뿌리를 넣었다.

재료가 빠져나오지 않게 잘 묶은 후에,

풍덩-

채소로 가득 찬 천 주머니를 육수에 집어넣었다. 채소 육수가 더해져 시원한 맛을 이끌어낼 거다.

스윽-

트럭에서 가지고 온 비법 양념장도 꺼냈다.

양념장 속으로 숟가락을 푹! 집어넣었다.

고추장을 토대로 만든 다대기 양념장이다.

듬뿍 퍼서 그대로 풍덩-

‘이 다대기도 나중에 몬스터를 이용해서 만들어 봐야겠다. 아예 만능 소스 세트를 종류별로 만들어야겠어.’

새빨간 양념장이 육수에 스며들어, 황토색이었던 국물색이 조금 진해진다. 황갈색으로 변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왕호는 고춧가루를 꺼내 팍팍! 뿌려 넣었다. 칼칼한 맛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육수의 색깔 또한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잘 말린 시래기를 듬뿍 집어넣었다. 시래기가 깔끔하게 뒷맛을 잘 잡아줄 거다.

여기까지가 육수의 완성.

이제 요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차례다.

주섬주섬-

왕호는 선반을 이잡듯 뒤져, 뚝배기 세 그릇을 찾아냈다.

그다음, 도마를 꺼내 뼈해장국과 환상의 궁합을 이룰 감자를 썰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통통한 감자가, 왕호의 칼이 지나가면서 잘 저며진다.

그 모습을 영감님이 아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호오, 요리사라 그런지 정말로 칼을 잘 다루는 구먼?”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유다희도 거들었다.

“스탯도 좋고, 전투 센스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의지가 강하구요.”

“허허, 그건 네가 입이 마르도록 얘기하지 않았느냐. 세 번은 더 들은 것 같구나. 어디 네 말대로 요리 실력도 출중한지 한번 먹어보면 알겠지.”

왕호는 뚝배기 바닥에 콩나물을 푹신하게 깔고는, 그 위에 저민 생감자를 올렸다. 이러면 감자에서 나온 전분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는다. 그 위로 풍미를 더해줄 양송이버섯과 깻잎, 그리고 큼지막하게 썬 대파를 올렸다.

국자로 시래기와 함께 육수를 듬뿍 퍼서,

콸콸-

뚝배기 그릇에 잘 담았다.

잘 익은 등뼈 고기도 꺼내 적당히 토막내 넣었다.

덜 익으면 뼈에서 고기가 잘 발라지지 않고, 너무 익으면 그대로 고깃결이 부서져내린다. 아주 잘 익었다.

적탐안 덕분에 익히거나, 굽는 것은 이제 너무도 쉬워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뚝배기를 끓여, 감자를 익히기만 하면 된다.

화르륵-!

왕호는 쉬지 않고 거침없이 움직였다. 마치 검무를 추는 것 같은 수려한 요리 솜씨에, 영감과 다희는 왕호를 쳐다보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왕호는 요리가 완성되기 전에, 버프 부여 스킬을 사용해 버프를 집어넣었다.

‘버프가 없어도 숙취 해소는 되겠지만, 더 확실하게 해야지.’

기본 버프 부여.

[숙취 해독 효과가 요리에 적용됩니다.]

마나 캐퍼서티가 아직은 수치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무조건 많이 써보며 짐작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스탯 버프 부여.

아무래도 도장이다 보니까, 힘과 민첩 스탯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힘 상승 버프가 적용됩니다. 증가 수치는 12%입니다.]

혹시 중첩도 되려나?

왕호는 혹시나 싶어, 민첩 버프 부여도 시도해봤다.

[민첩 상승 버프가 적용됩니다. 증가 수치는 5%입니다.]

[요리의 마나 캐퍼서티가 모두 사용됐습니다.]

[더 이상의 버프 부여는 불가능합니다.]

요리가 완성됐다.

[“숙취를 해소하는 해장국, 보르도 울프 뼈 감자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육수가 잘 우러났습니다. 맛이 일품입니다.]

[등뼈 고기가 알맞게 익었습니다.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숙취를 해소하는 해장국, 보르도 울프 뼈 감자탕-

[숙취에 찌든 이들을 위한 뼈해장국.]

[감자와 등뼈 고기가 적절하게 익었다. 육질이 매우 부드럽다.]

[육수의 풍미가 좋다. 된장을 베이스로 해서 부드럽고, 고추장 양념이 들어가 칼칼하다.]

[잘 말린 시래기가 잔뜩 들어가 시원하다.]

[육수를 더욱 오랜 시간 우렸다면, 맛이 한층 깊어질 것이다.]

[효과 : 숙취가 완벽히 사라집니다. 힘이 12% 상승합니다. 민첩이 5%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6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손님이 감동할 시, 효과는 1.5배로 증가합니다.]

왕호는 완성된 뚝배기를 식탁 위로 세팅했다. 그리고 밥솥에 있는 밥을 퍼서 함께 올렸다. 반찬은 냉장고 안에 있던 김치가 전부.

모락모락-

뚝배기와 밥그릇에서 고소한 아지랑이가 흘러나온다.

“모자란 솜씨 한번 발휘해봤습니다.”

“허허, 향기만 맡아도 구수하구만! 어디, 실력 한번 봐볼까?”

관장의 콧구멍으로 구수한 향기가 들어왔다.

여기에 들깨가루를 조금 뿌린다면 더더욱 완벽할 텐데, 들깨가루는 아쉽지만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영감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퍼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고기를 조금 찢어 올리고, 시래기 한줄기를 둘둘 돌려 얹었다.

그대로 후아압-!

한가득 입으로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흐으음~.”

맛있다.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코를 통해 흘러나왔다.

호로록-

국물을 한 술 더 떠먹고는,

꿀꺽-

입안을 깨끗이 비웠다.

“허헛, 내가 먹어본 해장국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군. 최근 3년간은 단연 으뜸이야. 고기가 부드러워서 식감이 기가 막히구먼.”

속사포로 칭찬을 쏟아낸 영감은, 흰밥을 크게 뜨더니 국물에 한 번 적셨다.

샤워를 마친 밥 위로 새콤한 파김치를 얹어서, 이번에도 후아압-

아삭아삭-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그냥 맛있다.

“이거, 해장국인데 술이 더 생각나는 구만.”

아이러니하게도 술이 더 잘 넘어갈 것만 같았다. 본래, 해장의 완성은 술이 아니던가!

감탄사를 연발하는 영감과 다르게, 다희는 아무 말없이 해장국을 흡입하고 있었다.

진짜 맛있으면 원래 말할 틈조차 없는 법이다.

‘이걸로 삼시세끼 10년은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전혀 물리지가 않았다.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감동했습니다.]

[요리의 효과가 1.5배로 상승합니다.]

왕호는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았다. 그래도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리니, 국물을 빠르게 들이마셨다.

후루룹-

.

.

.

버프 요리의 효과는 대단했다.

숙취로 인해 올라오던 두통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뼈해장국은 어느덧 반 이상 사라져 있었다.

영감은 뼈에서 능숙하게 고기를 바르며, 왕호에게 말을 붙였다.

“다희에게 들었네만, 직접 물어보겠네. 자네는 왜 강해지고 싶은가?”

“···제 요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이 먹으면 힘이 펄펄 나는 요리 말인가? 대충 힘이 1할 8푼은 더 증가하는 것 같군.”

영감은 느낌만으로도 버프의 효과를 거의 알아맞혔다.

“맞습니다. 제 능력이 아직 미천한지라, 이 특별한 요리를 지킬 힘이 없습니다.”

“거참, 세상 살기 좋아지니 별별 군상들이 많이도 튀어나오네. 젊은 놈이 요리 좀 하겠다는데, 어떻게든 등골을 빼먹어보려고 쯧쯧쯧.”

“제가, 강해질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킬 만큼요.”

“뭐, 그건 자네의 의지와 재능에 달려있겠지. 자네는 무예가 뭐라고 생각하나?”

영감이 갑작스레 질문 하나를 던진다.

무예라···

어릴 적 다녔던 태권도장과,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말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무릇, 무예란 몸을 단련해 정신을 수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지 않습니까.”

“껄껄껄걸, 예끼 이눔아! 어디서 요상한 말이나 주워들어가지고!”

왕호의 대답이 웃겼는지, 영감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예? 그럼···”

“무예란 적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더냐. 정확히 말하면 적을 살상하기 위해 태어난 기술이지. 요즘 들어서는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로 포장하는데,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여기도 인성교육을 한다고 들었···”

“크흠, 그건 학부모들을 꼬시려··· 어쨌든! 뛰어난 무예란, 얼마나 효율적이고 빠르게 적을 제압할 수 있냐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도장에서 가르치는 태권도나 합기도는 아주 좋지 않은 무술이지.”

“여기가 바로 그 도장 아닙···”

“다른 무술로는 수강생을 모집할 수가 없지 않느냐! 말 좀 끊지 말거라. ···그래서 맨 주먹보다는 검이, 검보다는 총이 더 뛰어난 무술이라고 할 수 있다. 총은 무술이 아니니 제외하자꾸나. 동아시아에도 총이 보급되면서, 수많은 무예들이 그 효율성을 잃고

민속놀이로 전락해버렸지. 하나, 몇몇 무예들은 비밀리에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영감님의 말에 왕호의 가슴속에서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혹시···

“영감님··· 아니, 관장님께서 바로 그러한 비밀 문파의 후예···? 맞으시죠? 전 또 여기가 태권도 간판을 달고 있길래, 태권도나 해동검도를 가르쳐 주는 줄 알았습니다.”

“이눔아, 그럴 거면 집 앞 도장에 다니면 되지 않느냐. 우리 다희가 고작 그런 잡기술이나 익히고 최고가 된 줄 아느냐?”

“역시··· 관장님 처음 뵈었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왕호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아부했다. 자고로, 아부란 아부라고 알고 있어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허허, 이놈이 사람 볼 줄 아는구나. 맞다. 나는 조선제일검이라 불리는 왕의 그림자 ‘운검 雲劍’의 명맥을 이었다. 방년 17세까지 지리산 자락에서 풀죽을 먹으며 검술을 익혔지.”

“와, 대단하십니다!”

짝짝짝-!

왕호는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손뼉 치며 감탄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기연’아니겠는가.

유다희를 3년 만에 탑 랭커 급으로 올려준 그 검술! 조선제일검이자, 왕의 호위무사가 익힌 검술이라면 필시 어마무시할 테다.

“그럼, 그 운검들이 익히는 검술이라면··· 중국 고 랭커들이 익힌다는 그 소림사의 권법 정도는 아주 우습겠습니다.”

아부의 수위가 올라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응?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는 소리냐? 그리 좋은 검술은 아니다.”

“예? 분명 조선제일검이라고···”

“그건 맞다. 근데, 조선이 뭐 그리 으리으리한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

“네?”

왕호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각성자가 되니 쓸 만은 하더구나. 검을 익히지 않은 자들과 비교하면 월등한 실력이었지. 하나, 유수한 다른 검술과 비교했을 때 무척 뛰어나다고 볼 순 없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도망치듯 산을 뛰쳐나왔을까. 게다가 그리 좋은 검술이었으면, 밥 굶겨가면

서 가르쳤겠느냐?”

왕호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강해지기 위해 찾아왔는데, 좋은 검술이 아니라니······.

관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황한 왕호를 안심시켰다.

“껄걸, 내가 다희에게 가르친 검술은 운검들이 쓰는 검술이 아니니 실망 말거라.”

“정말입니까? 휴, 다행입···”

“대신! 이것 하나만큼은 명심하거라.”

영감은 눈을 아래로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 어투 또한 무척이나 진중해졌다.

꿀꺽-

무거워진 분위기 때문에 왕호는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강력한 힘에는 그에 걸맞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화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멘트.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라···

왕호의 눈빛도 진중해졌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강력한 힘을 배우기 위한 책임을 져야겠지. 어플로 계좌번호 쏴줄 테니, 수강료 입금하거라. 요리로 퉁치는 건 안 되지만, 올 때마다 요리해주면 수강료 깎아줄 요량은 있다.”

“···네? 그 책임이··· 수강료 말씀하신 겁니까?”

긴장하고 있던 맥이 확 풀렸다.

< 요리만 잘하는? 요리도 잘하는! (4)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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