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55화 (55/149)

< 요리만 잘하는? 요리도 잘하는! (6) >

*

따악-!

“으윽!”

왕호가 머리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효자손으로 살짝 맞은 것 같은데··· 두개골이 웅웅 거린다.

“이눔아! 동작이 너무 크다! 보르도 울프는 쉽게 잡았담서? 늑대가 아니라 동네 똥강아지를 착각했나 보구나!”

차에서 자고 있는 덕구가 들으면 벌떡 일어날 소리다.

왕호는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죽도를 두 손으로 꽉 쥐고, 관장님을 공격했지만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보르도 울프도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휘둘렀건만···

허용은 상체를 슬쩍 비트는 것만으로 쉽게 검을 흘려냈다.

게다가 손목의 스냅만으로 효자손을 놀리는데··· 맞으면 눈앞에 별이 보일 정도다.

머리, 어깨, 허리, 다리, 종아리, 팔뚝··· 어디 하나 안 맞은 곳이 없었다.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른다.

허용이 뻗어있는 왕호를 효자손으로 툭툭 건들며 자극했다.

“이눔아 너도 오리진 시스템의 덕을 보고 있지 않느냐. 스킬이란 것도 좀 써보거라.”

스킬을 써도 된다는 말에, 왕호가 눈을 빛내며 힘겹게 일어났다.

왕호에겐 일도양단 스킬이 있다.

단단한 뼈를 가지고 있는 보르도 울프도, 일도양단 한 방이면 두개골이 박살 난다.

‘한 대만 때리자, 한 대만!’

왕호는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려들었다.

‘일도양단!’

슈우욱-!

무식하게 힘만 사용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 발현됐다.

300이라는 마나를 잔뜩 머금은 죽도가, 허용의 머리통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슬쩍-

디딤발을 살짝 돌리는 것으로 허무하게 피해버렸다.

그래도 이번엔 허용의 다리라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펑-!

관장님을 지나친 죽도가 그대로 매트를 터트렸다.

“이거, 괜히 피했구만. 애꿎은 매트만 하나 날아갔네 에잉 쯧쯧. 이눔아! 아주 무식한 기술을 쓰는구나. 한 번만 더 썼다가는 그 죽도도 터져버리겠다!”

딱-!

허용은 효자손으로 다시 한번 왕호의 손목을 내리쳤다.

“악!”

왕호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죽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팔목을 보니 벌써 멍 여러 개가 예쁘게 피었다.

“오리진이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다. 기술을 쉽게 얻어내고 쉽게 키워낸 만큼, 제대로 쓸 줄도 모른다. 게다가 오리진에 있는 스킬들은 내 기준엔 죄다 형편없는 것들이다.”

허용은 효자손을 두 손으로 쥐며, 검술 자세를 취했다.

“자, 내 하는 걸 잘 보거라. 수직 베기는 그렇게 무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마나도 그렇게 우악스럽게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은은하고 부드럽게! 자고로, 이 수직 베기는 화산의 묘리와 운검의 묘리를 합쳐 만들었다. 잘 보고 따라 하거라.”

허용이 효자손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그었다.

슈욱-

눈 깜짝할 사이에 내려오는 효자손.

팡-!

그 효자손 사이로 파공음이 절로 생겨났다.

왕호는 입을 쩍 벌리며 그 광경을 눈에 담아야 했다.

‘저걸 보는 것만으로 어떻게 따라 해!’

그래도 해야 했다. 안 하면 맞는다.

왕호는 죽도를 다시 들어, 비슷하게 베기를 흉내 냈다.

부우웅-

그러자,

딱-!

효자손이 왕호의 오른 넓적다리를 강타한다.

“우억!”

“이쪽 다리는 왜 놀리느냐?”

‘크윽!’

왕호는 눈물을 머금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다시 휘둘렀다.

딱-!

“아악!”

이번엔 왼쪽 어깨.

다시 자세를 고쳤다.

딱-! “끄윽!”

딱-! “커억!”

따악-! “아아악!”

.

.

수십 번을 사랑의 매로 자세를 교정 당하고 나자, 얼추 비슷한 자세가 튀어나왔다.

“흠, 이제 조금 검술 같구만. 스킬을 쓰지 말고 마나를 은은하게 불어넣거라.”

“예? 그걸, 설명만으로 어떻게···”

“하면 된다!”

하면 된다라···

딱-! “악!”

“너무 많이 들어갔다 조금 줄여라!”

딱-! “끅!”

“이번엔 너무 적어! 그깟 마나로 뭘 베겠다는 것이냐!”

따악-! “엉엉!”

하면 된다가 아니라, 맞으면 된다가 더 정확할 것 같다.

[고유 그룹 스킬 “함무라비 검법”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맞으니까 됐다.

[그룹 스킬 – 함무라비 검법]

[현재 “함무라비 검법” 카테고리에 총 2가지 스킬이 있습니다.]

[함무라비 기초 검술 – 숙련도 0%]

[함무라비 프로젝트의 유일한 생존자 “허용”이 정립한 검술.]

[수많은 검술의 장점만이 녹아들어 있다.]

[극도로 효율적인 검술. 살생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아직은 수직 베기밖에 사용하지 못할 만큼 미천한 수준이다.]

[다양한 초식을 익히게 되면,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숙련도가 100%가 되면, 초급 함무라비 검술로 업그레이드됩니다.]

[검기 劍氣 발현 – 숙련도 0% 마나 소모량 : 초당 10]

[검에 마나를 불어넣어 검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마나를 더 효율적으로 많이 담을 수 있습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검기의 컨트롤이 능숙해집니다.]

[함무라비 검술의 영향을 받습니다.]

“스, 스킬이 생겼습니다!”

왕호가 바닥에 주저앉아 다급히 외쳤다.

더 이상 맞기 싫어서다.

“오호! 다희는 일주일이 걸렸는데, 하루 만에 생겼구만. 좋은 페이스야.”

허용이 활짝 웃었다.

섬뜩하다.

왕호가 볼 때는 마치 저승사자의 웃음과도 같았다.

유다희가 일주일이나 걸린 일을 왕호는 하루 만에 해냈다. 왕호의 재능이 월등해서가 아니다. 맞으면서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다희는 안 맞고 배웠다. 사랑스러운 손녀딸을 어찌 때리면서 가르쳤겠나.

“허허,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만 하지. 수업 시간은 매일 저녁으로 하마.”

“예? 매, 매일요? 제가 월수금 저녁에는 따로 배우는 일이 있습니다.”

“그럼 월수금은 아침 일찍 하자꾸나.”

“헙!”

매일 매를 맞아야 하는 것인가? 그것도 돈까지 내가며?

“표정이 왜 그러느냐? 배우기 싫으냐? 다희에게 듣자 하니, 1년 만에 자기를 뛰어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면서?”

“그, 그것은 농담으로···”

“뭐, 배우기 싫으면 오늘치 수강료 빼고 환불해주겠다.”

“아, 아닙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좋은 자세야 껄껄껄.”

왕호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다시금 다짐했다.

‘안왕호 인마! 요리도 독하게 배웠잖아! 까짓거, 강해지자! 요리만 잘하는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도 잘하는 요리사면 더 좋잖아!’

사랑스러운 버프 요리도 지키고 말이다.

*

“아이고 삭신이야······.”

트럭을 모는 왕호의 입에서 계속해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덕구가 왕호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왜 그러나 마스터? 많이 아프나? 누구한테 맞았나? 내가 복수해 주겠다! 저번처럼 거시기를 물어 뜯어버리겠다!”

핥짝-!

덕구가 운전대 위에 올려진 왕호의 팔을 핥았다.

“으악!”

덕구의 혀가 닿자 통증이 더더욱 밀려왔다.

지금은 그냥 움직이기만 해도 너무 아팠다.

“으앙! 미안하다 마스터! 내가 열심히 힘을 길러서 회복 마법을 빨리 배우겠다! 마스터는 아프면 안 된다! 아프면 내 밥은 누가···”

덕구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

집으로 도착하니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어 있었다. 딱, 저녁 먹을 시간이다.

왕호는 주차장에 트럭을 세우고는, 덕구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흠, 매번 트럭 안에서 재울 수도 없고. 시간 지나면 날도 쌀쌀해질 건데··· 안 되겠다. 덕구야!”

헥헥-

“웅 마스터!”

“이제 우리 집 가서 자자.”

“헉! 정말인가?!”

“근데, 나랑 같이 사는 여동생 한 명 있거든? 걔 앞에서 말하면 안 돼!”

“알겠다! 내가 말하는 강아지··· 아니, 말하는 위대한 존재임을 절대 들키지 않겠다!”

희영이가 덕구가 일반 강아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자연히 레이드를 뛴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희영이는 지금 왕호가 평범한 푸드트럭을 몰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언젠가는 말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지켜주고 싶었다.

띠띠띠띠-

왕호는 도어락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 왕호의 뒤를 덕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따라왔다.

“응? 오빠야? 어?!”

도어락 소리에 희영이가 현관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뒤따라오는 덕구를 발견한 것이다.

“꺄아아~! 오빠 얘 누구야? 너무 귀엽다아!”

와락-!

희영이는 귀여운 덕구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껴안았다.

헥헥-

덕구도 희영이의 품이 좋은지, 볼을 마구마구 부볐다.

“아, 장사하다가 만난 유기견인데··· 불쌍해서 데리고 왔어. 주인 찾을 때까지 여기서 지내면 좋을 거 같아. 낮에는 내가 장사하면서 데리고 다닐게.”

“우와아~! 너무 좋다! 우리 뽀삐 생각난다 헤헤.”

“이름은 덕구라고 지었고, 똑똑해서 사람 말 다 알아들어. 키우기 편할 거야.”

“진짜? 덕구야 손!”

희영이는 덕구를 거실에 내려놓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턱-!

그대로 손을 올려놓는 덕구.

“꺄아! 천재다 천재! 덕구야 앉아!”

풀썩-!

덕구가 앉았다.

“굴러!”

데구르르-

구른다.

“빵야!”

쓰러지지··· 않았다.

이번엔 멀뚱멀뚱 희영이를 쳐다본다.

“빵야는 아직 모를걸?”

“그럼, 내가 가르쳐야지~. 덕구야 일루와~.”

덕구도 희영이와 노는 게 재밌는지, 희영이를 졸졸 따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덕구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홀로 남은 왕호는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아이고오~ 너무 아프다 진짜. 죽는 게 낫지 차라리···”

구내염 걸렸을 때, 알보칠을 바른 것 같은 통증이다. 그런 통증이 지금 온몸에서 느껴진다.

왕호는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체력을 살폈다. 체력이 고작 1할밖에 안 남았다.

‘귀신같은 관장님······.’

왕호의 체력을 기가 막히게 계산해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팼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왕호가 아니다.

사람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잔머리를 세차게 굴렸다. 그래서 기가 막힌 방법 하나를 떠올렸다.

‘구사일생!’

왕호에겐 버프 요리가 있다.

그리고 힐링 버프 중엔 “구사일생”이라는 엄청난 육체 회복 버프가 존재한다.

어차피 저녁도 먹어야 하지 않겠나.

한데···

힐링 버프는 마나 캐퍼서티를 상당히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몬스터 요리로는 힐링 버프 부여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소스까지 몬스터를 이용해 마나 캐퍼서티를 늘린다면?’

버프가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능 간장을 만들자!’

왕호는 10%가량 남은 체력을 이끌고 만능 간장 제작에 돌입했다.

제조법은 이렇게 쉬워도 돼? 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간단하다.

왕호는 보르도 울프 고기의 남은 부위를 가지고 왔다.

도마에 올린 후에,

탕탕탕탕탕-

식칼 두 개를 양손에 쥐고 마구 다졌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찾아왔지만, 꾹 참았다. 빨리 만들어서 체력을 회복하는 게 더 낫다.

고기가 완전히 다져지자, 둥그런 냄비를 가스불에 올렸다.

후두둑-

냄비가 달궈지자, 다져놨던 고기를 투하했다.

그리고 그 위로 간장을 콸콸콸콸- 쏟아부었다.

다진 고기가 간장에 푹 잠긴다. 팔팔 끓이면, 고기가 둥둥 떠오를 거다.

마지막으로 설탕을 화아악- 부어 마무리했다.

이제, 끓여놓기만 하면 끝.

팔팔팔-

[“버프를 더해주는 만능 간장”이 완성되었습니다.]

[활용도가 다양합니다. 각종 요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첨가하면 버프의 효과를 더욱 높여줍니다.]

-버프를 더해주는 만능 간장-

[아직 버프를 부여하기 전이다.]

[보르도 울프의 다진 고기가 들어갔다.]

[설탕이 들어가 단짠 조합이 기가 막히다. 조림 요리에 특히 좋다.]

[만들기가 간편하고,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효과 : 마나 캐퍼서티를 늘려줍니다.]

좋다.

많이 만들어 놓아서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다.

마늘쫑 볶을 때 넣어도 맛있고, 꽈리고추 조릴 때도 좋다. 삶은 메추리알이 있으면 장조림도 뚝딱 만들 수 있다.

웬만한 채소볶음은 진짜 5분도 안 걸려서 만들 수 있다.

‘일단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걸로 만들자.’

지금은 메인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야 요리 하느라 통증을 참고 있지만, 먹을 때까지 통증을 즐기고 싶지 않다. 번거롭게 젓가락 사용해야 하는 요리는 제외.

그렇다고 대충 만들 수는 없다. 대충 만들면 버프가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몸에 좋지도 않다. 희영이도 먹어야 한다. 고3이라 맛있고 든든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덮밥이 낫겠다.’

숟가락만으로 퍼먹을 수 있는 좋은 요리다.

이번엔 만능 간장이 있으니, 일식으로 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

가츠동!

정확히 말하면, ‘일본식 보르도 울프 등심 커틀릿 덮밥’이다.

< 요리만 잘하는? 요리도 잘하는! (6) > 끝

ⓒ 신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