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70화 (70/149)

<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 (3) >

“흣챠!”

왕호는 배낭 속에 들어있던 몬스터 다섯 마리를 꺼내, 빡빡 씻었다.

고작 다섯 마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반 오징어에 비하면 수십 배의 크기에 달하는 몬스터다. 오징어 100마리를 잡아 온 거나 마찬가지.

일단 이걸로 메뉴를 만들어 팔아보고, 잘 팔리면 더 잡아 올 생각이다. 아예 안 팔리면 던전을 옮길 생각도 가지고 있다. 플랜B다.

물로 한 번 씻어낸 오징어를, 덕구가 클린 마법으로 또다시 깔끔하게 만들었다. 왕호는 잘 씻어진 오징어를 냉장고에 차곡차곡 집어넣어 보관했다.

가장 작은 녀석을 도마 위로 올려, 내장을 제거하려는 순간

“하, 드디어 찾았네!”

한 사내의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왕호는 고개를 들어 그 사내를 훑었다.

‘···!! 거, 거구!’

엄청난 몸집의 사내였다.

키는 거의 195cm에 가까운 모습이다. 키도 키지만, 덩치가 장난이 아니다. 몸무게는 거의 150kg에 육박할 것 같았다.

골격이 엄청난데, 살집도 엄청나다. 흔히 말하는 근육돼지와 그냥 돼지의 중간이라 볼 수 있겠다.

“어서 오세요~.”

왕호는 일단 반갑게 인사했다.

처음 보는 손님인 것 같았지만, 그가 꺼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찾았다니?

“으아아, 사장님 한 참 찾았슴다. 어디 계시다 이제 나타난 겁니까?”

“예?”

“왕호네 밥차 페이지 보고 어찌나 맛나 보이던지, 던전을 이 잡듯 뒤졌슴다. 박하진 인스타에 보르도 울프 던전이라 나와 있어서 찾아갔지만,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요. 이틀을 기다렸는데!!!”

“아!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던전을 옮기기도 했구요.”

“오리진에서 밥차 목격했다는 소식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슴다.”

“하하하. 그, 그러셨군요.”

왕호가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앞으로 여름이한테 부탁해서, 던전 옮기면 장소 업로드 해달라 해야겠다.’

인기가 많아지니, 맛집 탐방하듯 찾아다니는 사람도 생겨났다.

“어떤 메뉴로 드릴까요?”

“거기 쓰인 메뉴 다 주십쇼!”

“저, 저걸 다요?”

“안됩니까?”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다 드실 수 있으세요?”

“예?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하나씩 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더 시키려고 했슴다.”

“헉!”

왕호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덩치가 큰 만큼 많이 시켜도 이해하려 했지만, 모든 메뉴를 다 달라니··· 상식 밖이다.

“점심으로 드시려는 겁니까?”

“점심이요? 아뇨. 아점으로 먹을 생각임다.”

“브런치요? 점심은 안 드세요?”

“아뇨. 점심은 또 먹어야죠. 어, 그거 지금 손질하려는 거 스퀴드맨 맞죠? 오징어! 흐흐, 그것도 메뉴가 있습니까?”

“아뇨 아직···. 오늘 메뉴 개발하고 내일부터 팔려고 했는데···”

“그럼 그 개발하고 있는 오징어 메뉴도 전부 주문하겠슴다!”

“브, 브런치로 이걸 다 드시겠다구요?”

“다이어트 중이라 많이는 못 먹는데, 시킨 건 다 먹을 수 있죠.”

세상에!

그럼 하루에 도대체 몇 끼를 처먹··· 아니, 먹겠다는 소린가?

“저거 메뉴 다 합치면, 족히 15인분은 넘을 텐데··· 이거 오징어 메뉴 5개만 더해도 20인분······.”

“괜찮슴다. 먹는 거 좋아해서 다 들어감다. 푸드 파이터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아, 돈은 많으니 걱정 마십쇼! 이래 봬도 레벨 400대입니다.”

“헙! 그런 고랭커분이 여긴 왜···”

“당연히 맛있다길래 찾아왔죠! 빨리 만들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나씩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요상한 손님이었지만, 그래도 주문을 받은 이상 맛깔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요리사의 숙명이다.

왕호는 빠른 속도로 메뉴 하나하나를 만들기 시작했다.

.

.

.

모락모락-

왕호가 만들어낸 접시가, 하나둘씩 남자 옆에 쌓인다.

일반 접시였지만, 마치 회전초밥집의 접시가 쌓이듯 차곡차곡 쌓인다.

휙- 휙-

왕호는 생에 최고의 스피드로 요리를 만들고 있었으나, 만드는 속도보다 남자의 먹는 속도가 더 빨랐다.

[민첩이 상승합니다.]

덕분에, 민첩까지 올랐다.

“와, 정말 잘 드시네요. 혹시··· 하루에 몇 끼 드십니까?”

“지금은 다이어트 중이라 여섯 끼 밖에 안 먹슴다! 아침, 아점, 점심, 점저, 저녁, 야식. 이렇게 여섯 번 먹네요. 아, 물론 후식은 제외입니다.”

“헉! 삼시육끼요?”

“하하핫! 어렸을 때부터 먹는 거 참 좋아했슴다. 덕분에 이렇게 무럭무럭 자랐나 봅니다.”

우적우적- 꺼어억-!

남자는 열댓 개의 메뉴를 순식간에 전부 해치웠다.

그제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통성명도 나눌 수 있었다.

“우와앗, 정말 맛있습니다 사장님! 저는 나동수라고 하고, 마도구 메이커로 일하고 있죠. 앞으로 육 끼 중 두 끼 이상은 꼭 여기 찾아와서 먹도록 하겠슴다! 전국 팔도 맛집 다 다녀봤지만, 가까운 곳 중에서는 여기가 최고입니다! 게다가 몬스터 요리는 여

기서밖에 못 먹지 않습니까.”

“아, 예··· 단골 생기고 좋습니다 저도! 근데, 많이 드시는 것 치고는 그렇게 살찌는 것 같진 않네요.”

“하하핫, 다 먹고 칼로리 버닝해야죠! 운동 엄청나게 합니다! 운동은 레이드 뛰는 걸로 대신하죠! 그럼, 이제 오징어 신메뉴 만들어 주십쇼!”

나동수가 눈을 번쩍번쩍 빛냈다. 위가 어찌가 위대 胃大한지, 아직도 들어갈 공간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일단은 갓 잡아 왔으니 회부터!’

왕호는 싱싱한 오징어의 배를 스윽- 갈랐다.

수술용 메스로 가른 것마냥, 배가 예쁘게 갈렸다.

휙-

먹물 주머니를 비롯한 각종 내장들을 다 제거했다.

아주 싱싱해서 내장 채 통으로 쪄도 되고, 울릉도 명물인 오징어 내장탕을 끓여도 되지만, 일단은 내장을 제거한 음식을 먼저 만들어 볼 생각이다.

내장이 깔끔하게 제거된 스퀴드맨을 향해, 왕호는 제독 스킬을 사용했다.

[초급 제독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Lv. 70의 손질된 스퀴드맨의 마기를 해독합니다.]

[초급 제독 스킬의 숙련도가 100%로 상승하였습니다.]

[초급 제독 스킬이 중급 제독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특성 “독 친화력”이 생성됩니다.]

[스킬 “마기 흡수”가 생성됩니다.]

어?

제독 스킬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은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

회를 떠주고 나서 확인해도 늦지 않다.

다리는 그냥 회보다, 숙회가 낫다. 말려 먹어도 맛있다.

다리는 따로 빼놓고, 몸통을 먹기 좋게 채 썰기 시작했다.

슥- 슥- 슥-

썰면서 느끼는 거지만, 손맛부터가 너무 탱탱하다. 씹으면 쫄깃쫄깃 입에서 춤을 출 것만 같다.

왕호는 잘 썰어진, 반투명한 오징어 회를 접시에 담아 특제 초고추장과 함께 건넸다.

첫 번째 해산물 메뉴인 “스퀴드맨 회” 완성.

“갓 잡아서 아주 싱싱할 겁니다.”

“하핫, 잘 먹겠습니다!!!”

나동수는 젓가락으로 오징어 회 다섯 개를 한 번에 집더니, 그대로 초장에 푹!

찍고, 입으로 가득 집어넣었다.

쫩쫩쫩쫩-

씹는 소리만 들어도, 식감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꿀꺽-

오징어 회가 나동수의 식도를 타고 쭈르륵- 내려갔다.

“크으으으~, 사장님! 쫄깃쫄깃 그 자체입니다. 초장도 너무 어메이징입니다! 사장님이 만드신 건가요?”

“예. 고추냉이도 같이 드릴까요?”

“좋슴다!”

왕호는 간장에 고추냉이를 살짝 풀어 접시 옆에 올렸다.

“맛집 많이 다녀보셨댔죠? 이건 돈 주고 팔만 합니까?”

“크, 물론이고 말고요! 아주 싱싱하고 맛과 식감 모두 일품임다. 버프가 없다고 해도 충분히 팔릴 겁니다.”

“그럼 이참에, 신메뉴 한 번씩 평가 부탁드립니다.”

“하하핫, 영광입니다! 앞으로 여기 신메뉴는 제가 먼저 책임지겠슴다! 단골이 아니 될래야 아니 될 수가 없슴다. 음식이 너무 맛깔납니다!”

쫩쫩쫩쫩-

왕호는 미소를 지으며 복스럽게 먹는 나동수를 바라보았다.

‘아 참!’

나동수가 너무 야무지게 먹는 터라, 깜빡 잊을 뻔 했다.

왕호는 새로 얻어낸 것들을 빠르게 확인했다.

[특성]

[독 친화력 – 1단계]

[재료의 독을 완벽히 해독해야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독을 쉽게 다룰 수 있게 해준다.]

[독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

[중독을 잘 입지 않는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각종 독에 대한 이뮨immune이 상승합니다.]

‘불 친화력 같은 건가?’

특성이 하나 더 생겼다. 이득이다.

몬스터 중에는 독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가끔 있다.

지금 이 스퀴드맨 조차도, 먹물 속에 독을 담고 있다.

만약 독에 중독되면, 체력이 지속적으로 깎인다. 치명적인 독 같은 경우에는, 곧바로 해독하지 않으면 죽음에까지 이른다.

아직 1단계라 면역의 효과뿐이지만, 혹시 아나? 단계가 올라가면, 독사처럼 독을 뿜을 수 있을지.

곧바로 스킬도 확인했다.

[마기 흡수 – 숙련도 0%]

[몬스터에게 제독 스킬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마기는 해독하는 것을 넘어, 체내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해독한 마기를 흡수해, 마나의 용량을 영구적으로 늘립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마나의 총 용량이 커집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마기의 획득률이 커집니다.]

[제독 스킬의 영향을 받습니다.]

[레벨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

스킬을 확인하자마자 왕호의 동공이 세차게 떨렸다.

‘이, 이건!’

이득이라 말할 수 없다. 이득이란 단어를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금 왕호는 마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 해결책으로는 레벨을 늘리는 것뿐이었다. 이 스킬을 확인하기 전까진······.

스킬의 설명대로라면, 몬스터 속에 있는 마기를 해독함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다는 뜻.

흡수한 마기는 마나와도 같으며, 마나의 총 용량을 늘리는 데 일조한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영구적으로!

마나가 늘어나면, 스킬을 난사할 수 있다. 왕호에겐 빼어난 스킬들이 있으니, 레벨을 더욱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심지어 스킬의 숫자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거다.

레벨은 요리 스킬에도 영향을 끼치니, 당연히 요리의 퀄리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에 있을 요리 경연 대회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거다.

좋다. 좋아.

비트만 틀어준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댄스에 몸을 맡겨버릴 수 있다.

왕호의 기분이 잔뜩 올라갔다.

나동수도 맛있는 걸 먹어, 잔뜩 업 됐다.

이야기꽃이 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왕호는 두 번째 메뉴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호! 사장님 다음 달에 에셰코 나가신다고요?”

“예. 그래서 방송에 나올 메뉴를 연구 중입니다.”

“크흐, 제가 그 방송 애청잡니다. 무조건 첫 등장의 임팩트가 가장 중요함다.”

“첫 메뉴요?”

“음악 오디션도 마찬가지잖습니까. 처음에 꾀죄죄하게 나온 참가자가, 겁나 강렬한 음악을 뙇!!! 그러면,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릅니다. 메뉴도 메뉴고, 반전이 제일 중요함다.”

“반전이라면 어떤···”

“사장님은 지금 푸드트럭을 하시니, 던전에서 목숨 걸고 재료를 가져와 힘겹게 파는 그런 소시민적 이미지로 밀어붙이십쇼. 요새는 호텔 출신 각성자 셰프가 많이 나오는데, 사장님은 실력도 실력이고 각성자이기까지 하니 아주 매력적일 겁니다.”

나동수는 프로 먹보답게, 요리 프로그램도 엄청나게 챙겨본다. 프로 시청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정확히 잡아냈다.

나동수가 신나게 말을 이었다.

“시즌1 우승자 아시죠? 만화책 보고 요리 시작했다고 해서, 엄청나게 이슈됐잖습니까. 계기는 초밥 만드는 만화책이 맞지만, 사실 그분도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신 분입니다. 이렇게 첫 이미지가 중요함다.”

“와, 조언 감사합니다. 제가 티비를 잘 안 챙겨봐서요.”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었는데 더 도와드려야죠. 안 되겠슴다! 제가 마도구 메이커로써, 사장님 스폰 하겠슴다! 인챈트 비용만 주시면 죄다 만들어드리겠슴다!”

“예?”

“보니까 사장님 지금 프라이팬이랑 식칼 한 개만 마도구인 거 같은데, 대회 나가시면 호텔 출신 요리사들 아주 별의별 물건 다 들고나옵니다. 카메라 못 잡힙니다. 정통으로 하시면.”

“그, 그런가요?”

“그거 두 개 말고 다른 마도구는 없습니까?”

“냉장고랑, 오븐 있어요. 냉장고는 엄~청 비싼 거예요! 주문 제작 했구요.”

왕호가 뒤에 있는 냉장고를 팡팡- 때리며, 자부심 넘치게 말했다.

“호오~.”

나동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냉장고를 바라보더니···

“하하핫, 마감 싸인을 보니 티파니가 인챈트한 제품이군요! 아~주 상품 上品임다.”

“엇, 어떻게 아셨습니까?”

“알다마다요. 티파니가 제 밑에서 배웠으니까요.”

<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 (3)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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