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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73화 (73/149)

< 치유의 힘 (1) >

왕호는 2주 동안 응비봉사의 숙련도를 100%로 올려야 했다. 그리고 정말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다희가 따로 대련을 해줘서 올린 것도 있었지만, 스퀴드맨을 사냥하면서 쾌검 초식만을 사용했다. ‘맛깡패’ 버프를 만들어 먹으며, 스킬을 엄청나게 난사했다.

A형 던전에서의 파티사냥은,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경험치를 n분의1로 나눠 가져야 하는 단점도 안고 있다.

왕호는 마치 파티사냥을 하는 것처럼, 홀로 몰이 사냥을 시도했다. 성공만 한다면 경험치를 혼자서 독식할 수 있는 상황.

결과는 대성공.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폭렙할 수 있었다. 응비봉사를 마스터한 것은 덤이다.

‘역시 될 놈은 뭘 해도 되는구나!’

우주의 기운이 마치 자신에게 모이는 것 같았다.

스퀴드맨을 순간적으로 절명시키지 않으면, 먹물을 뿜어서 공격한다. 먹물에는 독이 있다. 중독되면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뿐만 아니라, 몸 또한 둔해진다. 길다란 채찍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왕호에겐 ‘독 친화력’이라는 새로이 얻어낸 특성이 있다.

먹물을 얻어맞았음에도, 전혀 중독되지 않았다.

강력한 극독은 아니었던 터라, 1단계 특성으로도 충분했다.

독 공격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몰이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

비록, 먹물을 얻어맞아야 했지만 덕구한테 클린 마법이 있으니, 그냥 찝찝함만 감수하면 됐다.

단조롭다고도 할 수 있는 일상이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던전에 들어가서 스퀴드맨을 몰이사냥한다.

몰이사냥하며 숙련도를 올린다.

잡은 스퀴드맨은 배낭에 넣는다.

스퀴드맨을 배낭에서 꺼내 해체한다.

제독하면서 영구적인 마나를 덤으로 올린다. 마나석도 덤이다.

손질한 스퀴드맨은 푸드트럭에서 버프 요리로 판매한다.

사냥과 요리로 인해 레벨이 엄청나게 상승한다.

부가적으로 얻어낸 마나석은 이제 판매하지 않고, 모아놓는다.

한가득 모이면 나동수에게 건네 주방 도구를 마도구로 교체한다.

혼자서 사냥하니, 레벨업 속도는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푸드트럭의 수입도 상위 던전으로 와서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다.

2주 동안 “왕호네 밥차”의 팔로워 숫자도 3만 명을 향해 치달았다.

새로 개발한 스퀴드맨 신메뉴는 나동수에게 먹여, 그 상품성을 체크했다.

판매하기로 결정한 메뉴는 놀러 온 여름이가 사진으로 예쁘게 찍어 포스팅했다.

팔로워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게다가 왕호는 엔터테인먼트사에 싸인한 상태다. 같은 소속사의 많은 연예인들을 이용해 SNS를 키울 수도 있었지만, 그런 얕은 술수는 사용하지 않았다.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에셰코에 나가면 자연스레 유명해질 거다. 괜히 들키기라도 했다간 조작이라고 욕먹는다.

그렇게, 2주 동안 왕호는 레벨 100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달성했다. 다른 각성자들이 봤다면 경천동지할 렙업 속도다.

이제 에셰코 예선까지는 3주가 남았고, 관장님과 약속한 시간은 다 지나갔다.

왕호는 위풍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도장의 문을 거침없이 열었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오늘처럼 상쾌할 수가 없다.

“끌끌끌, 자신 있게 들어오는 것을 보니 초식을 마스터했나 보구나.”

허용의 촉은 정말 귀신같았다.

“약속 지키려고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왕호가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더 맞기 싫어서 악착같이 올린 결과다.

“껄걸, 못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널 과소평가한 것 같구나. 한 주 더 줄여 3주에 하나씩 배우는 걸로 하자꾸나.”

“예에? 아, 아니 그건 좀···”

“왜? 싫으냐?”

꽈악-

효자손을 쥔 허용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아, 아니 누가 싫다고 했습니까?”

왕호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끌끌, 그럼 바로 다음 초식으로 넘어가자꾸나. 오늘은 쾌검 제2 초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정반대의 초식인 중검

“중검이요? 그럼··· 완전히 새로 배워야 하는 겁니까?”

왕호의 동공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렸다.

같은 쾌검이면 배우기가 훨씬 수월할 테지만, 중검은 상반되는 위치에 놓여있다. 아예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뜻.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맞으면서 배우라는 소리다.

“이눔아! 쾌검만 익혀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굳이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법이 있느냐? 모든 길의 장점을 융합시킨 것이 이 함무라비라는 무예다. 너의 실력이 이제 중수의 반열에 오른 듯하니, 더 열심히 해서 고수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고수 소리 듣기 전에 맞아 죽겠습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극한의 상황일지라도, 언젠간 적응하게 된다.

고전 명작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면, 교도소에서 40년을 보낸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

-40년 동안 허락받아 오줌을 쌌다. 허락 없이는 이제 오줌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왕호도 그렇게 생각했다.

허용의 스파르타식 교육에 언젠간 “적응”할 거라고.

적응은 개뿔···

적응하려고 하면 항상 그 이상의 것이 찾아왔다.

체력이 오르면 더 많이. 맷집이 오르면 더 세게.

민첩이 올라 공격을 흘리려 하면, 더 빠르게 말이다.

‘이러다가 정신병 걸리겠어!’

이제는 한 달에 초식 하나가 아니라, 3주에 하나로 줄인단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허용은 유다희를 절대 이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왜?

다희를 아끼기 때문.

그렇다면, 허용이 아끼는 사람으로 변모하면 된다.

‘엄청 친해져야 해!’

유대감을 찐득하게 형성해야 한다.

“헤헤, 관장님! 수업하기 전에 고기 한 점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도 있잖아요.”

“호오? 고기? 주말도 아닌데, 갑자기 요리를 해 준다니 의도가 다분히도 수상하구나.”

“하.하.하. 마침, 오늘 좋은 고기가 딱 숙성을 끝마쳤습니다. 바로 관장님께 한번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제자의 성의를 곡해하시다니··· 싫으시면 어쩔 수 없죠.”

“누가 싫다고 하였느냐? 혹시··· 소고기더냐?”

“물론입니다.”

“껄껄걸, 그럼 맛 한번 보고 가자꾸나.”

히죽-

왕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자리했다.

관장님의 취향은 그동안 파악한 지 오래다.

채식보다는 육식. 해산물보다는 육지 고기.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돼지보다는 소고기를 더 좋아한다.

굽는 취향까지 알아냈다. 레어와 미디움 레어의 사이를 좋아한다. 즉, 부드러운 식감을 중시한다는 뜻.

제대로 숙성시킨 소고기를 대접한다면, 고기가 살살 녹듯 관장님의 마음도 살살 녹아내릴 것이다.

“그럼, 고기 가지고 올라오겠습니다. 입 심심하실 테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

왕호가 품속에서 빵 하나를 꺼내, 허용에게 건넸다.

“이게 무엇이냐?”

“식전 빵입니다. 파인애플을 넣어 부드럽게 구웠습니다. 고기의 소화를 도와줄 겁니다.”

“허허, 고맙구나.”

허용은 아무 생각 없이 파인애플 빵을 받아들었지만, 사실 저 빵은 예사 빵이 아니다.

기본 버프가 담긴 버프 식전빵이다.

그것도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버프가 담겨있다.

다희의 인생 스토리를 꺼낼 때 사용한 바로 그 버프다.

허용의 가슴 깊은 곳에도, 사연 하나쯤은 자리 잡고 있을 거다. 그 상처를 힐링 요리로 아물게 해준다면,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왕호가 그린 빅픽쳐였다.

덜컥-

주차장으로 내려간 왕호는, 숙성 냉장고의 문을 거침없이 열었다.

이 숙성 냉장고는, 단골인 나동수가 손수 만들어준 맞춤 제작 마도구다.

진정으로 고기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갓 도축한 고기보다 숙성된 고기를 더 좋아한다. 갓 도축한 고기는 싱싱하긴 하지만, 사후경직으로 인해 근육이 살아있다. 육즙이 풍부하긴 하나, 조금 질기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없애주는 것이 바로 ‘숙성’이다.

숙성에는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널리 쓰이는 두 가지 방식이 바로 “웻에이징wet aging”과 “드라이에이징dry aging”.

웻에이징은 진공상태로 단기간 숙성을 시켜, 육즙을 잡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다. 변색이 전혀 없고 숙성 방법 또한 무척 쉬운 편이다.

반대로, 드라이에이징은 공기 중에 고기를 장기간 노출시켜 숙성하는 방식이다. 통풍과 온도, 습도를 아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방식이다. 냉장 시스템이 좋아야지만 가능한 방식. 어려운 만큼, 육질이 웻에이징 보다 훨씬 부드럽

다.

왕호가 꺼낸 숙성 고기는 “드라이에이징”으로 숙성한 고기다. 그것도 한정 특수부위인 ‘본 인 립아이born in ripeye’에 붙어있는 새우살. 새우 모양이라고 해서 새우살이라 불린다. 6번에서 13번 갈비에서만 나온다는 희귀한 특수부위다.

아주 귀하고, 아주 연한 부위.

왕호는 레드혼 카우 숙성 새우살을 스테이크로 구울 생각이다.

‘감동 안 하고는 못 배길 거다!’

소고기보다 맛있다는 레드혼 카우. 거기서도 스테이크의 끝판왕이라는 연하디연한 새우살이다.

드라이에이징으로 숙성해서 더더욱 연해졌다.

2주 전 왕호였다면 꿈도 못 꿀 방식이다.

‘고맙습니다 동수님!’

왕호에겐 이젠, 레벨 400대의 마나석이 박힌 특급 特級 숙성 냉장고가 있다.

제대로 된 드라이에이징을 하려면 90일 이상 숙성해야 하지만, 2주도 안 되어 숙성을 완료했다.

흣챠-

“이야~ 검다 검어!”

왕호가 꺼낸 고기의 겉면은 검은색으로 딱딱하게 말라 있었다.

온도와 습도를 맞춰, 완벽하게 건조 숙성시킨 상태다. 수분이 날아가고 단백질이 응축되어, 더 담백하고 육향이 진해졌다. 효소가 근육을 파괴해서 육질이 부드러워진 것은 덤이다.

겉 부분은 육포처럼 딱딱해졌지만, 속은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딱딱한 겉은 잘라내고 속에 있는 고기만을 사용할 거다.

왕호는, 미리 만들어 놓은 명이나물까지 들고 다시 도장으로 올라갔다. 명이나물은 소고기와의 궁합이 아주 좋은 반찬이다.

딸랑-

문이 열리고,

검디검은 소고기를 보자 허용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허어! 그, 그건 무슨 고기더냐?”

“립아이입니다. 좋은 분께 대접하려고 100일 동안 숙성시킨 겁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꼼수다.

마나석 숙성 냉장고로 단기간에 100일 숙성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뭐, 굳이 사실대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꿀꺽-

허용이 군침을 삼킨다.

“립아이면··· 혹시 새우살도 붙어있느냐?”

소고기 애호가답게, 허용은 새우살 부위도 잘 알고 있었다.

“하하하, 물론이죠. 새우살 맛있게 구워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리 숙성이 잘 된 새우살은 처음 먹어보는구나.”

허용은 왕호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왕호의 요리를 곁에서 지켜보려는 요량이다.

턱-

큼지막한 립아이를 도마에 올린 왕호는, 딱딱하게 굳은 부위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딱딱한 부위를 벗겨낼 때마다, 살이 한 움큼씩 썰어져 나간다.

거의 절반에 가까울 만큼의 살이 손실됐다.

“드라이에이징으로 숙성해서, 안그래도 적은 부위 더 적어졌습니다. 즉, 어어어어~엄청 귀한 요리라는 겁니다.”

“그래 보이는구나! 내 다음 달 수강료는 반값으로 깎아주겠다!”

-수강료 안 깎으셔도 되니까, 사랑의 매나 조금 깎아주세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참았다.

왕호는 새우 모양의 고기를 굽기 좋게 썰면서,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관장님! 혹시 관장님도 결혼하셨었나요?”

“허허, 그건 왜 물어보느냐? 혹시 내가 전설의 대마법사라도 되는지 궁금하더냐?”

“아, 그 25살까지 모태솔로로 지내면 마법사가 된다는 슬픈 전설 말씀이신가요? 에이 설마 우리 관장님이 그 정도로···”

“예끼! 당연히 아니다 이놈아! 나도 결혼했었다. 지금 반지도 끼고 있지 않느냐. 눈썰미 좋다는 놈이 이것도 못 봤느냐?”

사실 봤으니까 말을 꺼낸 것이다.

결혼을 했는데 혼자 살고 있다. 다희에게 물어보니, 자신을 거두었을 때도 혼자라고 했다. 그럼 혼자서 2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뜻. 분명 어떤 구구절절한 사연이 존재할 것 같았다.

다희에게 캐물을까도 했지만, 당사자에게 듣는 것이 더 예의일 듯싶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허용의 눈이 애잔하게 바뀌었다.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파인애플 식전빵을 먹어서 그런지, 허용의 입에서 애틋한 스토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함무라비 프로젝트에 뽑혀 들어갔을 때였지···”

그리고 허용의 입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왕호의 표정도 한껏 밝아졌다.

‘됐다! 이걸 계기로 나도 다희처럼 인권 人權이 생길 거야!’

< 치유의 힘 (1)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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