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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76화 (76/149)

< 치유의 힘 (4) >

-여보세요? 왕호 오빠?

전화기 너머 지원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잘 지내지? 회사는 다닐 만해?”

-처음엔 낙하산이라고 욕먹었는데, 실력으로 다 발라버렸죠. 파티사냥으로 산전수전 다 겪었잖아요. 이 정돈 그냥 누워서 무지개떡 먹기죠.

“사람들이 욕했단말야? 그나마 다행이네. 그 사람들이 네 욕 먹었으면 완전 멘탈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을 거 아냐.”

-하, 오빠 지금 욕 듣고 싶어서 안달 났어요?

“하하하, 아니. 사실 체력포션 좀 싸게 얻을 수 있나 해서.”

-사냥하는 데 필요해요?

“사냥할 건 아니고, 요리에 쓰려고.”

-헉! 이 맛없는 걸요?

“좋은 요리법이 생각났거든.”

-오~ 그럼, 나중에 저도 먹어볼래요. 어떤 걸로 드리면 돼요?

“그냥 싸게 줄 수 있는 걸로 줘.”

-알았어요. 여기로 오실 거예요?

“응. 트럭 몰고 갈게.”

부아앙-

왕호는 트럭을 유턴해, 곧장 제약회사로 향했다.

*

“좋아, 준비는 다 끝났다.”

왕호는 얀센 고블린 던전에 트럭을 주차했다.

지원이에게 체력 포션 여러 병까지 얻어온 상태.

‘최고급까진 줄 필요 없었는데······.’

어쨌든 싸게 준다니 잔뜩 업어 왔다.

이걸 이용해, 구사일생 요리를 만들어 고블린들을 치유할 생각이다.

“대충 10인분 정도만 있으면 되겠지?”

한 명당 한 작물만 맡아도 10종류나 된다.

우선, 구사일생의 효과를 올려줄 체력 포션을 꺼냈다.

뽕-!

뚜껑을 따자, 시큼한 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윽!”

왕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큼지막한 냄비에 포션을 콸콸콸- 들이부었다.

‘이걸 꾹 참고 먹는다니, 레이더들도 새삼 대단하다.’

다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인가 보다.

보글보글-

마나석 냄비로 교체한지라, 곧바로 포션이 끓기 시작했다.

왕호는 여기에, 마나 캐퍼서티를 올려줄 레드혼 카우 육수도 들이부었다.

혹시 모를 비린내를 없애줄 향신료도 투하했다. 레몬, 시나몬, 팔각, 생강술을 넣었다.

잡내 같은 경우는 포션 제작할 때 미리 제거하지만, 냄새가 역해서 안 넣을 수가 없었다. 요리사의 본능이었다.

팔팔팔-

용액이 끓으며, 성분들이 섞이기 시작한다.

이제 버프만 부여하면 끝이다. 무조건 맛을 올려주는 버프다!

향미 증진 버프와, 입맛을 돋우는 버프를 걸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맛의 상쇄! 더럽게 맛없는 맛과, 맛깡패의 맛있는 맛을 더한다.

‘버프 부여!’

[“치유력을 더해주는 포션 육수”가 완성되었습니다.]

[활용도가 다양합니다. 각종 요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첨가하면 치유 효과를 더욱 높여줍니다.]

-치유력을 더해주는 포션 육수-

[맛있는 포션이다.]

[최상급 체력 포션과 레드혼 카우 사골 육수가 들어갔다.]

[그냥 마셔도 포션의 체력 회복 효과가 발생한다.]

[마나 캐퍼서티가 많이 남아있다.]

[효과 : 버프의 치유 효과를 늘려줍니다.]

후루룹-

왕호는 만들어진 육수를 살짝 떠먹었다.

“음··· 나쁘지 않네.”

특유의 꼬릿한 향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고 그냥 육수보다 맛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체력 회복 효과를 늘려주고 마나 캐퍼서티의 양도 확! 늘려준다.

레이드 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버프가 바로 체력 회복 버프다.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니, 가장 수요가 많다.

그런 치유 효과를 늘려준다?

매출이 상승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 정도면 일반 채소 요리를 만들어도 힐링 버프가 걸리겠는데?’

여기에 만능 소스 시리즈를 더한다면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물론, 이렇게 되면 완전 비건 채식은 아니다. 고기 육수와, 만능 소스가 들어갔으니까.

하지만 지금이 뭐 채식대첩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얀센 고블린이 먹게끔만 만들면 된다. 만약, 힐링 버프가 걸리지 않는다면, 몬스터 고기를 사용해 다시 만들면 된다.

만들어서 억지로 멕이면 되니까.

굳이 채소 요리를 만들려는 이유는, 얀센 고블린이 사실은 초식 몬스터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취향은 존중해주고 싶은 것이 왕호의 마음이었다.

‘정말로 몬스터채소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런 꼼수 없이 채소만으로도 힐링 버프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그러기 위해 지금 이런 고생을 하는 게 아니겠나. 포션까지 재료로 이용해가면서 말이다. 이 비싼 포션을!!

주섬주섬-

왕호는 각종 재료들을 조리대 위로 꺼냈다.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 길쭉길쭉한 가지, 크, 크고 아름다운 애호박, 양파, 다진 마늘, 올리브 오일, 삼색 파프리카, 월계수 잎, 파마산 치즈 가루, 그리고 만능 토마토소스와 만능 간장까지 꺼냈다.

왕호가 만들 요리는, 만능 소스를 베이스로 한 “라따뚜이”다.

라따뚜이는 프랑스식 야채 스튜.

가정식으로 간단하게 만들 생각이다.

어차피 주말에 관장님께 한 번 대접하기로 해봤으니, 여기서 테스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토마토 하나와, 양파, 그리고 세 가지 색 파프리카는 도마 위에 올려서,

탕탕탕탕-

잘게 다졌다.

남은 토마토는, 먹기 좋게 둥글게 썰었다.

사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닌 채소류에 속한다.

탕- 탕- 탕- 탕-

애호박과 가지 또한 둥글게 썰었다.

채소를 다 썰었으니, 이제 베이스를 만들 차례.

달궈진 팬 위에 올리브 오일을 휙- 뿌리고, 다진 토마토, 다진 양파, 다진 마늘, 다진 파프리카를 쏟아 넣었다.

치이이익-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휙- 휙- 잘 볶았다.

토마토와 파프리카에서 수분이 잔뜩 빠져나온다.

자글자글-

마치 전골처럼 걸쭉해진다.

왕호는 간을 하기 위해, 여기에 소금과 후추 대신 만능 간장과 만능 토마토소스를 들이부었다.

버프의 효과를 올려줄 포션 육수도 콸콸- 들이부었다.

이젠 아예 찌개처럼 국물이 넉넉해진다.

지글지글-

마지막으로 월계수 잎을 넣고, 잔뜩 졸여주면 된다.

수분이 잔뜩 날아가며 꾸덕꾸덕해진다.

오븐용 널찍한 냄비를 꺼내, 꾸덕해진 베이스를 깔았다.

베이스 위로, 둥글게 썰어놓았던 토마토, 애호박, 가지를 번갈아 가며 켜켜이 쌓아 올렸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파마산 치즈 가루를 뿌리고, 로즈마리 잎을 올려 마무리.

이제 오븐에 넣어서 돌리기만 하면 라따뚜이 완성이다. 아주 간편한 가정식 조리법이다.

오븐에 넣어 끓이는 이유는, 비주얼을 그대로 살리기 위함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이니까.

예열할 필요 없는 마나석 오븐에, 180도로 30분간 구우면 된다.

‘마나석 더 모으면, 동수님한테 부탁해서 오븐도 업그레이드해야겠다.’

시간단축 기능이 달린 것으로 말이다.

지금 쓰는 오븐은, 냉장고 살 때 사은품으로 받은 오븐이다. 기본적인 기능만 달려있다.

30분이라도 아껴야 이득 아니겠나.

띵-!

30분이 지나자, 오븐에서 경쾌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힐링 버프 부여!’

[구사일생 힐링 버프가 적용됩니다.]

[요리의 마나 캐퍼서티가 모두 사용됐습니다.]

[더 이상의 버프 부여는 불가능합니다.]

[포션 육수의 효과로 구사일생 버프가 강화됩니다.]

‘됐다!’

-마기를 해독하는 치유의 라따뚜이-

[마기에 잠식된 “얀센 고블린”들을 위한 요리. 이지를 되찾으라는 요리사의 마음이 담겨있다.]

[포션 육수를 사용해, 치유 효과가 강화됐다.]

[만능 소스가 두 가지나 들어갔다.]

[채소들의 궁합이 기가 막히다.]

[토마토소스의 간이 딱 알맞다.]

[마기와 독에 찌든 이들을 구원할 수 있다.]

[버프 : “강화 구사일생”이 발동됩니다.]

[강화 구사일생 九死一生 – 아직 죽지 않았다면, 체력의 100%가 천천히 회복됩니다. 제독 스킬의 영향으로 몸속에 깃든 강한 마기와 중급 독을 빼낼 수 있습니다. 간단한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체력회복의 속도는 대상의 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소

20시간, 평균 40시간이 걸립니다.]

왕호는 라따뚜이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게이트를 넘었다.

갓 만든 터라 상당히 뜨거웠으나, 개의치 않았다. 불 친화력 특성이 어느덧 2단계에 근접했기 때문. 이 정도 뜨거움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킁킁-

채소 스튜의 향긋한 향기에 사람들의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뭐지? 이 맛있는 향기는?”

후다다닥-

왕호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며, 재빨리 다리를 놀렸다. 사람들이 보면 큰일 난다.

던전은 무척이나 넓었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으슥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덕구야 가서 10마리만 좀 끌고 와라.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웅!”

헤이스트 마법으로 빨라진 덕구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고블린들을 도발한다.

얀센 고블린들이 덕구를 따라 잔뜩 몰려온다.

캬아아악-

고블린들이, 왕호를 보자마자 괴성을 내지른다. 흉측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얘들아, 이것 좀 먹어볼래?”

왕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라따뚜이 그릇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성을 상실한 고블린들이 왕호의 말을 들을 리 만무!

오히려 어그로가 왕호 쪽으로 바뀌어, 단체로 왕호를 덮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에휴, 그럼 그렇지. 아직 애미애비도 몰라볼 건데···”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투정을 부린다.

그럴 때는 매가 약!

스윽-

왕호는 왼손으로 프라이팬을 꺼냈다. 오른손은 라따뚜이가 담긴 냄비를 그대로 쥐고 있는 상태.

지척까지 다가온 고블린의 머리통을 향해, 왼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까앙-!

사장님 나이스 샷.

“꾸에엑!”

철푸덕-

머리를 얻어맞은 고블린이 땅으로 고꾸라진다.

그리고 그대로 게거품을 물고 몸을 부르르- 떤다.

죽지는 않을 정도로만 휘두른 결과다.

“어차피, 이거 먹으면 다시 체력 100% 회복하니까 걱정하지 마.”

왕호는 거침없이 왼팔을 휘둘렀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냄비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얀센 고블린들은 왕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고작 레벨 30대다. 스텟 깡패 왕호의 능력치를 생각했을 때, 생채기라도 내려면 레벨 150급은 몰려와야 한다.

깡-!

“꾸엑!”

까앙-!

“끄어억!”

맑고 고운 소리가 고블린의 머리에서 울려 퍼진다.

손맛이 아주 짜릿짜릿했다.

“하, 이 맛에 관장님이 나를 때리는 걸까?”

마치 마약처럼 중독될 것만 같은 짜릿한 손맛이다.

그렇게 10번의 청아한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고블린들이 조용해졌다.

저벅저벅-

왕호는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의 입속으로 친절하게 라따뚜이를 하나하나씩 욱여넣었다.

헤롱헤롱하던 고블린들은, 입속으로 달콤한 채소가 들어오자 본능적으로 턱을 움직였다.

우적우적--

그리고 라따뚜이의 깊은 맛을 느끼면 느낄수록, 그들의 정신도 맑아지기 시작했다.

스르르-

산딸기처럼 붉던 눈동자가 점점 투명해진다.

킁킁-

맑은 눈망울로 변한 고블린들은, 향기에 이끌려 부들부들거리는 다리를 옮겼다.

휘청휘청-

라따뚜이 냄비 쪽으로 몰려드는 얀센 고블린들.

왕호는 냄비를 그대로 내려놓고 뒤로 빠졌다.

그러자 냄비를 빙 둘러싸고는, 허겁지겁 손으로 스튜를 집어 먹기 시작한다.

“천천히 먹어라. 양 많다.”

왕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블린들을 지켜보았다.

얘네들은 이제 소중한 “왕호네 농장” 직원들이다.

얘네들도 충분히 만족할 거다.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99%인 지금보다야 상황이 훨씬 괜찮을 거니까. 4대 보험은 아니더라도, 복지는 충분히 챙겨 줄 거다.

농장만 잘 관리해주면, 숙식 제공에 여가시설도 세워 줄 생각이다. 맛있는 특식도 당연히 제공이다.

“덕구야 이제 네 차례다.”

왕호는 덕구의 머리를 애정어린 손길로 쓰다듬었다.

덕구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렸다.

덕구가 마법으로 공간을 창출하고, 통역으로 저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 정도로 능력 있는 마법견이라니!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히 있어도 귀여워서 사랑스러운데 말이다.

“아, 참! 덕구야 이제 네 특식도 주 3회씩 제공할게.”

“우왓! 정말인가 마스터? 너무 행복하다! 마스터 요리는 천하일미다! 마스터는 요리의 신이 분명하다!”

덕구도 신난 나머지, 던전 위를 폴짝폴짝 뛰었다.

이 정도 인건비면 엄청 싸게 먹히는 거다. 맛있는 요리만으로 부려먹고 있지 않나.

아니, 견건비라고 해야 하나?

< 치유의 힘 (4)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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