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86화 (86/149)

< 매드무비 (2) >

*

신상문은 인터넷 개인방송 스트리머이자, 유튜버이다. 크리에이터라고도 불리는데, 아직 그렇게 거창한 이름을 붙일 정도는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스트리머는 아니었다.

유명 유튜버의 영상 편집자였다.

신상문은 어릴 때부터 개인방송을 꾸리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진로계획서에 장래희망을 당당하게 크리에이터라고 적을 정도였다.

그래서 공부했다.

학교 공부는 아니었다.

교과서는 전부 때려치우고, 영상편집을 공부했다. 서점에서 관련 책을 사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독학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중에 유명해지려면, 편집 기술은 기본으로 갖춰놔야지!”

유명 스트리머들은 전문 편집자를 고용해서 쓴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직접 촬영하고, 직접 편집하고, 영상을 맛깔나게 올려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것이 누적되었기에,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것이다.

인기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수입이 늘어난다. 수입이 늘어나면 굳이 스스로가 편집할 이유가 없다.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을 편집자로 고용한다.

신상문도 처음에는 그런 이유로 편집 기술을 배웠다.

그런데 하다 보니 무지 재밌었다.

닥치는 대로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흥분됐다.

신상문은 영상을 주무르는 데 재능이 있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 이 정도라니, 제대로 배우면 후후 나중에 유명해지더라도 계속 영상을 만져도 되겠군. 아니 영상 퀄리티가 좋으면 더 빨리 유명해지겠지?”

신상문은 공부를 시작했다.

이번엔 편집 공부가 아니었다. 교과서를 펼쳤다.

제대로 된 전문지식은 대학에서나 배울 수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영상에만 몰두한 터라, 쉽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를 보고 열심히 재수했다. 편집도 틈틈이 공부했다.

노력은 사람을 가끔 배신한다.

“하지만 노오오오력은 배신하지 않지.”

그리하여, 신상문은 영상미디어학부에 진학했다. 3년제였지만, 한국에서 최고의 기술을 알려주는 곳이다.

거기서 전문지식을 익혔다.

신상문은 고교 시절 내내 영상을 어루만졌다. 동기들에 비해 예습이 엄청나게 되어있던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 아니 다섯 발자국이나 앞선 상태로 출발한 것이다.

그는 3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졸업을 하니 스물셋. 꽃다운 청춘이었다.

“상문아 너 어디 방송국 갈 거야? 공중파? 아님 돈 많이 주는 종편? 아님 PJ e&m?”

친구들이 물었다.

“아니? 난 취직 안 하고 스트리머 할 건데?”

“뭐? 미친놈······.”

동기들은 신상문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수석졸업까지 해놓고,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을 거부한다?

세상 물정 모르거나, 아님 또라이거나 둘 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신상문은 야심 차게 방송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주 컨텐츠로 삼았다.

게임 방송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의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악마의 입담을 가지고 있거나, 프로게이머 수준의 게임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신상문은 둘 다 아니었다.

방송이 재미가 없으니, 시청자가 늘어날 리가 만무했다.

그나마, 유튜브로 업로드하는 영상의 퀄리티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실력 자체가 낮으니 사람들이 방송에 들어왔다가도 나가기 일쑤였다.

“아이고 행님들! 달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앙! 기모띠~!”

입담도 좋지 못했다. 인터넷 방송에서 쓰는 용어들은 죄다 익히고 트렌드까지 공부했지만, 타고난 재능의 갭을 줄일 수는 없었다.

이 세계는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수많은 방송천재, 악마의 재능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방송찐따나 다름없었다.

“내 평생의 꿈이······.”

신상문은 좌절했다.

다시 취직하려 했지만, 메이저 방송사에서는 더 이상 그를 원하지 않았다.

방송에 2년이라는 헛된 시간을 꼬라박은 터라, 취업이 되지 않았다. 개인방송 이력은 경력으로 취급해주지도 않았다. 신입 공채로 들어가야 하는데, 더 어린 친구들 놔두고 왜 그를 뽑겠는가.

지난 2년의 시간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이러다가 입에 풀칠도 못 할 기세였다.

그때 연락이 왔다.

그의 영상 편집본을 보고, 스트리머 하나가 연락해왔다.

“편집자 할 생각 없어요? 영상 보니까 진짜 잘 만드시던데, 섭섭지 않게 챙겨드릴게요.”

연락한 사람의 정체는 고랭커 각성자였다.

이제 막 개인방송 시장에 뛰어든 각성자.

신상문은 당장 하겠다고 수락했다.

‘그래! 이거라도 어디냐!’

처음엔 130만 원을 받았다. 짜디짰다. 자택근무라서 좋았지만, 하루에 16시간씩 영상을 제작했다.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으니 퀄리티는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영상에 이펙트 효과를 넣고, 자막을 맛깔나게 달고, 어울리는 BGM을 기가 막히게 깔았다.

게다가 지난 10년간의 트렌드를 모조리 알고 있던 신상문이다.

그가 만든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덩달아, 랭커의 시청자수와 구독자수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9할이 신상문의 능력 덕이었다.

신상문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고?

그 랭커의 재능은 형편없었으니까.

다른 재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 재능을 말하는 거다.

여기서 신상문은 충격을 먹어야만 했다.

랭커는 자극적인 은어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후원금을 받고 개처럼 리액션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입담이 좋은 것도 아니다.

스트리밍하는 도중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위저드인 자신의 클래스에 맞춰, 마법을 써서 레이드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쓰읍! 더럽네 더러워! 노력충은 재능충을 이길 수가 없구나!”

랭커는 흔히 말하는 재능충이었다.

방송 재능은 쥐뿔도 없었지만, 그는 각성을 했다.

각성이 그의 재능이었다.

신상문의 월급은 300으로 늘었지만, 그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랭커의 개인방송 한 달 수익이 1억이라서가 아니다.

“아~~ 각성하고 싶다아!!!”

각성만 한다면, 자신도 꺾였던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각성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였을까?

신께서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신상문은 각성했다.

“됐다! 비록 내가 게임에서의 재능은 없었지만, 각성했으니 이제 다 비켜라!”

신상문의 클래스는 소드 워리어.

검객이자 검사. 검을 사용하는 전사 클래스다.

신상문은 곧장 편집자 일을 그만두고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생][신입 각성자! 폭풍 렙업 던전 생중계 LIVE!]

신상문은 몸에 액션캠을 붙이고 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던전을 생중계했다.

게임 방송을 진행할 때보다, 시청자 수가 10배나 늘었다.

그럼에도 고작 2, 300명뿐이었다.

흔히 말하는 하꼬방이나 다름없었다.

“왜지? 왜?”

신상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신상문은 그 랭커보다 트렌드를 더 잘 알았으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터넷 은어들도 마구 사용했다. 영상들도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었다.

당연히 시청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쥐뿔도 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클래스”의 차이와, “클라스”의 차이.

검사라는 “클래스”는 마법사라는 클래스에 비해 임팩트가 약했다. 화려한 마법들은 눈이라도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검사의 경우 그러기 쉽지 않았다.

검술을 기깔나게 구사하는 “클라스”라도 있었다면, 인기를 끌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쪼렙이었고 검술 고유 스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본적인 오리진 공유 스킬로만 사냥해야 했다. 전투 센스도 구리디구렸다.

그러니 누가 그의 방송을 보러오겠나. 그냥 레벨 3, 400대들이 진행하는 레이드 방송을 보지.

그래도 신상문은 노력했다.

그는 꾸준히 방송을 진행했다.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의 레벨은 어느덧 레벨 200던전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던전의 수준이 점점 오르자, 시청자들도 작게나마 들어왔다. 그래도 여전히 하꼬 스트리머의 수준은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영상 편집은 기깔나게 하기에, 유튜브 광고 수입은 적게나마 유지됐다. 거기에, 레이드로 얻어낸 마나석이나 각종 부산물들을 판매하니 먹고 살만은 했다.

하지만 편집일을 계속했다면, 훨씬 많이 벌었을 거다.

‘하, 그냥 편집자 계속할 걸 그랬나? 월급도 더 올랐을 건데······.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집까지 샀겠다 인마!’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가 물밀 듯이 몰려왔다.

지금 와서 후회한들 뭐하리. 이미 주사위는 굴려버렸고,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는 것을······. 다시 연락한다고 해도 써주지 않을 거다.

신상문은 오늘도 방송장비를 챙겨 던전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일드보어 던전에 도착하긴 했는데···

갑자기 댓글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헉! 저거 에셰코나온 참가자 아님?]

[-맞는 거 같은데? 어제 반응 개쩔었잖아.]

신상문은 시청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다. 영상을 편집하느라, 어제저녁 방영한 에셰코를 보지 못했으니까.

“형님들, 오늘은 나일드보어랑 일대일 막고라 진행하겠습니다! 어제 달풍선 100개 미셨이였죠? 바아로~ 가겠습니다!”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은 저 요리사 따라가!]

“예? 저 요리사가 누군데 자꾸···”

[-아 소통하라고오 소통!!!]

띠링-!

뚝딱빌런 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헉!”

신상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지만, 갑자기 후원이 터져 나왔다. 달풍선 1개가 100원의 가치니, 만 원짜리 후원이다. 보통 한두 개씩 자잘자잘하게 터지는 것이 일상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100개 이상을 쏴야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특권인, 도네이션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명 전자누나 시스템.

-상문아 열혈팬 하나 잃기 싫으면 빨리 따라가라.

“예! 가겠습니다!”

결국 자본주의가 신상문의 발을 움직였다.

신상문은 어리둥절하며 요리사의 뒤를 밟았다.

밟으면서 생각했다.

‘유명한 셰프인가? 근데 요리사가 왜 던전에서 사냥을 해?’

신상문은 각성자이지만, 아직 저 특별한 요리사를 들어본 적 없는 부류에 속했다.

요리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냥감을 찾는듯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사냥감을 발견하더니 곧장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엥? 3대 1? 저건 무리지···”

3마리의 나일드보어 쪽이었다. 상당히 무모해 보이는 상황.

그러나···

푹-! 꾸이이이이이익---!!!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칼질 단 세 방에, 트리플 킬!

도저히 요리사의 움직임이라 볼 수 없었다.

“혀, 형님들 방금 보셨습니까?”

신상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칼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과 똑같았지만, 움직임의 클라스는 너무도 극명하게 차이 났다. 다방 믹스 커피와 고급 루왁 에스프레소의 극명한 차이였다.

요리사의 몸짓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감격! 감탄! 감동 그 자체!

마치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유나 킴의 유려한 퍼포먼스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오랫동안 편집해 온 고랭커 마법사의 화려한 마법보다 더 눈이 호강하는 수준이었다.

[-미띤··· 무빙 실화냐?]

[-헐 오졌따리 오졌다.]

[-어제 썰기미션 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리얼루다가 검술 실력까지 월드클라스네.]

[-와, 순간 방송 잘못 들어온 줄 알았네.]

[-브금만 깔면 그냥 매드무빈데?]

‘CG도 안 썼고, 편집도 안 했는데 이정도야?’

과연 제대로 다듬는다면, 얼마나 소름 돋는 영상이 튀어나올지 몹시 궁금했다.

띠링-!

시공조아 님이 달풍선 2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뚝딱빌런 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55도발 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침착맨 님이 달풍선 3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으허헉!! 해, 행님들······.”

안그래도 벌어져 있던 신상문의 턱이 더욱 벌어졌다.

평생 받아본 적 없는, 후원 세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었다.

[-상문아 너 좋으라고 주는 거 아니다. 계속 저 요리사 찍어라.]

[-이참에 방제도 바꿔라. “에셰코 안왕호 레이드 실황”으로.]

요리사의 정체는 왕호였다.

< 매드무비 (2) > 끝

ⓒ 신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