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87화 (87/149)

< 매드무비 (3) >

팬들의 조언에 신상문이 난색을 표했다.

자기 컨텐츠가 아니라, 남을 계속 찍으라니···

“예? 그럼 도촬 아닙니까? 아직 허락도 안 받았는데···”

[-상문아 네 주제에 지금 찬밥 더운밥 따질 때냐?]

[-일단 저지르고 나중에 양해를 구하면 되잖아.]

[-맞아. 허락받는 것보다 용서받는 게 더 쉽다.]

[-그리고 벌써 한번 찍었잖냐. 이미 도촬한 거나 마찬가지다.]

허락보다 용서가 더 쉽다라···

순간, 욕심이 일었다.

당장의 후원금에 대한 욕심은 아니었다.

관심에 대한 열망이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래, 일단 찍고! 후원 들어온 금액은 전부 드리는 한이 있더라도, 양해를 구하자!’

지금은 당장의 수익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벌써 후원금 터지는 클래스를 보지 않았는가. 게다가 새로 들어온 유입의 무려 90%가 다시 방을 나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수치! 시청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만약, 저 요리사님이 유튜브 영상을 올려도 된다고 허락이라도 한다?

영상 수익도 꽤나 얻어낼 수 있을 거다. 물론 이것도 편집 수수료만 받아먹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결국, 팬들의 성화대로 제목까지 바꾸고야 말았다. “에셰코 안왕호 레이드 실황”으로 말이다.

“헉!”

제목만 바꿨을 뿐인데, 시청자가 우후죽순으로 유입된다.

‘이럴 수가! 벌써 3천 명?’

신상문에게 있어선, 꿈의 숫자나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제 방송의 결과가 어땠길래, 이런 난리인 것인가.

신상문은 집에 돌아가면 꼭 재방송을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왕호의 뒤를 몰래 쫓았다.

왕호는 세 마리의 나일드보어 사체를 배낭에 넣고는, 다시금 사냥감을 물색하러 움직이고 있었다.

이윽고, 왕호는 또 다른 세 마리의 무리를 발견했다.

휙-

왕호가 움직인다.

결과는,

푹-! 꾸이이이이익---!!!

같았다.

[-세상에 저 아름다운 무빙 대체 무엇?]

[-엌ㅋㅋㅋㅋㅋ 이 세상 요리사가 아니다.]

[-??? : 잡았죠?]

댓글창이 폭발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채팅이 올라왔다. 대부분이 왕호의 사냥 실력에 감탄하는 글이었다.

신상문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는 흥분했다.

비록 스스로가 출연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송의 수많은 시청자가 채팅을 연발하고 있었다.

“이야~ 행님들 솔직히 레벨 400대 랭커 형님들보다 오지지 않습니까? 오지고 지리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 새가 지저귀는 각 인정?”

[-인정!]

[-진짜 달풍 안 쏠 수가 없다.]

[-눈 호강 제대로 하네.]

[-상문아 너는 15번을 회귀해도 저렇게 못 할 듯?]

신상문도 이제는 흥이 절로 나서 중계를 진행했다.

“나일드보어 아무고토 못하죠? 죽는 것밖에 못하죠~.”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유입됐다.

유입된 시청자들은 왕호의 수려한 검술을 보고는, 도저히 방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감탄한 시청자들이 후원금을 마구 토해냈다.

두근두근-

신상문은 희열을 느꼈다.

이런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스트리머의 꿈을 꾸었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희열 뒤에 찾아오는 감정은 공허함과 무력함이었다.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고, 무저갱보다 어두운 그런 공허함. 무력감. 허탈감 말이다.

‘젠장···’

이것이 바로 재능의 차이인가?

스트리머 칼잡이로 성공하려면 저 정도 클라스는 지니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신상문은 꿈도 못 꿀 CLASS이다.

레벨의 차이가 아닌, 전투 센스와 검술의 차이.

이건 노오오오력으로도 극복이 불가능한 것이다.

‘근데 진짜 아름답네.’

사내의 움직임을 보고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꼈던 적이 있을까?

고랭커 위저드의 파괴적인 마법을 편집했을 때도,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저런 유려함은··· 대체······.

안왕호 당신은 대체······.

‘유튜브는 내가 쫙 꿰고 있는데,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야.’

만약 저 사람의 레이드 장면을 기깔나게 편집한다면?

멀리서 몰래 찍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구도로 잡는다면?

저 사람의 몸에 액션캠을 달아서, 1인칭으로도 볼 수 있다면?

소가 높은 계단을 올라간다를 세 글자로 줄이면? 소오름!

온몸에 소름이 다닥다닥 돋았다.

콩닥콩닥-

심장도 세차게 뛴다.

신상문은 저 사람을 보고 깨달았다.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스트리머로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수년을 삽질하면서도 깨닫지 못하던 팩트를, 저 사람의 몸짓 단 한 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난 최고가 될 수 없어······.’

하지만!

만약 자신이 저 사람의 레이드 장면을 편집한다면?

최고가 될 수는 없어도, 최고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이런말 하면 겸손하지 않다고 욕먹겠지만, 편집 기술로 따지면 나도 월드클래스야!’

욕심이 생겨났다. 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

돌이켜 생각해보니, 영상을 다듬는 일만은 참 재밌었다.

편집자 시절엔 시청자 수가 적다고 스트레스받지도,

헛된 희망으로 가슴 졸이지도 않았다.

편집을 시작한 계기는 스트리머로 성공하겠다는 일념이었지만, 어쨌든 편집할 때처럼 신난 적이 결코 없었다. 그랬으니 전공도 이것으로 삼고, 편집자로 돈도 긁어모으지 않았던가.

물론, 모아둔 돈은 스트리머한다고 다 날린 지 오래다. 그래서 후회됐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저 사람을 마주치지 않았나.

최고의 스트리머라는 헛된 꿈이 아닌, 최고의 편집자라는 새로운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올라와서 헛된 꿈을 꿀떡- 집어삼켰다.

‘기회다!’

신상문은 편집자로서의 재능도 있었으며, 안목도 있었다.

그의 안목이 지금 발휘됐다.

저 요리사는 지금 사냥패턴이 똑같다. 한 기술로만 나일드보어를 잡고 있다.

‘분명 또 다른 스킬도 가지고 있을 거야.’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다는 뜻!

다르게 말하면, 사람들을 더 희열시킬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소리다.

어느덧 왕호는 계획했던 숫자만큼의 나일드보어를 전부 사냥했다.

왕호는 빵빵해진 마법 배낭을 가지고 던전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신상문이 다급하게 공지를 날렸다.

“형님들! 저 요리사님과 확실히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이따 다시 방송 키겠습니다!”

신상문은 방송을 비공개로 돌리고, 왕호를 따라서 던전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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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호는 잡아온 나일드보어를 우선 냉장고에 모조리 집어넣었다. 창고만 한 냉장고가 이제 거의 가득 찼다. 뿌듯했다.

‘손님이 많으니 이것도 금방 사라지겠지?’

사라지는 만큼 수입도 늘어날 거다.

왕호는 그중에서 가장 작은 나일드보어 한 마리를 다시 꺼냈다.

이건 해체해서 오늘 사용할 거다.

신메뉴를 만들 거라서 나동수도 호출한 상태.

곧 도착할 예정이다.

“마장 발골!”

왕호의 손에 들린 발골도가 나일드보어를 능숙하게 해체한다.

슥- 슥-

필요 없는 부분은 버리고, 살코기는 깔끔하게 발라낸다.

그렇게 부위별로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고 있을 즈음, 누군가가 트럭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요리사님!”

신상문이었다.

‘손님인가?’

왕호는 고개를 들어 손님을 살폈다.

허리춤에 검집을 차고, 손에는 셀카봉을 든 앳된 청년이었다.

얼굴은 상당히 어려 보였다. 희영이 또래 같았다.

‘고등학생인가?’

동생이 생각나서 그런지, 왕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아직 영업 전이라 프리미엄 요리는 힘들 것 같네요. 한 시간 뒤에 오시겠어요? 아님, 배고프시면 일반 메뉴는 해드릴 수 있어요.”

“아, 아뇨.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사실은···”

신상문은 왕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은 개인방송 스트리머고, 사실은 아까부터 사냥 장면을 모두 촬영했다고. 그걸로 후원금도 많이 받았다고 말이다.

“뒤늦게 허락을 구해서 죄송해요. 사실, 프라이버시도 있는 건데 너무 욕심이 나서요······.”

신상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신상문은 몇몇 얌체 같은 스트리머와는 다르게, 양심이 살아 있는 착한 청년이었다.

왕호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했다는 사실보다,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후원금이요?”

“예. 총 6800개 들어왔어요. 수수료 다 떼면, 대충 35만 원 정도 들어오겠네요. 제 등급이 더 높았다면 더 뗄 수 있었는데 아직 인기가 별로 없어서···”

“헉! 그냥 찍기만 했는데요? 와···”

돼지고기를 썰던 왕호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세상에! 그냥 사냥 장면을 촬영했을 뿐인데, 꽁돈이?

“잘나가는 스트리머는 하루에 몇백씩도 벌어요. 스트리머 들어보신 적 없으세요?”

“들어는 봤죠. 9시 뉴스에서요. 막 간장 붓고, 자극적이라 그래서 문제가 많다던데···”

“맞는 말이긴 한데, 그건 일부분이에요. 지금 인터넷 방송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아뇨. 인터넷 방송은커녕, 인터넷도 잘 안 하는 걸요.”

“레이드 방송이 1위, 게임 방송이 2위, 먹방이 3위, 그다음이 바로 요리사님께서 말한 방송이에요. 최대한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방송이요. 여자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자들은 간장이나 식초 같은 것을 뿌리죠.”

“허, 진정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네요······.”

신상문의 설명은 계속됐다.

그리고 왕호는 신상문의 말을 듣고 더 놀라야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프리랜서로 일하는 고랭커들은 레이드를 해서 돈을 쓸어 담을 뿐만 아니라 개인방송으로도 후원금을 받는다는 소리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유튜브라고,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데 거기에 영상을 따로 편집해 올려서 광고비까지 받죠.”

“유튜브는 저도 들어봤어요. 근데 광고비 받는다는 건 금시초문이네요······.”

“스웨덴 레이더 중에 ‘퓨어파이’라고 있는데, 그 사람 유튜브 구독자 수가 1억 명이에요. 영상 1개만 올려도 수천만 원의 광고료를 받죠.”

“세상에······.”

요리만 해서 생계를 꾸리던 왕호에겐 별천지나 다름없는 이야기였다.

왕호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신상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제가 오늘 받은 후원금은 요리사님 다 드릴게요.”

“아뇨 그러실 필요는··· 어차피 학생분 아니었으면, 구경도 못 할 돈인데요. 반으로 나눠요 그러면!”

“와··· 정말요? 그럼, 이거 영상 녹화한 거 제가 따로 편집해도 될까요? 유튜브에 올리면 수익이 또 나올 거예요.”

“오! 공돈 생기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죠. 그럼 그것도 반으로 나눠요!”

“에? 바, 반이요? 편집비만 주시면 되는데··· 그게 업계 관례이기도 하고요.”

“에이, 학생 아니었으면 이런 거 알지도 못했을 거라니까요. 반반이 딱 공평할 거 같은데.”

“헤헤, 그렇게 많이 가져가면 제가 욕먹어요. 그리고 저 학생 아니에요 스물여섯이에요!”

“엥? 정말요? 진짜 동안이네요. 제 동생뻘인 줄 알았어요. 이제 고3이거든요.”

“그럼, 그냥 동생처럼 생각하세요. 저는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네? 초면에 벌써요?”

“계속 보면 되죠. ···저랑 일하시지 않으실래요 요리사님?”

신상문이 본격적으로 제안을 건넸다.

왕호의 편집자로 일하고 싶다는 제안 말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왕호도 무척이나 흥미가 동하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제가 사냥할 때 스트리밍으로 방송을 하자는 소리죠? 찍은 영상은 또 따로 편집해서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예. 방송은 제가 오래 해봤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채팅창이 조금 더럽기 한데, 제가 관리할게요. 영상 편집도 제가 할 거라서, 형은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어요. 그냥 하던 대로 사냥만 하시면 돼요.”

“영상만 찍으면 공돈이 생기는 거네요?”

“그럼요! 게다가 더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

“하하, 트럭 홍보도 되겠네요. 그럼 안 할 이유가 없죠. 수익은 반반으로 나누면 될까? 치킨도 반반이 진린데.”

“예에? 그럼 날강도 소리 듣죠. 보통 편집자들은 월급 받으면서 일해요. 저는 처음에 130 받았다가 관둘 즈음 해서 300 받았죠. 잘나가는 편집자는 4, 500도 받더라구요.”

“와, 그만큼 영상 수익이 많다는 소리네요?”

“네. 제가 편집했던 랭커는 후원금이랑 영상수익 합쳐서 한 달에 1억 벌었어요.”

“허어어! 세상에! 아니, 그렇게 많이 버는데 300만 원밖에 안 줬어요? 그게 더 날강도네! 그럼, 반반이 많으면 7:3으로 나눠요. 동생이 3가지는 걸로. 만약 수익이 너무 적으면, 그냥 동생이 다 가져가고. 어차피 홍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헐··· 진짜요? 대박······.”

신상문의 눈이 감동으로 촉촉하게 물들었다. 당장에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낼 기세였다.

‘아니 저 형은 천사인가?’

< 매드무비 (3)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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