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텐 폭발! (5) >
[“힐링 버프 부여” 스킬이 개방됩니다.]
[이제 “힐링 버프”의 중첩이 가능해집니다.]
[피시전자의 마나가 충분하지 않으면, 중첩이 불가능합니다.]
[중첩 가능한 힐링 버프의 개수 : 2]
[온전히 중첩되지는 않습니다. 중첩되는 버프의 효율이 감소합니다.]
[고급 요리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중첩되는 버프의 효율이 100%에 가까워집니다.]
세상에! 힐링 버프의 중첩이라니···
힐링 버프야말로 왕호의 아이덴티티이자, 능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힐링 버프가 2개로 중첩이 된다?
비록, 버프의 효율이 감소할지라도 요리의 가치가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거나 다름없다.
당장 스스로에게 적용시켜 보더라도 느낄 수 있다.
왕호는 레이드 뛰기 전에, 매번 힐링 버프를 하나씩 섭취하고 뛴다.
그것도 가장 알맞은 것으로!
그렇기에 레벨에 걸맞지 않은 파워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여기에 버프 하나가 더 얹어지게 됐다.
자꾸자꾸 강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버프 또한 자꾸자꾸 진화하니, 강해지는 것도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기분 좋은 상상을 계속하려던 왕호는, 아차! 싶어서 들고 있는 냄비를 박주혁의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요리를 먹고 박주혁이 각성하길 바라는 것.
이 버프를 통해 각성할 확률은 평균 50%이지만, 박주혁의 강한 의지와 유니크 메뉴의 효과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법 토토가 있었다면, 왕호는 각성한다에 최대금액을 넣었을 것이다.
“와아··· 비주얼이 제 침샘을 마구 폭행하네요!”
박주혁이 완성된 요리를 보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맛있게 드세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요리는 값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갑자기?
“예···? 가, 값이요? 얼마를 드리면···”
박주혁이 난색을 표했다.
그는 차비를 아껴서, 로또 복권을 살만큼 돈이 궁하다.
“이거 드시고 혹시나 주혁 씨가 날개를 달게 된다면, 꼭!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세요.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데, 나중에 상이라도 타게 되면 제 이름도 말해주시구요!”
“하핫! 상만 탄다면 그 정도야 일백 번도 더 해드릴 수 있죠! 사장님 응원대로, 반드시 감동을 주는 배우로 성장하겠습니다!”
왕호의 응원에 힘입어, 박주혁은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포크를 말아쥐었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네.’
이 정도의 고급 요리는 태어나서 먹어본 적이 없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을 때, 얻어먹은 꽃등심 스테이크보다 더욱 고급져 보였다.
박주혁은 조심스레 포크를 움직여, 두툼한 고기 한 점을 찍었다.
푸욱-
‘헉!’
포크질만 했을 뿐인데, 동공이 벌어진다.
부드럽다.
너무 부드러워서 별 힘을 주지 않았지만, 포크가 미끌리듯이 고기 속으로 들어간다.
식감 대박!
먹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맛이 궁금해진다.
그는 포크에 덜렁덜렁 매달린 고기를 입속으로 쏘옥- 집어넣었다.
스르르-
입에 들어간 홍두깨살이 녹는다.
씹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녹는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커스터드 크림처럼 부드럽다.
겉이 바삭하기에, 속에 있는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았다.
육즙이 꽉 차 있다.
이빨이 헤집은 사이로 육즙이 쫙- 하고 터져 나온다.
‘맛있어!’
고작 이런 말밖에 하지 못하겠다.
그냥 맛있다.
이미 왕호의 요리를 많이 먹어서 배가 적당히 부른 상태였지만, 이 요리라면 세 접시는 거뜬히 뚝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입의 충격을 경험한 박주혁은, 재빨리 두 번째 포크질을 가져갔다.
스르르르-
이번에도 녹아서 사라진다.
바삭한 겉 부분을 뚫은 이빨이, 그 모양 그대로 속살을 파고든다.
마치 동파육을 씹는 식감이랄까?
하지만 그 맛은 동파육과는 분명 다르다.
적포도주의 씁쓸한 맛.
그사이에 숨어있는 환상의 풍미가 콧김을 통해 새어 나온다.
그리고 씁쓸한 맛은 채 0.1초도 유지되지 않는다.
고소하고 달큼한 육즙이 처음의 쓴맛을 찰나에 잡아주니까.
‘아아···’
박주혁의 눈이 게슴츠레진다.
보인다.
천사의 모습이 보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는 없다.
몽환적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지방.
천사는 그곳에서 잘 익은 포도를 발로 으깨고 있었다.
손수 포도주를 만드는 천사의 미소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눈부셨다.
마치 전구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그런 천사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그 미소에 홀린 나는, 뜨거운 코트를 가르듯 달려가서 천사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짜악-!
전율 戰慄.
환상에서 깨어난 박주혁은 마치 걸신들린 듯, 남은 요리를 정신없이 퍼먹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왕호는 그가 채 할까 싶어, 남은 부르고뉴 포도주를 선물 받은 와인잔에 따라 건넸다.
콸콸콸-
“이것도 드세요.”
“강사항미다~!”
입에 음식이 잔뜩 있는 터라, 발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박주혁은 목을 축이기 위해,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꿀꺽- 꿀꺽-
그리고 그 순간,
띠링-!
[당신은 요리를 먹고 감동하였습니다.]
[힐링 버프 “포텐 폭발!” 버프가 발동됩니다.]
[각성하셨습니다.]
[내재된 힘이 개방됩니다.]
[클래스 “매드 클라운Mad Clown”으로 전직하셨습니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오리진의 알람이 머릿속을 웅웅- 울렸다.
‘가, 각성?!!!’
찰그랑-!
너무 놀란 나머지, 박주혁은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뭐, 뭐야! 진짜야···? 설마, 이 요리 때문에······?’
볼을 꼬집어 꿈이 아닐까 확인하려 했지만,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진한 어지러움에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어?
아까 먹은 와인 때문일까?
아님, 각성의 후유증일까?
정신이 아득하다.
휘청-
그는 더 이상 정신을 붙잡지 못하고, 식탁 위로 쓰러졌다.
턱-
푹 숙여지는 박주혁의 머리를 왕호가 손으로 받아냈다.
‘각성했나 보네.’
예전의 왕호도, 각성하던 순간 정신을 잃었었다.
박주혁의 머리를 받쳐 든 왕호는, 그의 환상에 나온 천사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박주혁은 정신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시바스 리갈을 너무 많이 마셔서 쓰러진 것으로 착각했다.
진실을 아는 왕호는, 박주혁을 집에서 재운다고 걱정 말라며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집들이는 성공적이었다.
다들 만족했다.
40가지가 넘는 접시는 죄다 싹싹 비어 있었다.
엄청 많은 양이라 남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푸드 파이터급 위장을 가진 나동수가 남김없이 다 먹어버렸다.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박주혁은 그동안 쌓인 서러움이 폭발하며, 베개를 눈물로 잔뜩 적셨다.
왕호는 따뜻한 스프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그에게 각성자 선배로서 각종 팁을 알려주었다.
오리진에 접속하는 법.
기본 스킬의 활용법.
초보 때 갖추어야 할 기본 지식 등등···
하지만, 무언가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매드 클라운?’
박주혁의 클래스가 조금 이상했다.
직역하면 ‘미친 광대’.
아직 개방된 스킬이 몇 없어서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유니크한 클래스임에는 분명했다.
기본 클래스 스킬을 보니, 박주혁의 특기인 ‘연기’에 관련된 것 같았다.
마치, 전설적인 영화배우였던 히스 레저가 연기한 미친 광대인 ‘조커’를 절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문적인 전투직은 아닌 것 같고··· 왕호처럼 무얼 생산하는 클래스도 아닌 것 같았다.
최 영감님이 강제로 자신을 전직시킨 것마냥, 보통의 각성 시스템에서 벗어난 거라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에는 그냥 마권사라고 알렸다.
그래야 마법을 써도, 혹은 주먹을 써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회사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녀석이, 각성까지 했으니 이제 날개를 단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곧바로, 박주혁의 육성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레벨 50까지는 유명 길드와 위탁해, 그의 레벨을 올릴 예정.
연기력은 탄탄하니, 레벨만 순조롭게 올리면 아마 곧장 주연으로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았다.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장님 뜻대로 반드시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절까지 하려는 걸 겨우 말렸다.
이제 각성했으니, 식당에 자주 놀러 오라고 했다.
말도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강창모가 그랬듯이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았다.
‘뭐, 자주 만나면 편해지겠지.’
박주혁의 각성 이후, 왕호도 생각이 깊어졌다.
‘포텐 폭발!’ 버프의 정확한 발동 조건과, 전투직이 아닌 클래스에 대해 좀 더 조사가 필요할 듯싶었다.
아직은 이런 정보를 얻어낼 마땅한 구멍이 없다.
허용과 다희를 통해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은 만천하에 드러낼 때가 아니다.
충분한 힘과 정보를 가진 후에, 공개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각성을 시켜줄 수 있다고 공표하면,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개중에는 악의를 품은 존재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집들이는 불금이었으니, 오늘은 토요일.
비각성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날이다.
이제 장사는 언제나 호황이다.
손님은 언제나 붐볐고, 그 숫자는 현재 늘지도 줄지도 않는 상태였다.
장사가 잘되니, 식당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왕호는 수익의 일부분을 인테리어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했다.
“오빠, 오빠! 그 외국인 아저씨 또 왔어!”
주방으로 들어온 희영이가 소리쳤다.
왕호는 희영이가 말하는 이가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줄까지 서서 먹는 외국인은 흔치 않았으니까.
게다가 그 사람은 매번 새로운 요리를 시킬 때마다, 셰프를 만날 수 있냐며 양해를 구한다.
요리의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5분만 기다리시라고 해!”
“웅!”
왕호는 지금 하고 있는 요리만 마무리하고, 설명해줄 생각이었다.
요새, 주방 일이 조금 널널해졌다.
강산이의 시력이 정상으로 점점 돌아오면서, 나타난 효과다.
시력을 잃어버렸을 때 향상된 미각과 후각, 그리고 손의 감각.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눈을 감고도 재료를 다질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춘 산이다.
그런 녀석이 이제 눈까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왕호에게서 요리를 배우기까지 하니, 장난 아니었다.
덕분에, 얘한테 주방을 맡기고 어디 여행이라도 가도 무방할 것 같았다.
어차피 일반인들에게 버프는 필요치 않으며, 만능 소스를 사용하면 맛은 얼추 흉내 낼 수 있으니까.
물론, 맛깡패 같은 힐링 버프를 부여하는 맛까지는 어떻게 따라갈 수 없다.
만들고 있던 봉골레 파스타를 뚝딱 완성한 왕호는, 빠르게 주방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희영이가 말한 그 남자가 보인다.
갈색 머리의 중후한 프랑스인.
장 클로드 카셀이다.
카셀을 처음 만날 때만 하더라도, 그의 정체를 몰랐다.
그가 왕호네 식당에 대해 좋은 칼럼을 써주고 나서야, 겨우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이 식당에 대한 칼럼을 쓰진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식당에 들른다.
왕호도 그가 딱히 평론가이기에 잘해주려는 생각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미 좋은 평론은 써주었고, 왕호는 평론에 목숨 걸 만큼 절박한 상황도 아니다.
‘응?’
장 클로드 카셀에게 다가가려던 왕호는, 그의 옆 테이블에 앉은 또 다른 중년 남성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아저씨의 테이블 위에는, 고프로 사의 소형 카메라가 올려져 있었다.
요새 SNS가 활발해지면서, 저런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저씨는 무언가를 중얼중얼거리며 녹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일런스 마법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분명 익숙한 얼굴이지만, 정체가 곧장 떠오르지 않는다.
허나, 더 이상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카셀이 기다리고 있다.
왕호는 웃으며 카셀을 향해 다가갔다.
“또 오셨네요?”
“오늘도 맛있게 먹었소. 오늘 스테이크는 육향이 기가막히덥니다. 뭔가 비법이 있소이까?”
“드라이에이징으로 숙성한 아즈모데우스 등심입니다. 마리네이드에는 레몬타임과 트러플 오일을 곁들였구요.”
“트러플 오일이라! 그렇담, 맛이 없을 수가 없겠구려!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상당히 맛있었소이다. 고향에 있는 꼬띠아르에게 맛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오.”
“하하, 매번 칭찬 감사합니다.”
“허, 그나저나 셰프님은 볼 때마다 신기하오. 어찌 그리 리옹 방언을 제대로 구사하는지 모르겠소이다. 정말로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소?”
카셀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정말로 네이티브 스피커의 억양이 따로 없었다.
심지어 프랑스인이 아니라면 캐치해내지 못하는 미약한 뉘앙스마저 캐치해낸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카셀의 물음에 왕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예. 언제 한 번은 꼭 가봐야죠! 가게 되면 리옹도 꼭 들르겠습니다.”
“허··· 한국에서만 배워서 이게 가능한 건지······.”
“다, 비법이 있습니다.”
비법이 있다.
꼼수가 잔뜩 섞여 있긴 하지만.
< 포텐 폭발! (5) > 끝
ⓒ 신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