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127화 (127/149)

< 역풍 (3) >

*

플라톤 고 사장은 오랜만에 TV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은 꼭! 본방사수 해야할 프로그램이 있다.

그의 손에는 팝콘통이 들려 있었다.

이 재미난 구경을 어찌 맨입으로 하리요!

기다리고 있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마음가짐으로, 쇼파에 몸을 기댔다.

스피커 속에서 든든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PD의 목소리였다.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먹거리! 그것이 알고싶다’의 이인규 PD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불철주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즘 인기를 크게 끌고 있다는 몬스터 요리! 합법화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아직 그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는데요.

-상당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몬스터 요리로 요즘 유명하다는 한 식당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방송화면은 스튜디오에서, 모자이크와 음성변조가 가득한 카메라 촬영분으로 넘어갔다.

“크으, 누가 봐도 그 새끼 식당이구만!”

식당 로고와 종업원의 얼굴은 모자이크 됐지만, 조금만 관심있게 보면 단숨에 ‘왕호네 식당’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모자이크도 조악하기 짝이 없는 터라 로고가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았다.

고 사장이 보기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 PD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한 요리경연 대회의 우승자가 운영하는 식당인데요, 역시나 그 명성대로 사람들은 줄까지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리경연 대회의 우승자?

게다가 몬스터 요리 식당을 운영한다?

간첩이 아니고서야 누군지 바로 알 거다.

“역시, 이 PD 고객 만족은 철처하구만. 하하하하!!!”

고 사장이 만족스런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몬스터 메뉴를 주문해봤습니다. 와~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군요. 이 몬스터 요리.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으음~ 정말 맛있습니다. 과연 이 맛의 비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이 몬스터 요리는 안전한지 궁금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식당의 오너에게 주방의 촬영을 정식으로 요청했는데요,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거짓이다.

요청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명백한 조작방송.

-하지만! 저희는 이 식당에 몬스터 고기를 유통한다는 몬스터 육류 가공업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화면은 어느새 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장마냥 더럽기 짝이없다.

바닥에는 각종 고기 부산물과 핏물이 지저분하게 널려있었고, 이상한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도 포착됐다.

“윽, 이 PD 이거··· 아주 골로 보내버리려고 작정했네······.”

보고 있던 고 사장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정말 비 위생적인데요. 저희는 이 공장의 관계자와 어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고기가 정말 식당으로 공급되는 것이 맞습니까?

-그럼요. 거기 사장님은 재료를 직접 공수한다고 광고하는데, 손님이 워낙많잖습니까. 제가 몰래 납품해드리죠.

하이톤으로 변조된 음성이 내용을 더욱더 섬뜩하게 만들었다.

“후후, 조작인 걸 알고봐도 충격적이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저희는 더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는데요. 이곳에 유입되는 고기의 상당수는 마기가 제대로 해독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마기가 남아 있는 고기의 위험성을 전문가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마기

가 그렇게나 몸에 해롭습니까?

-예. 마기는 유독성분으로 분류됩니다. 저 같은 일반인들은 마기는커녕, 마나도 몸속에 담아둘 수 없습니다. 마기를 섭취하는 것은 마치 몸에 독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발암물질임은 물론이고 중금속처럼 몸에서 배출되지도 않습니다. 약이나 외과적인

처치로는 제거가 불가합니다. 유일한 방책은 고레벨 힐러를 찾아가는 것이죠.

전문가까지 초빙해 신빙성을 높였다.

전문가는 모자이크도 하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교수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막에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라고 적혀있었으니까.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저희는 또 다른 전문가를 모셔 요리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에 튀어나온 전문가는, 식품영양학과 교수였다.

-예. 반갑습니다.

-저희는 교수님과 함께, 포장해 온 요리의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바로, 화학조미료는 넣지 않는다는 식당의 말과는 반대로, 다량의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수님 그게 사실인가요?

-예. 저도 이 요리를 먹고 그 맛에 감탄했는데, 비법은 바로 화학첨가물에 있었습니다. 향미증진제와, 합성착향료를 넣어 맛을 끌어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짝짝짝짝-

팝콘을 우적우적 씹던 고 사장은, 박수갈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하하하! 삼진 아웃이 따로 없구만!”

토악질이 나올 정도의 위생 환경.

발암을 일으키는 유해성분인 마기.

마지막으로 각종 화학첨가물까지!

이 방송이 전파를 탄다면, 사회적 매장은 물론이고 요리계에서도 곧바로 퇴출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흐흐, 사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겠어.”

에셰코의 우승자가 사기꾼이다?

그럼, 자연스레 준우승자인 김성오가 우승자나 다름없게 된다.

계획했던 빅픽쳐를 그대로 밀고 갈 수 있다는 소리다.

사업이 나가리 됐을 때, 당장 안 접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가 막힌 작전을 생각해낸 스스로가 너무나도 기특할 정도!

방송은 충격에 충격을 거듭하며 마무리됐다.

고 사장은 히죽히죽 웃으며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다.

기사는 역시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올라와 있었다.

이 PD와 친한 기자들답게, 역시나 비판 일색이었다.

댓글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100단위로 숫자가 늘어난다.

[-이거 실화냐? 다큐냐? 맨큐냐? 저 식당 “왕호네 식당”인 부분 빼박캔트 버벌진트 버캔스탁인 부분이구요~ 안왕호 곧 영정각이구요~]

[-와, 믿을 수 없네··· 지금 당장 안왕호 채널 구독 해제하러 갑니다!]

[-세상에! 울 잇님들이랑 자주가는 곳인데··· 어제두 랑구 졸라서 먹구왔는데 저 어뜩하죠?ㅠ]

[-뉘~미,,,쒸~~~뿔!!!! 이,,,써글넘까지!!! 감히,,,국민들을,,,기만하다니,,,우라질놈~~~!!! 길가다,,,마주치면,,,주것쓰~~!!! 우이,,,쒸,,,!!]

[-야 이 사기꾼 놈의 새끼야! 너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 지금 트럭을 몰고 가서, 네놈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이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수준 아닙니까? 당장 사형 시켜야 합니다! 특히 우리 자나라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몬스터 고기는 다시 통제해야 합니다!]

[-헐··· 대왕카스테라 때보다 더 충격적이네······.]

[-우리 킹갓엠페러빛왕호님이 그럴 리 없어··· 이건 꿈이야!!!]

[-안슬람 놈들아 이제 꿈에서 좀 깨라!]

“하하하하핫!!! 사이다네 사이다야!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구나!”

팝콘에 걸맞는 탄산이 필요했는데, 따로 필요 없겠다.

여기 천연 사이다가 있지 않나.

“키키킥!”

재밌다.

시쳇말로 꿀잼이다.

댓글 반응이 어찌나 재밌던지, 고 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범람하는 기사들 사이를 옮겨다녔다.

그리고 그 순간,

“어?”

고 사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새로운 기사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먹거리! 그것이 알고싶다” 몬스터 요리편의 진실?>

<뉴스룸 : 몬스터 요리 팩트체크!>

<안왕호, 그는 과연 파렴치한인가?>

마치 이런 방송이 나올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반박기사가 마구 쏟아졌다.

“뭐, 뭐야 이건?”

고 사장은 당황했다.

재빨리 기사 하나를 클릭해 들어가자, ‘설마, 아닐거야···’ 하며 숨어 있던 왕호의 팬들이 그럼 그렇지 하며 마구 댓글을 달고 있었다.

[-여윽시, 우리 대왕호 빛왕호 님이 그럴 리가 없죠? 파도파도 미담만 나오시는 분인데.]

[-진짜 양쪽말 다 들어봐야 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구나. 저번 버스기사 사건 교훈 다들 잊어먹었죠?]

[-와, 조작방송 클라스 미쳤네. 저거 방송 폐지해야 되는 각 아님?]

[-그럼, 대왕카스테라랑 벌집 아이스크림도 조작방송이었나요?]

[-ㅋㅋㅋㅋ이인규 PD 머가리에 총 맞았나 진짜ㅋㅋ]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네······.”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불안함에, 고 사장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고 사장은 팝콘을 내려놓고, 곧바로 이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예. 고 사장님.

“이 PD님 지금 기사 확인하셨습니까?”

-예, 저희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어찌 돌아가는 상황입니까?!”

-저희도 당황스럽긴 한데, 아마 안왕호 그 친구가 평소에 쌓아둔 이미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아, 대책은 있으십니까?”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댓글부대 동원 안 하는데, 이번에는 잔뜩 투입해야 될 것 같군요.

“댓글부대라··· 그게 있었군요. 화력 부족하시면 얘기 하십시오. 제가 보태드리겠습니다.”

고 사장은 에셰코 여론조장할 때 썼던 댓글부대에 당장이라도 입금할 기세였다.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몇 시간 내로 진압 될 거니까요.

통화가 끝나고, 고 사장은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는 종합 기사로 들어갔다.

댓글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방송 내용을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

방송국에서 동원한 댓글부대.

이들과,

진실을 파헤치자는 왕호의 팬들이 어지럽게 싸우고 있었다.

고 사장은 이 PD 말대로, 반대여론이 진압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진압 되기는 개뿔······.”

판 뒤집혔다.

얼마나 뒤집어졌냐면, 댓글부대로 입금할 생각이 쏙 들어갈 정도다.

여기서 화력을 지원해봤자,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다.

‘왜?’

전문적인 댓글부대까지 동원했는데 어째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 못할 법도 하다.

황룡 측에서 이미 대비하고 있던 일이 아니던가.

논리로 가득 무장한 반박기사들을 미리 준비시켜놓았다.

그리고, 댓글부대를 대기시켜놓은 것은 황룡 쪽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댓글부대에, 왕호가 평소에 쌓아둔 이미지와 논리에 설득된 여론까지 더하니 방송국 측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감히, 우리 안 셰프를 건드려?

-고추의 은인··· 아니, 생명의 은인인 우리 안 셰프를?

-허허, 꼴랑 종합편성방송 주제에 몬스터 요리를 까?

-가만두면 안 되겠구먼 이거!

‘괴수미식회’의 재벌들까지 발 벗고 참전했다.

한여름의 고모부가 바로 식약처장이다.

한대약품의 한 회장이 뿔났다.

한 회장은 곧장 식약처를 움직였다.

합법화 시킨 몬스터 요리의 위생을 트집잡은 것은 명백한 방송국의 실수였다.

방송이 나간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식약처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몬스터 고기의 위생과 유통, 그리고 마기의 해독까지 완벽하게 관리감독 되고 있다는 성명이었다.

식약처는 잘못된 정보를 내보낸 방송사를 강력히 비난하며, 정정보도를 촉구했다.

정정하지 않을 시, 재소하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뿔난 것은 한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번 미식회에 왕호를 데려가야 하는 상성 중공업의 이재균.

그리고, 왕호에게 은혜를 입은 송 사장까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론팀을 모조리 동원했다.

그러니 싸움이 될 리가 있나.

애초에 거짓으로 뭉친 놈들이, 진실에다 막강한 화력까지 더한 사람들을 이기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댓글은 순식간에 5만 개가 넘어갔다.

그중 90%는 왕호를 옹호하는 댓글이었다.

김 비서는 뜨거워진 여론을 잠잠히 지켜보다, 강력한 폭탄 하나를 투하했다.

<충격! 이인규 PD의 ‘먹거리! 그것이 알고싶다’ 조작방송의 실태!>

완벽한 자료로 무장한 하나의 기사.

각종 포털 사이트에 미리 말을 해둔 터라, 당연히 메인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이미, 왕호에 대한 논란으로 달궈질 대로 달궈진 인터넷의 불꽃이 조작방송의 실태로 옮겨붙었다.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만난 고기처럼 내용을 여기저기에 퍼다 날렀다.

와르르-

거짓으로 쌓아올린 이 PD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이인규 PD.

그는 오늘 부로 대한민국에서 발 붙이고 살 수 없을 거다.

이민 가야 한다.

덜덜덜-

일련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고 사장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미, 미친······.”

기사를 천천히 읽어내려가는 그의 눈동자도 파르르 떨린다.

불안, 초초, 긴장.

마치 공황장애에 걸린 것처럼, 가슴이 턱! 하고 막혀왔다.

이 PD를 무너뜨린 여론의 화살.

그것이 자신을 향할까 두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 역풍 (3)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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