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140화 (140/149)

< 클래스가 다르다 2 (4) >

일반인 남성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반응!

최유나 입장에선, 성불구자 혹은 성소수자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숱한 여배우들을 거친 탑배우에게서나 경험했던 바로 그 반응이다.

아님, 게이라고 밝혀진 천석 오빠에게서 봤던 그런 미적지근한 반응.

물론, 왕호는 남자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생식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

얼굴천재 유다희의 얼굴을 매일 보다보니 적응되어 나타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눈이 밑도 끝도 없이 높아지며 나타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이다.

게다가 이미 MC들에게 주의를 받은 상황이라 더더욱 의심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던 터였다.

‘여름이가 말한 상황이랑 똑같네.’

이것에 더해, 한여름에게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은 ‘여우짓 감별법’에도 정확히 부합했다.

-오빠 이것만 기억하고, 여우짓 하는 쌍년··· 아니 그런 여자가 접근하면 바로 차단해야 돼!

첫째, 의도적인 스킨쉽.

-가볍게 웃으며 팔을 탁탁 친다거나, 특히! 팔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거는 빼박이니까 명심해!

둘째, 쌩얼아닌데 쌩얼인 척.

-눈썹 그리고, 비비 바르고, 립까지 은은하게 칠했으면서, ‘어머! 나 오늘 화장 못 했는데 어쩌지······.’ 이러고 환상 심어주는 거 경계해야 해! 남자들은 거의 구별 못 하거든.

셋째, 노골적인 어필.

-반투명 검정 스타킹. 일명 반투검스 신고, 들러붙는 원피스까지 입고, 일부러 옆머리 슬쩍슬쩍 넘기는 애들! 좋다고 헬렐레 따라갔다가는 패가망신이야! 특히, 향수 엄청 진하게 뿌리는 것들 조심해! 이런 애들 십중팔구는 머리 숙이면서 가슴골도 같이 보

여주니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취한 척.

-이게 제일 위험한 건데, 취하지도 않았는데 취한 척하는 애들이야. 특히, 막 조는 척하고 머리 꾸벅거리는 것들 있는데, 그럴 때는 찌개를 머리카락 밑에 놔둬 봐. 진짜 취했으면 머리카락 담그니까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줘야 해. 아마 대부분은 머리카락

들어가기 전에 고개 빳빳히 세울걸?

도대체 왜 이걸 알려주는지는 몰랐지만, 여름이의 눈에서 진정 걱정하는 눈빛을 읽었기에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최유나의 행동 중 8할이 여름이가 알려준 행동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찰칵- 찰칵-

그래도 셀카는 웃으며 찍어줬다.

“고마워요 셰프님. 인스타에 사진 올릴 건데, 맞팔 꼭 해줄 거죠?”

“당연히 그래야죠.”

“어머 근데 실물로 보니 훨씬 잘 생기셨다!”

아주 빈말은 아니었다.

평소 왕호의 모습보다, 살짝 꾸민 지금의 모습이 훨씬 괜찮았으니까.

“감사합니다. 최유나 씨도 실물이 훨씬 낫습니다.”

최유나의 의도가 정확히 뭔지는 몰랐으나, 왕호도 일단 방긋방긋 웃으며 그녀의 기분을 맞춰줬다.

MC들에게 말했듯이, 첫 방송이니만큼 트러블이 생기면 안 된다.

“셰프님 인기 되게 많은 거 알죠?”

“유나 씨만 하겠습니까.”

“우리 셰프님은 말도 잘 하시네. 인기 더 얻고 싶지 않아요?”

한 시간 전에 처음 봤는데, 벌써 우리 셰프님이라······.

저러니까 더더욱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과분합니다.”

“저, 얼마 전에 새 영화 크랭크인 들어갔거든요.”

갑자기 영화 얘기는 왜······.

“축하드립니다. 최유나 씨 티켓파워면 이번에도 대박 나실 겁니다.”

“고마워요. 내가 셰프님 매출 더 올려줄 수 있는데··· 관심 없어요?”

최유나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왕호을 지긋이 바라봤다.

저렇게까지 말하니 살짝 궁금하긴 했다.

“그렇습니까? 어떻게···”

“나 인스타 팔로워 600만이잖아요. 셰프님은 이제 겨우 20만이죠? 아까 봤어요.”

“한류스타랑 어찌 비교를······. 그래도 페북 페이지는 좋아요 더 많습니다. 유튜브는 벌써 100만 넘겨서 다이아 버튼까지···”

“어쨌든, 제가 셰프님 가게 홍보하면 사람들 말도 못 하게 몰릴걸요? 게다가 저랑 친한 배우 오빠들 팔로워가 기본 500만 1,000만이거든요. 아마 중국에서도 비행기 타고 탐방 올 거예요.”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됩니다. 먹고살 만합니다.”

그냥 먹고 살 정도가 아니다.

엘지 트윈스 유광잠바를 사 입으며, 요플레 뚜껑을 핥지 않고 바로 버릴 정도로 삶의 질이 윤택해졌다.

“그래도 인기 얻으려고 여기 출연한 거 아니에요?”

“커리어도 쌓을 겸···”

“한 가지만 해주면 되는데.”

“뭡니까?”

일단, 들어나 보자.

인기 많아져서 나쁠 거 없으니까.

“셰프님도 밥차 하시잖아요.”

“···밥차라고 볼 수 있죠.”

“영화 촬영할 때는 밥차가 생명이거든요. 나 촬영하는 곳으로 한 번 와주면 되는데.”

“촬영장 가서 밥 해주라는 말씀입니까?”

“되게 간단하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왜 굳이······.”

“멋있잖아요~ 나를 위해 요새 핫한 셰프가 밥차를 몰고 촬영장에 딱! 나타난다? 당연히 인터넷도 난리 나겠죠?”

상상만 해도 좋은지 킥킥거리며 즐거워하는 저 어린 여배우의 얼굴을 보자,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관심이 고픈 친구였구나······.’

관심종자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최유나의 꿍꿍이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감독님한테도 점수 좀 따고, 이번에 같이 촬영하는 남주 오빠한테도 자랑하게요~ 와주실 수 있죠?”

아니, 당연히 안 되지.

고작 그런 사사로운 이유로 하루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죄송합니다. 제가 방송 촬영도 하느라 시간을 더 뺄 수가 없네요.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서요.”

“흠··· 역시 맞네. 남자 좋아하나?”

혼잣말이었지만···

다 들린다 이것아.

“그게 무슨······.”

왕호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느닷없이 남자 좋아하냐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아무래도 셰프님한테는 제 어필이 안 통할 거 같으니까 그냥 돌직구 날릴게요. 촬영장 온다고 약속하시면 오늘 셰프님 승리 만들어 줄게요.”

“···먹어보지도 않고 뱃지를 달아주겠다는 말입니까?”

“어차피 시청자들이야 직접 못 먹으니까 모르겠죠. 저 배우예요. 리액션 하나면 충분해요.”

“제안은 감사드리지만, 정정당당하게 맛있는 요리 대접하겠습니다. 결과물 보시고 결정해주세요.”

청탁까지 하는 걸 보니, 예삿 성깔은 아니다.

“오기 싫다 이거죠? 어쩔 수 없네 그럼. 별은 무조건 상대 셰프한테 줘야겠다.”

“요리는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잘 생각해봐요~ 셰프님 전에 나온 그 요리사 오빠도 욕 엄청나게 먹고 하차했는데, 안왕호 셰프님도 똑같이 별 못 따면 뭐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어쭈, 이제는 협박까지?

이제야 이 성격 유별나다는 것이 뭔지 제대로 알겠다.

촬영장에 한번 가서 최유나 어깨만 조금 올려주면, 승리도 얻고 탑 배우들의 자동 홍보까지 얻을 수 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싫다.

정중히 부탁했다면 모를까, 이런 치졸한 방법까지 써가며 관심을 얻으려는 어린 장단에 놀아나기 싫었다.

비겁하게 얻어낸 승리보다, 차라리 최선을 다한 패배가 더 아름답다는 게 왕호의 신조다.

“승패에 상관없이 맛있는 요리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오~ 알았어요. 져도 괜찮다는 말이죠? 의외네? 알았어요. 그럼 이따 또 봐요~”

최유나는 살짝 놀라는 눈빛을 띄우고는 유유히 게스트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기실 소파에 몸을 맡긴 최유나는, 다리를 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저러니까 더 데려가고 싶잖아.’

왠지 모를 호승심이 샘솟는다.

그녀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방금 찍은 셀카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내식부 촬영 왔어요~ 대기실 복도에서 안왕호 셰프님과 찰칵! 실물로 보니 훨씬 잘생김! 맛있는 요리 부탁드립니다 셰프님~

#내식탁을부탁해 #안왕호 #왕호네식당 #빨리먹고싶다>

600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여배우답게, 댓글들이 순식간에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언니 내식부 찍으러 갔어요?]

[-존예에요 언니~]

[-헐~ 안왕호 내식부에도 진출함? 대애박!]

[-왕호 오빠 꾸미니까 사람 확 달라 보여~ 카메라 마사지 제대로 받았네!]

[-안왕호가 벌써 저기 나올 깜냥이 되나?]

[-안 될 것도 없죠. 왕호네 식당 장사 개잘되는데.]

[-저번에 나온 걔처럼 비린내 버거만 안 만들면 될 듯.]

[-너 우유통이 마음에 드는군. 번호 좀 알려다오.]

[-ㅋㅋㅋ위에 미친 아재요! 고마 정신 차리소~]

평소 셀카를 올렸을 때보다는 확실히 반응이 뜨겁다.

“후후, 한 번은 봐줄게요 셰프님.”

요리를 먹고 헛구역질 리액션을 할까 고민했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이렇게나 반응이 좋은데, 바로 버리긴 아깝잖아~”

최유나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최유나가 사람들의 댓글을 유심하게 살펴보고 있을 때, 대기실에 틀어박힌 왕호의 표정 또한 심상치 않았다.

왕호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곤란한데······.’

몹시 곤란했다.

최유나의 협박을 거절해서가 아니다.

고장난 듯한 자신의 심장 때문이다.

최유나는 분명 예쁘다.

얼굴은 예쁘기 그지없어서 여자가 봐도 입을 틀어막을 정도고, 몸매는 거의 탈 인간계의 수준이다.

그런 최유나가 몸을 밀착시키면서까지 노골적으로 어필했지만, 이놈의 심장은 고장이라도 났는지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이게 다 유다희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사기적으로 예쁘래?

클래스가 다르잖아 클래스가.

‘눈만 엄청나게 높아져가지고······.’

다희 옆에 계속 있다간 정말 장가 못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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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가 다시 시작되고.

“최유나 씨의 냉장고를 공개합니다~!”

두 명의 MC가 양문냉장고의 문을 하나씩 잡아 활짝 오픈했다.

“오오오~!”

깔끔하게 정리된 비주얼이다. 셰프군단의 표정이 눈에 띠게 밝아졌다.

게스트가 가져온 재료로만 요리해야 하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가 많고 다양할수록 할 수 있는 요리의 폭이 넓어진다.

딱 봐도 휘황찬란한 재료가 많아 보였기에, 셰프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리 사놨나 보네.’

크게 눈여겨보지 않아도 바코드를 제거하지 않은 새 제품들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게스트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재료들로 방송을 꾸려나갔다.

가식이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워낙 유명해지고, 탑스타들도 게스트로 자주 출연하게 되면서 촬영 전에 냉장고를 각종 진귀한 재료들로 꽉꽉 채워놓기 시작했다.

깔끔한 정리도 기본이었다.

있어 보이려는 열망과, 청결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였다.

지금의 최유나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MC가 얼핏 봐도 비싸 보이는 통을 꺼내며 물었다.

“와, 최상급 트러플 오일도 있네요? 이런 거 자주 즐겨 드시나요?”

“저번에 파리 나갔을 때 사 온 거예요. 향이 좋아서 자주 즐겨요.”

“역시 한류스타 여배우는 입맛도 고급지네요. 트러플 오일 좋아하신다니까 셰프님들은 참고하시고··· 어디 보자··· 캐비어도 있고··· 헉!”

MC가 냉장고에서 생선 하나를 꺼냈다.

길이가 족히 70cm는 되어 보인다.

연어였다.

냉장고에서 싱싱한 생연어가 튀어나오자, 천하의 셰프들이라도 헛바람을 들이켜야 했다.

“통연어가 왜 여기서···”

“미국 팬분이 알래스카에서 직접 보내주신 거예요. 어제 받아서 아주 싱싱할 거예요. 제가 손질할 줄을 몰라서 넣어놨는데, 마침 여기 나오게 됐네요.”

최유나의 눈이 반달을 그리며 웃었다.

‘허세는······.’

그녀의 실체를 알아버린 왕호는 속으로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프로페셔널 관종답게, 냉장고에 허세가 그득그득했다.

아마, 저 고급재료들도 여기 나올 걸 대비해서 미리 채워둔 것일 테지.

싱싱한 통연어가 등장했지만, 셰프들이 크게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 녹화에서 고등어를 잘못 사용했다가 시청자들에게 호되게 욕을 먹은 터라 생선은 다들 지양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손질되지도 않은 연어다.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사서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유나의 냉장고 속 재료를 확인한 왕호는 망설이지 않고 메뉴를 정했다.

재료의 탐방이 끝나자, MC들은 첫 번째 대진을 공개했다.

“그럼, 최유나 씨의 식탁을 책임질 대진표를 공개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건강함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사로잡아야 하는 ‘여배우의 건강한 브런치 식탁’이죠. 화려한 퍼포먼스의 1인자! 다니엘 킴 셰프님과 ···내식부의 새로운 식구이자 다크호스! 안왕호 셰

프님의 사제간 대결입니다!”

사제더비!

시청률을 사로잡기 위한 매치가 성사됐다.

역시 방송국놈들 이라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오는 매치!

호명 된 두 사람은 최유나의 부엌으로 가 원하는 재료를 가지고 조리대 앞에 섰다.

먼저 다니엘 킴이 입을 열었다.

“영국 요리는 맛없다는 편견, 제가 깨트리겠습니다. 최상급 벨루가 캐비어와 싱싱한 토마토, 그리고 트러플 오일로 향을 돋운 블랙푸딩이 어우러진,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설명만 들어도 버킹엄 궁전이 떠오릅니다! 이번 요리의 제목은 뭡니까 셰프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아~~~”

MC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새어나왔다.

축구종가 영국과 배우 최유나를 환상적으로 조합한 요리의 제목!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요리의 제목을 재치있게 짓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다니엘 킴의 설명이 끝나자, 메인 카메라의 앵글은 왕호를 향했다.

왕호는 한차례 심호흡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최유나 씨를 위해 만들 요리는, 알래스카산 신선한 연어에, 싱싱한 토마토와 그릴드 어니언을 함께 곁들인 연어 버거입니다.”

‘미친놈!’

왕호의 설명이 끝나자, 녹화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생선 버거를?

< 클래스가 다르다 2 (4)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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