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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셰프-11화 (11/219)

<-- 11 회: 1-11 -->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는 동석은 확신이 없었기에 약간 소홀하게 준비한 것 같았다.

"자식, 아직도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남은 과목이나 잘 준비해."

"오빠, 이번에도 예상 문제를 뽑아줄 수 있지?"

"당연하지. 게다가 이번에는 졸업한 선배들에게 확실한 정보를 얻었으니까 100% 적중할 수 있을 거야."

"오~! 진짜요? 이러다가 정말로 우리가 장학금을 휩쓰는 것 아닐까요?"

"못할 것도 없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것만이 아니라는 거야."

"또 뭐가 있는데요?"

"한식 상차림 연출과 한방약선 음식 실습의 심사 키 포인트를 추측해냈다는 것 아냐?"

"정말요?"

"그래. 그러니까 내일 시험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지."

"지훈아, 오늘 실수한 것 만회하려면 시간 없다. 가자!"

사고로 미각을 잃었던 과거에는 지훈이가 사라지면서 박현식이 1등을 독차지했고 수아가 그 뒤를 이었다.

덕분에 모든 교수님의 관심을 독차지한 그는 졸업과 동시에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세계 제일의 요리학교로 불리는 르꼬르동 블루로 유학을 갔는데 그때 수아도 함께 갔다.

당시에 알려지기로 수아는 김현 교수와 인연이 있는 독지가의 후원으로 유학비용을 조달했는데 그 후원자는 다름 아닌 박현식이었다.

그리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었다.

'박현식, 내가 있는 이상 장학금은 포기해야 할 거야.'

애초에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시험 문제와 심사의 키포인트를 전부 알고 있는 이상, 지훈이 수석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런데 지훈은 자신만이 아니라 수아는 물론이고 동석과 혜미까지 장학금을 받게 할 생각이었다.

즉, 박현식을 순위권 밖으로 떨어트려서 교수들이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만들 생각이었다.

같은 시각, 시험이 끝난 강의실에서는 박현식의 또 다른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녀석, 시험 전에 커닝 페이퍼를 작성하더니 시험문제에 그것들이 나왔나 보네."

"현식아,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 게 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남들은 밤새워가며 열심히 공부했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우리의 노력을 우습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이 짜증나서 그렇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남들은 끙끙 대며 푸는 시험을 너무도 가볍게 푸는 사람이 있잖아."

"지훈이?"

"그냥 너 편할 대로 생각해. 나는 시험 준비 때문에 나가봐야겠다."

"지훈이 이 자식, 어쩐지!"

다른 과와 달리 거의 100%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조리학과는 학과 성적이 취업과 직결된다.

게다가 실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등록금도 상당해서 장학금에 목을 매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마당에 누군가가 부정한 방법으로 높은 성적을 얻는 것 같다고 하자 금방 소문이 돌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마솥처럼 분위기가 가열되었다.

'자식, 예상대로 열심히 떠들고 있네.'

교묘한 말로 마치 지훈이가 부정행위를 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 박현식은 그를 비난하는 같은 과 4학년 학생들을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그렸다.

'이지훈, 소문이 돌기 시작한 이상 학교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거야. 그러면 이쯤에서 수다쟁이 후배 여학생들을 만나러 다녀볼까.'

모든 이들이 한 목소리로 지훈이가 부정을 했다고 떠들어 대면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진실이 된다.

그리고 그런 소문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유리했다.

게다가 자신은 직접적으로 지훈을 언급한 적이 없기에 설령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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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지나면서 목요일 오후가 되었고 중간고사는 이제 하루만 남겨놓고 있었다.

조리과의 모든 학생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도서관과 조리 실습실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지훈 커플과 동석 커플도 빈 강의실에서 시험공부에 열중했다.

"지훈 오빠, 간만에 자판기 커피가 무지 땡기는데 마실래?"

"수아야, 넌 그런 것 먹으면 안 된다니까!"

"딱 한 잔만! 갑자기 달달한 커피가 먹고 싶어서 그래."

자판기 커피에 들어가는 커피크림, 일명 프림은 천연재료가 아니라 경화제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경화제라는 것은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뿌리는 것으로 한국을 포함한 극히 일부의 국가에서만 식용으로 쓰고 있었는데 위에 큰 부담을 주는 물질이었다.

흔히들 자판기 커피를 많이 마시면 속이 더부룩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다 경화제로 만든 커피크림 때문인데 수아는 자판기 커피 중독자였다.

그러니 지훈이 그걸 못 마시게 하는 것은 당연했고, 지훈은수아의 위암과 자판기 커피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안 돼!"

"오빠, 딱 한 잔인데 그 정도는 괜찮잖아?"

"그건 위에 큰 부담을 준다고 했잖아."

"달달한 커피를 꼭 마시고 싶은데, 한 번만 봐주라."

"내가 제대로 된 커피에 시럽을 듬뿍 넣어서 가져올게."

"지훈아, 같이 가자."

수아가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못하게 자리에서 급히 일어난 지훈은 뒤따라온 동석과 함께 학생회관에 입점한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시험기간 임에도 커피 전문점은 여학생들로 만원이었는데 그중에는 조리학과 2학년 여학생도 몇 명 있었다.

"너희들 소문 들었니?"

"무슨 소문?"

"지훈 선배가 이번 시험에서 부정을 계속 저지른 통에 4학년 선배들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고 하더라고."

"지훈 선배가 컨닝을 한다고?"

"그렇데."

"컨닝은 다들 하는 것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만 지훈 선배는 정도가 심한가봐."

"정도가 심하다면 아예 베낀다는 거야?"

"그러니까 4학년 선배들 분위기가 아주 안 좋겠지."

"지훈 선배는 실습이 워낙 강하니까 이론은 어느 정도만 봐도 학점관리는 될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납부금 액수를 생각하면 장학금이 탐나는 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일걸?"

"지훈 선배가 그런 짓을 하다니 실망이다."

"내 말이!"

"칫! 지훈 선배라면 그런 짓을 안 해도 장학금을 탈 걸. 분명 지금의 소문도 누군가가 지훈 선배를 시기해서 악의적으로 퍼트린 새빨간 거짓말일거야."

"넌, 매번 지훈 선배만 편들더라?"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너무 멋있게 생겼잖아? 옆에서 보면 그야말로 신이 빚은 조각처럼 보여!"

"이미주, 일찌감치 꿈 깨라! 지훈 선배 옆에는 수아 선배가 딱 붙어 있는데 어딜 넘봐?"

"그건 지금 얘기이고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나중에 바뀐다고 해도 너는 아닐 것 같은데?"

"뭐? 이것들이!"

"너희들도 여기 있었구나."

"어머! 선배님."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선배님, 커피 한잔만 사주시면 안 돼요?"

"먹고 싶은 것으로 골라. 대신 시험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럼요."

"고맙습니다, 선배님."

세 명의 여학생에게 다가온 이는 지훈과 동석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지훈을 흉봤던 두 명의 여학생은 천연덕스럽게 귀여운 후배 모드를 연출했다.

그 상황에서 살짝 울먹이는 표정으로 지훈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해온 이는 이미주였다.

"선배님, 아니죠?"

"뭐가?"

"선배님이 시험에서 컨닝을 한다는 소문이 돌던데 아니죠?"

"내가 컨닝을, 어떻게?"

"그렇죠. 저는 처음부터 그럴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니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

"4학년 선배님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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