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3화 (13/219)

<-- 13 회: 1-13(5. 걔는 사람 새끼도 아냐!) -->

"이것도 동석이와 마찬가지로 소스가 아주 잘 되었고, 야채에 스며든 정도도 적당한 것이 라따뚜이 본연의 맛을 잘 살렸구나. 혜미도 A야."

"감사합니다."

"지훈이는 이번에도 플레이팅을 아주 멋지게 했구나. 맛도 플레이팅만큼 뛰어나야 할 텐데 어디 볼까?"

"실망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오! 올리브 향이 확실하게 살아있는 것이 프랑스 현지에서 라따뚜이를 먹는 것 같구나. 이만하면 A 플러스!"

"감사합니다."

동석과 혜미의 라따뚜이를 칭찬했던 박 교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훈의 라따뚜이를 몇 번이나 맛본 후에 바로 옆에 자리한 수아의 라따뚜이를 맛보았다.

"야채의 식감을 살리면서도 라따뚜이 본연의 깊은 맛을 이렇게 풍부하게 살리다니, 내가 지금껏 먹어본 라따뚜이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 정도의 라따뚜이라면 프랑스 현지에 레스토랑을 차려도 성공하겠다. 마음 같아서는 더블A를 주고 싶지만 A플러스가 최고인 것이 너무 아쉽구나."

"오~!"

"와우~! 교수님, 너무 극찬하시는 것 아닙니까?"

"조금 후에 너희들이 직접 맛을 보고도 그런 맛을 할 수 있을까?"

최고의 극찬과 함께 수아에게도 A플러스를 부여한 박 교수는 다음으로 현식의 라따뚜이를 맛보았다.

참고로 수아를 비롯한 동석과 혜미의 요리에는 지훈이 품고 있는 음양오행의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그런데 수아만 유독 극찬을 받은 까닭은 그녀의 음식솜씨가 뛰어난 점도 있지만 수아를 사랑하는 지훈의 마음이 애틋하다보니 더욱 많은 기운이 흘러 들어가서 그랬다.

"박현식, 맛은 좋구나."

"감사합니다."

"넌 B야."

"예?"

"맛은 좋은데 전복과 로브스터의 맛이 너무 진하게 나서 라따뚜이 본연의 맛이 너무 약해."

"모든 식재료의 싱싱한 맛을 충분히 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로 그랬습니다."

"그랬을 거라 짐작하고 B 학점을 준거야."

"교수님,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제가 만든 라따뚜이가 지훈의 라따뚜이보다 더 못하다니 절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박현식, 이게 무슨 과목의 시험인지 잊은 거니? 너, 설마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오뜨퀴진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어떤 경우에도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신 분은 교수님이십니다."

"그랬지. 그런데 난 시험에 앞서 누벨퀴진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라따뚜이 본연의 맛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하... 하지만 유일하게 저에게만 맛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맛은 있었다. 아주 싱싱한 최고급 재료를 썼는지 전복과 로브스터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복과 로브스터의 맛을 충분히 살리려면 라따뚜이보다는 다른 요리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쨌든 맛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박현식, 이제 보니 너는 누벨퀴진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구나. 넌 D플러스야!"

"교수님?"

"잘 들어. 누구라도 그런 최고급 식재료를 썼으면 그만한 맛을 낼 수 있었을 거야.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는 그보다 더한 맛을 낼 수 있는 이도 많이 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만들라고 한 것은 라따뚜이였다."

"제가 만든 것도 라따뚜이입니다."

"맞아! 하지만 식재료가 라따뚜이 본연의 깊은 맛을 강하게 눌러버린 통에 로브스터 스튜를 먹는 기분이었다."

과거의 박현식은 지금과는 달리 지훈처럼 야채로 만든 라따뚜이를 만들었고 A플러스 학점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과목에서 지훈에게 밀린 것을 신경 쓰다 보니 원래의 시간과는 달리 과욕을 부렸고, 그 결과는 최악이 되고 말았다.

한편 평가를 끝낸 박휘순 교수는 시험을 끝내기에 앞서 요 근래 떠돌고 있는 부정행위와 관련된 소문을 언급했다.

갑작스레 부정행위가 언급되자 다른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지훈을 쳐다봤다.

"주목! 누가 그런 악의적인 소문을 냈는지는 모르지만 학과장님을 비롯한 모든 교수진은 오해를 해소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당 학생의 답안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웅성웅성~!

박휘순 교수가 악의적인 소문이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이가 박현식을 쳐다봤다.

갑작스레 모든 이의 시선을 받은 박현식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그사이 지훈은 박휘순 교수를 향해서 살짝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드러냈다.

'박현식, 넌 내가 아니라 네놈의 발등을 찍은 격이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지훈은 어제 오후 학과장을 만나서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전달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답안지 공개는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고, 이제는 진실이 밝혀지는 일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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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걔는 사람 새끼도 아냐!

학과 사무실에 지훈의 답안지가 내걸린 것은 그날 오후였고, 소식을 접한 많은 학생들이 몰려왔다.

그중에는 4학년 외에도 호기심에 몰려온 1~3학년 여학생도 여럿 있었다.

"와~! 지훈이는 이런 것들은 어디서 알았지?"

"이건 교수님들도 알려주지 않은 내용이잖아?"

"오! 답안지 밑에 별도로 참고문헌까지 기재했어."

"참고문헌을 기재했다면 여기 있는 내용이 모두 정확하다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A플러스를 받았겠지."

"이건 컨닝이라고 볼 수 없겠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냐?"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컨닝을 해도 이 정도의 답안은 절대 못 쓰겠다."

"하여간 지훈이가 난 놈은 난 놈이다."

지훈의 답안지에는 한국 최고의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푸드 테라피스트로 활동했던 그의 경험과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렇게 학과 교재의 내용만이 아니라 충분한 이론과 사례가 제시된 지훈의 답안지를 본 모든 이들은 부정행위와 관련된 소문이 거짓임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한 때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지훈을 의심하고 원망했다는 죄책감이 미안한 감정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그러게. 그런데 현식이는 그런 소문을 왜 퍼트렸을까?"

"만년 2인자의 설움 아닐까?"

"이번에는 수아와 동석이가 잘해서 2인자도 못 되겠던데."

"혜미도 이번 시험은 잘 본 것 같던데?"

"그러면 잘해야 5등이겠네?"

"박 교수님 과목을 심하게 망친 이상, 5등도 어려울걸."

"자식, 하다하다 안 되니까 별 거지같은 수작을 다 부렸네."

"그 자식, 예전부터 수아를 짝사랑 하는 것 같더니 그래서 그런 것 아닐까?"

"현식이가 수아를 짝사랑 한다고?"

"몰랐냐? 여학생들은 다 알고 있어."

"하긴, 현식이가 수아를 넋 놓고 바라볼 때가 여러 번 있더라."

"정말?"

"그래. 내가 여러 번 봤어."

"그건 나도 봤다."

"그랬구나!"

"가만! 그 녀석, 지훈이가 조난을 당했을 때도 구조대를 엉뚱한 곳으로 안내한 것이, 혹시 지훈이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것 아닐까?"

"에이, 그래도 친구 사이인데 아무렴 그럴까?"

"야! 친구라는 놈이 그런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린다는 게 말이 돼?"

"맞아! 진짜 친구라면 지훈이가 진짜로 부정행위를 했다고 해도 소문을 내기 보다는 조용히 충고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얼레,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러고 보니까 그때 암벽에 올라간 것도 단 둘뿐이었잖아?"

"현식이가 지훈이를 일부러 밀었다는 거야?"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하는 짓을 보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에이, 그건 너무 앞서갔다."

"사랑에 눈이 뒤집히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짜샤, 추리소설 쓰냐? 그만해!"

"아무튼 이번 일을 통해 그놈이 의리가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은 확인된 것 같다."

"그건 맞는 소리야. 친구라는 놈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난 이제부터 그놈을 사람취급 안 할 생각이다."

"녀석과 가까이 했다가는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모르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지훈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만큼 4학년들은 소문을 퍼트린 박현식을 안 좋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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