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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이 전도되었지만 힐링 주점은 어떻게 하면 수아에게 좋은 음식을 먹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탄생되었다.
그러니 샐러드를 만드는 지훈은 손길 하나하나에는 수아를 위하는 그의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겼다.
'어! 왜 이러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샐러드를 만드는 일에 몰입했던 지훈은 배꼽 부근에서 음양오행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치솟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MT를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으면서 지훈은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음양오행의 기운이 분출되는 것을 수 십 차례나 경험했다.
아울러 이제는 배꼽 부근에 팥알 크기의 뭔가가 자리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그게 음양오행의 기운임을 알고 있었다.
참고로 처음에는 좁쌀보다 작아서 인지하지 못했던 그것은 기운이 분출될 때마다 소모되기는커녕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운이 폭발적으로 치솟으면서 한 번에 분출된 적은 없었다.
'수아에게 나쁜 일은 아닐 거야.'
음양오행의 기운이 요리에 깃들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지훈은 가빠오는 숨을 억누르며 더더욱 요리에 집중했다.
사실 몸에서 열이 나고 모든 장기들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들썩거리는 통에 적지 않은 고통이 엄습해왔지만 수아가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그녀의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기쁘기만 했다.
퐁~!
'오! 기운이 파도처럼 쏟아지는 구나.'
늘 그랬던 것처럼 배꼽에서 치솟은 기운이 온몸을 주유한 후에 손끝을 따라서 요리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운이 한꺼번에 밀려나가서 그런지 병뚜껑 따지는 소리가 뇌리에 들려왔다.
'으~읍!'
손끝을 통해 기운이 분출되는 순간, 이번에는 배꼽 밑에서 지독한 열기가 느껴지더니 팥알만 했던 음양오행의 기운이 부풀어 오르며 아몬드 크기로 커졌다.
동시에 지금껏 지훈을 괴롭혔던 모든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지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역시 이번에도 기운이 더 커졌구나. 어! 6365, 저 차는 현식이 차잖아. 저놈이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관조하던 지훈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발견했다.
1억을 호가하는 그 차는 현식의 차였는데 지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번호판의 숫자를 읽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빨간색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이는 박현식이 유일했기에 자신이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수아야, 배고프지?"
"참을 만 해."
"조금 있으면 더 바빠질 것 같으니까 이틈에 요기라도 해. 너 줄려고 내가 만들었어."
"흠~! 냄새 좋다. 야채샐러드에서 어떻게 이런 맛있는 냄새가 나지?"
"널 위한 내 마음이 들어갔으니까 맛도 아주 좋을 거야."
"오빠가 그리 큰소리를 치는 것이 기대되는데."
"어때?"
지훈의 샐러드를 맛본 수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수아의 표정을 보간데, 음양오행의 기운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짐작대로 맛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오빠, 너무 맛있다. 드레싱을 뭐로 했어?"
"주막에서 쓰는 것으로 사용했지."
"같은 드레싱을 사용했는데 이런 감칠맛이 나다니, 역시 우리 오빠야."
"널 위하는 내 정성이 들어갔으니 그런 것 아니겠어? 남기지 말고 다 먹어."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 같이 먹자. 오빠도 뭘 먹어야지?"
"난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칫, 오빠가 우리 엄마야? 집에 가면 우리 엄마가 항상 그래."
"얼른 먹기나 해."
"와~! 너무 맛있다."
"지훈 선배님, 피부 미인을 위한 피망과 시금치 페스트를 사용한 감자 파스타 주문이 3개 들어왔습니다."
"OK! 먹고 있어. 남기면 절대 안 된다."
"오빠는 어쩌고?"
"둘이 먹기에는 양이 부족한 것 같아서 내 것은 더 맛있게 만들 거야."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 수아를 뒤로 한 채 다시 주방으로 돌아온 지훈은 주문이 들어온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자기도 모르게 샐러드를 다 먹은 수아는 입맛을 다시며 지훈의 옆에 앉았다.
"오빠,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는 동안 다 먹었어."
"잘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속이 편하지."
"속이 편해?"
"응. 사실 아까부터 위가 쓰렸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 그리고 속도 편안해지고 몸까지 가벼워진 것 같아."
"양배추나 브로콜리에 매실까지 위에 좋은 것들로 샐러드를 만들어서 그럴 거야.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것을 자주 먹어."
"그래야겠어."
지훈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수아도 모르고 있지만 여고 시절부터 그녀를 괴롭혔던 위염은 깨끗하게 완치된 상태였다.
나아가 그녀의 몸 안에서는 음양오행의 기운과 하나가 된 식재료의 극대화된 기운이 몸 안의 독소들을 배출기관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장담하지만 지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아주 특별한 샐러드를 먹은 수아가 위암에 걸린 확률은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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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컨버터블을 활짝 열어젖히고 스피커가 터져 나가도록 시끄러운 힙합 음악을 틀어놓은 박현식은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학생의 시선을 마음껏 즐기며 주차를 했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못마땅해 하며 불쾌해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면 일부 여학생들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선망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쳐다봤다.
'흥! 주제를 알아야지, 그따위 몸매와 얼굴로 어딜 넘봐?'
각종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용 스마트키를 한손가락으로 돌리며 주막이 늘어선 운동장을 유유히 걷던 박현식을 자신을 바라보는 여학생들을 일일이 쳐다보며 자기만족에 빠져 들었다.
'천민 새끼들, 감히 어딜 꼴아봐! 새끼들아, 부러우면 더 좋은 차를 뽑아. 좆도 능력도 없으면 곱게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왜 쌍심지를 돋우고 그래?'
자신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정중앙에 자리한 조리학과 주막에 들어선 박현식은 거드름을 피우며 술과 안주를 풍족하게 시켰다.
'얼레! 저 자식이 여기 있네? 어! 수아도 있잖아. 거지같은 새끼, 주워 먹을게 뭐가 있다고 4학년이 되어서 주막에 끼어들어.'
주막 운영팀에 지훈과 수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박현식은 바쁘게 요리하는 지훈을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그 옆에 있는 수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수아는 저따위 천한 새끼가 어디가 좋다고 그러는 것인지? 저놈이 재주가 있다고 한들 기껏해야 월급쟁이 셰프 밖에 안 될 텐데, 현실을 너무 몰라.'
부동산 재벌이자 현직 구청장의 외동아들인 그는 졸업 후 유학과 약간의 해외 경험을 쌓은 후에 귀국을 해서 고급 레스토랑을 차리고, 그것을 체인으로 확대할 생각이었다.
물론 외식사업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많은 않다고 하지만 재력을 앞세워 실력 있는 요리사를 채용하고 마케팅을 빵빵하게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지훈, 지금은 네놈이 설치고 다니지만 졸업만 하면 현실의 벽을 뼈저리게 절감할 것이다.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의 앞을 가로막겠다.'
겉으로는 지훈의 친구인척 하면서 웃고 있지만 앙심을 품고 이빨을 갈고 있는 현식은 지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수아를 보는 순간 가슴속에서 천불이 났다.
사실 여자라는 동물은 남자의 재력 앞에서는 하나같이 기를 못 피고 알아서 수그러드는데 수아는 왜 그게 안 통하는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수아가 르꼬르동 블루를 가고 싶어 하던데 그걸로 유혹해볼까? 어떻게든 프랑스를 같이 가기만 하면 그때는 자빠트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고, 그렇게만 되면 그때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이전의 시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박현식은 수아의 꿈을 이용해서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다.
일단 지훈을 떨어트리고 수아를 프랑스로 데려만 간다면 그때는 강제로라도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고의 방법이야. 그러려면 당분간은 계속해서 저놈의 친구 노릇을 하면서 수아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해.'
마음속으로 음흉한 음모를 꾸미는 동안 주문한 음식과 술이 나오면서 테이블이 가득 찼다.
"선배님, 주문한 요리 나왔습니다."
"고생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