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8화 (18/219)

<-- 18 회: 1-18 -->

"어디 한 턱 뿐이겠어? 오빠에게 상금의 절반을 줄게."

"약속 했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안 된다."

"걱정 마셔. 내가 오빠 아니면 그 돈을 어디에 쓰겠어?"

"오! 감동인데. 좋아! 나도 그렇게 할게."

진짜로 상금의 절반을 받고 싶어서 재차 확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수아가 순위권에 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장기적인 포석이었다.

"히힛~! 우리 둘이서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면 유학비용 하고도 꽤 많은 돈이 남을 것 같은데, 그 돈을 다 어디에 쓰지?"

"유학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너와 나의 이름을 내건 근사한 레스토랑을 차리면 되잖아?"

"큭큭, 오빠와 나의 레스토랑이라니 생각만 해도 신난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까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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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의 뒷정리를 끝낸 지훈과 수아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작별을 하고 있을 무렵 박현식은 고교 친구들과 어울려서 클럽의 VIP룸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현식아, 무슨 안 좋은 일 있냐?"

"일은 무슨, 없어."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후배들에게 따돌림과 무시를 당한 박현식은 오늘이 최악의 날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쪽 팔려서 친구들에게도 그 사실을 차마 실토할 수가 없어서 연신 술만 들이켰다.

"야! 무슨 술을 그렇게 급하게 마셔?"

"간만에 취하고 싶어서 그런다."

"취할 때 취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지."

"현식아, 축제기간이라 물이 장난 아니게 좋던데 부킹하는게 어떠냐?"

"부킹?"

"내가 여기 잘 아는 MD가 있는데 몇 푼 찔러주면 괜찮은 애들을 데려올 거야."

"그렇게 하자. 막말로 우리가 놀려고 왔지, 술 마시려고 온 것은 아니잖아?"

"다들 찬성이지?"

"콜!"

"현식이는?"

"나도 콜!"

낯선 여자와 하룻밤 놀다 보면 더러운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박현식은 대번에 찬성을 했다.

자신처럼 부유한 환경의 고교 친구들을 찾은 것도 그게 목적이었다.

잠시 후, 클럽의 MD를 부른 친구들은 수표 한 장을 건네며 부킹을 부탁했다.

제법 큰 액수의 수표를 받은 MD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불과 몇 분 만에 적당히 취기가 오른 여자들을 데려왔다.

스테이지에서 한바탕 흔들고 왔는지 땀에 젖은 그녀들은 MD에게 이미 많은 얘기를 들었는지 룸에 들어오기 무섭게 알아서 한 사람 옆에 딱 붙었다.

"난 수진인데 이름이 뭐야?"

"박현식."

"학생?"

"응. 넌?"

"나도 학생이지. 차는 있어?"

"세끈하게 잘 빠진 놈으로 있어."

"외제 스포츠카?"

"응."

"한잔 마시고 나갈까? 난 밤거리를 질주하는게 좋아."

"그건 나와 비슷하네."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어서, 돈만 있으면 남들처럼 구질구질하게 작업을 안 해도 된다.

짐작이지만 클럽의 MD는 자신이 알아서 여자들에게 박현식과 그의 친구들에 대해서 장황하게 소개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분위기 봐가며 스킨십을 하다가 시간 되면 나가서 하룻밤을 즐긴 후에 적당히 몇 푼 쥐어주면 깔끔히 정리가 되었다.

"흐~훕!"

"탱탱하네."

"거긴 더해."

"우리 먼저 나갈까?"

"달릴 거지?"

"너무 빨라서 지릴지도 몰라."

"바라던 바야. 그런데 침대에서도 빠른 것은 아니겠지?"

"부탁하는데 내일 아침이 되면 날 잊어."

"난 뻑 가면 그 순간 모든 것을 잊어."

하룻밤의 유흥과 그에 따른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비롯된 만남이었다.

그래서일까?

여러 쌍의 남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질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육체를 탐닉했고, 성질 급한 어떤 커플은 룸 안의 화장실로 직행했다.

한편 키스하는 내내 여성의 봉긋한 가슴을 떡 주무르듯 만져대던 현식은 오래된 여인처럼 팔짱을 끼고 클럽을 빠져 나갔고, 얼마 후에는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때?"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한 것이 너무 좋아."

"더 뽑을까?"

"얼마든지."

"간~~다!"

박현식은 평소에도 뻥 뚫린 도로를 마음껏 질주하는 것을 즐겨했다.

젊음의 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뒤처지는 다른 차를 볼 때면 묘한 희열을 느끼는 그는 오른발에 걸쳐져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8기통 470 마력의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스포츠카는 날카로운 굉음을 사정없이 토해내며 총알처럼 앞으로 치고 나갔다.

"캬~아! 기분 좋다."

"자기야, 달려!"

"속도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잘 봐."

"자기야, 외제 스포츠카가 이것밖에 안 돼?"

"무슨 소리, 이제 시작이야!"

컨버터블이 활짝 열린 탓에 전신을 두들기는 칼바람에 노출된 박현식은 신이 나는지 연신 악을 질렀다.

귀청을 때리는 바람소리가 윙윙거리며 지나갈 때마다 주막에서 느꼈던 더럽고 불쾌한 감정이 말끔하게 날아가는 것 같아서 더더욱 속도를 올렸다.

"저게 미쳤나? 안 비켜!"

"아우~! 똥차 주제에 감히 어딜 막아!"

"이 새꺄, 빨리 비켜!"

번쩍 번쩍-!

심하다 못해 아찔할 정도로 속도를 올린 박현식은 1차선을 차지한 채 끝까지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앞 차를 향해서 총을 쏘듯 하이 빔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앞 차의 운전자는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고집을 피우는 것인지 끝까지 자리를 안 비켜줬다.

"자기야, 제쳐버려."

"미친 새끼, 어디 네놈도 당해봐라!"

상대가 의도적으로 안 비켜 준다고 여긴 현식은 앞차를 추월한 후에 그 차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었다.

일명 보복운전으로 불리는 그 행위는 상대방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법에서도 엄격히 금지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기분도 안 좋은데다가 술까지 먹은 박현식은 흥분해서 추월을 시도했고 계획대로 상대의 앞을 가로막기 위해서 1차선에 진입했다.

"어! 자기야."

"뭐... 뭐야."

"아~악!"

"끼이이익~!"

"쾅-!"

박현식이 1차선에 진입하던 순간, 앞쪽에서 또 다른 차가 동시에 1차선에 진입했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박현식에 비해서 상대의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고, 충돌을 우려한 박현식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해서 중심을 잃은 박현식의 차는 자석에 끌리기라도 한 것처럼 중앙분리대와 정면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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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려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눈부신 아침햇살에 잠이 깬 수아는 두 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아우~! 잘 잤다."

잠시 후, 원룸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침대에서 내려온 수아는 세면을 위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단잠을 자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위의 통증도 없는 것이 간만에 아침을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어! 왜 이러지?"

습관처럼 세면대 위의 거울을 바라보던 수아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매만졌다.

"피부가 왜 이렇게 뽀송뽀송하지?"

놀랍게도 거울 속의 수아는 어린아이처럼 뽀송뽀송하면서 윤기가 흐르는 피부를 갖고 있었다.

"어제 딱히 뭘 바르지도 않고 잤는데 이게 무슨 일이래?"

위염을 오랫동안 앓아왔던 수아는 아침이면 속이 쓰려서 위장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위염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를 안 해서 그런 것인지 피부가 푸석푸석했다.

물론 아직은 젊은 나이이기에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푸석푸석한 피부는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하는 그녀만의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자신은 그리도 바라마지 않았던 피부미인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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