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9화 (19/219)

<-- 19 회: 1-19( 7. 오빠만 믿어!) -->

"이게 만약 개기름이라면 기절해버릴 거야!"

믿기지 않은 현실에 거울 속의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수아는 세수를 하는 동안에도 틈만 나면 거울을 바라봤다.

다행이 꿈은 아니었는지 피부는 여전히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피부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도 있나?'

피부가 하루아침에 좋아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그 많은 화장품 회사는 줄도산을 당해야 정상이었다.

'잠을 푹 자서 그럴까?'

피부변화의 원인을 열심히 추측하던 수아는 간밤에 너무도 편하게 숙면을 취했던 사실을 떠올리고 그나마 그게 가장 현실성 있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다가 장에서 신호가 전달되자 볼일을 봤다.

"아~우! 냄새, 오늘은 유난히도 지독하네."

수아는 생각도 못하겠지만 그녀의 피부가 좋아진 까닭은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지훈의 특제 샐러드를 먹어서 그리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샐러드를 통해서 흡수된 음양오행의 기운이 위염을 치료한데 그치지 않고 그녀의 몸 안에 쌓여 있던 독소를 외부로 분출해서 피부미인이 되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양을 배설하고 냄새가 지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빠 말대로 야채요리를 먹어볼까?"

속이 편안한 통에 부담이 없어진 수아는 아침을 먹을 생각에 냉장고를 열어서 몇 가지 야채를 꺼낸 후에 TV를 켰다.

TV에서는 밤사이 사건사고를 보도하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는데 심하게 파손된 외제 스포츠카가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경찰에 의하면 운전자인 박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21%로 만취 상태였다고 합니다.

"쯧쯧, 아직도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네."

TV에 나오는 음주운전 사고는 박현식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수아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말에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로 동승자였던 이모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오늘 아침에 사망했으며, 운전자인 박모씨도 중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으이그, 이를 어째! 음주운전만 안 했으면 그런 화는 안 당했을 텐데... , 가족들이 얼마나 원통해하겠어."

-경찰은 박씨가 200Km를 초과할 정도로 과속을 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괴음을 질러낸 점, 그리고 사망자인 이모씨와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이임을 고려해서 음주 외에 약물도 복용했는지 다각적인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럽에서 처음 만났고, 약물까지 복용했다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야?"

클럽에서 흥분제나 마약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수아도 들은 적이 있기에 기자의 얘기를 듣는 순간 두 남녀가 어떤 사이인지 바로 유추했다.

-한편 경찰 일각에서는 운전자인 박씨나 사망자인 이씨가 대학생이며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이임을 감안할 때 이른바 부킹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음주운전도 나쁘지만 잘못된 성문화가 이번의 사고를 불러왔다면서 개탄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에구! 저 사람들 오늘 중으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인지 바로 신상 털리겠네."

뉴스 속의 박씨가 박현식임을 모르는 수아는 어느 순간부터 관심을 끊었고,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등교를 했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오후 무렵에야 주막에서 만난 후배들을 통해서 박현식이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누나, 박현식 선배 교통사고 난 것은 알고 계시죠?"

"어머! 어떡하다가, 많이 안 다쳤데?"

"머리와 손목을 심하게 다쳐서 한 달 정도 입원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이나 입원할 정도면 많이 다쳤나 보네?"

"동승자가 죽고 차를 폐차시켜야 할 정도로 박살이 났다는데 오죽하겠어요? 그나저나 이번 일로 우리 학교가 안 좋은 쪽으로 알려진 통에 쪽 팔려 죽겠어요."

"우리 학교가 왜 안 좋은 쪽으로 알려졌는데?"

"누나, 오늘 뉴스 못 봤어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올랐는데."

"설마 클럽에서 처음 만난 여자와 음주운전 했다던, 그 사고?"

"맞아요!"

"아! 그게 박현식 선배였어?"

"인터넷 나온 것으로 봤을 때는 음주만이 아니라 약물도 먹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리학교까지 덩달아서 욕먹고 있잖아요."

"하여간 그 선배는 왜 그리 형편없는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줄 모르겠어요."

지난번 헛소문 유포에 이어서 이런 일까지 생기자 박현식을 바라보는 학우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게다가 마약이나 약물을 먹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아예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한 달 후쯤에 퇴원한 박현식은 자신을 바라보는 싸늘한 눈초리를 견디지 못하고 휴학했다.

그런데 공교로운 것은 이번 사고로 박현식은 이전의 지훈이가 그랬던 것처럼 신경을 다쳐서 미각을 상실했다.

덕분에 그는 키친 마스터에 참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셰프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박현식을 비롯해서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7. 오빠만 믿어!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 탓에 작열하는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기말 고사의 마지막 시험을 끝낸 동석과 혜미 그리고 수아가 먼저 나간 지훈을 찾아서 벤치로 왔다.

"시험은 어땠어?"

"신통방통한 오빠가 족집게처럼 뽑아냈는데 못 볼 리가 없지."

"동석이랑 혜미는?"

"나중에 내 점수 보면 알거야."

"싱글벙글 한 것이 아주 잘 봤나 보네?"

"큭큭, 노력의 대가가 아니겠어? 미리 말하는데 장학금 받으면 내가 시원하게 쏘마."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아냐?"

"무슨 소리? 너만 아니면 내가 우리 과 넘버원이다."

중간고사에 이어서 기말고사도 지훈과 함께 준비한 세 사람은 자신들이 장학금 수령자가 된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동석은 벌써부터 한 턱 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참! 현식이 얘기 들었냐?"

"무슨 얘기?"

"말 들어보니까 어제 휴학계를 냈다더라."

"그 녀석이 휴학계를 냈다고?"

"말로는 몸이 안 좋아서 휴학계를 냈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분위기 때문에 휴학을 했을 거야."

"동석 오빠, 분위기 때문이라면 그때의 교통사고를 말하는 거야?"

"그것도 있지만 중간고사 때의 일도 있고, MT때의 사고도 이상했잖아."

"MT때의 일은 뭐야?"

수아도 중간고사와 관련한 일은 알고 있었다.

다만 지훈이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기에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소문을 낸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물론 그 일로 현식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수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MT와 관련한 일은 금시초문이었다.

이는 그녀가 지훈과 커플이다 보니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누구도 얘기해주지 않은 점과, 소문대로라면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는 만큼 함부로 떠들기 어려워서 그랬다.

즉, 그 일을 떠들고 다니다가 친구까지 배신한 박현식이 명예훼손죄로 자신들을 고발할까 무서워 쉬쉬하는 통에 그리되었다.

"수아야, 몰라서 물어?"

"뭔데?"

"정말 모르는 거야? 지훈 오빠, 수아에게 얘기 안 했어?"

"한때는 친구라고 여겼는데 내 입으로 내놓고 그런 말하기는 그렇잖아?"

"아무리 그래도 수아에게는 마땅히 얘기해줘야죠."

"좋은 일도 아닌데 차라리 모르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안 했어. 그리고 그 진실을 아는 이는 오직 현식이 뿐인데 녀석이 아니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