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5화 (25/219)

<-- 25 회: 1-25(9. 방송은 원래 그런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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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와의 약속 때문에 강유나를 먼저 보낸 지훈은 약속 장소에서 수아와 만난 후에, 그녀와 함께 대회장에 들어갔다.

카메라가 돌지 않은 대기실에는 여러 명의 방송 스텝이 커다란 칠판에 부착된 자리배치도를 통해서 참가자들에게 좌석 안내부터 시작해서 본선 대회의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오빠, 나는 69번이야."

"69번이면 오른쪽 일곱 번째 줄, 끝 부분이네."

"오빠는 몇 번이야?"

"난 32번이야."

"32번이면 왼쪽 끝 부분이라, 나하고는 끝에서 끝이네."

"내가 옆에 없어도 잘할 수 있지?"

"오빠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

"그래. 자신감을 갖고 요리를 해. 네 실력이면 충분히 결선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 거야."

"오빠도 잘해."

"르꼬르동 블루에 같이 갈 수 있도록 후회 없이 하자."

"응. 그런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재료가 다 있을까?"

예년에도 그랬지만 본선 무대의 첫 미션은 자유 요리였다.

그래서 지훈과 수아는 자신들이 자신 있어 하는 요리를 선택했는데 수아는 대회 시작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되는지 안 해도 되는 괜한 걱정을 했다.

"명색이 4개 방송사가 공동으로 방송하는 프로인 만큼 재료는 충분히 갖춰져 있을 거야."

"그러겠지?"

"내가 방송 첫 회부터 작년까지의 방송을 다 보고 나서 하는 말이니까 내 말을 믿어."

"그 말을 들으니까 힘이 난다. 오빠도 잘해."

"내 걱정은 마. 참! 시간이 나면 파슬리로 플레이팅도 예쁘게 해."

"누가 가르쳐 준건데 당연히 써 먹어야지."

자유대회의 요리 시간은 정확히 1시간이다.

즉, 각 참가자는 1시간 안에 재료 선정부터 요리까지 끝내야 했는데 지훈과 수아는 반복 연습을 통해 조리시간까지 꼼꼼하게 맞췄고 심지어는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팅까지 연습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플레이팅 실력이 뛰어난 지훈이 수아에게 플레이팅을 가르쳤다.

"명찰은 전부 차셨죠? 심사위원들이 명찰을 보고 이름을 아는 만큼 반드시 명찰을 차셔야 합니다."

"네."

"방송 10분 전입니다. 정확히 3분 후부터 입장을 할 테니 대기해주십시오."

"저기요! 화장실 갖다 와도 됩니까?"

"빨리 다녀오세요. 그리고 심사위원이 등장하면 그때는 우렁찬 함성과 박스로 환영해주셔야 합니다. 아셨죠?"

"알겠습니다."

"처음 입장해서 심사위원이 등장할 때까지는 자기 좌석에서 세트 곳곳을 둘러보시면서 솔직한 생각이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시면 됩니다."

"놀라거나 감탄하라는 건가요?"

"말 그대로 솔직한 감정을 표출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그 부분은 방송에 몇 분간 내보낼 예정이니 분량 생각해서 조금 과하게 표현하셔도 됩니다."

요리 대회라고는 하지만 방송 프로이다 보니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방송과 관련한 주문도 많이 했다.

그렇게 방송 스테프들로부터 최종 주의사항을 듣는 사이 2분이 흘렀고,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다.

"어머! 바로 옆자리네요?"

"안녕하세요."

"여기 올 때도 만나더니 대회에서도 나란히 자리하는 것이 우리가 인연은 인연인가 보네요."

"그러게요."

참가자는 자신의 좌석 번호만 통보 받았을 뿐 다른 사람의 좌석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훈의 왼쪽 옆, 그러니까 31번 참가자는 강유나였다.

"난 샤프란 마리네라 파에야와 유자 한천 젤리를 할 생각인데 그쪽은 뭘 만들 생각이죠?"

"저는 단 호박 스테이크와 천연 식초를 곁들인 오이샐러드를 할 생각입니다."

"특이하게도 상큼한 오이로 스테이크의 샐러드를 하는 이유는 육류의 느끼함과 단 호박의 단맛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그런 것 같은데 식초를 곁들이는 이유는 뭐죠?"

"그 점도 있지만 장마가 계속 되다 보니 입맛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서 식욕을 돋게 할 생각으로 그랬습니다."

"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자를 먹을 때 오이피클을 먹는 것처럼, 그렇게 한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그러면 식초를 곁들인 이유는 오이피클처럼 식욕을 더욱 돋게 하기 위함인가요?"

"그 점도 있지만 장마철은 식중독의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식초의 살균 효과도 고려했습니다."

"아! 그런 것까지 생각하다니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보통이 아니네요. 오늘은 내가 한 가지 배운 만큼 나중에는 제가 한 가지 팁을 알려 드리죠."

"가르쳐 주신다면 감사히 배우겠습니다."

'도도한 줄만 알았더니 의외로 쿨 한 구석이 있네.'

오늘 처음 얘기를 나눈 사이인 만큼 지훈은 강유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이전의 시간에서 방송으로 비춰지는 편집된 모습만 봤다.

그런데 방송에 나왔던 강유나의 모습을 압축해서 표현하자면 도도함과 당당함이었다.

하지만 직접 얘기를 나눠보니 그녀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인 것 같아서 달리 보였다.

한편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점을 배우게 된 강유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훈을 계속 바라봤다.

++++++

9. 방송은 원래 그런 거야!

스태프가 사전에 얘기한 것처럼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유명 성우로 짐작되는 낯익은 음성이 허공에서 힘차게 들려왔고 동시에 세 명의 심사위원이 등장했다.

당황해서 심사위원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참가자들은 세트 밖에서 박수치는 시늉을 하는 스태프들을 보고 박수와 함께 힘찬 함성을 질렀다.

"와~아!"

"짝짝짝."

"여러분 반갑습니다. 심사위원을 맡은 강레오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를 꿈꾸는 여러분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심사위원을 맡은 허지연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격려를, 때로는 질책을 하게 될 심사위원 안현숙입니다."

"와~아!"

"짝짝짝."

심사위원의 소개가 끝나자 다시금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던 참가자들은 앞으로 나선 강레오 심사위원을 주목했다.

지금까지의 대회를 간략하게 평가한 강레오 심사위원은 올해는 참가자의 실력이 다들 뛰어나서 더욱 기대가 된다며 참가자들을 한껏 치켜세운 후에 본선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는 오직 여러분이 만든 요리로만 평가하겠습니다. 여러분 중 한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마스터 셰프가 됩니다. 각오들 되셨습니까?"

"네~!"

"본선의 첫 번째 미션은 미리 안내한 것처럼 자유 요리입니다. 좌우 양쪽을 보시면 팬트리[식료품 저장소]가 있으며, 그곳에는 제작진이 엄선한 최고의 재료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곳의 재료를 이용해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요리를 만드십시오."

"오!"

"와우~!"

강레오 심사위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우의 벽이 갈라지며 식재료로 가득 찬 팬트리가 공개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팬트리에 압도당한 참가자들이 탄성을 지르는 사이 다른 두 명의 심사위원이 앞으로 나섰다.

"주어진 시간은 오직 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 안에 최고의 요리를 만든 분 만이 키친 마스터를 상징하는 이 앞치마를 받고 결선에 진출할 수가 있습니다."

"식재료에 대한 이해는 요리하는 이의 기본입니다. 얼마나 음식재료를 잘 이해하고 멋진 요리를 탄생시키는지 그것을 평가할 것입니다. 물론 맛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지금부터 한 시간입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대회 선언이 시작되기 무섭게 참가자들은 종종 걸음으로 팬트리로 다가갔다.

'이쪽과 저쪽의 팬트리는 같으면서도 다르지.'

좌우 양쪽에 있는 팬트리의 거리는 대략 25m였다.

25m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멀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팬트리를 양쪽에 배치한 배경에는 심사위원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즉, 양쪽의 팬트리는 얼추 보면 거의 똑같게 구성되어 있었지만 자세히 비교해보면 일부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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