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7화 (27/219)

<-- 27 회: 1-27 -->

합격 판정을 받은 지훈이 기뻐하며 2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카메라들은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잡았다.

그사이 평가는 계속되었고 몇 명의 참가자가 탈락해서 밖으로 나갔고 또 몇 명의 참가자가 새롭게 2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장철우와 수아도 있었다.

"수아야, 축하해."

"오빠가 슈가로프를 찾아준 게 큰 도움이 됐어."

"그것보다는 네 실력이 뛰어나서 그렇게 됐지."

"헤헤, 어쨌든 합격해서 너무 기분 좋다."

"이대로만 하면 다음 미션도 무난히 통과해서 결선에 오를 수 있을 거야."

"꼭 그렇게 해야지."

"안녕하세요.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훈이 2층으로 올라온 수아를 축하해주며 몇 마디 얘기를 나누는 동안 강유나가 다가와서 먼저 인사를 해왔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전부터 아는 사이인가요?"

"우리는 같은 대학의 같은 과를 다니고 있어요."

"경운대학교 조리학과?"

"네."

"그것도 있지만 우리 둘은 연인 사이입니다."

강유나의 질문에 수아는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를 다닌다고만 했는데 지훈은 수아와 자신이 특별한 관계임을 밝혔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수아는 환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며그 말이 사실임을 자연스럽게 증명했다.

한편 지훈의 대답이 의외였는지 강유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왜 그러시죠?"

"너무 의외인데요."

"뭐가요?"

"그런 것이 있어요."

"오빠, 심사위원들이 엄청 깨고 있는 것이 저 사람은 아무래도 떨어지나 봐."

"그러게. 탈락이라는데."

"얼마 전, 방송에서는 저 사람이 츠치 요리학교 출신이라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했는데 결선에도 진출을 못하네."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신했나보지."

다른 시간대와 마찬가지로 우승후보였던 해외파 셰프의 탈락을 바라보면서 지훈은 마지막 미션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대파 썰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사이 강유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지훈의 옆으로 다가와서 아직도 심사가 진행 중인 1층을 내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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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요리로 시작된 본선의 1차 미션은 18명의 합격자와 26명의 탈락자를 배출한 채 2차 미션에 들어갔다.

2차 미션은 합격자와 탈락자를 제외한 56명만을 상대로 했는데 이번에도 자유 요리였다.

그렇게 2차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사는 카메라 5대를 추가로 투입해서 탈락자를 인터뷰 하거나 1차 미션 합격자들을 인터뷰 했다.

"어서 오세요."

"합격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오! 합격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차 미션에서는 모두 21명이 합격하고 17명이 탈락했는데 심사위원은 두 명의 참가자를 앞으로 불러서 그중의 한명을 합격시키는 것으로 2차 미션을 끝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중 한명은 이전의 시간에서 지훈과 인연이 있었던 박성훈이었다.

'성훈 형님, 막차로 합격하는 것은 이전과 똑같군요.'

박성훈은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뜻하지 않게 조리업계에 발을 디딘 케이스로 주방 보조부터 시작해서 10년간 무명의 요리사로 지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파이널 10에 진출하면서 빛을 보게 되는데 지훈과는 이전의 시간에서 적잖은 친분을 나눈 사이였다.

하지만 많은 것이 그때와는 달라진 만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다시 친해질 수 있겠지.'

지훈이 박성훈과의 인연을 회상하고 있을 무렵 심사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수아가 질문을 해왔다.

"오빠는 누가 합격할 것 같아?"

"왼쪽 편의 박성훈씨가 합격할 것 같아."

"심사위원들은 오른쪽의 참가자를 더 많이 칭찬했잖아?"

"칭찬만 했을 뿐 맛이 있다는 말은 안 했어. 반면 박성훈씨는 단점을 지적받기는 했지만 맛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방송은 원래 그런 거야!"

"방송이 원래 그렇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시청자들이 그 답을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그러니 극적인 반전을 주기 위해서도 일부러 탈락자를 칭찬하는 거야."

"정말 그럴까? 아무튼 나도 오빠 말대로 박성훈씨가 됐으면 좋겠어."

"왜?"

"아까 울먹이면서 종종 해주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서 못해줬던 딸을 위해서 이번 요리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찡했어."

박성훈은 지훈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어려운 형편 때문에 딸을 위해서 요리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한이 된다면서 울먹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수아는 딸을 생각하는 아빠의 눈물에 동화되어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걸 계기로 아저씨는 인간승리 또는 인생역전을 꿈꾸는 아빠가 되면서 중장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내겠지.'

요리대회라고는 하지만 이건 엄연한 방송 프로였다.

때문에 방송사는 시청률을 생각 안 할 수 없었고 이를 위한 연출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잠시 제작진과 눈빛을 공유하던 심사위원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결과를 발표했는데 합격자는 지훈이 알고 있는 것처럼 박성훈이었다.

한편 발표 직전에 심사위원들이 제작진과 눈빛을 마주친 것을 목격한 지훈은 어쩌면 요리 실력이 평가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명성을 잘 알고 있기에 애써 솟구치는 의구심을 떨쳐 냈다.

"곧바로 3차 미션이 진행될 예정이니 합격자는 안내한 장소로 이동해 주십시오."

"시간이 많이 경과한 만큼 빠르게 움직여주세요."

마지막 40번째 합격자로 박성훈이 뽑히면서 카메라는 모두 꺼졌고 합격자들은 스태프들과 함께 다른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아까와는 달리 체육관을 연상시키는 스튜디오에는 10개의 조리대가 4열로 배치되어 있었고 무대의 정중앙에는 원형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본선의 마지막 미션은 요리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칼질입니다. 미스터리 박스를 내려 주십시오!"

강레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서 드라이아이스로 만든 인공안개가 분수처럼 분출되었고 허공에서는 크레인에 매달린 대형 상자가 내려왔다.

잠시 후,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서 우르르 쏟아진 것은 엄청난 양의 대파였다.

"놀라셨습니까? 이번 대회의 3차 미션은 대파 썰기입니다."

"대파는 길이 8cm 두께 1mm로 썰어야 합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여러분들의 속도와 재료의 두께와 길이를 보고 당락을 결정합니다."

"미리 말하지만 파의 칼질이 끝났을 때는 그 모양도 균일해야 하며 파가 상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들은 우리가 따로 얘기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칼질을 해야 합니다."

"이번 3차 미션을 통과한 분만 이 앞치마를 차지할 수 있고 결선무대에 진출하게 됩니다."

어느새 무대 위의 조리대에 오른 세 명의 심사위원은 현란한 손놀림을 과시하면서 대파 썰기 시범을 보여줬다.

한편 야채 썰기의 재료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가 아니라 대파로 드러나자 참가자들의 상당수는 탄식을 터트리면서 자신 없는 표정으로 심사위원들의 시범을 지켜봤다.

그러나 충분한 연습을 한 수아는 싱긋 웃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지훈을 향해서 살짝 윙크했다.

"충분한 시범을 보인만큼 지금 바로 3차 미션에 들어가겠습니다."

"각 참가자는 충분한 양의 대파를 들고 자신의 조리대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각 조리대에는 여러분의 참가번호가 적혀 있는 만큼 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이 대회의 시작을 알리자 참가자들은 대파를 수북하게 챙겨서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1차 미션 때와 마찬가지로 강유나 바로 옆에 자리한 지훈은 대파를 쌓아 올리다가 뜻밖에도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 강유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왜 그러시죠?"

"유럽에서는 대파를 별로 안 쓰는 편이라 썰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데 걱정이네요."

"제가 써는 것을 보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대파는 섬유질이 끈끈해서 칼질이 한 번에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으면 달라붙으니까 그걸 감안해서 마지막에 힘을 줘서 끊어야 해요."

"먼저 해보실래요?"

"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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