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8화 (28/219)

<-- 28 회: 1-28(10. 하면 되잖아?) -->

먼저 적당한 양의 파를 8cm 간격으로 자른 지훈은 미션이 요구한대로 채 썰기에 들어갔다.

충분한 연습을 했기에 능숙하게 파를 썰던 지훈은 어느 순간 배꼽에서 기운이 분출되는 것을 느꼈다.

"와~! 엄청나네요? 어떻게 대파의 잘린 단면이 그렇게 깔끔할 수 있죠? 그것만 보면 파가 원래 그렇게 생긴 줄 알겠어요."

"대파를 많이 썰어봤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한 것처럼 하면 훨씬 수월할 거예요."

"마지막에 손목에 힘을 줘서 가볍게 끊으면 단면이 예쁘게 잘려지나요?"

"맞아요. 그게 요령이에요."

배꼽에서 분출된 음양오행의 기운의 영향으로 대파는 잘게 잘렸음에도 더욱 짙은 생기가 흐르고 있었고 잘린 단면이 너무도 깔끔했다.

이는 오행의 기운에서도 쇠의 기운이 강하게 분출되면서 식칼의 절삭력이 수십 배 강해진데다가 음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서 그리 되었다.

하지만 그 사정을 알 리 없는 강유나는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다가 그가 하던 동작을 따라하며 대파 썰기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살짝 어설펐던 그녀의 칼질은 끊는 타이밍을 찾아내면서 이내 리드미컬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잘 하시네요."

"이지훈씨 조언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매번 지훈씨에게 뭔가를 배우기만 하는데 고마워서 어쩌죠?"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에이, 사람이 신세를 졌는데 모른 척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제가 나중에 술 한 잔 살 테니 대회 끝나면 연락처를 알려 주세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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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이 대파를 써는 스튜디오에는 알싸하게 피어오르는 매운 향 사이로 식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경쾌한 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뿔뿔이 흩어져서 참가자들의 칼질을 지켜보던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20여분이 지나자 무대 위로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권레오 심사위원님 어떻습니까?"

"몇 명은 이미 윤곽이 드러나던데요."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더군요."

"그나저나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파로 바꿔서 그런지 참가자들이 많이 당황한 것 같지 않습니까?"

"요리사라면 어떤 재료가 되었든 바로 적응해야지 않을까요?"

"동감입니다."

"참! 그 친구는 보셨습니까?"

"이지훈 참가자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네."

"봤습니다. 대파를 써는 것이 어찌나 능숙하고 정확하던지 대파만 수십 년 썰어본 사람처럼 여유가 넘치더군요."

"나는 그것보다는 그 많은 대파가 하나도 뭉그러지지 않고 형태를 곱게 간직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양끝 부분도 두께가 균일하면서 반듯한 형태를 갖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습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친구, 예선 때부터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완전히 타짜인 것 같은데 그냥 5억 줘서 보낼까요?"

무대의 주변에는 3명의 카메라맨이 심사위원들의 대화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적당히 편집되어서 심사위원들이 극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진지 않은 상태로 예고 방송에 나갔고, 수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지훈은 다른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대파 썰기에 여념이 없었고, 강레오 세프가 다가오자 대파를 계속 썰면서 그를 바라봤다.

"이지훈씨, 그만하십시오."

"네?"

"당신은 이 앞치마의 첫 번째 주인입니다. 당신을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를 뽑는 결선무대에 초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수아씨, 축하드립니다. 앞치마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한 만큼 2층 대기석으로 올라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은 각자 한 명에게 다가가 결선대회 진출자들만 착용할 수 있는 앞치마를 나눠줬는데 가장 먼저 앞치마를 받은 영광을 차지한 이는 지훈과 수아 그리고 장철우였다.

그리고 그 직후 여섯 명의 참가자가 스튜디오에서 쫓겨났다.

"강유나씨, 대파를 썰어본 경험이 별로 없죠?"

"유럽에서는 대파를 별로 안 쓰는 편이라 썰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탈락인가요?"

"그럴 리가요? 경험이 없음에도 이만한 실력을 발휘하다니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당신은 이 앞치마의 주인입니다."

"오~!"

계속해서 탈락자가 속출 한데다가 강레오 심사위원이 대뜸 경험이 없음을 지적하자 강유나는 자신이 탈락했다고 여기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 이후의 말은 예상과는 정 반대였기에 강유나는 큰 목소리로 감탄사를 터트리며 펄쩍펄쩍 뛰더니 강레오를 와락 끌어안았다.

순간적으로 놀라는 기색을 보였던 강레오는 이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축하를 해줬는데 상기된 표정의 강유나는 이번에는 2층에 있는 지훈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먼저 합격해서 2층의 대기석에서 다른 참가자들을 지켜보던 지훈은 기뻐하며 좋아하는 강유나를 향해서 축하의 의미로 함께 손을 흔들어줬다.

강유나가 문제의 행동을 한 것은 그 직후였다.

잔뜩 흥분한 강유나는 지훈이 같이 손을 흔들며 축하를 해주자 고맙다는 뜻으로 키스를 날렸다.

"오~우! 1차 미션 때부터 나란히 앉더니 벌써 눈이 맞은 겁니까? 이지훈씨 키친 마스터가 아니라 러브 마스터에 나가도 우승을 하시겠는데요."

"아! 오해입니다. 저는 강유나씨의 합격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손을 흔들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여자 친구가 이미 있습니다."

"강레오 셰프님, 저는 제게 도움을 준 이지훈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그랬는데 왜 그러시는 거죠?"

지훈의 반박에 이어서 강유나까지 부정을 하면서 키스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시청률에 연연하는 제작진이 이 상황을 놓칠 리가 없어서 그들은 자신들끼리 눈빛을 나누며 좋아했다.

막말로 어떤 프로이든 러브 라인이 펼쳐지는 것이 시청률을 올리기에는 좋았는데 지훈과 강유나는 선남선녀라서 그 역할을 맡기에는 최고였다.

그런데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이번 일로 캐릭터가 변화된 이가 있었으니 강유나였다.

다른 시간대에서 도도함과 당당함의 상징으로 연출된 통에 비호감 이미지도 떠안았던 그녀는 러브라인의 여자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 당당하고 솔직하면서 쿨 한 여자로 캐릭터가 변했다.

그리고 그 덕에 많은 이들의 지지와 관심을 받았고 지훈과 강유나의 러브라인은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이었고,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내용이었기에 강유나는 물론이고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된 지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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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면 되잖아?

20명이 겨루는 결선무대에 진출한 지훈은 이틀 후, 집결 장소인 방송국으로 향했다.

지금부터는 대회에 떨어질 때까지, 또는 우승을 할 때까지 합숙을 하며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매일 반복해야 했다.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

합숙 기간 동안 세 명의 심사위원은 번갈아가며 참가자들을 상대로 하루 3시간씩 요리강습을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로부터 요리를 배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이었기에 지훈은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생각이었다.

'수아는 아직 안 왔나 보네.'

방송국이 자리한 4거리 교차로 부근의 커피 전문점에 당도한 지훈은 수아가 오기를 기다리며 쇼 윈도우 밖을 내다봤다.

'합숙장소가 김포라고 했지.'

20명의 결선 진출자가 합숙하는 장소는 폐교를 개조한 특별한 공간이라고 했다.

먼저 2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생활공간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론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과 실습을 위한 조리실까지 갖춰졌다고 했다.

"오빠!"

"어서 와."

"많이 기다렸어?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까, 미안해."

"아냐, 나도 온 지 얼마 안 돼. 커피 나왔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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