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9화 (29/219)

<-- 29 회: 1-29 -->

"오빠, 나는 시럽 듬뿍 넣어줘."

"너무 달게 먹어도 못써."

"합숙에 들어가면 커피도 제대로 못 마실 것 같은데, 한 번만 봐주라."

"딱 이번만이야."

"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지훈과 수아는 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결선 1차전은 10일이지?"

"응. 다음 주 목요일이야."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그때 떨어지는 사람들은 합숙을 고작 5박 6일밖에 안하는 거네?"

"우리는 아닐 거니까 안심해."

"1차전에서는 몇 명이나 떨어질까?"

"이전 대회와 비슷하다면 그때 5명을 떨어트리고 2차전 때도 5명을 떨어트릴 것 같아."

"우리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당연히 결승전까지 올라가서 네가 우승 먹고 내가 준우승 하겠지."

"히힛,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예상하나는 족집게처럼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것 몰라?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오빠, 만약 오빠 말대로 우리가 결승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는 양보하지 말고 최대한의 실력을 발휘해. 물론 나도 그렇게 할 거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당연히 그럴 거야. 다만 내가 널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내가 봤을 때 참가자 중에서 최고의 실력자를 뽑으라면 난 망설이지 않고 널 선택하겠어."

"오빠, 너무 티나게 감정이 이입된 것 아냐? 오빠라면 모를까, 내가 어떻게 최고의 실력자야?"

"아냐, 내가 우승을 하는데 있어 최고의 경쟁자는 너야."

다른 시간에서 수아는 결선 2차전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그런데 수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긴장을 해서 그녀답지 않은 실수를 해서 그랬고, 그걸 잘 알고 있는 지훈은 의도적으로 수아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말을 자주 했다.

"빈말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오빠가 그런 말을 해주니까 기분은 좋다. 오빠, 2시까지 집결하라고 했으니까 이쯤에서 나가봐야지 않을까?"

"아직 여유 있으니까 마시고 일어서자."

절반쯤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 일어선 지훈은 가게 바로 앞 도로에 멈춰 선 외제 고급 승용차를 무심코 바라보다가 안면이 있는 사내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저 사람은 장철우씨인데.'

"오빠, 저 사람은 그 사람이잖아?"

"장철우씨야. 오늘부터 합숙이 시작되니까 누가 여기까지 태워줬나 봐."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은 두 명이었는데 장철우는 조수석에서 내렸고, 운전석에서는 그와 비슷한 30대 중반의 양복 입은 사내가 내렸다.

서로 웃는 표정으로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 친구로 보이는 두 사내는 그 자리에서 몇 마디 더 나눈 후에 헤어졌고, 지훈과 수아도 그로부터 얼마 후에 커피 전문점을 나섰다.

그런데 장철우를 내려준 승용차는 계속해서 직진을 하더니 방송국 안으로 사라졌다.

'방송국으로 들어가면 아예 거기까지 태워줄 것이지. 왜 저기에서 내려줬지?'

지훈과 수아는 대략 10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장철우를 뒤따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장철우는 자신의 뒤에 지훈과 수아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몰랐는데, 그를 내려준 승용차가 방송국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지훈은 묘한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 방송국 입구에 카메라맨들이 나와 있어."

"우리처럼 트렁크를 끌고 있는 사람들을 촬영하는 것이 키친마스터 관계자인지도 모르겠다."

"이야, 우리가 집결하는 것부터 촬영을 하다니 꼭 연예인이 된 것 같아서 괜히 우쭐거려지는데."

지훈의 짐작대로 방송국 입구에서는 키친마스터의 스태프가 나와서 결선진출자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비춰지지 않은 곳에는 먼저 당도한 결선 진출자 여러 명이 스태프의 지시를 받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이지훈씨와 김수아씨도 이쪽으로 오십시오."

"여기서 뭐하는 거죠?"

"간략히 얘기하자면 한 분씩 들어가면서 우리 스태프가 소감이나 앞으로의 각오를 질문하면 거기에 맞춰서 대답을 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방송에 나가는 것이니까 대답을 잘해주셔야 합니다."

"다음 분, 들어가세요."

방송이다 보니 연출이 있는 것은 당연했고, 지훈과 수아도 다른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자신들의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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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가 임박해지면서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당도했고, 그중에는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었음에도 늘씬한 몸매 덕에 주위의 시선을 자연스레 모으는 강유나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쪽입니다."

"먼저들 오셨네요. 촬영을 지금부터 하는 줄 알았으면 신경 써서 입고 오는 것인데 아쉽네요."

"다들 똑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어! 이지훈씨, 그날 그냥 가버리시면 어떡해요?"

"네?"

"제가 감사의 의미로 술 한 잔 산다고 했잖아요?"

"아! 그게......"

"오빠, 강유나씨가 오빠에게 술을 산다는 게 무슨 뜻이야?"

앞쪽에 있던 다른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강유나는 후미에 자리하고 있던 지훈을 발견하기 무섭게 바로 옆으로 다가와서 본선 때의 일을 언급했다.

당시의 내용을 모르는 수아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강유나와 지훈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떤 일인지 물었다.

"3차 미션 대파 썰기 할 때 이지훈씨가 날 도와줬거든요. 만약 지훈씨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간단한 조언 몇 마디만 해준 것뿐인데 부담 갖지 마세요."

"그 조언 덕에 미션을 통과했으니 인사는 해야죠. 오늘 어때요?"

"오늘이요, 합숙 첫날인데 가능할까요?"

"까짓것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죠. 저녁에 내가 신호주면 모여서 한 잔 하는 거예요. 아! 수아씨도 나와야 해요. 같은 여자끼리 우리 친해져 봐요."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기가 뭐했던 지훈은 동의의 뜻으로 수아의 의견을 물었고, 수아 역시 그리 하겠다고 했다.

그사이 대기자들은 하나 둘씩 방송국 안으로 사라졌고 수아 차례가 되었다.

"오빠, 나 먼저 갈게."

"안에서 보자."

수아가 카메라맨과 함께 사라진 직후, 담당 PD가 다가와서 다음은 지훈과 강유나가 함께 들어가라고 했다.

"우리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가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두 분은 앞으로의 각오 외에도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얘기도 질문을 할 것입니다."

"강유나씨의 요리 실력에 대해서 얘기하라는 겁니까?"

"그것도 있고 여자로서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할 생각입니다."

"피디님, 저에게도 그런 질문을 하나요?"

"당연하지요. 그리고 이왕이면 꽤나 친한 분위기를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쯤은 일도 아니죠. 피디님은 저만 믿으세요."

지난번 일을 계기로 지훈과 강유나 사이에 러브라인을 연출할 생각을 하고 있는 담당 피디는 두 사람을 함께 입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맨과 나란히 서서 질문을 해왔다.

처음에는 다른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결선무대에 오른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던 피디는 예고한대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다른 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강유나씨는 최고의 셰프로,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합숙에는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겠네요?"

"네.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 분의 심사위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번 대회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바라본 강유나씨는 어떤 것 같습니까?

"미모가 워낙 뛰어나서 연예인의 길을 걸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지훈에게 질문을 던졌던 피디는 강유나에게도 비슷한 패턴의 질문을 했다.

지훈이 그랬던 것처럼 지훈의 요리 실력을 높게 평가한 강유나는 개인적으로 지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라고 대답 했다.

"대회의 동료이자 경쟁자로서만이 아니라 남자로서도 호감을 갖고 있다는 뜻인가요?"

"물론이죠. 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날 키스를 날린 이후, 두 분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요?"

"그건 조금 오해가 있었던 일이고요. 아무튼 그날은 서로가 바빠서 다른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만큼 더욱 친해질 수 있겠죠."

"아까 이번 합숙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기대하는지 물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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