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31화 (31/219)

<-- 31 회: 1-31(11. 니 똥 굵다!) -->

하지만 합숙 첫날 집결 장소였던 방송국 앞에서 뭔가를 목격했던 지훈은 정미선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때 방송국으로 향했던 차가 방송사 고위 인사의 차였을까?'

당시 장철우를 방송국 근처에서 내려준 외제 고급 승용차는 곧장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물론 일반인도 방송국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정미선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불길한 예감이 솟구쳤다.

게다가 러브 라인까지 조작할 정도라면 심사도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실력으로 밀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서 밀린다면, 그것은 절대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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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돈된 사무실의 푹신한 소파에는 안경을 쓴 40대 후반의 사내가 흡족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고 있었고 그 앞에는 키친 마스터의 담당 피디가 자리하고 있었다.

"윤 피디, 시청률이 10%를 넘었네?"

"정확히 말하면 10.73%로 다음주에는 12% 돌파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4사의 시청률을 종합하면 37%를 넘는 만큼 예능에서는 공중파까지 포함해도 명실상부한 1위 프로입니다."

"잘했어. 경영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물론입니다. 특히 다음 주는 요리 대결도 대결이지만 이지훈과 강유나의 러브라인이 더욱 발전이 되는 만큼 시청률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을 잘 만들어봐. 아! 둘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미래를 약속한다면 시청률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거기까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작정하고 연출하면 되지, 못할 게 뭐가 있어?"

"그게 실은 이지훈씨는 여자 친구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 친구도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면 더 잘된 일 아냐? 그 세 사람을 엮어서 삼각관계로 만들어봐. 원래 한국 여자들은 삼각이나 사각 관계에 더 열광하는 법이야. 막장이라고 하면서도 그런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가 뭔데?"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지금도 이지훈씨가 심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아냐, 밀어붙여. 아! 장철우씨를 그 여자 친구와 연결시키면 어때?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각 관계가 형성될 것 아냐?"

키친 마스터의 담당 피디에게 오히려 판을 키워서 사각 관계를 연출하라고 요구하는 이는 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는 예능국 CP 김주찬으로 피디의 상급자였다.

"그건 더 어렵습니다."

"왜?"

"장철우씨가 대회 참가자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왜 왕따를 당한다는 거야?"

"너무 잘난 척을 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철우씨 캐릭터를 지켜가는 것도 솔직히 버겁습니다."

장철우는 지훈과 함께 얼장 셰프 또는 훈남 셰프의 캐릭터를 맡고 있는데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이는 방송 시작 전부터 정해진 상태였고, 그 내용을 지시한 이가 바로 김주찬 CP였다.

"잘난 척을 어느 정도나 하기에 그런 거야? 혹시 다른 참가자들이 자격지심에 그러는 것 아냐?"

"그런 점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VJ들에 의하면 장철우씨가 더 큰 문제랍니다. 게다가 사석에서는 자신이 우승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종종 떠벌린다고 합니다."

"뭐! 그런 얘기를 떠들고 다니다니 그 사람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김 피디가 따로 불러서 주의를 줘."

"이미 한차례 주의를 줬습니다만 잘 안 먹히고 있습니다."

"방송에 그런 내용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러다 보니 편집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어쩌겠어? 편집을 꼼꼼히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내용은 철저히 배제시켜."

"알겠습니다."

"어쨌든 장철우가 우승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감이 가는 인물로 그려져야 하니까 신경 잘 써."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성격이 너무 개차반이어서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반드시 그렇게 보이도록 철저히 연출 해."

장철우와 관련해서 담당 피디 윤영휘에게 이미지 조작을 지시했던 김주찬은 책상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지자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액정 화면에 뜬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표정을 확 바꾸며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김주찬입니다."

-김 부장, 방송은 잘 봤습니다. 시청률도 상당하다면서요?

"전무님을 비롯해서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아직은 기대만큼의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그 정도의 시청률이라니 회장님도 만족스러워 하시면서 각별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각별히 지켜보고 계신다니,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김주찬 CP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는 방송국의 대주주이자 키친 마스터의 공식 후원 회사인 TJ 그룹의 상무이사로, 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차기 회장으로 손꼽히는 이재철이었다.

TJ그룹은 식품회사를 모기업으로 유통과 건설을 비롯해서 의약사업과 방송에까지 진출했는데 그룹 내부에서는 곧 외식사업에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즉, 빕스나 프라이데이 또는 아웃 백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을 만들고 이를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 런칭할 패밀리 레스토랑의 얼굴 마담으로 장철우를 내정한 상태였다.

쉽게 말해서 이번 키친 마스터는 장철우를 스타 셰프로 만든 후, 그를 전면에 내세워 해당 브랜드를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 TJ그룹의 계획이였다.

그리고 그 계획을 입안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가 이재철이었는데 그는 미국 유학시절 장철우와 친분을 나누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그를 직접 설득해서 귀국시켰다.

"방송은 전적으로 김 부장님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런데 장철우 셰프가 최근 들어 살짝 가려지는 것 같은데 계속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입니다. 정철우 셰프는 계속해서 키울 것이며 상무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모든 이에게 호감과 친근감을 주는 국민 셰프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손으로 세계적인 외식업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그룹 전체가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김 부장님만 믿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이번 대회가 그룹의 숙원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부장님도 잘 아시는 것 같으니 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김 부장님."

이재철과 통화를 끝낸 김주찬은 그때까지 소파에 앉아있던 윤영희 피디에게 다가가서 전화를 걸어온 이가 누구인지 알려줬다.

그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장철우를 확실하게 띄우라는 뜻이었고, 그걸 알아차린 담당 피디는 적잖은 부담이 되는지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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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니 똥 굵다!

순식간에 2주의 시간이 흘러서 7월 중순이 되었다.

그사이 두 번의 결선대회가 열렸고 합숙자는 10명으로 줄었다.

이전의 시간과 바뀐 것이 있다면 아깝게 파이널 10에 들지 못했던 수아가 지훈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있었고 대신 다른 두 명이 탈락했다.

한편 지훈의 부탁에도 담당 피디는 지훈과 강유나의 러브라인을 계속 연출했고,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친 마스터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경신했다.

그러나 방송을 본 참가자들은 내심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현실과는 완전히 동 떨어진 장철우에 대한 미화였다.

때문에 참가자들 내부에서는 장철우가 방송국 고위 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은연중에 떠돌았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철저히 조작된 방송만 보고 장철우를 좋게 여겼다.

아무튼 시청률과 그룹의 숙원사업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방송 관계자들은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지훈과 강유나 그리고 장철우는 어느덧 유명 인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버스에 오른 참가자는 결선 3차 대회를 치루기 위해 대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서울 시내에 자리한 TJ그룹 산하의 대형 종합병원이 대회 장소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를 꿈꾸는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키친 마스터 결선 3차 대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스튜디오가 아니어서 다들 당황하신 것 같은데 결선 3차 대회는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미션입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이 건물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입원해있는 소아심장과 병동으로, 오늘의 심사는 심사위원 점수 30점과 음식을 직접 먹은 어린이 환자들의 반응을 70점으로 책정하게 됩니다."

"특이하게도 오늘 미션은 두 팀으로 나누어서 팀 미션으로 진행됩니다."

"팀 미션은 그 특성상 미션에서 승리할 경우 바로 결선 4차전에 진출합니다. 하지만 패배한 팀은 별도의 탈락미션을 진행해서 3명의 탈락자를 추려 낼 것입니다."

병원에 당도한 참가자들이 어리둥절 하는 사이 3명의 심사위원이 나서서 결선 3차 대회를 안내했고, 그 이후에는 팀을 구성하기 위한 제비뽑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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