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35화 (35/219)

<-- 35 회: 1-35 -->

'탈락 미션이 뭐였더라? 이런! 신선로였지. 누나는 한식에 약한데 어떡하지?'

다른 시간대에서 강유나는 장철우와 한 팀이 되었고 팀 미션에서 승리하면서 탈락미션 대상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수아가 파이널 10에 진출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탈락 대상자가 되었다.

'나 때문인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악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참가로 해서 이전과는 운명이 바뀌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 지훈은 강유나를 돕기로 했다.

특히 이번 탈락미션은 그녀가 가장 약한 한식이었기에 자신이 돕지 않으면 그녀가 떨어질 것 같았다.

"누나는 한식을 제외하고는 다른 요리는 그 누구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으니까 탈락을 피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불안해하는 점도 바로 그거야. 예상인데 어쩌면 이번 탈락미션은 한식이 될 것 같아. 그동안 한식 요리는 한 번도 안 나왔잖아?"

"어! 누나 말대로 그럴 수도 있겠는데."

탈락미션을 알고 있는 지훈은 어떻게든 강유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 마당에 그녀가 먼저 한식이 미션으로 나올 것 같다고 하자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지훈아, 한식이 나오면 어떡하지? 조만간 프랑스에서 마스터 셰프가 응원도 할 겸, 겸사겸사 한국으로 온다고 했는데 오기도 전에 떨어지면 무슨 창피야?"

"프랑스에서 누가 온다고?"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은사님이자 내가 근무했던 곳의 마스터 셰프가 곧 한국으로 온다고 했거든. 너, 혹시 셰프 뽀이도퀴시를 알아?"

"뽀이도퀴시라면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로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명장으로 추앙받는 분이잖아요."

"맞아!"

"오! 누나, 그런 분에게 요리를 배웠어요?"

"그런 분에게 배웠으니 부족하기만 한 내가 그래도 이만큼 할 수 있지."

"우와~! 누나, 오늘 보니까 엄청 멋있다."

"그분이 대단한 거지, 난 아무 것도 아냐. 프랑스에 있을 때도 그분에게 얼마나 자주 혼났는지 몰라."

뽀이도퀴시가 한국에 온다는 것은 지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대단한 사람이기에 뽀이도퀴시의 이름을 듣는 순간 절로 흥분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걸?"

"맞아! 하지만 너라면 다를 거야. 워낙에 바쁘신 분이라 얼마동안이나 한국에 머물러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에게 네 얘기를 할 거야. 나하고는 감히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요리 천재가 있다고."

"누나, 날 높게 평가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괜히 미안하게시리 그런 말을 왜 해?"

"아냐. 프랑스에서도 너처럼 대단한 재능을 가진 요리사는 아직 못 봤어. 단언하건데 넌 프랑스에 가면 무섭게 성장해서 뽀이도퀴시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셰프가 될 거야."

"어! 내가 프랑스로 가려 하는 것을 알고 있었어?"

"수아에게 들었지."

방송에서는 지훈과 유나를 러브라인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계속해서 그런 식의 연출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너무도 달라서 지훈과 유나 그리고 수아는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오누이 같은 사이가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편집된 방송을 즐기는 여유까지 갖고 있었다.

"날 그토록 대단하게 여기다니 미안해서라도 누나를 도와 줘야겠는데, 어떻게 돕지? 누나, 한식에서 제일 자신 없는 게 뭐야?"

"난 한국에서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전통 한식이나 궁중 요리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한국의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던 강유나는 사진을 더 배울 생각에 프랑스로 갔다가 우연한 계기로 요리에 입문했다.

그러니 전통 한식과 궁중 요리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힘들어했다.

"전통 한식과 궁중 요리라, 신선로는 알아?"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책을 통해서 접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야."

"오늘, 배워볼래? 물론 그게 미션에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통한식의 기본적인 개념 정도는 익힐 수 있을 거야."

"고맙기는 한데 나 때문에 귀한 시간을 허비해도 괜찮겠어?"

"어차피 이번에 한식이 안 나오면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미리 준비하는 셈 치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고마워, 지훈아."

그길로 곧장 실습실로 이동한 지훈과 유나는 아침까지 거르며 신선로 실습에 들어갔다.

"누나, 신선로는 다양한 재료가 사용됨에도 육수의 맛이 기본이야. 그리고 오행을 뜻하는 오방색이 돋보이게 해야 해."

"오방색이면 다섯 가지 색깔을 말해?"

"우리 민족의 고유 색상인 황색과 청색 그리고 하얀색과 검정색에 붉은색을 말하는데 그 색은 아까 말한 것처럼 오행을 뜻해."

"그렇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갖가지 색을 내서 예쁘게 꾸미면 되는 줄 알았어."

"그리고 육수의 맛이 기본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재료가 서로 어울려져서 국물 안에서 그 풍미가 느껴지고, 그 다음에 재료의 맛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육수 본연의 맛과 재료가 어우러진 맛을 국물 안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재료의 맛이 너무 튀면 안 된다는 거야?"

"맞아. 그러니 특정 재료의 맛이 강하게 우러나지 않도록 해야 해. 오케스트라로 비유하자면 육수가 지휘자고, 재료들은 연주자인 셈이지. 그러니 육수를 통해서 화음을 맞춰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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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안에서 탈락미션이 진행되고 있던 그 시각, TJ 종합병원의 소아심장과 병동에서는 입원 환자에 대한 정기 검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준호, 혈압은 많이 좋아졌네."

"어제부터는 숨도 안차요."

"선생님 말대로 약을 잘 먹었나 보구나?"

"네."

"이번에는 피 검사를 해야 하니까 아파도 참아. 금방이면 끝날 거야."

"오늘은 아프지도 않은데 다음에 하면 안돼요?"

"그러다가 갑자기 아파질 수도 있으니까 꼭 해야지."

"이제는 하나도 안 아픈데 다음에 할래요."

"안 돼."

"준호형, 어제 먹은 카레를 다시 먹으려면 선생님 말 잘 들어야해. 경민 형이 그랬는데 의사 선생님 말 잘 들으면 어제 그 아저씨들이 다시 와서 카레를 해준다고 그랬어."

"정말?"

"경민 형이 그랬어. 선생님, 그렇죠? 우리가 말 잘 들으면 어제 그 아저씨들이 다시 병원에 오는 거죠?"

"으... 응."

병실마다 아이들은 어제 있었던 요리대회를 화제의 중심에 올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자신들이 카메라에 찍힌 이상 TV에 나올 거라면서 기대감을 표출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뭐니 뭐니 해도 카레가 너무 맛있었다는 얘기가 태반이었다.

그리고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의사 선생님 말을 잘 들으면 요리사들이 다시 온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었다.

"거봐? 그러니까 형도 선생님 말 잘 들어. 말 안 들으면 형은 못 먹을지도 몰라."

"선생님, 빨리 피 빼주세요. 나도 카레 또 먹을래요."

"금방이면 끝나니까 고개 돌리고 있어."

"네."

병실을 떠도는 헛소문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아이들의 검진을 수월하게 마친 의료진들은 의국에서 차트를 살피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김 선생, 아이들의 기록이 전부 좋아졌네?"

"그러게요. 모든 아이들이 호전된 기미가 뚜렷해서 저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유 선생님, 701호 박세미 환자 아시죠?"

"박세미 환자라면 AS(aortic valve stenosis : 대동맥 판막 협착증)환자 말해요?"

"네."

"그 환자가 왜요? 또 보호자 측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술을 거부했나요?"

특실에 입원해 있는 박세미는 TJ그룹과 친분이 있는 다른 대그룹 회장의 손녀딸로 병원 측에서 무척 신경 쓰고 있는 환자였다.

아울러 박세미의 부모는 수술로 충분히 완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음에도 한국 의료진의 의술은 믿을 수가 없다며,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을 자주해서 이곳 의료진의 자존심을 무참히 무너트린 인사였다.

때문에 박세미가 언급되기 무섭게 레지던트 4년 차인 유영용은 환자의 보호자가 또 딴죽을 걸었다고 여겼다.

"그게 아니고 수술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수술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 무슨 뜻이죠?"

"수술을 앞두고 오늘 MRI 촬영을 했는데 자연 완치가 되었다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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