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39화 (39/219)

<-- 39 회: 2-3 -->

"이지훈씨, 지금 남 걱정을 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시면 파히타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는 장철우씨가 조언을 해주시죠."

"대회는 경쟁인데, 내가 왜?"

"경쟁은 경쟁이지만 솔직히 공정한 경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건 장철우씨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뭐!"

"저번 대회도 수작을 부리는 것이 이상하더니 이재철 전무를 믿고 그랬나보죠."

여러모로 켕기는 구석이 많은 장철우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지훈의 반응이 마음에 걸려서 즉각적으로 반문을 했다.

반면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본 지훈은 자신의 추측이 정확하다는 생각에 직접적으로 이재철 전무를 거론했다.

그리고 그 이후 나타나는 장철우의 반응을 통해서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음을 확인했다.

'이 자식이 그 사실을 어떻게?'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파히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저는 시간이 없어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이지훈, 잘난 척은 그만해라."

"요즘은 비겁하지 않으면 그게 잘난 척인가 보죠?"

"네놈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네놈의 잘난 척은 오늘까지다. 장담하지만 이번 대회의 우승은 내가 차지할 것이고 네놈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탈락을 하게 될 거야."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비겁한 꼼수를 부린 장철우와 더 이상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지훈은 조리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지훈의 팔을 억지로 붙잡은 장철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지훈을 협박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흥! 두 명의 심사위원이 날 지지하고 있는데 네놈의 잔재주가 이번에도 통할 것 같아?"

'두 명 뿐이라면 다른 세 명은 포섭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아직 기회는 있어.'

애초에 찔리는 것이 있는데다가 변함없는 지훈의 당당함에 알 수없는 열등감을 느낀 장철우는 괜히 약이 올랐다.

그래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까지 언급하며 깐족거렸다.

짐작이지만 그는 지훈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그 장면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긴 지훈은 세 명의 심사위원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을 뿐만 아니라 장철우를 제외한 다른 참가자를 돕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을 집중하면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낼 수 있을지 몰라.'

병원에서의 일을 계기로 이제는 기운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게 된 지훈은 수아와 강유나 그리고 박성훈의 요리에도 음양오행의 기운을 들이붓겠다고 작정했다.

다행이 자신의 자리가 한 가운데인 만큼 얼추 가능할 것 같았다.

"이지훈씨와 장철우씨는 요리를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53분뿐입니다. 서두르세요."

"지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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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대로 돌아온 지훈은 박력분과 옥수수 가루로 토르티아를 만들면서 3가지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울러 가져온 고추를 조금씩 썰어서 일일이 맛을 봤다.

이는 매운 맛의 정도와 지속시간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는데 계속해서 고추를 맛보다보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한편 다른 참가자와는 달리 미션 공개 후에도 장철우처럼 담담한 표정이었던 강유나는 소스의 제작을 끝내고 토르티야에 곁들여 먹을 쇠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새우를 굽고 있었다.

'누나는 파히타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보구나. 그런데 소스가 4가지인가 보네.'

강유나는 3가지 기본 소스 외에도 잼과 함께 달인 사과를 사용한 달콤한 소스까지 제작한 것이 특이하게도 단맛까지 추가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식의 달콤한 맛이 추가된 파히타는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수아와 성훈이형도 잘하고 있네.'

우려와는 달리 묵묵히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을 보며 마음을 놓은 지훈은 자신의 요리에 집중했다.

아까 요리를 시작하기 전만해도 장철우에 대한 미움 때문에 심사가 복잡했는데 지금은 어느덧 진정되었는지 편안하기만 했다.

'고추는 이것 두 가지를 쓰는 것이 좋겠어.'

화끈하게 매우면서도 감칠맛을 내는 뿌야 고추와 맛이 부드럽고 향이 진한 과히요 고추를 고른 지훈은 그것을 적당한 크기로 다듬은 후에 함께 곁들일 야채에 섞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매운 뿌야 고추는 아주 잘게 썰었고, 그보다 덜 매문 과히요 고추는 반질거리는 붉은 색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좀 더 크게 썰었는데, 과히요 고추만 다른 야채에 섞었다.

'이제는 고기를 구워야겠어.'

해동시킨 쇠고기와 새우 그리고 닭고기를 화로에 올린 지훈은 불 조절에 많은 신경을 써가며 고기를 노릇하게 구워낸 후에 잘게 채를 썬 뿌야 고추를 그 위에 뿌렸다.

'이렇게 하면 매콤한 맛이 충분히 우러나오면서도 뒷맛은 깔끔해질 거야.'

'저 자식이, 저걸 어떻게?'

요리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한 지훈은 장철우가 자신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반면 이재철 전무가 언급된 순간부터 은연중에 마음의 평정을 잃은 장철우는 요리하는 틈틈이 마치 감시하는 것 마냥 계속해서 지훈을 주시했다.

그리고 지훈이가 아드리안 셰프에게 전수받은 자신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파히타를 만들자 큰 충격에 빠졌다.

참고로 매운 뿌야 고추를 채 설어서 육류에 뿌리는 방식은 아드리안 셰프만의 독특한 비법이었다.

그런데 지훈이 그 비법을 아는 까닭은 이전의 시간에서 20년의 미래를 지내는 동안 아드리안 셰프의 레시피가 세상에 공개된 통에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장철우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편 참가자들의 요리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던 아드리안 셰프는 지훈이 자신의 레시피와 동일한 방법으로 파히타를 요리하자 장철우 이상으로 충격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파히타 레시피는 아직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레시피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철우를 비롯한 제자들이 알고 있는 조리법은 대략 80%만 공개된 레시피였는데 놀랍게도 오늘 처음 본 낯선 한국인은 모든 비법을 알고 있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레시피를 저 친구가 알고 있을 리는 없어. 그렇다면 저 친구는 최고의 파히타를 만들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다가 우연의 일치로 내 레시피와 똑같아진 것이 틀림없어. 그래, 그것 말고는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

뽀이도퀴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셰프로 평가받는 아드리안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자신의 레시피를 대단하게 여겼고, 그게 멕시코 요리의 레시피라면 당연히 세계 최고라고 여겼다.

그런 마당에 낯선 지훈이가 자신의 레시피와 똑같은 방법으로 요리를 하자 그를 자신과 대등한 천재로 여겼다.

더군다나 그가 멕시코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놀라웠다.

'맛을 보고 평가해야겠지만 내 예상대로라면 저 친구에게 박한 점수를 줄 수는 없어. 이건 천재에 대한 모독이야!'

멕시코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세계 최고의 셰프가 되기까지 아드리안은 많은 차별과 모함에 시달려야 했다.

그중에는 지훈처럼 자신의 능력을 시기하고 질투한 자들이 꾸민 권모술수도 여러 차례 자신을 엄습해왔다.

그 때문일까?

지훈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자신을 발견한 아드리안은 이재철의 부탁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솔직히 돈이 좋기는 했지만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된 지금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돈은 갖고 있었기에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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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때도 이랬거든요!

많은 충격에 휩싸인 장철우는 그 와중에도 기계적으로 손을 놀려서 파히타 요리를 시간 내에 끝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놈이 그 방법을 알다니, 어떻게?'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장철우가 의문이 가득한 시선으로 지훈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지훈은 음양오행의 기운을 끌어 모아서 오른쪽 옆에 자리하고 있던 강유나의 요리에 깃들게 했다.

'어서 차올라라.'

기운을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온 정신을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기운이 분출되는 것은 여전했다.

덕분에 지훈의 파히타에는 무려 세 번의 기운이 깃들었기에 굳이 더 이상의 기운을 쏟아 부을 필요는 없었다.

'옳지!'

거의 텅 비웠던 단전이 다시금 차오르자 지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박성훈의 파히타에도 기운을 쏟았다.

'요리의 색감이 살아나는 것이 기운이 스며든 것이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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