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41화 (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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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씨, 어서 프랑스로 오세요. 난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소."

"이지훈씨, 르꼬르동 블루도 좋지만 CIA로 오는 게 어떻겠소? 학비와 기숙사까지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소."

"그건 우리 르꼬르동 블루도 마찬가지요. 프랑스로 돌아가거든 조만간 정식 초청장을 보내겠소."

"난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내 비법을 아낌없이 공개해서 당신을 부와 명예를 갖춘 세계 최고의 셰프로 만들어주겠소."

"요리하면 프랑스 아니겠소? 품위와 기품을 아는 프랑스인들은 당신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오."

세계 최고의 셰프가 지훈을 데려가기 위해 경쟁적인 제안을 해대는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실렸다.

키친 마스터 사상 유래가 없는 일에 방청객들은 지훈의 이름을 연호했고 스튜디오는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어서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이가 있었으니 이재철 전무와 나란히 앉은 김재철 부장이었다.

"전무님, 어떤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종 우승자는 계획대로 될 것입니다."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셰프가 저토록 극찬을 한 이상,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지금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미션이 2번이나 남은 이상, 분위기를 반전시키면 됩니다."

"그렇다고 한들, 아니 실력으로 이긴다고 한들 시청자들이 장철우 셰프를 우승자로 인정할 것 같습니까?"

"그럼 이 상황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라는 겁니까?"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김 부장님은 더 이상 대회에 개입하지 마십시오."

"외식사업은 어찌하고요?"

"김 부장님이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지훈씨와 CF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 같으니까 김부장님이 알아서 분위기를 조성해주십시오."

"장철우씨가 아니라 이지훈씨를 선택하시겠다는 것입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는 이지훈씨입니다. 아마 이번 방송이 나가면 다른 식품회사도 그걸 알아차리고 접근해올지 모르니 미리 분위기를 잡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스타란 것은 만들려고 해서 무조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는 지훈이었고, 이를 알아차린 이재철은 재빨리 방향을 수정했다.

그렇게 장철우가 용도 폐기되고 있을 무렵 심사위원은 강유나를 불러서 그녀가 2위로 미션을 통과했음을 알렸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수아와 장철우만 남았다.

그리고 그중의 한 명은 탈락이었다.

"장철우씨와 김수아씨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두 분 중에 한분은 결선 6차 대회에 진출하겠지만 다른 한 분은 탈락입니다."

"장철우씨, 멕시코 요리에 아주 익숙한 것 같더군요?"

수아와 장철우가 불려 나오자 지금껏 심사를 주도했던 강레오 셰프가 아닌 안현숙 심사위원이 앞으로 나섰다.

"미국에 있을 때 종종 만들었습니다."

"김수아씨는 경험이 별로 없지요?"

"네."

"두 분은 요리의 기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실력 아니겠습니까?"

"김수아씨는 어떻게 생각하죠?"

"실력도 중요하지만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을 얘기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은 실력을 떠나서 요리에 담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정성때문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사실 우리 심사위원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이 누구에게 3위를 줄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장철우씨?"

"네?"

"그만 앞치마를 벗고 키친 마스터를 떠나주십시오."

"내가 왜요?"

"당신의 요리 기교는 제일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당신의 요리에서는 요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요리에서 마음을 느끼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그걸 못 느끼다니 실망이군요. 당신의 토르티야는 벌써 차디차게 식어서 굳었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것은 아직 온기가 남아서 먹기 좋게 말랑말랑 합니다. 그건 다른 참가자들은 접시를 따뜻한 물에 데웠기 때문입니다."

"아!"

"또 한 가지 얘기하자면 장철우씨의 고기만 칼질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다른 참가자는 칼질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령의 뽀이도퀴시를 배려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뽀이도퀴시는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정정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제 일흔이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심사위원의 예상처럼 그런 점을 고려해서 칼질을 낸 상태였다.

"그... 그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랬습니다."

"장철우씨, 선배 셰프로서 한마디 충고하자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기 전에 항상 먹는 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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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결선 5차대회가 방송에 나갔다.

그 직후, 이재철의 예상대로 세계 최고의 셰프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그들의 경쟁을 야기했던 지훈은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지훈은 그 사실보다는 대회 직후에 가졌던 뽀이도퀴시와의 만남이 더 짜릿했다.

그는 방송에서 했던 얘기가 거짓이 아니었는지 소년처럼 기대어린 눈빛으로 지훈을 바라보며 조만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아울러 학비와 숙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원하는 시기에 초청 비자를 보내겠다고 했고, 그의 얘기를 들은 지훈은 또 다른 부탁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어서 방송 다음날 벌어진 결선 6차전에서 수아가 떨어졌다.

"오빠, 난 여기까지인가 봐."

"고생했어."

"수아야, 섭섭해서 어떡해?"

"언니, 나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나도 그래. 아마 다음 주에는 내가 떨어질 거야."

대회에서 떨어진 이상 합숙소를 나가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여서 며칠의 유예 시간을 가졌다.

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랬는데 그 일 때문에 파이널 10에 진출했던 참가자들이 합숙소로 돌아왔고, 지훈은 박성훈과 정미선과 반가운 해후를 했다.

"수아야, 오늘 못 사준 곱창은 다음에 꼭 사줄 테니까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마."

"언니, 곱창은 지훈 오빠와 유나 언니가 사야하는 것 아닐까요?"

"에이, 그럴 수는 없지."

"수아야, 우리가 곱창을 사면 지훈과 유나가 가만있겠어? 게다가 상금도 우리하고는 비교할 수 없게 빵빵하게 확보했는데 훨씬 비싸고 맛있는 것을 사주겠지."

"그런 거였어요?"

"세상사가 그런 것 아니겠어?"

"미선 언니, 저는 소고기를 살게요. 그러니 지훈이에게는 더 비싼 것 얻어먹어요."

"유나야, 더 비싼 것 사기 싫어서 준우승에서 멈추려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게 더 현명한 것 같더라고요."

"그럼, 그럼! 너도 인터넷 봤으면 알겠지만 지훈이가 요즘 대세야. 그런데 그런 지훈을 이겨버리면 순식간에 나쁜 여자 된다. 그나저나 연애 모드는 방송에 변함없이 나오던데 실상에서는 무슨 진전은 있니?"

"수아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무슨 진전이 있겠어요?"

"큭큭, 그러면 수아가 합숙소를 나가는 다음 주부터가 기회인데 잘해봐. 더군다나 이번에는 생방송이라 합숙 기간도 길잖아?"

시청률이 상승하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훈과 강유나가 겨루는 결승전은 생방송으로 결정 났다.

참고로 방송은 대회보다 6일 늦게 나갔는데 일정을 맞추다보니 8월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결승전은 26일로 연기되었고, 지훈과 강유나의 합숙기간은 그만큼 늘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를 고민해봤는데 그냥 안하려고."

"왜?"

"지훈이보다는 수아가 더 좋거든, 남자는 있어봐야 귀찮기만 하잖아."

"유나 언니, 솔직히 말하면 나도 요즘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냥 차버릴까?"

"야!"

"큭큭, 지훈이 놀라는 것 좀 봐라? 수아야, 불쌍하니까 그냥 네가 계속 여친 해줘라."

"하는 것 봐서요."

다시 뭉친 세 여자는 지훈을 면전에 두고 짓궂은 농담을 했다.

그사이 열 명의 참가자가 모두 모이자 담당 피디가 나서서 참가자를 다시 집결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했던 윤영휘 피디의 말을 요약하면 지난번 결선 3차전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만큼 TJ 병원으로 다시 가서 환자들을 위한 요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 장면도 촬영이 되어서 결승전 이후 에필로그 방송에 나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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