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42화 (42/219)

<-- 42 회: 2-6 -->

"피디님 말은 대충 알겠는데 이번에도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요리를 만듭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어린이만이 아니라 성인 환자도 요리를 먹게 됩니다."

"그러면 메뉴 선택은 다시 해야겠네요?"

"그래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그때와 똑같은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메뉴만이 아니라 조리방법도 그때와 똑같아야 하고 심지어는 사용했던 식자재의 종류와 양도 똑같아야 합니다."

"식자재의 종류와 양도 똑같이 하라면 그때의 요리를 그대로 재현하라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왜 그래야하죠?"

"아! 그것 때문에 떨어졌는데 그때의 요리를 그대로 재현하라니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맞아요, 피디님. 그냥 다른 요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요.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TJ병원에 가서 다시 요리를 하는 까닭은 심장병의 치료와 요리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것을 밝히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내막을 모르는 참가자들은 탈락의 아픔을 들먹이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완강한 반대에 부닥친 윤영휘 피디는 그 내막을 설명했다.

"그런 연유로 일종의 실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해하시겠습니까?"

"우리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심장병 환자의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고요?"

"분명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에이, 아무렴 요리 한 번 먹었다고 그러겠어요? 혹시 병원에서 무슨 착각을 한 것 아닙니까?"

"의사들이 바보겠습니까? 그분들도 다각도로 연구한 끝에 요리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서 이런 요청을 한 것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싫은데......"

"아이들이 많이 좋아졌다는데 못할 것도 없지."

"맞아요. 우리는 미처 모르고 한 일이지만 그로인해서 심장병 치료에 좋은 약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다행이에요?"

"까짓것,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해봅시다."

"저도 찬성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심장병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우리에게도 뭔가가 떨어지나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면 성의표시는 하지 않겠습니까?"

"에이, 그런 두루뭉술한 말로는 안 되죠. 피디님이 나서서 뭔가 확답을 받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가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윤 피디는 김주찬 부장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약간의 실랑이 끝에 참가자 전원에게 출연료 외에 상당한 일당을 지급하고 아울러 신약이 개발될 경우 후사를 하겠다는 보장을 받아냈다.

한편 이 소동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훈은 자신의 음식이 심장병 환자의 병세를 호전시켰다는 말에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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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치솟은 태양이 본격적으로 열기를 쏟아내기 시작한 늦은 오전, 10명의 참가자를 태운 버스가 TJ 종합병원에 당도했다.

그런데 환자들과 몇몇 의료진만 나와 있던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가운을 입고 있는 50명의 의대생이 동원되었다.

"오! 왔다."

"저 사람이 간지 셰프지?"

"와~! 실물도 멋지다. 저 정도면 연예인 해도 되겠다."

"강유나도 예쁘네."

"소문 들어보니까 강유나와 이지훈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방송사의 연출이라고 하던데?"

"이지훈 셰프가 인기를 끄니까 팬 관리 차원에서 그러는 것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아. 내 친구가 경운대 다니는데 이지훈과 김수아가 CC이고, 둘은 변함없이 연인 사이라고 하던데."

"나도 그런 소문은 들었는데 근거 없는 헛소문이지 않을까?"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내가 이지훈씨 담당했으면 좋겠다."

참가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TJ병원의 의료진은 이번 실험에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산하의 의대생까지 동원해서 요리사들의 조리과정을 샅샅이 조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실험보다는 지훈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심지어 몇몇 여학생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기까지 했다.

반면 오늘의 실험을 총괄하는 유영용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참가자들에게 실험의 의의를 설명하고는 몇 번에 걸쳐서 그때와 똑같이 조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사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예! 말씀 하십시오."

"그때 실수를 했다면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해야 합니까?"

"물론입니다. 이번은 대회가 아닌 만큼 아무 부담 갖지 마시고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실수를 언급한 것은 지훈이었다.

그는 당시의 실수도 완벽하게 재현해달라는 유영용의 말에 살며시 미소를 그리며 장철우를 바라봤다.

반면 미션을 망칠 생각에 의도적으로 조청을 들이부었던 장철우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의대생들이 여러분의 조리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기재할 것입니다. 이는 요리를 위한 레시피의 확보가 아닌 의학적 실험이 목적인만큼 양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그때처럼 두 팀으로 나뉘어서 당시와 똑같은 요리를 조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0명의 의대생들은 유영용이 말했던 것처럼 조리과정을 일일이 기록했는데 그들은 각종 식자재부터 조미료까지 빠짐없이 기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양까지 체크했다.

"이지훈 셰프님, 쓰고 남은 강황 가루를 줘보시겠어요? 사용량을 정확히 알려면 남은 양을 저울로 계측해야 해요."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요리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 하신 거예요? 강레오 셰프의 말처럼 태아시절부터 요리하신 것 아니에요?"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방송 보니까 강유나씨와 썸 타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두 분은 사귀시는 사이에요?"

"방송과 관련된 내용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 뭐가 궁금해? 척 보면 모르겠어?"

탈락자를 선발하는 대회가 아니다보니 그때 같은 긴장감이 있을 리 만무했고, 강유나는 능청스럽게 지훈의 팔짱을 끼고 볼에 뽀뽀를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일까?

여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방송 내용이 틀림없다며 소곤거렸다.

'오늘은 아이들이 안 오려나?'

아이들의 증세가 호전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은 지훈은 더 많은 아이들의 병세가 호전되기를 바라며 요리하는 틈틈이 음양오행의 기운을 쏟았다.

물론 병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만큼 이번 일로 병세의 호전과 요리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진다는 것은 익히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서워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 어떤 수를 쓴다고 해도 음양오행의 기운을 알아차리지는 못할 것 같았기에 마음 놓고 기운을 퍼부었다.

같은 시각, 장철우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조청 한 스푼을 한천 푸딩에 첨가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뚜껑을 닫았다.

"장철우씨, 그때와 똑같이 하라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되죠."

"무... 무슨 소리 하... 하는 거야?"

"그때는 조청을 엄청나게 넣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적게 넣으면 안 되죠?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

"맞습니다. 무조건 그때와 똑같이 해주셔야 합니다."

"끙~!"

지훈이가 워낙 큰 목소리로 얘기했기에 주위에 있던 모든 참가자들이 장철우를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장철우는 마지못해 한 스푼을 더 넣었는데 그걸 그대로 넘길 지훈이가 아니었다.

"장철우씨, 오늘은 정말 이상하네요? 그때는 거의 반병 가까이 넣었는데 오늘은 왜 그렇게 적게 넣으세요?"

"조청을 자그마치 반병이나 넣었다고?"

"그렇게 많이 넣었으면 너무 달아서 먹기가 힘들었을 텐데."

"쑥 조청인데 그리 많이 넣었다면 쑥 냄새가 너무 진해서 아이들이 먹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어떻게 저쪽 팀이 이겼지?"

"그거야 지훈이가 만든 달 마크니가 엄청 맛있었으니까 이겼겠지. 그때도 달 마크니가 최고의 인기였잖아?"

"아! 내가 장철우씨와 팀만 바뀌었어도 나도 파이널 5까지는 진출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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