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49화 (49/219)

<-- 49 회: 2-13(5. 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

유영용도 이재철이 누구이며 그룹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심장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보고에 그룹의 차기 총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의아하기만 했다.

"유 선생님, 연구는 어찌되어 가고 있습니까?"

"생각과는 달리 진전이 없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요리가 심장병의 치료에 좋은 효과를 냈다고 믿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몇 달째 진행했음에도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근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놓치는 것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연구를 계속하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분명한 임상실험 결과가 있는데 반드시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듣기로 유 선생님은 병동 업무도 함께 보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레지던트 4년차라 어쩔 수 없습니다."

"혹시 연구만 전담해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연구만 전담하라고요?"

"유 선생, 전무님은 연구를 이곳이 아닌 그룹 내의 제약회사로 옮겨가서 본격적으로 진행하실 생각이네. 그리고 그 연구의 공동 책임자로 자네를 생각하고 있네."

"원장님, 오기가 생겨서라도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만 중도에 병원을 떠나면 전공의가 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문제는 전무님은 물론이고 나 또한 나서서 자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네. 어째, 연구를 계속 하겠는가?"

"유 선생님이 부담 되신다면 제약회사의 연구진에게 그간의 연구 성과와 진행과정을 인수인계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노력하신 것에 대해서는 급여와 별도로 사례를 하겠습니다."

병원장을 통해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있었던 변화를 상세하게 들었던 이재철은 그동안 제약회사의 경영진 및 연구진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연구에 성공해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면 막대한 이득을 획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약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울러 이를 기반으로 경영권 승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한 규모의 특별 연구팀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이번 일로 전공의가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다면 하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그 부분은 저와 원장님이 보장하겠습니다."

"유 선생, 생각 잘했네. 한번 일을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는 것이 남자 아니겠는가? 반드시 연구를 성공해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해주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

5. 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파리 외곽의 샤를드골 공항.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착 터미널의 한쪽 구석에는 수화물을 실은 채 일정한 속도로 회전을 하는 컨베이너 벨트가 여러 개 자리하고 있었다.

"오빠, 우리 짐이야."

"나와 동석이가 내릴 테니까 너와 혜미는 여기 있어."

"수아야, 파리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확실히 알고 있지?"

"걱정 마. 공항까지 연결되는 RER B선을 타고 시내까지 간 다음에 지하철로 갈아타면 돼."

"마리안이 연락은 미리 해놨겠지?"

"다 얘기했다고 했어."

기말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파리로 날아온 지훈과 수아 그리고 동석과 혜미는 수하물을 카트에 싣고는 입국장을 빠져 나왔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세 달간 지내게 될 숙소의 위치와 공항에서 그곳까지 가는 방법은 이미 상세하게 조사해온 상태였다.

하지만 처음 와보는 이국의 낯선 도시이다 보니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해서 괜히 조심스러웠다.

"수아야, 저쪽으로 가야하나 보다."

"한 번만 더 확인해보고."

"지훈 오빠, 우리는 네 명이나 되는데 마리안의 양부모님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나도 그 부분을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마리안 말로는 오히려 양부모님이 더 좋아하고 기뻐하시더래."

"말만 그럴 수도 있잖아?"

"그건 아닌 것 같아. 왜냐하면 마리안의 양부모님은 르꼬르동 블루에서 마련해준 아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함께 지내자고까지 얘기하신데."

"세 달이나 신세지는 것도 미안한데 어떻게 그래?"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르꼬르동 블루에서 마련해준 아파트는 등록을 한 이후부터 이용할 수 있는데 지훈 일행은 내년 3월에 등록을 할 생각이었다.

이는 3개월 동안 어학원을 다니면서 프랑스어를 충분히 배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3개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지내야 했는데 사정을 들은 마리안의 소개로 그때까지는 그녀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마리안은 프랑스에 언제 온다고 했지?"

"2월 20일쯤에 프랑스에 도착한다고 했어."

"얼추 두 달이 넘게 남았네? 마리안도 이번에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대사관 일 때문인데 어쩔 수 없지."

입국장을 빠져 나온 지훈 일행은 파리 시내와 연결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역과 연결되는 통로로 접어들었다가 갑작스레 들려온 한국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콧수염을 기른 장년의 남자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는 한국말 못해요."

"어! 우리 이름이 적혀있네?"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걸어온 사내는 지훈 일행이 다 같이 인사를 해오자 살짝 당황하더니 한국말을 못한다면서 한손에 들고 있던 작은 피켓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지훈을 비롯한 다른 일행들의 이름이 한국어와 불어로 적혀 있었다.

"제 이름은 장폴이고, 마리에드리안 아가씨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아가씨의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마리안이 부탁을 했다고요?"

"아가씨가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고, 공항까지 마중을 나가는게 좋겠다고 해서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는 저보다는 아가씨에게 하시지요."

두 달 넘게 죽기 살기로 불어에 매달린 탓에 어느 정도의 회화는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도 빨리 말하면 알아듣는 말보다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았는데 자신을 장폴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쉬운 단어로 천천히 얘기해줘서 의사소통에 별 지장이 없었다.

잠시 후, 공항 내의 주차장으로 이동한 지훈 일행은 장폴과 함께 마리안의 집으로 향했다.

"아가씨의 집은 라데팡스 지역에 있습니다. 혹시 라데팡스에 대해서 들어봤습니까?"

"마리안에게 듣기로 철저히 계획된 도시로 현대적인 고층 건물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새로운 도심이라고 들었습니다."

"곳곳에 공원이 많아서 산책하기도 좋다고 들었어요."

"아! 지하철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도로가 지하에 있어서 소음과 배기가스가 없다면서요?"

"맞습니다."

장폴은 마리안에게 부탁을 받았는지 마치 가이드처럼 파리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서 해줬고 간간히 보이는 관광지나 특별한 건물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러는 사이 잘 정비된 지하도로에 접어든 차는 한참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지상으로 올라왔고, 넓은 도로를 중심으로 대 저택이 마주하고 있는 곳에 접어들었다.

"우~와! 집들이 너무 아름답다."

"혜미야, 저런 게 프랑스식 저택인가 보다."

"아! 나도 저런 집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싫어도 세 달 동안은 꼼짝없이 살게 될 거야."

"그런 것 말고, 저런 집을 아예 갖고 싶다고."

"내가 돈 많이 벌면 저런 집을 지어줄 테니까 기다려."

"어느 세월에?"

"까짓것, 10년만 기다려."

"10년이라고 했다. 거기서 하루만 늦어도 알아서 해?"

"알았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림 같은 집을 정신없이 바라보던 지훈 일행은 다왔다는 장폴의 말을 듣고서야 전방을 주시했다.

자동으로 셔터가 올라가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장폴은 수아와 혜미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낑낑거리며 그녀들의 캐리어를 들어서 옮겨줬다.

3층으로 이루어진 마리안의 집은 돌이 촘촘하게 박힌 하얀색 벽과 수많은 유리창 때문에 무척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현관에는 두 명의 남녀 흑인이 나와 있었다.

"환영합니다. 어서들 오세요."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이지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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