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52화 (52/219)

<-- 52 회: 2-16(6. 그것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나요?) -->

반면 다른 칸의 객차는 살짝 찌그러지기는 했지만 출입구가 열려 있었고 승객들은 그곳을 통해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서두르세요! 일단 계단만 올라가면 가스가 심하지 않으니 힘을 내십시오!"

"구조대는 왔습니까?"

"연락을 했으니 곧 올 것입니다. 어서들 올라가십시오."

"이봐요, 저기 불타오르고 있는 두 칸에도 사람들이 있어요."

"문이 안 열리는 것이 아무래도 출입구가 고장이 난 것 같아요."

"제가 갈 테니 어서 이곳을 피하십시오."

힘겹게 탈출한 승객들을 안심시키며 승강장 바깥으로 대피케 한 지훈은 불타오르는 객차로 다가가서는 코와 입을 감싸고 있던 옷을 손에 둘둘 말고는 열로 달궈진 출입문을 억지로 열었다.

"치~칙!"

"큭!"

열차에 닿기 무섭게 손을 감싼 옷이 녹아들어가면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참기 어려운 것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캐한 가스였다.

"끙~!"

이를 악물며 용을 썼음에도 굳게 닫힌 출입구는 꿈쩍도 않은 채 열리지 않았다.

짐작이지만 폭발이나 탈선의 충격으로 계폐 장치에 고장이 난 것 같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열어야 해!'

객차 안에 갇힌 사람들이 걱정스러워진 지훈은 안타깝고 간절한 마음에 다시금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야~아!"

입을 벌리면 가스가 더욱 많이 들어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꼼짝도 않은 출입구를 강제로 열기 위해서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야 했기에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악을 질렀다.

순간적으로 배꼽 밑의 단전에서 기운이 솟구친 것은 그때였고, 꿈쩍도 안하던 출입구가 열렸다.

'음양오행의 기운이 힘도 강하게 해주나?'

"하~악!"

"고... 고맙소."

"사... 살았다."

"문이 열렸습니다. 이쪽으로 빨리 나오세요."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빨리 갑시다."

"어서요!"

"여러분, 계단을 올라갈 때 코와 입을 막은 채 서로의 손을 잡고 올라가십시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입구 쪽에 몰려있던 여러 명이 서로를 재촉하며 앞 다퉈 빠져 나왔다.

그중에는 오늘 아침에 지훈 일행에게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했던 두 명의 남자도 있었는데 객차 안의 상황을 살피던 지훈은 그들의 얼굴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잠시 후, 더 이상 빠져 나오는 사람이 없자 객차 안으로 진입한 지훈은 다른 칸으로 넘어가서 출입구를 열고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폭발의 근원지였던 그곳은 너무도 처참했는데 그래도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생존자는 있는 것 같았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으... 윽!"

"문이 열렸으니 빨리 밖으로 나가십시오. 외투를 벗어서 입과 코를 막으세요."

"다리를 다쳐서 걷기가 불편해요."

"제가 부축을 해드리죠."

"여기요, 제발 도와주세요."

한쪽 다리를 다친 채 쓰러져 있던 중년 사내를 챙기던 지훈은 도움을 요청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피가 범벅인 여자가 잔뜩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힘겹게 자신의 배 밑에서 뭔가를 꺼냈다.

"제 아이에요. 아이만이라도 살려주세요."

"아이는 제게 주고 업히십시오."

재빨리 아이를 안은 지훈은 만신창이의 여인을 등에 업고는 한쪽 다리를 다친 중년 사내를 부축하며 검은 연기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훈아."

"야! 여기 있으면 어떡해? 수아와 혜미는?"

"안전한 곳에 있어."

어렵사리 승강장 계단을 올라온 지훈은 아까 공연이 펼쳐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석과 함께 지하철 역 밖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누군가에게 구조해온 사람들을 맡기고는 다시금 지하철 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훈아, 어디가?"

"아직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시 가봐야 해."

"야! 돌아와."

"금방이면 돼."

"오빠."

"지훈 선배."

지훈과 동석이 무사히 나온 것을 목격한 수아와 혜미는 기쁜 마음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지훈은 다시금 연기가 솟구치는 지하철 역 안으로 사라졌다.

한편 어찌 알았는지 구조대나 경찰보다 먼저 달려온 온갖 방송사와 언론사의 기자들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하철 입구를 화면에 담으며 특보를 전하기 시작했다.

++++++

6. 그것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나요?

눈꺼풀이 어찌나 무겁던지 좀처럼 떠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희미하게 들려오는 수아의 목소리가 너무도 간절했기에 지훈은 힘겹게 눈을 떴다.

"오빠."

"지훈아."

"지훈 선배."

"여긴 어디야?"

"오빠, 기억 안나?"

"뭐가?"

"여긴 병원이야."

"내가 왜?"

"지하철 역 앞에서 구조해온 승객과 함께 쓰러졌잖아."

여자와 어린 아이 그리고 중년 남자를 구해냈던 지훈은 그 뒤로도 세 번이나 더 지하철로 진입했고, 그때마다 두세 명을 구해왔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에는 그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 다른 사람들은?"

"오빠가 쓰러지기 직전에 구조대가 도착한 상태였어."

"그 꼬마는?"

"꼬마는 물론이고 아줌마를 비롯해서 오빠가 구해온 사람은 다 무사해."

"다행이다."

"오빠, 어쩌려고 그랬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 하지만 그때는 오직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

"지훈아, 말도 마라. 네가 쓰러진 7시간 동안 수아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니?"

"내가 7시간 동안이나 의식을 잃었던 거야?"

"그래. 의료진 말로는 유독가스도 유독가스지만 탈진을 했다고 하더라."

"지훈 선배, 마지막에는 어떻게 한 거야?"

"내가 어쨌는데?"

"선배보다 훨씬 덩치가 큰 사람을 등에 업고 다른 두 사람까지 거의 안듯이 부축을 해서 올라왔잖아?"

"그랬었니? 기억이 안 난다."

혜미의 얘기를 들은 지훈은 당시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끊어지기는 했지만 기억을 집중하니 그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맞아! 그때 단전이 커졌어.'

뜨거운 불길과 섞인 시커먼 연기는 호흡곤란을 유발해서 숨이 턱턱 막힌 통에 지훈도 몇 번이고 쓰러질 뻔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단전의 기운이 올라와서 지훈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평소와는 다른 괴력을 발휘하게 해서 여러 사람을 구하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전이 더 커져서 이제는 거의 계란만한 크기로 성장한 상태였다.

"동석 오빠, 의료진들에게 지훈 오빠가 깨어난 것을 알려야지 않을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문을 열면 순식간에 기자들이 몰려들 것 같아서 문을 못 열겠다."

"루피에르 아저씨가 걱정하고 있을 텐데 그래도 알려야지."

"기자들이 몰려오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짜샤, 지금 난리도 아니다."

"무슨 난리?"

"프랑스의 언론이란 언론은 죄다 이곳에 집결해서 네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왜?"

"왜기는 네가 많은 사람을 구해낸 영웅이라 그렇지. 아까 루피에르 아저씨를 비롯해서 이 나라의 총리와 대통령도 여기를 다녀갔어."

"오빠, 뽀이도퀴시 셰프님도 다녀갔어."

아직 르꼬르동 블루에 등록은 안 했지만 지훈 일행은 자신들이 파리에 당도했으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뽀이도퀴시에게 알린 상태였다.

그러기에 뽀이도퀴시는 지훈의 일이 뉴스에 나오자마자 만사를 제치고 병원에 들렀고, 여러 시간 함께 있다가 얼마 전에야 돌아간 상태였다.

"쩝, 기절을 한통에 일이 커져 버렸네."

"지훈 선배, 프랑스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이번 일이 알려졌어. 그래서 프랑스에 있는 특파원이란 특파원은 오빠를 취재하겠다고 전부 이곳으로 왔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