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53화 (53/219)

<-- 53 회: 2-17 -->

"한국에도 알려졌다고? 흐미, 큰일이다."

"큰일은 큰일이지.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네가 큰일을 했다고 치하했고, 온 국민들도 너를 자랑스러워하며 네가 빨리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지금 그게 문제냐? 한국에도 알려졌으면 우리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고 걱정하고 계실 것 아냐?"

"그런 놈이 아까는 그리도 무모하게 뛰어 들어갔냐?"

"아까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그랬지."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 어머님과 아버님에게는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잘 얘기했어."

"그래도 전화부터 해야지."

지훈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이름은 프랑스와 한국만이 아니라 온 세계에 알려졌다.

세계인들은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감행한 말리의 이슬람 반군을 비난하면서 많은 사람을 구한 지훈을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훈의 부모님만큼은 아들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세우고 있었다.

"여보세요."

-지훈이냐?

"예. 저예요."

-인석아, 어쩌자고 그런 일을 한 거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해요?"

-그래도 그렇지, 제 몸은 건사하면서 해야지.

-여보, 지훈이야? 몸은 어떻데? 어디 다친 곳은 없데?

어머니와 통화하는 도중에 걱정스런 마음이 가득 담긴 아버지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지훈은 자식 걱정에 밤을 지새웠을 부모님 생각에 연신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며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렸다.

###

지훈이 깨어났다는 소식은 의료진을 통해서 취재진에게도 전해졌다.

병실 밖에서 계속 들려오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지훈은 지금의 혼란을 빨리 잠재우기 위해서도 인터뷰에 응했다.

한편 지훈이 깨어났다는 소식은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도 알려졌고 각 방송사는 위성 생중계를 통해서 지훈의 인터뷰 장면을 방송에 내보냈다.

시차 때문에 프랑스와는 달리 출근 시간이었던 한국은 밤새 가슴 졸이게 했던 지훈이 무탈하게 깨어났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터트렸고,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는 그것과 관련된 일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훈과 리아의 이름이 동시에 기재된 검색어가 새롭게 순위에 들어왔다.

"유나씨, 정말로 이지훈씨와 애인 사이가 아니었네?"

"예전부터 그렇다고 얘기했고 심지어는 내가 맡고 있는 요리 프로에서도 몇 번이나 얘기를 해서 이제는 오해가 완전히 풀린 것으로 아는데 그 얘기는 왜 하시는 거죠?"

"그래도 혹시나 했지. 그런데 오늘 인터넷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유나씨는 아직 모르고 있나본데 가수 리아가 이지훈씨와 사귄다고 하더라고."

"푸~훗! 그런 일은 없을 걸요."

호텔에 출근한 강유나는 동료들로부터 지훈과 관계된 질문을 받았다.

사실 그런 질문은 입사 초기부터 꾸준히 들었던 얘기였고 심지어는 진행을 맡고 있는 요리 방송에서도 그런 질문을 받아서 연출일 뿐 실제 애인 사이는 아니라는 해명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동안 잠잠하던 그때의 얘기를 들먹이면서 엉뚱하게도 지훈과 가수 리아가 연인 사이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지훈과 수아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유나는 코웃음을 치며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유나씨는 모르는 것 같은데 가수 리아가 무명이던 시절에 이지훈씨와 함께 CF를 찍었고, 그걸 계기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고."

"아! 이지훈씨가 리아의 히트곡도 골라줬다고 하던데?"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두 사람을 연인 사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잖아요?"

"유나씨는 사생 팬 몰라? 리아씨 사생 팬들이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증거들을 싹 까발렸어."

"어떤 증거요?"

"서로 주고받은 메일이나 메시지부터 시작해서, 평소에 리아씨가 SNS에 올린 글을 분석했는데, 그걸 보면 누구라도 두 사람이 연인사이임을 짐작하겠던데?"

"글쎄요. 전 두 사람이 연인이 아니라는데 걸겠어요."

"무슨 근거로?"

"전 아무도 모르는 지훈이의 비밀을 알고 있거든요."

"그게 뭔데?"

"비밀인데 말 할 수 없죠."

거의 두 달 가까이 지훈과 함께 합숙생활을 했던 유나는 그와 수아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소문을 무시하고 지훈을 격려하는 채팅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시각 이재철은 그룹의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훈을 언급하고 있었다.

"이지훈씨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가 언제까지죠?"

"모든 광고가 이번 달 말까지입니다."

TJ그룹은 지훈과 광고계약을 맺을 때 6개월 단발 계약을 했다.

즉, 지훈을 6개월만 모델로 쓰기로 했다.

이는 지훈이가 키친 마스터를 계기로 스타가 된 만큼 대회가 끝나면 결국에는 인기가 시들 것이라는 판단 하에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해서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온 국민의 영웅으로 부상하면서 다시금 스타성을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의로운 일을 한 만큼 그를 모델로 기용하면 그룹 이미지 제고에도 좋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재계약 하십시오."

"이지훈씨는 현재 프랑스에 있지 않습니까?"

"그게 어쨌다는 거죠?"

"재계약을 한다고 해도 촬영을 하려면 귀국을 해야 할 텐데 힘들지 않을까요?"

"기존의 CF를 그대로 내보내면 될 것 아닙니까?"

"다른 광고는 상관없는데 음료 광고는 여의치 않습니다."

"뭐가 문제죠?"

"당시에 광고를 함께 했던 상대역이 가수 리아입니다."

"리아라면 혹시?"

"맞습니다.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만큼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개런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면 더 잘된 일 아닙니까?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고 두 사람을 계속해서 모델로 내세우세요."

"비용이 상당할 것입니다."

"전무님, 비용도 비용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까?"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계기가 저희 회사의 음료광고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더 잘된 일 아닙니까?"

"네?"

"소문에 휩싸인 두 사람이 같은 광고에 나오면 더더욱 대중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고, 그만큼 우리 음료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뜻밖의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영웅과 인기 여가수의 만남이라, 내 생각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리고 리아씨 측에서 소문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거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전무님, 아직은 시간이 있는 만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여러분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지훈씨와는 먼저 연락을 해서 재계약 의사를 밝히십시오. 리아씨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이지훈씨를 단독으로 내세우고 촬영을 다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지훈이가 영락없이 그랬다.

그야말로 영웅이 된 지훈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서 프랑스 최고의 훈장 중의 하나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받았고 각종 언론과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