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회: 2-22(8. 이놈들, 제대로 걸렸구나!) -->
"기회가 닿는다면 가봐. 내 조국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은 무척 아름답고 매력적인 나라야."
"그래야겠어. 우리, 춤이나 추자."
아름답다며 자존심을 세워준 것이 통했는지 아니면 유럽인 특유의 쿨 한 마인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쥬디는 다시금 원래의 쾌활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부비부비를 해오는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어! 왜 그러지?'
사랑하는 여자가 있음을 밝혔기에 지훈은 쥬디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부비부비를 해대며 신체접촉을 해오자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쥬디는 뭐가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웃다가 속삭였다.
"지훈, 안 잡아먹어! 그러니까 긴장하지 마."
"프랑스 사람들도 그럼 표현을 사용해?"
"한국 드라마에서 나온 건데 요즘은 프랑스 사람도 많이들 따라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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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차량으로 도로가 서서히 붐비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짙은 선팅을 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대형 밴 차량이 인천공항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고생했다."
"삼촌,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돼요?"
"오전에는 화보 촬영하고 11시에는 M방송국과 인터뷰가 있고 12시 30분에 S방송국 음악 프로 출현한 후에 오후에는 CF 촬영이 있어."
"오늘은 저녁 스케줄이 없나 봐요?"
"무슨 소리, CF 끝나자마자 중국으로 넘어가야 해. 중국 측에서 전용기를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잠깐 눈 붙이고 밤에는 중국 방송에 출연해야 해."
"하~아! 오늘도 잠을 거의 못자겠네요."
"그러게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잠깐 눈 붙이라고 했잖아?"
"겨우 그 잠깐 자는 것으로 어떻게 버텨요."
밴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가수 리아가 타고 있었다.
1분 1초를 쪼개가며 한국과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를 누비는 그녀는 계속되는 고된 일정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스케줄이 계속 밀려들어 오는데 어쩌겠니? 그래도 다음 주 토요일에는 푹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요?"
"잊었니? 유럽 공연이 잡혀 있다고 했잖아."
"또 비행기에서 자는 거예요?"
"그래도 그것도 어디냐?"
"공연은 그 다음 주 수요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빨리 가네요."
"미리 가서 현장 점검도 하고 현지 스태프하고도 의견을 조율해야지."
"그건 월요일쯤에 시작해도 충분하니까 주말은 푹 쉴 수 있겠네요?"
"그게 여의치 않은 것이 일요일에는 CF를 5개나 찍어야 해."
"무슨 CF를 하루에 5개나 찍어요?"
"상대가 누군지 알면 네가 그런 말 못할걸."
"누군데요, 설마?"
"맞아. 이지훈씨야."
"와~! 정말이죠? 지훈 오빠에게 당장 전화해야겠어요."
"리아야, 거긴 지금 새벽일 텐데 무슨 전화를 하겠다고 그래?"
"아! 맞다."
파리에서 벌어졌던 테러를 계기로 지훈이 영웅으로 떠오르자 TJ그룹은 발 빠르게 움직여서 관련자를 파리로 보내서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 리아도 재계약을 체결했었는데 영웅과 슈퍼스타를 동시에 내세운 광고는 한참 떠돌던 핑크빛 소문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그 덕에 매출도 크게 신장되었다.
덕분에 광고효과를 톡톡히 본 TJ 그룹은 지훈이 단독으로 출연한 CF까지 리아를 내세우기로 했고, 리아의 유럽 투어 일정에 맞춰서 촬영을 새롭게 하기로 했다.
참고로 테러가 벌어진지 네 달이 지나면서 지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달 초에 한 방송사의 다큐 프로가 지훈의 일상을 담은 다큐를 내보내고, 또 다른 방송사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를 소개하는 프로에서 지훈의 일을 소개하고 그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다시금 부각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키친 마스터 대회가 다가오고 있었기에 TJ 그룹은 대회의 홍보를 위해서도 작년 우승자인 지훈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었다.
아무튼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최소한 한국에서는 지훈의 인기가 여전했고, TJ 그룹은 리아와 지훈이 CF를 함께 찍는 것을 계기로 사그라졌던 핑크빛 소문이 다시 떠오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 그룹 산하의 방송국을 동원해서 촬영 과정을 소개하는 특별 프로그램까지 기획한 상태였다.
"도착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을 텐데 뭐라도 먹을래?"
"비행기에서 이것저것 주워 먹어서 배는 안 고파요?"
"살찌니까 내가 아무거나 먹지 말라고 했잖아."
"삼촌, 이렇게 빡 세게 다니는데 살이 찔 틈이 어디 있겠어? 걱정 마."
"아무리 그래도 몸매관리는 꾸준히 해야 해. 여자는 한 순간에 확 찌는 법이야."
"그건 나도 신경 쓰고 있으니까 삼촌은 그런 걱정 말고 유럽 가기 전에 데모 테이프나 잘 챙기세요."
"데모 테이프는 왜?"
"지훈 오빠가 노래 선곡을 엄청 잘한다고 얘기 했잖아요? 후속곡도 지훈 오빠보고 골라달라고 할 생각이에요."
"그거야 노래가 워낙 좋으니까 그랬겠지."
"그런 삼촌은 처음에는 멜로디가 나와 안 어울린다고 다른 곡을 하자고 그랬잖아요."
"그 얘기는 왜 또 하고 그래?"
"그러니까 지훈 오빠의 능력을 인정하세요."
지금의 노래는 작년 11월 중순에 발표를 했기에 어느덧 7개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때문에 리아의 소속사에서는 미국을 주 무대로 하는 세계적인 프로듀서와 손을 잡고 비밀리에 후속곡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리아의 후속곡은 지금과는 달리 크게 히트하지 못하고 그 다음곡이 또 다시 히트한다.
그리고 리아는 그 두 번째 히트곡을 발판으로 깜짝 스타가 아닌 명실상부한 불후의 글로벌 스타로 자리 잡는다.
"알았다. 그런데 그때까지 데모 테이프가 나올지 모르겠다."
"100%는 아니더라도 작업이 된 때까지만 보내라고 하세요."
"그 정도는 가능할거야. 그건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
"잊어먹지 말고 꼭 챙기셔야 해요."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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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놈들, 제대로 걸렸구나!
지훈 일행이 여전히 춤을 추고 있을 무렵 지루와 포그바는 텅 빈 테이블로 다가갔다.
두 개의 원형 테이블이 나란히 붙어있는 그곳은 지훈 일행의 자리였다.
"지루, 약을 어디에 넣지?"
"아까 노란 원숭이들이 앉았던 자리가 이쪽이야."
"그 두 놈에게만 넣을까?"
"그래서는 재미가 없지. 옆의 여자들에게도 넣어."
"여자들 잔에도 약을 넣으면 문제가 커지지 않을까?"
"멍청아, 그래야 저놈들이 더 크게 당하지. 잔소리 말고 빨리 집어넣기나 해."
은근슬쩍 주위를 살핀 지루와 포그바는 샴페인이 들어있는 4개의 잔에 마약을 투약한 후에 잔을 살살 돌려서 녹였다.
애초부터 술이나 물에 잘 녹게 만들어진 마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서 어떠한 흔적도 안 남았다.
"다 했냐?"
"완벽해."
"가자."
"지루, 그런데 한 명의 노랑 원숭이는 어째 낯이 익은 것 같지 않아?"
"네가 아는 노란 원숭이가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해?"
"그건 그렇지만 처음 볼 때부터 느낀 점인데 아무래도 어디서 본 놈 같아."
"노랑 원숭이들은 하나같이 비슷하게 생겨서 그럴 거야."
"그럴까?"
"내 말이 틀림없어. 게다가 여기는 어두워서 더 그럴 거야."
잠시 후, 테이블을 빠져 나온 지루와 포그바는 클럽 밖으로 나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