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64화 (64/219)

<-- 64 회: 2-28 -->

"기대하던 바입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 갖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르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에 나와 서너 달 함께 지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신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아! 함께 온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네. 특히 수아 셰프는 자네 못지않은 재능을 갖고 있는 만큼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네."

"수아는 물론이고 다른 친구들도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명장으로 추앙받는 뽀이도퀴시에게 요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었기에 지훈은 너무도 기뻐했다.

사실 음양오행의 기운을 품게 되면서 어떤 요리든 맛있게 잘 할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요리란 것은 맛도 중요하지만 요리에 담긴 의미와 전통을 이해하고 이를 살리는 것도 무척 중요했고, 그것들은 체계적으로 배워야만 익힐 수 있었다.

아울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서양 요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들의 취향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했기에 뽀이도퀴시의 제안은 절대 거부할 수 없었다.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내게 연락을 해주게."

"알겠습니다."

뽀이도퀴시와 헤어진 지훈은 그가 제안했던 내용을 알렸다.

제안을 들은 동석과 혜미 그리고 수아가 기뻐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어서 지훈은 그 사실을 뽀이도퀴시에게 전했다.

"지훈아, 고맙다."

"뭐가?"

"네 덕에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데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뽀이도퀴시의 제자가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소리 마. 네가 능력이 없었다면 아무리 내 친구라고 해도 여기까지 함께 오지 못했을 거야."

"아무튼!"

"지훈 선배, 오늘은 우리들끼리 자축을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것 좋지."

"아! 오늘 같은 날은 소주 한 잔 해야 하는데."

"리아가 주고 간 소주가 남아 있잖아."

"맞다. 참! 다음 주 토요일에는 리아씨를 볼 수 있는 것 확실하지?"

"하루 내내 실컷 볼 수 있으니까기대해."

"큭큭, 리아씨와 함께 찍은 인증 샷을 SNS에 올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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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세느강이 유유히 흐르는 강변에는 부르봉 궁전으로 불리는 멋들어진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열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부르봉 궁전은 루이 14세의 사위였던 부르봉 공작이 자신의 부인을 위해서 지은 궁전이었는데 지금은 하원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루피에르 의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게, 생텍 의원. 한동안 안 보이더니 지역구를 다녀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지역의 현안과 관련해서 지역민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해서 의견조율 차 다녀왔습니다."

"화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일인가?"

"맞습니다."

"자네도 골치 아프겠군."

"서로가 만족할 수 있게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야 할 텐데 찬반 의견이 엇갈려서 저도 당혹스럽습니다."

"지역과 프랑스의 이익에 부합이 되는 결정을 내리게."

"그래야지요. 그런데 저를 보자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토요일,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

"별다른 일정은 없습니다."

"그 날이 내 생일인지라, 내 집에서 동료 의원들과 총리 그리고 대통령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고자 하는데 자네도 와줄 수 있겠는가?"

"의장님의 생일인데 당연히 가봐야지요."

"고맙네."

"그런데 그 얘기를 하시려고 저를 부른 것입니까? 저는 상관없으니까 진짜로 하시고 싶은 얘기를 하시지요."

"실은 인종차별 반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자네를 포함시키고자 하는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저는 의장님과는 의견이 다른데 괜찮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만 이주민에 대한 지원방안에서 입장이 갈린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그래서 자네도 특별위원회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이네. 급격히 불어난 이주민으로 인해서 벌어진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종차별에 찬성하지 않은 모든 이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지훈의 일을 계기로 프랑스 상, 하원에서는 인종차별 반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설치가 여야의 합의로 결정되었고, 이제는 특별위 구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즉, 루피에르는 생텍 의원을 위원회에 포함시키기 위해 그와의 면담 일정을 잡았다.

"의장님 생각이 그렇다면 함께 하겠습니다."

"거듭 고맙네."

"아닙니다. 이주민도 프랑스인인 만큼 저 역시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생각이네."

"그런데 의장님은 천식이 완쾌된 것입니까? 전에도 느꼈지만 요 근래는 통 기침을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한국 음식과 한국 차를 먹었더니 그렇게 되었네."

"한국 음식과 차를 먹어서 천식이 완쾌되었다는 것입니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네."

"그렇게 믿고 계시다니 무슨 근거라도 있습니까?"

"있고말고. 한국 음식과 한국 차를 먹은 이후부터 거짓말처럼 기침이 사라졌네."

"한국 음식이요?"

"그래.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 한국 음식은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아주 좋은 이상적인 음식이네."

"요 근래 한국 음식이 유행을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 정도입니까?"

"내가 기침을 안 하는 것을 보면 모르겠는가?"

"허허~!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안 믿을 수가 없군요. 그러면 토요일 파티에 가면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까?"

"이런!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

"의장님이 그리도 좋다고 말씀하시기에 이 기회에 저도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그렇다면 한국 음식도 만들어볼까?"

"의장님이 직접 한국 음식을 만드시는 것입니까?"

"내가 무슨 재주로 한국 음식을 만들겠나? 내 딸이 한국에서 몇 년 근무했었는데 그 아이에게 부탁을 할 생각이네."

"아무튼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기대하겠습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생텍 의원은 조금 전에 담배를 피웠음에도 또 다시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자네도 담배를 많이 피는 군."

"의정 활동을 수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늘어나는 것은 담배밖에 없어서 이제는 아예 골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 피워대다가는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하게."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아! 자네, 홍삼이란 것을 아는가?"

"홍삼이라면 중국에서 많이 난다는 그 쓴맛이 나는 이상한 약초를 말하시는 겁니까?"

"맞네. 그리고 홍삼은 중국에서도 많이 나지만 최고는 한국산이라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내가 마신다는 한국 차가 바로 홍삼차네."

"홍삼은 무척 쓰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차로도 마실 수 있는 겁니까?"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내가 먹고 있는 홍삼차는 그리 쓰지 않아서 먹을 만하네. 게다가 그게 천식에 좋은 것만 아니라 남자에게 아주 좋네."

"남자에게 좋다면 스테미너에 좋다는 말입니까?"

"바로 그거네.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그 차를 마시면서 젊음을 되찾았네."

"그게 그런 효능도 있습니까?"

"직접 마셔보면 내 말이 진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네. 부인에게 얘기해서 자네 부인에게도 홍삼차 만드는 법을 알려주라고 하겠네. 우리 부인이 다른 것은 몰라도 홍삼차 만드는 법은 제대로 배웠거든."

"하하~! 홍삼차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파티에 반드시 가겠습니다. 그런데 부인께서는 홍삼차 만드는 법을 누구에게 배운 것입니까?"

"지훈 셰프에게 배웠네."

"지훈 셰프라면 그때의 그 친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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