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66화 (6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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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일행에 이어서 리아까지 파티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바빠진 것은 마리안이었다.

급히 한국 대사관을 찾은 마리안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주 프랑스 한국 대사에게 초청장을 전달하면서 지훈 일행과 리아가 파티에 참석하는 사실을 대사에게 알렸다.

아울러 파티를 한국과 프랑스의 밤으로 만들고자 하는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으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원 의장님이 예전부터 이지훈씨와 친분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가수 리아양과도 친분이 있었습니까?"

"아빠가 리아씨의 열렬한 팬이기는 하지만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면 리아씨는 어떻게 해서 파티에 참석하게 된 겁니까?"

"이지훈씨가 리아씨가 친분이 깊어서, 그 인연으로 리아씨도 초대하게 되었어요."

오늘날 많은 프랑스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우호적으로 보게 된 배경에는 지훈의 활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 때문에 주 프랑스 한국 대사도 지훈을 만난 적이 있었고, 마리안이 지훈을 언급하자 재빨리 아는 척을 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아빠가 평소에 한국 음식 자랑을 워낙 많이 해서 많은 분들이 이번 파티 때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면 한국 음식을 지원해주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한국 음식은 지훈씨와 그의 친구들이 직접 요리하기로 했어요."

"하긴 이지훈씨가 셰프이니까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대사님, 지훈과 그의 동료들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한국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해요."

"계속 얘기를 해보세요."

"지훈은 한국의 그릇을 구하고 싶어 해요."

"그릇이요?"

"신선로를 비롯해서 한국의 전통 문양이 새겨진 접시와 식기를 구하고 싶어 해요."

"그런 거라면 한국 문화원에 있을 겁니다."

"지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리는데 대여를 할 수 있을까요? 비용은 지불을 하겠습니다."

"우리의 음식을 프랑스의 명사들에게 알리는 일인데 얼마든지 지원을 해드려야죠. 비용은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껏 쓰십시오."

"감사합니다. 대사님."

주 프랑스 한국 대사인 이창식도 루피에르의 생일 파티 소식은 이미 들었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대사들이 그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내심 자신도 그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었는데 마리안이 초청장을 들고 나타나니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들과 주요 각국의 외교관들이 참석하는 파티의 컨셉이 한국과 프랑스의 밤이라니 너무도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다.

"그것 말고 추가로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마리안이 한국 대사를 만나고 있을 무렵 하원 의사당의 의원 휴게실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조슈아, 말리에 군대를 추가 파병하는 안건은 어떻게 생각해?"

"사회당에서도 찬성을 하는 만큼 무난하게 통과될 것 같은데."

"내 말은 추가 파병보다는 파병의 규모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야. 국민전선의 주장처럼 1개 사단을 증파하는 것은 무리이지 않을까?"

"1개 사단을 증파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야. 하지만 사회당 주장처럼 1개 대대만 증파해서는 반군을 압박하는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걸."

프랑스에는 많은 정당이 있지만 그래도 영향력 있는 정당을 꼽으라면 3개였다.

그중 제1당은 다수당으로 현 총리를 배출한 대중운동연합으로 루피에르가 속해있는 당이었다.

그리고 제2당은 현 대통령을 배출한 사회당이었고, 제3당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었는데, 국민전선은 말리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면서 대대적인 파병을 주장했다.

반면 사회당은 대대적인 파병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면서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파티 때 대통령도 참석한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파병의 규모에 대한 얘기가 오가지 않을까?"

"그러겠지. 의장님은 기갑 대대를 포함시킨 2개 대대의 추가 파병을 제안하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어. 그리고 독일과 영국 대사에게 추가 파병을 요구하겠지."

"영국과 독일에서 1개 대대씩만 추가로 파병해도 반군의 남하는 저지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이 움직일지 모르겠어."

"어쨌든 그들을 압박해야지."

"참!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부가하는 안건도 이번에 얘기되지 않을까?"

"중국산 전자제품이 워낙 저가에 들어오는 만큼 부가해야지."

"사회당에서는 중국 노동자의 임금착취와 인권유린 때문에도 그건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

"독일과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도 반덤핑 관세를 준비한다고 하던데 우리의 결정이 그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될 거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그 안건은 무조건 통과시켜야 해."

"사회당도 찬성이고 국민전선도 찬성인 만큼 그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될 거야."

"그나저나 그 안건이 통과되면 독일과 네덜란드의 업체들만 좋아하겠군."

"한국 기업도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걸."

"한국산 전자제품은 지금도 잘 나가고 있잖아. 솔직히 그 친구들의 제품은 여러모로 훌륭해."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인데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이번 파티에 중국 대사도 오는 것 아냐?"

"의장님이 초청장을 안 보냈다고 했으니 볼 수 없을 거야."

"중국 대사가 안 오면 파티가 시끄럽지는 않겠어."

"참! 이번 파티 때 가수 리아양도 참석한다고 하더군."

"한국의 여가수, 리아?"

"그래."

"오! 리아양이 온다면 사인을 받아야겠어."

"사인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야지."

"그나저나 의장님이 리아양까지 알고 있다니 의외인데?"

"의장님이 리아양과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의장님이 초청한 한국 셰프가 리아양과 친구사이라고 하더군."

"한국 셰프라면 지하철 참사 때, 그 친구?"

"맞아! 그 친구가 이번 파티 때 한국음식까지 요리한다고 하더라고."

"명장 뽀이도퀴시가 그 친구의 요리 실력을 극찬했다고 하던데 아주 대단한 요리가 나오겠군."

"그것뿐만이 아냐."

"또 뭐가 있는데?"

"그 친구가 만든 차를 마시면 잃어버린 청춘을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나도 생텍 의원에게 들은 얘기인데 그 친구의 차를 마시고 청춘을 되찾은 총리의 강력 요청으로 의장님이 특별히 초청을 했다고 하더라고."

"어떤 차를 마셨기에 청춘을 되찾아?"

"그날, 가보면 알겠지."

"그걸 알아내고 청춘을 되찾기 위해서도 그날 파티는 꼭 참석을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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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에 시작된 파리 시내 투어는 몽마르트 언덕을 마지막으로 오후 3시 무렵에 끝났다.

"리아야, 파티는 7시부터니까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와."

"됐어. 나는 관광보다는 오빠와 수아씨 그리고 동석오빠와 혜미씨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아."

"우리는 지금부터 요리를 해야 하는데?"

"나도 옆에서 거들면 되잖아?"

나이가 같은 리아와 수아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오래된 친구처럼 잘 어울렸다.

특히 리아는 수아에게 자신이 시누이가 된다는 말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요리를 하겠다고?"

"이 기회에 세계적인 세프들에게 요리도 배우고, 오빠가 해준 요리도 먹어보고 좋잖아?"

"지훈아, 오늘 리아가 요리를 하게 되면 프랑스 정치인들 감격 좀 하겠는데?"

"그럼요. 동석 오빠, 빨리 가요."

"리아야, 간만에 얻은 자유시간인데 이렇게 보내도 섭섭하지 않겠어?"

"괜찮다니까! 수아야, 가자."

"으... 응, 그래."

어느새 수아의 손을 붙잡은 리아는 자신이 앞장서서 일행들을 이끌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훈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데리고 루피에르의 집을 찾았다.

루피에르의 집에는 이미 각종 식자재를 비롯해서 한국문화원에서 보낸 식기류가 도착한 상태였다.

"지훈아, 무슨 홍삼이 이렇게 많지?"

"홍삼차를 많이 만들어 달래."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은 것 아냐?"

"재워놓으면 두고두고 마실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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