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67화 (67/219)

<-- 67 회: 2-31 -->

"암튼 시작하자."

한국 대사관에서 여러모로 협조해줬기에 식자재는 충분하고 다양했다.

"동석 오빠, 턍평채는 지훈 선배에게 맡기고 오빠는 맥적을 해. 나와 수아는 신선로와 두부선을 할게."

"혜미야, 그전에 배추김치하고 나박김치부터 만들어야지 않을까? 그리고 도미면과 숙실과도 만들어야지."

"숙실과는 지훈 오빠가 하기로 했어."

"수아야, 난 뭘 할까?"

"나박김치에 들어갈 야채를 썰어야 하는데 썰 수 있겠어?"

"그냥 썰기만 하면 되는 거야?"

"보기 좋게 균일하게 썰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난 부엌일을 거의 안 해봐서 칼질에 자신이 없는데 어쩌지?"

"리아야, 넌 그냥 구경만 해."

"동석 오빠, 잔심부름은 내가 다 할 테니까 아무거나 시켜줘."

역할을 분담한 일행은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갔고, 리아도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한몫 거들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잠시 집을 비웠던 루피에르 부부가 마리안과 함께 돌아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지훈 일행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부부는 리아를 알아보고는 깜작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지훈, 혹시 리아양이 아닌가?"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정말 리아양이었군요."

"지훈, 리아양이 요리를 하고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마리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나는 리아양이 함께 요리를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전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잔심부름만 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스타가 내 집에서 요리를 하다니 영광입니다."

"리아야,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네 팬이야."

"감사합니다."

"감사라니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리아양이 파티에 와준다고 해서 우리 부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빠, 리아양과 사진부터 찍어야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래야지."

프랑스어를 모르는 리아 때문에 부부와의 대화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지훈은 루피에르만큼은 아니지만 적잖이 흥분한 마리안에게 파티와 관련해서 리아를 따로 챙겨줄 것을 부탁했다.

"아! 리아양, 파티 드레스는 준비하셨나요?"

"무대 의상 중에 드레스가 있어서 그걸 입을 생각이에요."

"혹시 마음에 안 드시면 지금이라도 드레스를 준비할까요?"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 없어요."

"리아야. 필요하면 얘기해. 오빠들 연미복과 우리 드레스도 마리안이 준비해줬어."

"아냐. 그 드레스도 괜찮아."

"수아야, 세계적인 스타인데 무대의상도 아무 거나 입겠어? 걱정 말고 빨리 요리부터 끝내고 꽃단장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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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움직인 통에 요리를 제때에 마친 지훈 일행은 파티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그사이 초청을 받은 인사들이 하나 둘 참석했고 루피에르 부부와 마리안은 그들에게 지훈 일행과 리아를 소개했다.

"지훈, 영웅을 만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섰을 뿐 저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리아양 노래는 잘 듣고 있습니다. 나는 리아양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매번 감탄하고 있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파티에 참석한 인사들은 아무래도 다른 일행보다는 지훈과 리아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는 사이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많은 이들은 아름답게 플레이팅 된 한국의 요리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지훈, 이쪽의 음식은 이름이 뭡니까?"

"탕평채라는 것입니다. 맛은 어떻습니까?"

"아주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아주 좋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탕평채는 한국의 궁중 요리로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깊은 뜻이라니 뭐죠?"

과거 영조대왕 시절에 여러 당파가 서로 잘 협력하자며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나온 음식이 탕평채였다.

쉽게 말해서 영조 대왕은 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여러 식자재가 한데 어울려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점을 깨닫게 함으로써 신료들에게 나라를 위해서도 당파를 초월하자는 의중을 전달했는데 지훈은 그 내용을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설명했다.

"오~! 음식에 그런 뜻이 담겨 있었습니까?"

"우리 프랑스도 수많은 당이 난립하고 있는데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총리님, 이런 좋은 의미가 담긴 요리라면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파티에는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서 여러 당의 의원들이 참석했는데 그들로서는 탕평채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자 느끼는 바가 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울러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탕평채를 만든 지훈을 새삼 대단하게 여겼다.

"많이들 드십시오. 탕평채는 그 의미도 뜻 깊지만 몸에도 아주 좋은 음식입니다."

"지훈, 뭐가 좋은지 물어도 될까요?"

지훈이 탕평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동안 많은 의원들이 몰려왔는데 그중에는 총리와 대통령도 있었다.

보란 듯이 탕평채를 접시에 듬뿍 담은 두 사람은 몸에도 좋다는 지훈의 말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먼저 파란색의 오이는 알코올 분해 효과가 있어서 술과 어울리는 식재료입니다. 그리고 짙은 갈색의 표고버섯은 혈압을 낮추고 항암 효과가 있고 당근도 항암 효과와 함께 스트레스 해소와 고혈압에 아주 좋습니다."

"지훈, 이 하얀색의 푸딩 같은 것은 뭐죠?"

"대통령 각하, 그건 청포묵이라는 것으로 당뇨와 골다공증 그리고 고혈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좋습니다."

"재료들 하나하나가 좋은 것들로 이루어졌군요. 특히 나처럼 고혈압인 사람에게 아주 좋은 요리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가 많은 서양인들에게 한국 음식은 아주 이상적입니다."

"그럴 것 같군요. 그런데 이 바삭바삭한 검은색 가루는 뭐죠?"

"해조류인 김으로 타우린 성분이 아주 많아서 치매 예방과 간 기능 강화에 좋고 또 포미란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어서 인체의 면역력 증가에 큰 도움을 줍니다."

"루피에르에게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한국 음식은 맛도 뛰어나지만 깊은 뜻이 담겨 있는데다가 몸에도 좋은 것이 아주 훌륭한 요리인 것 같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지훈, 이쪽의 생선 요리에도 그 뜻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총리님. 그건 도미면이란 요리인데 다른 이름으로는 승기락탕이라고 합니다."

"승기라탕?"

"발음이 어려우니 그 뜻만 간단히 풀이하자면 여자보다 더 즐거움을 주는 요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죠?"

"도미는 몸에 좋은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서 활력을 증진시키고 피로회복에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은 외적과의 전쟁을 앞둔 병사들에게 백성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만들어준 음식입니다."

"이 음식을 먹고 힘을 내서 싸우라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그러면 이 음식을 먹은 병사들이 승리했습니까?"

"아주 대승을 했습니다."

"하하하~! 그런 사연이 있다니 재미있군요. 그런데 이 요리도 몸에 좋습니까?"

"물론입니다. 주재료인 도미도 좋지만 함께 사용된 목이버섯과 미나리 그리고 쑥갓은 몸에 아주 좋은 야채들로 고혈압 및 동맹경화 완화 그리고 콜레스테롤 억제에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몸에 좋다는데 이것도 드십시오."

"그래야겠습니다."

요리의 의미와 유래를 알게 된 인사들은 무척 즐거워하며 지훈 일행이 만든 한국 요리를 듬뿍 가져갔다.

그런데 그 맛이 너무도 뛰어나다 보니 다들 한국 음식을 추가로 찾았고 지훈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모이게 됐다.

특히 총리는 아까부터 홍삼차에 대한 질문을 하며 제조방법을 물었는데, 어느새 그 얘기가 퍼졌는지 수많은 이들이 지훈의 얘기를 받아 적거나 머리에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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