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68화 (68/219)

<-- 68 회: 2-32(11. 하여간 후진국 애들은 티가 난다니까!) -->

재미난 것은 그 자리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남편을 따라온 부인들의 숫자도 상당했는데 그녀들은 지훈의 말을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번뜩이며 토시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적었다.

"지훈씨, 고생 많습니다."

"아! 대사님."

"오늘 지훈씨 덕에 프랑스의 많은 정치인들과 각료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리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안녕하세요, 대사님."

"오! 장관님, 오랜만입니다."

지훈의 주위에 많은 인사들이 모이게 되자 한국 대사가 먼저 찾아왔다.

그 덕에 대사는 지훈의 주위에 있는 많은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와도 얘기를 나눌 시간을 얻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현안 문제를 언급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한국 입양아 출신의 펠르랭 장관도 그 자리에 있었다.

"대사님, 조만간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부가된다는 것은 알고 계세요?"

"그런 얘기가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확정되었습니까?"

"오늘 많은 얘기가 오간 이상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아마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가격에서는 밀리지만 품질에서는 앞선 만큼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산 전제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가하는 게 통과되면 그 다음에는 어떤 품목이 관심을 끌게 될까요?"

"글쎄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요즘 한국 차 판매가 획기적으로 늘었다면서요?"

"아! 그렇군요."

과거 80년대에 한국의 전자 기업은 저가 정책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고 그 덕에 세계 곳곳에서 덤핑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계기로 기술개발에 힘쓴 지금은 품질에서도 세계 일류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동차가 딱 그 모양이었는데 펠르랭 장관은 조만간 한국 자동차가 반덤핑 판정에 휘말릴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장관님,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예 잊고 있었는데 지훈을 자랑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나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그러니 지훈에게 감사하세요."

"저 역시 지훈씨가 프랑스에 있는 사실이 나와 한국에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펠르랭 장관과 함께 자리를 옮긴 한국 대사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루피에르가 나서서 리아를 모든 이에게 다시 소개했다.

세계적인 가수의 등장에 파티에 참석한 인사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것은 당연했는데 루피에르는 정중한 자세로 그녀에게 노래를 부탁했고, 파티장에는 리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11. 하여간 후진국 애들은 티가 난다니까!

파리 제일의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서쪽에는 엘리제 궁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퐁파두르와 나폴레옹의 왕비였던 조세핀이 살았던 이곳은 현재 대통령궁으로 사용되면서 작지만 강한 프랑스 행정부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각하, 2주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하셨나 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2주 전과 비교해서 검사결과가 아주 좋게 나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2주 만에 이 정도의 변화가 있다니 무척 놀라울 정도입니다."

"검사결과가 어떻게 나왔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요?"

"먼저 혈압이 정상 수치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지혈증 수치와 혈당도 크게 하락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확연하게 낮아졌습니다."

"혹시 조사가 잘못된 것 아니오?"

"그럴 리가요. 조사결과는 믿어도 됩니다."

프랑스의 대통령 홀란드는 비만이 심해서 고혈압에 고지혈증 그리고 당뇨를 앓고 있어서 꾸준한 건강검진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주치의가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왔다는 말을 하자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반문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은 지난 2주간 식이요법은 물론이고 운동을 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만찬과 파티가 계속 이어져서 과식에 음주까지 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내심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되레 더 좋아졌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박사, 검사를 다시 해보는 것이 어떻겠소? 아니, 가져온 도구가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서 정밀하게 검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소?"

"각하가 믿기 어렵다면 그리 하죠. 시간을 낼 수 있겠습니까?"

"때마침 시간이 있으니 그렇게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간 김에 동맥경화도 살피겠습니다."

동맥경화는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고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진 것을 말하는데 홀란드 대통령은 동맹경화도 있었다.

다만 혈관이 좁아진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혈액의 흐름에 큰 지장이 없었는데 주치의는 혈관이 더욱 좁아져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아무튼 병원으로 이동한 대통령은 그곳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고 다시금 모든 것이 좋아졌다는 결과를 받았다.

"박사, 혈관도 많이 깨끗해졌다고 했소?"

"그렇습니다. 혈관에 달라붙었던 콜레스테롤이 많이 제거되면서 혈액의 흐름이 이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박사는 내 건강이 좋아진 것이 뭐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글쎄요. 저는 각하께서 식이요법을 진행하면서 운동을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줄 알았는데 그런 적이 전혀 없다니 제가 더 당황스럽습니다."

"혹시 내가 먹는 약 때문에 그리된 것 아니겠소?"

"그것도 생각해봤는데 몇 년째 꾸준히 먹어온 약이 갑작스레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허허~! 그러면 정말로 한국 음식 때문일까?"

"각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박사, 실은 4일 전에 하원의장이 주최한 파티에 참가했었소."

"그런데요?"

"그날 파티 때 한국 음식이 나왔는데 어찌나 맛이 있던지 평소에 비해서 과식을 했소."

"각하, 제가 과식은 좋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습니까?"

"그걸 내가 왜 모르겠소? 그런데 맛이 어찌나 훌륭하던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소. 그런데 그날, 한국 요리를 했던 셰프가 내게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했소."

"그가 어떤 얘기를 했다는 겁니까?"

"한국 음식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그 재료들을 설명하는데 하나같이 내 몸에 좋은 재료들로 이뤄져 있었소."

"어떤 재료를 썼기에 그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한 것입니까?"

주치의의 질문에 홀란드 대통령은 그날 지훈에게 들었던 얘기를 전달했다.

대통령의 얘기를 들은 주치의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요리들이 내 몸에 좋은 것은 맞소?"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 한 끼의 식사만으로 이토록 몸이 좋아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긴, 나도 그 점이 이상하오. 하지만 홍삼차의 효능을 생각해보면 무척 신기한 것이 아무래도 그것밖에 이유가 없는 것 같소."

"홍삼차요?"

"박사도 알겠지만 난 약을 복용하지 않고는 부부관계를 갖기가 어려웠소. 그런데 홍삼차를 마신 그날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부부관계를 가졌소. 게다가 힘이 넘치는 것이 젊은 날로 돌아간 것 같았소."

"각하, 홍삼이 남자의 스테미너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혈압을 비롯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고지혈증 증상이 완화되면서 그리 된 것입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그런데 한국음식을 먹은 그날부터 그리 된 것이 아무래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소.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것이 나만이 아니라 파티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소."

홍삼차의 효능은 파티 이전부터 입소문이 난 상태였다.

그리고 그날 홍삼차를 마신 많은 이들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서 소문이 사실임을 깨달았고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하군요. 만약 각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군요."

"박사는 내 말을 안 믿는 것이오?"

"의사인 제 생각으로는 우연의 일치일 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로운 것 아니요?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잖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런 요리를 계속 드시는 것이 각하의 건강에 이로운 것은 사실인 만큼 앞으로도 종종 드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