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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음주운전을 했던 이유가 믿었던 친구의 배신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 얘기한 것 기억하십니까?"
"그러면 널 배신하고, 학교에 너와 관련한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한 자가 이지훈이라는 거냐?"
"그렇습니다."
음주 운전 사고를 냈던 박형식은 아버지에게 변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거짓말을 했다.
덕분에 왜곡된 사실을 알고 있는 박철웅은 아들의 인생을 망가트린 자에 대한 크나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
"외식사업과 그 일이 어떤 관련이 있지?"
"그 대회에서 우승했던 이지훈은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내년이면 한국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데?"
"전 제가 설립한 외식 업체를 한국최고의 프랜차이즈로 키울 생각입니다. 아울러 유명 호텔에는 또 다른 고급 브랜드의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입점 시킬 생각입니다."
"고급 브랜드의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유명 호텔에 입점 시키겠다고?"
"한국에 있는 모든 고급 호텔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레스토랑만큼은 내 것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놈이 한국에서는 아예 요리를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한국 외식업계의 막강한 실력자가 되어서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네 손안에 움켜쥐고 마음껏 주무르겠다는 것이냐?"
"맞습니다. 보란 듯이 성공하고 이를 통해서 놈에게 복수를 하는데 내 인생을 걸 것입니다."
박철웅은 자신을 주시하며 얘기를 하는 아들의 눈에서 결연한 빛을 읽었다.
아울러 아들이 그러한 목표를 갖고 있고 그 일에 매진한다면 더 이상의 사고는 안 칠 것 같았다.
"장철우란 자와는 얘기가 되었느냐?"
"그는 지금 미국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이냐?"
"아버지의 선거를 위해서도 제가 한국을 떠나야지요. 그리고 아버지가 국회의원이 되면 더 많은 힘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제게는 큰 힘이 되지 않겠습니까?"
"녀석, 다 컸구나. 그런데 마냥 외식업체만 매달릴 수는 없는 만큼 언젠가는 회사를 물려받아야지 않겠느냐?"
"외식업체를 운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호텔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될 것이고 그와 관련한 노하우와 인맥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호텔?"
"부동산 회사의 대표보다는 외식업체와 호텔의 대표가 보기에도 좋고 장차 큰일을 하고자 하는 아버지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호텔은 명사들이 많이 찾는 만큼 더욱 많은 인맥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장하구나."
박현식의 얘기는 궁극적으로 현재의 회사를 부동산 임대업이 아닌 호텔 경영으로 바꾸자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사실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박철웅에게 있어 지금의 회사는 양날의 칼과도 같아서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임대업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이미지보다는 기득권 내지는 졸부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호텔이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다음주중으로 출국을 하겠습니다."
"네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니 이 애비가 그동안은 널 너무도 어리게만 생각했구나. 다녀와라. 한국으로 돌아오면 네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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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무더위는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오후까지 이어지는 수업을 끝낸 지훈은 다른 일행들과 함께 르꼬르동 블루 안쪽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훈, 요즘도 엘리제 궁에 가고 있어?"
"2주 전부터 안 가고 있어."
"아! 우리도 너희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 요리를 배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관심 있어?"
"관심이야 많지."
한국 요리에 관심이 많아진 홀란드 대통령은 지훈과 일행들을 초대해서 엘리제 궁의 셰프들에게 한국 요리를 배우게 했는데 이 사실은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알려진 상태였다.
막말로 일국의 대통령에게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기에 친구들은 지훈 일행을 부러워하는 한편 자신들도 한국 요리를 배우고 싶어 했다.
"마크, 넌 이탈리아 요리를 배웠다고 했지?"
"내 조국이 이탈리아이니까 당연하지."
"우리에게 이탈리아 요리를 알려줄 수 있어?"
"그건 일도 아니지."
"그러면 주말마다 번갈아가면서 이탈리아 요리와 한국 요리를 서로에게 알려주는 게 어때?"
"어디서?"
"서로의 아파트에서."
"너무 비좁지 않을까? 게다가 조리기구도 많지 않아서 어려울 것 같은데."
"조리 기구는 자기 집에 있는 것을 각자 가지고 가면 되지 않을까?"
"가스레인지와 오븐이 하나뿐인데?"
"큭! 그게 문제이네."
요리란 것은 직접 만들어봐야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그러니 각자의 집에서 요리를 알려주기에는 여러모로 사정이 열악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고, 화제는 이내 다른 것으로 옮겨갔다.
묵묵히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쥬세페가 마크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그때였다.
"마크, 다음 달부터 뽀이도퀴시 세프가 일주일에 한 번씩 특강을 한다던데, 알고 있어?"
"그게 다, 지훈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어! 알고 있네. 그러면 뽀이도퀴시가 한국에서 열린 요리대회에서 지훈을 극찬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물론이지. 장차 세계 최고의 셰프가 될 지훈과 악수할 수 있는 영광을 달라고 했지."
"다 알고 있구나."
"난 그 얘기를 듣자마자 인터넷을 뒤져서 당시의 영상까지 직접 본 사람이야."
르꼬르동 블루에 입학한지 어느덧 6개월이 흐르면서 다음 달이면 고급 과정을 배우게 된다.
아울러 고급 과정부터서는 뽀아도퀴시가 일주일에 한 번씩 특별수업을 진행하는데 고급 과정을 배우는 모든 학생이 그의 특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즉, 3개의 반 중에서 오직 지훈이 속한 A반만 뽀이도퀴시의 특강을 받는다.
이는 뽀이도퀴시가 바쁘기도 하지만 지훈에게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픈 마음에서 그리 되었는데 A반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특별한 기회를 영광으로 여겼다.
반면 다른 두 개 반의 학생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나머지 여러 명의 학생들이 학교 행정처에 그 문제를 따지고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훈과 뽀이도퀴시 사이에 있었던 일이 상세하게 알려지게 되었다.
아울러 지훈 일행은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르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이후에 뽀이도퀴시의 레스토랑에서 별도의 공부를 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래서 지금은 A반만 뽀이도퀴시의 특강을 받는 것을 수긍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현상이고 속으로는 지훈을 부러워하거나 또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도 많았다.
"나도 그 영상 봤어. 아무튼 뽀이도퀴시 셰프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
"그걸 말이라고 해? 듣자니 다른 반 애들은 자기 수업을 빼먹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시간에 몰래 청강을 하겠다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
"청강만 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직접 요리를 하지 못하는 이상 한계는 뚜렷하겠지."
"어쨌든 우리는 제대로 배울 수 있으니 엄청난 행운이지."
"마크,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너희는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우리도 집으로 가야지."
"그럼 지금 일어서자."
"OK!"
"내일 보자."
"그래. 수고했어."
같은 반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지훈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휴게실을 벗어나다가 같은 중급 과정을 배우고 있는 두 명의 동양계 여학생과 마주쳤다.
그들은 쏨이라는 태국 학생과 장쉬엔이라는 중국 학생이었는데 쏨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서 여자가 된 이로, 둘은 지훈과는 다른 B반 소속이었다.
"안녕."
"안녕, 지훈."
"어! 안녕."
"지훈, 잠시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을 내 줄 수 있어."
다른 트랜스젠더와는 달리 성대 수술까지 받은 쏨은 목소리도 제법 여성스러웠는데 그녀는 지훈에게 할 말이 있는지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무슨 일인데?"
"여기서 얘기하기는 그렇고,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
"나만?"
"다 같이 가도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