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75화 (75/219)

<-- 75 회: 3-2 -->

"내 친구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끌어들이지 마시오."

"닥쳐!"

레미가 다가오는 사이 등을 돌린 요리스는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지훈은 이 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어느새 바로 앞에까지 접근한 사내의 턱을 향해서 주먹을 날렸다.

찰나지만 주먹을 날린 순간 단전의 기운이 절로 흘러나와서 주먹에 어리는 것이 느껴졌다.

"퍽."

"악."

턱을 정면으로 강타당한 레미는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지훈의 발차기가 그의 오른손을 가격했다.

이미 충격으로 의식을 반쯤 잃은 레미의 오른 손에 들려있던권총이 허공으로 치솟은 순간 발리송의 날카로운 검날이 지훈을 향해 쇄도했다.

"이 새끼가 감히."

"이크!"

검날을 피해서 뒤로 물러난 지훈은 어쩔 수 없이 침대를 구르다가 그 와중에 베개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번에도 단전의 기운이 흘러나오면서 마치 맹수가 움직이는 것처럼 몸이 날렵해졌고, 그 덕에 날카로운 칼날을 여유 있게 피할 수 있었다.

'단전의 기운이 싸울 때도 영향을 끼치는구나.'

음양오행기의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한 지훈이 살짝 놀란 동안 문 쪽으로 다가가던 요리스는 침대 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반사적으로 총을 쐈다.

"타~앙!"

"푹~!"

요리스가 발사한 총알은 카벨라를 스치듯 지나쳐서 침대에 박혔고, 총소리에 잠시 주춤했던 카벨라가 바로 악을 질렀다.

"이 새끼야, 날 죽일 셈이냐?"

"죄... 죄송합니다. 두목."

휙~!

총에 맞으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카벨라도 마찬가지였기에 그가 부하를 향해서 악을 쓴 것은 당연했다.

반면 기회만 노리고 있던 지훈은 그들이 대화하는 틈을 이용해 베개를 든 채 카벨라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푹-!"

지훈이 날아드는 것을 목격한 카벨라는 엉겁결에 발리송을 힘껏 찔렀다.

하지만 그가 찌른 발리송은 지훈의 몸이 아닌 베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리송은 무척 날카롭기는 하지만 검날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베개를 관통하지 못했고, 그사이 지훈의 무릎이 카벨라의 인중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빠각~!"

"악!"

이번에도 지훈의 무릎에는 단전의 기운이 실려 있었고, 그걸 정통으로 맞은 카벨라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상대는 아직도 한 명이 남아 있었고 그는 총을 들고 있었다.

"두목!"

"헙!"

"이 새끼가, 타타탕~!"

카벨라까지 쓰러지자 다시 침대로 다가온 요리스가 방아쇠를 연거푸 당기는 사이 세발의 총알이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침대를 덮친 첫 번째 총알이 지훈의 다리에 꽂히는 동안, 다른 두 발은 엉거주춤 일어나고 있던 레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큭!"

"악~!"

"레... 레미야. 이 자식, 용서 못해."

흥분한 나머지 무작정 총을 발사했다가 레미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을 목격한 요리스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황했다.

그러더니 침대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던 지훈을 향해서 총을 발사했다.

"아... 안 돼!"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화끈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키던 지훈은 당황해서 악을 지르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을 바라보기 무섭게 몸을 날려서 침대와 벽 사이를 파고 들어가서 몸을 납작하게 숙였다.

"타~탕! 타타~탕!"

"푹푹."

"푸~슉."

"틱틱~!"

짧은 순간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고 침대와 벽 쪽에서 뭔가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탄알이 떨어졌구나, 지금이야!'

귀청을 울리는 총소리가 사라진 후 들려오는 소리는 공이가 빈 공간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통해서 상대의 탄알이 전부 소모되었음을 깨달은 지훈은 침대 구석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그자를 향해서 돌진했다.

지금으로서는 그자가 탄창을 교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었다.

반면 탄알이 떨어진 빈총을 연신 쏴대던 요리스는 지훈이 달려오자 황급히 권총을 버리고는 품안에서 발리송을 꺼냈다.

그러나 발리송의 날카로운 검날이 드러나기도 전에 비호같이 달려든 지훈의 발차기가 그의 관자놀이를 먼저 가격했고 이어서 두툼한 손날이 목울대를 때렸다.

관자놀이를 얻어맞고 썩은 짚단 무너지듯 쓰러지던 요리스는 목울대를 맞고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졌는데 그 순간, 문짝이 부셔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찰특공대가 방안에 들어섰다.

"꼼짝 마라."

"경찰이다."

"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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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이 들려올 때부터 공포에 휩싸였던 아파트 주민들은 경찰 특공대가 나타나고 사이렌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오자 그때서야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입니까?"

"강도가 나타난 것입니까?"

"혹시 아직도 강도들이 남아 있습니까?"

"범인들은 모두 진압되었으니 안심하십시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진정하시고 다들 들어가십시오."

이제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경찰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지훈의 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응급 침대에 실려서 호송되는 지훈을 발견했다.

"저 방은 지훈의 방이잖아?"

"이봐요, 201호의 한국인이 다친 것입니까?"

"맞습니다."

"혹시 지훈의 생명이 위독한가요?"

"총상을 당해서 병원으로 호송중입니다."

"대체 누가 프랑스의 영웅인 지훈에게 감히 그런 짓을 한 것입니까?"

"아직은 수사전이라 알 수가 없습니다."

"범인은 잡았겠죠?"

"물론입니다. 모두 검거한 상태입니다."

"나쁜 놈들, 왜 지훈을......"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여러분들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지하철 테러를 계기로 지훈을 잘 알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 일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며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런데 상황을 궁금해 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어서 많은 언론에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왔는데 그들은 지훈이 총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속보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구급차에 실린 지훈은 수아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오빠, 어떡해?"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피를 많이 흘린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멀쩡한 것을 보면 모르겠어? 금방 나을 거야."

"오빠는 총에 맞고도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참을 만하니까 그렇지."

지훈의 허벅지를 파고든 총알은 여전히 그 안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무섭게 쏟아지던 출혈은 아까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는 어느 순간부터 단전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와서 그리 되었다.

"그냥 돈을 줘버리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맨손으로 총을 든 사람과 싸운 거야?"

"어쩔 수 없었어. 그 사람들은 돈이 목표가 아니었어."

"그러면 뭐?"

"그 사람들은 원한을 갚을 생각에 찾아온 자들이라, 돈 보다는 날 죽이는 것이 목표였어."

"오빠가 원한을 살 일을 한 게 뭐가 있는데?"

"두목이란 자가 예전에 내게 누명을 씌웠던 포그바란 자의 친형이었어."

"누명이라면 지난 초여름에 갔던 클럽에서의 일을 말해?"

"응."

"하여간, 날 놔두고 그리 싸돌아다니더니 꼴좋네?"

"그러게. 널 두고 나만 놀았다고 벌 받나 봐."

"이번 일로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절대 용서 못하니까 꼭 아무 일 없어야 해?"

"그렇게 될 거니까 걱정 마."

"약속해?"

"알았어, 약속."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수아를 안심시키고 있는 동안 구급차는 병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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