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78화 (78/219)

<-- 78 회: 3-5 -->

"제가 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기를 주입해본 적 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기가 치유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 직후, 지훈은 뭔가를 기대하고 수아는 물론이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기를 여러 차례 주입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를 직접적으로 주입했을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이내 소멸되었다.

"그러면 요리는 다르다는 건가요?"

"왜 그런 지는 저도 모르지만 제가 갖고 있는 기가 요리에 스며들면 식자재가 담고 있는 효능이 극대화되면서 동시에 제가 갖고 있는 기가 다른 이에게 전달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음식을 먹음으로써 다른 이가 지훈의 기를 섭취할 수 있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는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하군요. 그런데 식자재의 효능이 극대화되었다는 말은 무슨 뜻이죠?"

"각하의 지병이 좋아진 것은 기 자체의 효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식자재에 각하의 지병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서 그리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홍삼차만 봐도 확실해집니다."

"스테미너에 좋은 홍삼의 성분이 지훈의 기와 만나서 그런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지훈의 요리를 매번 먹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데 내 전속 셰프가 되어달라고 하면 너무 무리한 욕심이겠죠?"

"각하의 셰프가 된다면 무한한 영광입니다. 하지만 저는 맛있고 건강한 요리로 많은 사람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하하하~! 농담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대신 앞으로도 종종 요리를 해줘야 합니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한국에는 언제 돌아가죠? 르꼬르동 블루를 졸업하면 바로 돌아가나요?"

"몇 달 정도는 더 있을 예정입니다."

"몇 달이라, 그 후에는 내가 한국으로 가야만 지훈이 해주는 요리를 먹을 수 있겠군요."

"제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오! 그것, 듣기 좋은 소리군요. 부디 그런 일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반기윤 총장이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까?"

"뉴스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훈이 이미 알고 있다면 이번에도 기대해도 좋겠군요."

"저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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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예정대로 엘리제궁에서는 프랑스를 방문한 반기윤 사무총장을 환영하는 공식 만찬이 열렸다.

만찬장에 들어선 반기윤 사무총장은 스프 대신 나온 흑임자죽을 보는 순간 반가운 표정으로 미소를 그렸다.

"반 총장님, 지금 나온 스프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이건 한국의 전통음식인데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실 거라고 여겼습니다. 한국말로는 이 음식을 흑임자죽 또는 깨죽이라고 한다죠?"

"맞습니다. 대통령께서 이 음식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의외입니다."

"프랑스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 한국인 친구인데 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아야지요. 그런데 반 총장님께서는 이 음식이 어떤 효능을 갖고 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한국의 병원에서는 수술 받은 환자들에게 이 음식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소화에 좋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며 탈모 예방에도 좋은 효과를 갖고 있는데다가 관절염에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탈모 예방과 관절염에 좋다니 많이 먹어야겠습니다."

"하하~! 그리 하십시오."

"참! 그 친구가 총상을 입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봤는데 어찌되었습니까?"

"다행히 건강이 회복되어서 며칠 전에 퇴원했습니다."

"벌써 퇴원을 한 것이 천만다행으로 부상이 심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 점도 있지만 지훈이 워낙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능력이요?"

"반 총장님도 오늘 만찬을 드시고 나면 제 말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아! 오늘의 만찬은 그 친구가 준비했습니다."

"이지훈씨가 만찬을 준비했다니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 오늘 만찬의 마스터 셰프는 지훈입니다. 지훈은 파리의 르꼬르동 블루에서 음식을 배우고 있는 셰프입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그랬지요, 이제 기억납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몇 가지 음식들이 나왔는데 이번에 나온 것도 한국요리였다.

"반 총장님, 지금 나온 요리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이건 잡채고 그 옆에 있는 것은 초교탕 같은데 옆에 있는 야채샐러드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거야말로 지훈 셰프가 반 총장님을 위해서 만든 특별 요리로, 한국의 버섯을 이용해서 만든 샐러드라고 들었습니다."

"저를 위한 특별 요리라고요?"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버섯이 관절염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관절염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갖고 있는 버섯이 있다니 그게 뭔지 궁금합니다."

몇 가지 야채와 함께 잘 다듬어진 노르스름한 버섯은 꽃송이 버섯이었다.

마치 활짝 핀 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꽃송이버섯은 토코페롤과 핵산 그리고 베타글루칸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훗날에는 항암제와 관절염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주목을 받지 않고 있었는데 다른 시간대에서 푸드 테라피스트로 미래를 경험한 지훈은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많은 이들이 꽃송이버섯을 먹고 효과를 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 자리가 끝나기 전에 지훈을 만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그 친구를 예전부터 만나고 싶었습니다."

"장담하는데 반 총장님도 지훈을 알아두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그 친구가 아주 마음에 드나봅니다?"

"어찌 안 그러겠습니까? 반 총장님도 내일이면 제 말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참!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도 많이 드십시오. 지훈의 말로는 잡채에 들어간 시금치와 초교탕에 사용된 황칠도 관절염에 아주 좋다고 했습니다."

"아! 초교탕에 황칠이 들어갔습니까? 황칠은 저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한국의 제주도에 가면 많이 있습니다."

"저도 지훈에게 들었습니다. 듣자니 그 옛날 중국의 황제가 불로장생의 약을 찾았는데 그게 황칠나무라면서요? 심지어 중국의 부주석이 얼마 전에 제주도를 방문해서는 그 얘기를 공식석상에서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하하~! 맞습니다."

"드시지요."

"오! 한국음식이라 그런지 제 입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주 맛있는 것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매번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지훈은 뽀이도퀴시 셰프의 말처럼 세계 최고의 셰프입니다."

"그 얘기는 저도 들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고말고요! 지훈의 요리 실력은 단연코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요리가 맛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음식의 특징을 너무도 잘 보여 주다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은 그의 요리가 어떤 점에서 한국 음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십니까?"

"지훈을 통해서 알게 된 점이지만 한국 요리의 최대 특징이자 최고의 장점은 먹는 이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점입니다."

"대통령께서 한국 음식을 그리도 높이 평가해주다니 한국 사람으로서 매우 기분 좋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 지훈은 그걸 한국말로 의식동원이라고 표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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