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80화 (80/219)

<-- 80 회: 3-7(3. 안 들키면 장땡 아닙니까?) -->

격무에 시달리는 반 총장은 관절염 치료제와 진통제 그리고 피로회복제를 매일같이 먹었다.

특히 진통제는 필수여서, 만약 진통제를 먹지 못하면 무릎의 통증 때문에 거동이 불편했다.

"아직까지 약을 안 드셨다고요?"

"아침부터 스케줄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깜박 하고 그냥 나온 것 같네."

"이상한데요. 총장님, 약을 드시지 않으면 통증 때문에 걷기도 무척 힘들어 하시잖습니까? 혹시 약을 드셔놓고도 착각한 것 아닙니까?"

"착각이 아니라 안 먹고 나온 것이 확실......"

착각이 아님을 얘기하려고 했던 반 총장은 진통제를 먹지 않았음에도 지금껏 단 한 번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울러 홀란드 대통령이 지훈을 언급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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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0평에 육박하는 호텔의 스위트룸에는 침실과 거실 외에도 접견실과 회의실까지 마련되어 있었는데, 접견실에는 반기윤 총장이 지훈과 마주앉아 있었다.

"난 지금도 안 믿겨지네."

"그러실 수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홀란드 대통령의 말처럼 몸에 특별한 기를 갖고 있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기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다니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네."

"그건 총장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훈이 만든 음식을 먹었던 반기윤 총장은 진통제를 먹지 않고도 빡빡한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사실 반 총장은 첫날만 해도 반신반의 했었다.

그러나 다음 날도 진통제를 먹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서 홀란드 대통령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고, 그를 통해서 지훈이 만든 음식에 특별한 기운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이틀 전의 파티에서는 무려 여섯 곡이나 춤을 추며 간만에 노익장을 과시했다.

"내 무릎이 다 나은 건가?"

"제가 의사가 아닌 이상 거기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내가 무릎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것은 알고 있는가?"

"뉴스를 통해서 무릎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랬었군. 사실 내 무릎의 통증은 불치병이었네. 날 수술했던 한국과 미국의 의사들은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면서 스트레스와 심리적 요인이 통증의 원인일수도 있다고 얘기했네."

"의사들이 그런 얘기를 했다면 틀린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고맙네. 현대 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했던 무릎의 통증이 사라지다니 요즘 같아서는 연임도 할 수 있을 것 같네."

"연임이요?"

"그렇다네. 무릎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이번 임기를 마치면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었네."

"아!"

UN 사무총장의 임기는 5년이고 연임이 가능한데, 임기 중에 큰 문제가 없으면 무리 없이 연임한다.

그런데 다른 시간대에서 반 총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연임을 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났었다.

"왜 그런가?"

"아닙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미래의 기억을 떠올린 지훈은 반 총장이 연임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UN 사무총장은 거의 미국 대통령과 맞먹을 정도로 국제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쳤고, 그를 통해서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위상도 많이 신장된 상태였다.

"한 가지만 묻겠네."

"얘기하시지요."

"지금의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 것 같은가?"

"별다른 일이 없다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을 모르는 이상 다시 재발할 수 있습니다."

"재발을 막을 방도는 있는가?"

"전 의사가 아니고 셰프이기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관절염에 좋은 음식을 계속 드시라는 권고를 하고 싶습니다."

"어떤 음식이 관절염에 좋은가?"

"먼저 커피부터 끊으십시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뼈와 관절에 좋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반기문 총장은 커피 마니아로 매일같이 이십여 잔의 커피를 마셨는데 지훈과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두 잔의 커피를 마셨다.

"노력하겠네."

"관절염에 가장 좋은 것은 꽃송이버섯입니다."

"꽃송이버섯, 그게 뭔가?"

"환영만찬 때 드셨던 야채샐러드에 들어있던 노르스름한 것이 그 버섯입니다."

"그랬었는가, 알겠네."

주의해야 할 음식과 자주 섭취해야할 음식을 알려준 지훈은 얘기 말미에 가끔씩이라도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지 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정도는 들어가네."

"시간이 되시면 그때만이라도 제가 만든 요리를 드실 수 있겠습니까?"

"무릎의 통증을 없앨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내가 바라는 것도 그것이었고 그렇게만 된다면 UN 사무총장을 연임할 생각이네."

"저 역시 총장님이 연임할 수 있도록 부족한 재주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

3. 안 들키면 장땡 아닙니까?

두어 달의 시간이 지나면서 12월이 되었다.

9개월간의 교육을 모두 마친 지훈 일행은 르꼬르동 블루의 졸업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쏨, 태국에는 언제 돌아가?"

"다음 주, 목요일."

"다음 주 화요일이면 졸업하고 며칠 후에 간다는 소리인데, 그렇게 빨리?"

"아빠와 엄마가 빨리 오라고 성화여서 어쩔 수가 없어."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빨리 가면 섭섭해서 어떡해?"

오늘 부로 르꼬르동 블루의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지훈 일행은 쏨과 장쉬엔과 함께 조촐한 쫑파티를 하고 있었다.

"나도 며칠은 더 파리에서 지내면서 너희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데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때문에도 가봐야 해."

"태국 돌아가면 레스토랑을 차리겠다고 하더니 벌써 진행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나도 몰랐는데 부모님이 방콕의 시암거리에 건물을 구입하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얼마 전부터 가게 이름을 물어봤구나?"

"맞아."

"가게 이름은 정했어?"

"르꼬르동 시암으로 할까 싶은데 어때?"

"르꼬르동 시암?"

"응. 프랑스 요리와 태국 요리를 병행할 생각이라 이름에 그 의미를 드러내고 싶어."

"쏨,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장쉬엔, 고마워.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때?"

"내 생각에도 괜찮은 것 같아."

"맞아! 좋은데."

"쏨, 괜찮다. 그 이름으로 해."

"고마워."

"참! 장쉬엔은 언제 돌아가?"

"난 한달 정도 더 파리에 머물 생각이야."

"장쉬엔도 중국 상하이에 대형 뷔페를 오픈할 예정이래."

"오! 언제?"

"준비할게 많아서 내년 6월쯤에 오픈할 생각이야. 참! 너희들에게 배운 한국 요리와 태국 요리도 정규 메뉴로 내놓을 생각인데 괜찮겠어?"

"괜찮고말고!"

"나도 좋아."

쏨과 장쉬엔은 지훈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들의 가게를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제법 큰 성공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훈은 요리 실력이 뛰어난 만큼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덕담을 둘 모두에게 들려줬다.

"장쉬엔, 우리가 네 가게에 가면 한 번은 공짜지?"

"동석, 너희는 무조건 무료이니까 자주 와."

"헤헤~! 알았어. 대신 한국 오면 나도 한턱낼게."

"동석에게 얻어먹으려면 한국을 꼭 가야겠네. 그런데 너희들은 한국에 언제 돌아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최소 서너 달은 더 있을 것 같아."

"그동안은 뽀이도퀴시 셰프님에게 요리를 배우는 거지?"

"응."

"아! 나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 부럽다."

"쏨, 나중에 시간 나거든 내가 태국 가서 배운 것을 몽땅 알려줄 테니까 너무 부러워하지 마."

"수아, 정말이지? 약속해줘."

"약속할게."

"수아, 나는?"

"장쉬엔도 당연히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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