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82화 (82/219)

<-- 82 회: 3-9 -->

그러기에 지훈은 인터넷을 통해서 허브의 효과까지 함께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특별한 노트를 작성해서 태블릿에 저장했다.

"오빠, 가루는 쌉쌀한 맛이 많이 부드러워지면서 향이 진해졌어."

"그러게. 향기만 맡으면 박하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린 것은 식감이 너무 안 좋아서 먹기 힘들겠다."

"한국의 나물처럼 물에 불려보면 어떨까?"

"오! 괜찮은 생각인데 해보자."

제대로 된 요리를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던 허브의 효능을 알아가는 것이 즐거운 지훈은 뽀이도퀴시도 모르고 있는 새로운 방법까지 시도해가며 허브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오빠, 이건 파인애플 세이지라는 건데 파인애플처럼 달콤한 향이 강하게 난다."

"맛은 거의 상추 맛인데."

"자료 보니까 치즈나 소시지에 이걸 넣으면 풍미가 더해진데."

"향이 짙으니까 그러겠지. 이건 무슨 효과를 갖고 있는지 볼까?"

"뭐라고 나와?"

"잠깐만... ,기분을 좋게 하고 잇몸 염증이나 질환에 좋고 구취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데."

"우와~! 오빠, 이건 살짝 말린 것이 향기가 더 진하다."

"향기가 달콤하니까 기분까지 좋아진다."

"나도 그래."

그 뒤로도 계속해서 허브를 맛보고 그 효능을 조사해가던 지훈은 주머니속의 휴대폰이 진동을 토해내자 꺼내서 받았다.

"여보세요."

-지훈, 소피에요. 잘 지네고 있죠?

"그럼요. 각하도 잘 계시죠?"

-덕분에요.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죠.

"왜요?"

-이번에도 지훈씨의 도움이 필요해요.

"또 누가 프랑스를 방문하나요?"

전화를 걸어온 이는 엘리제 궁의 소피 비서관이었다.

그녀는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지훈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이번에는 미국의 오바나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한다고 했다.

참고로 지훈은 지난달 열린 EU 정상회담 때에도 엘리제 궁으로 가서 만찬을 준비했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유럽 여러 나라들의 정상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훈, 해줄 수 있겠어요?

"시간 내볼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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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한 달의 시간이 흘러서 꽃 피는 3월이 되었다.

그사이 오바나 대통령의 만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지훈은 맛도 맛이지만 아름답고 화려한 플레이팅으로 요리계의 피카소라는 별명을 얻었다.

게다가 오바나 대통령은 프랑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연설에서 말미에 지훈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해서 지훈은 또다시 프랑스와 한국 그리고 미국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훈의 요리를 맛있게 먹은 오바나가 만성 두통에서 벗어난 통에 그리 되었는데, 유독 박현식과 장철우만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박 사장님, 그 자식이 나온 뉴스 봤습니까?"

"봤습니다. 그 자식이 요리계의 피카소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내 말이 그 말입니다."

"하여간 그 자식은 한국에 없어도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때 총 맞았을 때 확 죽어버릴 것이지, 저승사자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그 자식은 무슨 수로 오바나 대통령의 만찬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요? 설마 프랑스에서 요리 실력이 확 늘어난 것은 아니겠죠?"

"요리 실력보다는 예전의 지하철 테러 때 사람을 구한 일이 계기가 되어서 그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 아닐까요? 원래 미국이 테러에는 민감한 나라잖습니까?"

"맞습니다. 그딴 놈이 실력으로 그런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여간 그 새끼가 운 하나는 타고난 것 같습니다."

"에이, 아침부터 기분 잡치는데 그 자식 얘기는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미국에서 셰프들을 불러오는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한국인 세프는 더 이상 데려올 만한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셰프를 불러와야 할 것 같습니다."

성북구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아버지 때문에 한국을 비웠던 박현식은 지난 11월에 장철우와 함께 귀국했다.

그리고는 들어오기 무섭게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를 설립하고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파밀시에테라는 이름의 고급 레스토랑을 8개나 오픈했고 지금도 세 곳을 추가로 오픈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될 것 아닙니까? 아니, 차라리 더 잘된 일 같은데요? 생김새가 다른 백인들이 요리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좋아하지 않겠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뭡니까?"

"CIA를 정식으로 졸업한 셰프들을 불러오기에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그들은 어지간히 만족스러운 조건이 아니면 한국까지 안 오려고 할 것입니다."

"대체 얼마나 줘야 한다는 거죠?"

"임금을 미국에서 받는 것보다는 최소한50%이상 더 줘야 할 것이고 숙소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건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다른 방법 없습니까?"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얘기해보세요."

"CIA졸업자가 아닌 요리학원 출신의 조리기능사들을 데려오는 것입니다."

"조리기능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싸겠지만 정통과 최고급을 표방하는 우리 레스토랑의 정책과는 안 어울리는 것 아닙니까?"

박현식이 오픈한 레스토랑에는 미국의 CIA출신 셰프가 한명씩 자리하고 있는데, 박현식은 이를 근거로 고급과 정통을 표방하면서 상당한 광고를 했다.

덕분에 이미 오프한 7개의 레스토랑은 제법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그러니 위장을 해야죠."

"위장이라면 그자들을 CIA 졸업자로 둔갑시키자는 것입니까?"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전국의 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웨스턴 중에서 학력을 위조한 자가 상당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도 그런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그들을 CIA 졸업자로 위장할 수 있겠습니까?"

"졸업장을 위조하는 것이야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거야 일도 아니겠지만 만의 하나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그 사실을 사장님과 저만 알고 있으면 들킬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막말로 안 들키면 장땡 아닙니까?"

"하지만 실력에서 차이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 만한 손님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주는 레시피로 요리하는 만큼 그 친구들도 그 정도의 실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스터는 안 들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까?"

"당연한 것 아닐까요. 솔직한 말로 웨스턴이 요리를 하는데 그 누가 그들의 정체를 의심하겠습니까? 그리고 사장님에게는 저를 비롯해서 CIA를 실제로 졸업한 셰프들이 여러 명 있잖습니까?"

"최악의 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만약 그들을 고용한다고 했을 때 비용차이는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습니까?"

"CIA출신 외국인 셰프를 데려오는 비용의 절반도 안들 것입니다. 그게 한두 명이면 모르겠지만 이후를 생각하면 그 차이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아버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박현식은 자신이 설립한 파밀시에테를 서울과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조리기능사 출신을 기용한다면 적잖은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좋습니다. 추진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홍보를 위해서 사장님 부친의 도움을 더 받았으면 합니다."

"어떤 도움을 말하는 거죠?"

"이지훈의 경우에도 드러났지만 저명한 인사나 유력 정치가들을 매장으로 모실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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