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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라면 분명 최정상급의 셰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나저나 셰프이다 보니 아무리 사랑을 하는 사이여도 요리에 있어서만큼은 의견조율하기가 쉽지 않나 보네요?"
"그런 셈이죠. 하지만 수아가 한국에 없다고 해도 우리의 사랑은 계속 지키고 키워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럼요, 당연하죠. 나는 두 사람의 예쁜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할게요. 그런데 지훈은 한국으로 가면 어떤 일을 하나요?"
"레스토랑을 차릴 생각이에요."
"어떤 레스토랑이요?"
"한식당이에요."
"한식당이면 김치찌개 같은 것을 파는 그런 식당 말해요?"
"메뉴 중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단품 요리가 아니라 일종의 코스요리를 내놓을 생각이에요."
"코스 요리면 많은 음식들이 나오겠네요?"
"그래야죠."
"지훈의 요리 실력은 잘 알고 있지만 한정식 레스토랑이면 프랑스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겠네요?"
"아뇨, 충분히 활용할 생각입니다. 욕심 같지만 나는 한국 사람만이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한국 요리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일종의 퓨전 요리를 하겠다는 건가요?"
"그리 볼 수도 있겠지만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아볼 생각입니다."
"마리안, 오빠는 한식을 세계화시키고 싶어 해요. 더 정확히 말하면 국제화된 한식의 표준을 오빠가 세우고 싶어 해요."
"무슨 뜻인지 알듯 하면서도 잘 모르겠네요."
"마리안, 한국에 있을 때 한정식을 먹어본 적 있나요?"
"한정식이라면 이십 여 가지 이상의 많은 음식들이 나오면서 코스 요리처럼 새로운 메뉴들이 추가되는 고급 한식당 말해요?"
"네."
"한국 직원들과 몇 번 가본 적 있어요. 그런데 혹시 지훈의 레스토랑도 그런 식인가요?"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어떻게 다르죠?"
"밥과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한식을 대표하는 상징성입니다."
"맞아요! 처음 한국 갔을 때 그 모습이 너무 생소하면서도 충격적이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마리안, 굳이 충격적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같은 그릇의 음식을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모습을 보고 비위생적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건가요?"
"미안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한국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 또는 일행끼리 같은 그릇의 반찬을 아무렇지 않게 함께 먹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침이 잔뜩 묻은 숟가락을 사용해서 탕이나 국을 함께 먹는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시각에 비치는 그 광경은 비위생적이다 못해 야만적이기까지 해서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지훈은 한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식문화를 반드시 바꿔야만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아뇨,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반찬으로 불리는 사이드 메뉴를 스페인의 토파즈 스타일처럼 제공할 생각입니다."
"접시를 사용해서 각각의 요리를 조금씩 주겠다니 괜찮은 방법 같은데요."
"그 외에도 무료로 제공되는 사이드 메뉴의 가지 수를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직접 선택하게 할 것이고, 선택할 수 있는 사이드 메뉴도 메인 메뉴에 따라서 다르게 구성할 생각입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처럼 고객들에게 사이드 메뉴의 식재료와 조리법 그리고 맛을 알려줘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거예요?"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메인 메뉴만이 아니라 사이드 메뉴까지 취향대로 고를 수 있고, 위생과 관련해서 아무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오! 기발한 방법인데요. 그러고 보니 한정식은 모든 식탁의 음식이 전부 똑같은데다가 메뉴를 아예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이상했어요. 그리고 그 많은 음식 중에는 내가 아예 안 먹는 것도 많아서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마리안, 아예 안 먹은 음식도 많다고 했는데 왜 먹지 않았나요?"
"미관상 먹기에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있었고 어떤 것은 좋지 않은 냄새가 났는데, 그 때문에 한동안은 한국음식은 불결하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어요."
"혹시 그때 같이 갔던 한국 사람들은 그 음식들을 먹던가요?"
"어떤 이는 몇 가지를 먹었고 다른 사람은 나처럼 아예 안 먹었는데 아무도 먹지 않은 음식도 몇 가지는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은 한국 사람인데 왜 안 먹었을까요?"
"글쎄요?"
"내 생각에는 마리안과 같은 이유에서 안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그러나요?"
"미관상 안 좋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 누구라도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 몇 가지 음식만 선택 가능하게 해서 낭비를 줄이겠다는 건가요?"
"그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메인 메뉴와 조화를 생각해서 어울리는 음식을 사이드 메뉴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리안이 먹기 어려워했던 음식들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어떻게 바꾼다는 거죠?"
"시대가 변하면 식성도 바뀌고 당연히 선호하는 음식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리방법과 식재료에도 변화가 오죠. 마리안을 비롯해서 한국인도 먹지 않은 음식들은 그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한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음식을 지훈이 고치겠다는 건가요?"
"전부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살려볼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훈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되는데요. 게다가 메인 메뉴도 고를 수 있다면 취향이나 식성에 따라서 선택도 할 수 있으니 아주 좋네요."
어찌하다 보니 한국 음식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는 마리안과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시간이 적지 않았는지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홀란드 대통령과 총리가 다가왔고 그 후로도 많은 의원들과 장관들이 다가와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마리안은 그들 모두에게 지훈이 아주 특별한 한국 식당을 오픈할 계획임을 알렸는데, 그 얘기를 들은 모든 이는 지훈의 음식을 다시 먹기 위해서도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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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별들이 초롱초롱함을 잃지 않은 이른 새벽, 시차 때문에 일찍 깨어난 지훈은 적당한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와~우! 무슨 가게세가 이렇게 비싸?"
유학 생활로 쓰고 남은 키친 마스터 우승 상금과 CF계약금까지 합쳐서 대략 14억을 갖고 있는 지훈은 그 돈이면 서울 시내의 핵심 상권에 자리한 건물을 구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는 너무도 달라서 건물을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월세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건물이 한옥이면 좋을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비싸?'
한식당인 만큼 한옥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물로 나온 한옥의 가격을 살피던 지훈은 그 엄청난 가격에 바로 포기하고는 다시금 상가 매매나 임대를 살폈다.
'일단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역부터 샅샅이 뒤지는 게 좋겠어.'
지훈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종로나 북촌 그리고 이태원쪽에 가게를 내고 싶어 했다.
이는 내국인만이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한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했는데 아무래도 건물을 구입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임대로 나온 상가건물을 찾기 시작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몇 줄의 광고문구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어쨌든 체크를 한 후에 직접 가서 살피는 수밖에 없어.'